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여행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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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여행기 1

랑카맨 0 846
*스리랑카 여행기*
1.여행을 떠나며

배낭여행 4년차 인도,미얀마,태국,라오스,캄보디아,일본을 거쳐 남방불교국가의 마지막 순례지로 스리랑카를 택했다.

여기저기 알아본 가장 싼 할인 항공권은 일단 태국까지 가서 그 곳에서 스리랑카를 들어가는 거였다. 세금등을 모두 포함해서 성수기인데도 69만원정도 들었다. 물론 태국에서의 하루 경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비행기가 모두 밤12시를 전후해서 도착한다는 거였다.
버스도 끊긴 최악의 시간대인지라 아무리 알아보아도  낮에 도착하는 비행기는 없었다.

문득 미얀마여행할 때가 생각났다.
그 때도 밤12시 쯤 도착했다. 한국에서 떠날 때는 택시타고  시내들어가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미얀마에 도착했었는데 마침 한국에서 단체로 성지순례를 떠난 스님팀을 만나서 그 팀을 마중나온 여행사분 덕분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텔까지 무료로 가고 내가 가고자 했던 마하시 수행센터에 가는 정보까지 알게 되어 수월하게 들어갔었다.

그래서 일단 콜롬보에 밤늦게 도착해도 한국인 한 두명은 만나겠지라는 역시 막연한 생각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 스리랑카를 향해

한국에서 태국까지는 에바항공으로 가고 태국에서 스리랑카까지는 캐세이퍼시픽으로 갔다.
캐세이퍼시픽 - 소문대로 서비스 '짱'이었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활기차게 써빙하는 스튜어디스의 모습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주위를 둘러보니 의외로 스리랑카 현지인들이 많고 동양인도 상당히 있었는데 대부분 중국인들었다.
비행기 안에서도 한국인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게 콜롬보 공항에 도착했다.
생각외로 미얀마 공항이나 인도 뭄바이공항보다 깨끗하다는 느낌을 주는 아담한 공항이었따.

입국수속을 밟고 짐을 찾으면서도 눈과 귀는 한국사람과 한국말이 들리나 하는 쪽으로 열어 놓고 있었는데 걸리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배낭을 메고 나오는데 예외없이 달라붙는 호텔삐끼들, 택시삐끼들........
노련하게 무시하고 나가는데 조금 나가니 바로 길이 나왔다.

이대로 무작정 나갈 수는 없어서 다시 왔던길을 돌아서 공항안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하기를 몇 번 했을까, 시간을 흐르고.....

길까지 갔다가 다시 공항쪽으로 가는데 스쳐지나는 사람에게서 한국말이 들리는게 아닌가?
귀가 번쩍 뜨였다.

다시 발길을 돌려서 방금 스친 사람을 쫒아 나가면서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역시 한국말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급히 다가가
"혹시 한국분 아니세요?" 라고 물으니
"네 맞아요"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전후 사정을 말하니 그 한국인 분들은 한국에서 싱가폴을 거쳐 들어온 한국사람을 마중나온 길이란다.
그러면서 콜롬보로 들어가는데 지금가면 호텔밖에 들어갈 수가 없는데 비용이 100불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는 거였다.

배낭여행 하는 주제에 100불이면 최소한 1주일 생활비인데....
그래서 나는 게스트하우스를 원한다고 하니

나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생각하다가 지금 시간에 정 갈 곳이 없으면 자기 집에라도 같이 가자고 한다. 정말 너무 고마운 말이었지만 차라 그렇게 까지는 할 수 가 없었다.
그래서 가까운 네곰보로 가서 게스트하우스를 잡는다고 하니 한 참을 생각하더니 자기가 가져온 차로 네곰보까지 태워다 준단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네곰보와 콜롬보는 반대의 위치인데도 네곰보까지 바래다 주고 콜롬보까지 다시 돌아간다니 너무 고마웠다.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한다.

이렇게 그 분의 도움으로 네곰보까지 가는데 가는 도중에 이 것 저 것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한국에서 스리랑카 현지에서 한국인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온 터였지만 막상 이야기를 듣고 보니 생각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것 같았다.

