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만난 사람2 – 태국인 무슬림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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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만난 사람2 – 태국인 무슬림 할머니

스따꽁 5 949
방콕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 긴 여정이다… 쉬지 않고 가더라도 이틀이다..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보기로 했다.
방콕에서 KL까지는 비싼 기차밖에 없다. 일단 핫야이까지만 갔다.
핫야이에서 KL까지  밤새 가는 기차는 침대차가 아니란다.
낭패다. 이틀동안 이동만 하는데, 누워서 잠자지도 못한다면… 힘들거다.
할수 없이 버스를 타야겠다.

핫야이역에 내릴때부터 따라다니던 삐끼에게.. 귀찮아서
 “내가 버스를 타게 되면 너를 따라갈게.” 라고 말한터라, 그 삐끼와 여행사로 갔다.
이럴줄 알았으면 기차에서 만난 싱가폴아저씨 따라 터미널로 갈걸..
여행자버스는 재미없는데…

KL까지 24석 vip버스가 550밧이란다.
보통.. 여행사에서 잘 깎지 않는데, 그날따라, 주인아저씨가 밉상이어서 500밧에 달라고 했다.
안된단다. 삐끼랑 썽태우운전수에게 50밧을 줘야한단다.
그래도 500밧에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선뜻 500밧에 주겠단다..
원하는 가격에 깎고 나서도 석연치가 않았다.
그렇게 쉽게 깎아주다니… 내가 바가지를 쓴건가…
삐끼를 따라가는 버릇은 좋지않다.

버스출발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밥을 먹고, 차마시러 들어간 가게는…
태국인 무슬림 할머니 두분이
빨래서비스도 하고, 간단한 차와 카오니여우정도를 파는
별로 가게같지 않은 집이었다..
테이블은 하나뿐이다. 밀크티를 마셨다.

둘러보니, 벽에 코란이 걸려있다. 무슬림이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역시, 말레이시아국경에 가까우니, 태국인 무슬림도 쉽게 만날수 있나보다.

할머니와 이런저런…. 현지인과 처음 만나면 의례하는 얘기들을 했다.
영어 반, 태국어 반…. 그러니.. 별다른 얘기를 할 수는 없다…
어디서 왔니, 태국에 언제 왔니, 어디 가는거니, 이쪽으로 다시 올꺼니… 등등
그리고, 작년에 빠이에서 친절한 무슬림을 만났었다는 얘기를 했다. 무슬림은 친절하다고 하니, 할머니가 아주 좋아한다..

손님이 한둘 더 왔는데, 내가 혼자 커다란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있어서 그런지, 몇몇 음식을 진열해 놓은곳에 앉는다.
그리고, 할머니는 기분좋게 그 손님들에게 나를 소개한다.
인사를 시켜준게 아니라, 설명을 하는거다.
“얘는 한국에서 왔는데, 태국말도 해. 말레이시아로 갈꺼래.. “
눈치로 알아들은 말이다..- -;;
그리고 그 태국 사람들은 내가 더듬거리는 몇몇 태국어 단어를 들으며, 좋아한다…

할머니가 카오니여우(카오니여우가 아니라… 카오남이라고 했던가… 할머니가 가르쳐줬는데 까먹었다. 여튼 코코넛 넣어만든 맛있는 찹쌀밥) 하나를 주면서, 선물이란다. 맛있다고 먹어보란다.
뻔뻔스럽게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맛나게 먹었다.

뭔가 답례할 것을 찾아 가방을 뒤졌으나,아무것도 없다.
급하게 짐을 싸는 바람에, 시계도 잊고,
친절한 현지인들에게 답례용으로 챙겨다니던 1회용 인삼차도 이번에는 가져오지 못했다.
오리엔트 타이에서 안먹고 챙긴, 과일푸딩이 보인다.
유통기한이 지나지는 않았으리라.. - -;; 꺼내서 할머니에게 드렸다.
할머니가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번 하고, 한국꺼냐고 묻는다.
아… 다시한번 인삼차를 챙기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태국꺼라고 대답했다.
그래도 할머니는 웃으면서 고맙단다..

