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여행기 5 세상의 끝....아담스 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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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여행기 5 세상의 끝....아담스 피크

랑카맨 0 1530
*누아라엘리야

끝없이 펼쳐진 차 밭은 생각보다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우선은 차 밭에 심어진 차나무의 키가 너무 작았고 마치 구릉지대에 포기 나무를 심어 놓은 듯 해서 그림같은 정경은 아니었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말이다.)

'세상의 끝'
호르톤플레인 국립공원 안에 있는 절벽이름이다.
가이드북에는 1000m가 넘는 절벽 끝에 서면 어쩌고 저쩌고.......온갖 화려한 미사여구가 동원되어 설명된 곳이라 기대가 컸다.

그러나 새벽 5시, 빵 도시락을 싸들고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공원에 들어가서는 또 1시간 넘게 걸어가서 찾아간 '세상의 끝'을 보고는 내 이성이 끝나는 줄 알았다.

우리 나라 아무 산이나 올라가서 내려다 보는 계곡보다도 못했다.
정말 이름을 붙인 사람을 붙잡아다 때려주고 싶었다.
허탈한 마음에 정말 이 곳이 '세상의 끝' 맞아?
하고 다른 사람들을 기다렸다. 조금 있으니 가이드와 함께 다른 사람들이 왔는데 맞단다.

우리나라 산도 이름을 근사하게 붙여서 론릿에 빨리빨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아이템이 생각났는데 곧 정리해서 '한국관광공사'에 알려줄 생각이다.

씁쓸한 마음을 접고 영국의 탐험가인 베이커가 발견했다는 '베이커의 절벽'을 보고는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 작은 폭포를 발견했다고 이름을 붙이다니....

차라리 이름이나 짓지 말지......

또 하나 허접한 곳 마저 이야기해야겠다.

'아담스 피크'

2243m 산 정상의 바위에 발자국이 새겨져 있어서  지난 천년이 넘게 스리랑카 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불교인은 부처님 발자국이라고 하고 이슬람교도들은 에덴동산에서 속죄를 위해서 서 있던 아담의 발자국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단다.

힌두교도들은 시바신이 남긴 것이라고 주장하고...

역시나 무엇인가 확실히 다른게 있을 듯 한 막연한 생각에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2시에 일어나 산에 올랐다.
내가 뽑아간 자료에 실린 글을 보면
'아무리 냉소적인 불가지론자로 할지라도 환상의 무아지경에 빠지게 한다'는 일출을 보려고 말이다.

산 정상에는 일본과 스리랑카 합작으로 지은 사원이 있는데 아래에서 올려다 보아도 보일 정도로 규모가 컸다.

밤에 보는 산 정상까지는 가로등이 켜 있는게 이어져 보였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손정등과 마실물 간단한 간식 거리를 챙겨서 긴바지와 가을 잠바를 입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많은 현지 순례객들은 자정부터 내려오기 시작했는지 내려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올라가는 길.....

한마디로 고행길이었다.
지리산보다 높은 2240m 산을 정상까지 모두 계단으로 해 놓은 것이었다.
계단 하나하나의 높이도 만만치가 않고 일정하지 않아서 더욱 힘이 들었다.
나중에는 다리가 떨어지지 않아서 손으로 다리를 들어 올릴 정도로 힘이 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올라간 정상은 찬바람만 쌩쌩 불고....
보려고 했던 발자국은 사원처럼 꾸며 놓은 다음 천으로 덮어놓고 아예 보이지도 않게 하고는 그 위에 불상을 놓고 천위에 돈을 놓고 무조건 절을 하란다.

물론 사진을 찍을 수도 없다. 어리버리 그들이 하라는대로 돈 놓고 절하고 내려왔다.
아래쪽은 사람들이 일출을 기다리느라 웅크리고 앉아 있었고 정상을 중심으로 마치 군부대의 벙커처럼 사람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는데 현지인들이 바닥에 쓰러져서 많이 자고 있었다. 이 곳은 그나마 바람이 들지 않아서 해가 뜰 때 까지 앉아서 기다렸다.

드디어 일출 시간
누가 환상의 무아지경이라고 했는지.....

그냥 내려왔다. 우리 집에서 매일 아침 보는 일출보다 못했다.
(수많은 세월동안 스리랑카 사람들에게 희망봉과 같은 역할을 한 '아담스 피크' 비록 내가 보기에는 정말 실망 그 자체지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희망을 준다는 자체만으로도 오를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계단이 너무나 많길래 내려오면서는 하나하나 세면서 내려왔다.

4천5백 4십5개  오차범위는 +_ 50을 넘지 않는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다시피 하면서 맨땅까지 내려오니 그래도 걸음 걷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씻고 아침 먹고 바로 짐을 꾸린 다음 또 다른 목적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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