그래도 나름대로 배낭여행 고수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별로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마치 그 분이 마중니온 한국에서 온 사람이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어쨌거나 네곰보의 한 호텔앞에서 내렸다.
'론릿플래닛'을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게스트하우스 근처였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40분.
일단 호텔로 들어가서 가격을 물어보았다. 아침 포함해서 45불까지 해준단다.
비싸서 묵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론릿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위치를 확인하고는 호텔을 나섰다.
가로등이 켜진 길을 걷는데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없는 개들이 어슬렁거리면서 주위를 맴돈다. 사실 개들이 물거나 하는 위험한 일은 생기지 않는데 문제는 개벼룩이다. 그래서 개를 피해서 가니 하 떼의 술취한 사람들이 '고니찌와' 하면서 말을 건다.
그냥 무시하고 가니 뒤에서 '재팬'이라고 또 소리친다.
이 '고니찌와' 와 '재팬'은 스리랑카를 여행하면서 하루 평균 10번 이상은 들었던 말이다. 동양인은 무조건 일본사람으로만 보나보다.

그렇게 걸어서 점찍었던 게스트하우스로 가니 불이 꺼져 있고 문도 잠겨 있었다. 그래서 골목을 조금 빠져 나가니 바로 해변이 나왔다.

바로 인도양이었다.
해변의 모래사장을 터벅터벅 걷다가 바닷가에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순간......
쏟아질 듯 찬란하게 빛나는 수많은 별빛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게 아닌가

한동안 넋을 잃고 하늘만 바라 보았다.
철썩이는 파도소리에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들......
참으로 아름다운 인도양 해변의 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빨리 숙소를 잡아서 쉬는  일.
다시 발걸음을 돌려서 불이 켜진 호텔로 갔다. 방을 보여주는데 욕실에서 냄새가 나는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허접한 방을 27불을 달란다.

차라리 해변에서 날을 샐 지언정 그 돈 주고 있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 옆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갔는데 역시 문이 잠겼다.

창살처럼 된 문인데 손을 넣고  빗장을 미니 문이 열렸다
무조건 마당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을 미니  문이 잠기지 않았나 스르르 열렸다. 칠흙같이 어두운 곳을 향해서 외쳤다.
"엘로우"
몇 번을 외치니 안에서 부스스 소리가 나더니  눈을  비비면서  사람이 나온다.
"두 유  해버 룸?"
들려오는 대답은
"풀"
자는 사람 깨워서 미안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내 코가 석자인데 어쩌겠나.
미적거리면서 계속 서 있으니 옆집으로 가보랜다. 아마 있을거라고...

다시 길로 나와서 옆집으로 가지 어라? 사람들이 청소하면서 있지를 않은가
반가운 마음에
"헬로우"
하고 부르니 사람이 나온다.
"두 유 해버 룸?" 하니 반갑게도
있단다.
보여주는 방을 보니 벽위로는 구멍이 숭숭 뚫려서 방에는 모기가 윙윙거리는 아주 허접한 방이었다. 가격은 5불
더 이상 가릴 형편이 아니어서 '오케이'하고 방을 잡았다.

지치고 힘든 육신을 간단히 씻고 모기장을 내리고 침대에 몸을 눕히니 모기장에서 먼지냄새가 무지 많이 났다.(이 먼지냄새의 주법이 바로 먼지 진드기이고 이 것으로 인해 여행내내 피부가려움증으로 고생했다)

어쨌거나 바로 골아 떨어졌다.

비몽사몽간에 아스라이 한국말이 들려 오는 듯 했다. 잠결이라  비몽삼몽 있는데 계속 들리는게 아닌가 눈을 떠보니 밖은 벌써 환해 있는데 분명 스피커를 들리는 것은 한국말이었다.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주님의 역사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 주신 어쩌고 저쩌고......"
 하는 교회 예배시간에 듣던 말이 아닌가?

순간 이거 불교국가인 스리랑카 맞아?
비록 불교국가이지만 다른 종교와 잘 융합하면서 아무 충돌없이 지낸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까지일 줄은 몰랐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만약 우리 나라에서 예배를 보면서 저렇게 스피커로 크게  밖에까지 들리게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 여행하면서 보니 사찰에서의 예불소리도 어찌나 쩌렁쩌렁 스피커를 통해서 새벽부터 울리던지....^^

이렇게 해서 스리랑카의 아침을 '아멘' 소리로 맞이하게 되었다.

(2004년 1월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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