버스시간이 다 되어 일어서니, 할머니가 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오란다.
핫야이역에서 삐끼따라 썽태우를 타고, 여행사에 갔다가, 그곳에서 이리저리 걸어서 밥을 먹고, 또 그곳에서 이리저리 걸어간 집이다…
여기가 어딘지 몰라 못올지도 모른다고 하니, 할머니가 열심히 설명을 해주신다…
쌩짠거리만 찾으면 된단다. 내 가이드북에는 쌩짠거리가 없다.
지도를 보여주면서 어딘지 가르쳐 달랬지만, 할머니는 눈이 어두워서 지도를 못본다. 손님들에게 물어봐도.. 지도를 제대로 못보는듯 모르겠다고 고개를 젓는다.
할머니는 집 밖으로 나를 데리고 나가더니, 바로 옆에 높은 빌딩을 가리키며, 리커넨파사호텔이란다. 저 호텔을 찾으란다.

호텔이름과 쌩짠거리를 적어놓고, 얼마냐고 물었지만…
할머니는 꼭 다시 오라며, 차값도 받지 않았다.

가이드북에 없는, 여행자들의 베스트 코스가 아닌 곳에서는 쉽게 오리지날 현지인들을 만날수 있다. 가이드북은.. 구급상자… 위험에 처했을 때, 오갈곳 모를 때 아주 요긴하다..
하지만, 여행은.. 가이드북을 벗어난, 별볼일 없는 곳이 재미있다.


열흘정도 후에… 다시 핫야이로 왔다..
방콕으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한 후, 할머니네 찻집으로 갔다.
할머니는 나를 알아보고는 반갑게 맞아주었다. 더워서 헥헥거리는 내게, 선풍기를 틀어주고, 시원한 밀크티를 만들어주신다..
말레이시아는 어땠니? 어디 갔었니? 좋았니? 더운데 쉬어라… 

뭐랄까… 외할머니네 간 듯한 기분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무슬림인 할머니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사려고 했으나..
적당한 것을 찾지 못하고, 카메론하이랜드에서 말린딸기를 한통 샀다..
할머니에게 드렸다..
할머니는 손님들과 다른 할머니에게도 모두 권하고, 하나를 맛보더니 아주 맛있다고, 내게도 먹으란다.
솔직히 난 그 말린딸기가 맛이 없었다.
우리나라 딸기가 당연히 훨씬 맛있다.
한국에 가면 딸기 많다고.. 태국에는 딸기 없으니까 할머니 먹으라고 그랬더니,
치앙마이에 있단다.

할머니는 카오니여우와 쿠키, 빵등을 자꾸 권한다.
배는 고팠지만, 단것을 먹을 입맛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차값은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가방을 할머니에게 맡겨놓고는.. 은행에 들렀다가, 밥을 먹고 왔다.
또 얼음물을 얻어마시고.. (할머니는 연신 얼음과 물을 채워주셨다)
일찌감치 일어서려고 했더니.. 기차시간 멀었다고, 더운데 샤워하고 가란다.
샤워는… 불편해서 거절하고… 인사하고 나섰다.

지금와서 드는 생각은…. 그때 쿠키하나라도 먹을걸.. 하는 후회다…
내가 음식을 거절했을 때… 할머니의 표정이 자꾸 생각난다.
5 Comments
싸바이 2004.03.09 10:35  
  음..
담엔 저도 사람들 이야기를 함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님의 글을 보고 기억을 더듬어봐도 뚜렷한게 하나도 없으니......
사람 이야기가 참 조습니다..
조은 하루 되세요
한마디 2004.03.09 13:14  
  음식을 거절했을때 할머니의 표정이 .....기...뻐 하시던가..여..--::
sk 2004.03.09 16:05  
  무슬림에게서는 사람냄새가 납니다. 그때 억지로 라도 하나를 먹었다면 아마도 계속 먹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을겁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무슬림들에게서 사람사는 방법을 배울게  많았다고 기억하는 놈이 ^^
레아공주 2004.03.09 18:24  
  음..언니.. 무슬림들은...무슨일이생기건안생기건 일단사람오면 먹을것을 챙겨주고 ...그리고 그걸 쪼끔이라도 머거야하드라궁....이건 한달동안 무슬림속에서 산경험담이라우.....근데 그 할머니는 설탕많이 안넣어서줬징?
파자마아줌마 2004.03.12 02:56  
  무슬림에대해선 아는게 없지만...왠지 정겹네요...정이란게느껴져요..스따꽁님글속에 무슬림할머님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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