스리랑카여행기 6 시기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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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여행기 6 시기리야

랑카맨 0 808
*시기리야

이 곳 한 곳만 보아도 스리랑카여행은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경이로운 곳이다.

평원위에 솟은 해발 370여 미터의 감자 모양의 화강암 봉우리를 생각해 보아라.
사방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인데 바로 그 꼭대기에 화려한 왕궁을 짓고 살았던 왕이 있었단다. 그 왕도 그 바위산을 오를 때는  줄을 타고 올랐다고 하니 암벽등반의 원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제대로 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과연 할 수 있는 일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 광기에 감탄할 뿐이었다.

아침 일찍 일출을 보려고 산에 올랐다.
절벽 밑에 까지 가는데만도 수많은 계단을 통해서 올라가야했다.
그렇게 절벽 밑에까지 가면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지금은 철계단을 놓아서 오르기가 쉽다.

이른 아침인지 시기리야 바위산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벽화는 볼 수가 없었다. 그 곳으로 오르는 계단은 자물쇠로 잠궈 놓고 내려 오면서 보라고 했다.

절벽을 오르는데 이미 해는 중천에 떠서 일출보는 것은 포기해야했다.

힘겹게 정상까지 올라가서 보니 사방팔방 탁트인 초원만 보일 뿐이었다.
이렇게 바람만 부는 절벽꼭대기에서 왕은 관연 무슨 생각을 하면서 보냈을까.....

바위를 깎아서 만든 수영장은 아직도 물이 고여 있었다.
하긴 글자 그대로 암반을 파서 만든 수영장이니 빗물이라도 고이면 물이 빠질 데가 없으니 그대로 남아 있을 수밖에....

사람은 줄을 타고 올라온다고 해도 물은 어떻게 끌어올렸을까 지금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란다.

여러 상념을 뒤로 하고 다시 내려왔다.
철계단은 내려오면서 보니 더 가파른 것 같았다. 바위절벽은 옛날 사람들이 밟고 올라가려고 파 놓은 듯 홈이 상당히 많이 파 있었다. 절벽에 매달려서 홈을 어떻게 팠을까 또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있었을까.....

내려오는 길은 올라간 길과 다르게 갔다.
올라오는 길에 많은 관광객들이 올라오기 시작해서 좁은 길이 더 혼잡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조금 내려가자 '거울의 벽' 바깥 쪽으로 난간이 놓여 있었다.

막상 그 곳을 통해서 가려니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위태롭게 붙어 있는 듯한 난간이 금방이라도 저 아래 바닥으로 떨어 질 것 같아 오금이 저려왔다.

아무리 높은 곳에 올라가도 괜찮았는데 한 발 한 발 발이 잘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두려움이 앞섰다.

마치 15층 높이의 아파트 베란다 바깥쪽에 달린 화분진열대 위를 걷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 곳을 걸으면서 드는 생각이 이 곳은 관광객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게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멀리 난간이 끝나는 부분에서 직원인 듯한 사람 서넛이 서서 내가 오는 것을 보는 표정이
'너 왜 그리로 오냐?' 같았다.

무안한 마음에 끝까지 가니 나가는 부분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막아놓은 철책을 넘어서 나가는데 그들도 어이가 없었는지 보고는 웃고 말았다.

다시 입구쪽으로 가서 아까 들어갈 때 보지 못한 미인도가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처음에는 500여명의 미인이 그려졌다는데 지금은 모두 훼손이 되고 18명의 미인도만 남아 있다고 하였다.

원통으로 된 계단을 뺑뺑 돌아서 - 즉 수직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음. 미인도가 보였다. 바위절벽에 그려진 미인도...
아득한 시간의 흐름이 멎은 듯 환희와 감격으로 다가왔다.
뚜렷하지만 화려하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은근히 빛나는 색채는 그 무엇으로도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스리랑카 유적 최고의 걸작이라는 말이 '명불허전'이 아님을 실감나게 해 주었다.
사람들은 왜 그 절벽에 미인도를 그렸을까 많이 의아해 했다고 한다.

그런데 오금이 저리게 절벽을 타본 사람을 알 것이다.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아득한 절벽을 오르고 내릴 때 보이는 미녀도가 주는 환희심을....

나도 만약 철계단만을 이용해서 편하게 미녀도를 보았다면 그런 감동과 환희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말만을 꼭 하고 싶다.
만약 시기리야의 바위산을 오른다면 오를 때 미녀도를 보지 말고 내려오면서 그것도 '거울의 벽'바깥 절벽의 난간에 매달리다시피 내려와서 미녀도를 보라고...
하긴 지금은 그 난간이 폐쇄되었을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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