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만난 사람1 – 한국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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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만난 사람1 – 한국 스님들

스따꽁 9 1183
그 유명한 3만원짜리 오리엔트 타이를 탔다.
아침 10시30분 출발이라 새벽부터 서둘렀다.
더운나라 갈거라서, 여름옷에 얇은 스웨터만 하나 더 입고, 샌들 신었다.
공항에 가니, 오후 5시로 연기되었단다. 그리고는 호텔을 준비했으니, 푹 쉬라고 한다.
워낙 소문이 무성하던 오리엔트 타이라.. 그러려니 했다.
단지, 밖으로 나갈 때 얼어죽을 뻔했다.

영종도 신도시에 있는.. 러브호텔 같았다.. 방안에 욕조가 들어앉아 있는 건 첨본다.
호텔에서 밥집쿠폰을 주길래 밥도 먹고, 오픈된 욕조에서 목욕도 하고, TV도 보고, 잠을 자려고 청했으나…
잠이 올리가 없자나! 따뜻한 태국이 기다리고 있는데…

공항으로 출발할 시간이 된거 같아서 호텔로비로 내려갔다.
밤11시로 또 연기되었단다. 다른 방의 사람들은 끼리끼리 다니는데… 난…
심심했다. 로비에 앉아서 두리번거렸다..
오리엔트 타이 직원이 등장했다. 제일 먼저 눈이 마주친 내게, 미안하다면서 1인당 50$의 보상금이 지급될 거라는 얘기를 한다. 돈 벌었다. 
5살가량의 아이를 동반한 부부는 인터넷과 전화를 붙들고, 여기저기 문의하고 있었다..
그들은 패키지였다…. 3박5일 패키지라면…. 12시간은 타격이 크다…
패키지를 판 여행사에서도 어떤식으로든 보상을 해주지 않겠냐고, 나도 확신할수 없는 말로 위로를 해주었다.

추위를 뚫고 과자도 사다먹고, 로비의 컴퓨터로 인터넷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캄보디아를 좋아하는 한 아저씨와 쿠폰으로 같이 저녁을 먹었다.
내 옷차림을 본 아저씨는 자기는 춥지 않다면서 윗옷을 빌려주었다.. 고맙게도…

로비에서 얼쩡거리다가, 스님 한분과 눈이 마주쳤다. 서로 머쓱하게 눈인사를 나눴다.
스님은 “아까 뵌분 같아서요..” 라며 애써 어색함을 감췄다.
그렇게 스님일행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이것도 다 인연인데, 저희방에 올라가서 차나 한잔 마시죠..”
캄보디아를 좋아하는 아저씨와 나는 스님들 방으로 초대되어 갔다.
4~5분에게 할당된 방이라 훌륭해 보였다. 스위트룸이란다.

종이컵에 커피믹스정도를 예상했던 나는, 완벽한 다기세트를 꺼내 맛있는 차를 만들어주어 좀 놀랐다. 여행을 하면서 다기세트를 챙겨 다니다니…
“차를 좋아해서요..” 라면서 연신 빈잔을 채운다.
차맛은 잘 모르지만… 정말 맛있었다. 배부를때까지 마셨다.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시간도 흘러서..
드디어 러브호텔의 사람들은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자연스레 인연이 되어, 캄보디아를 좋아하는 아저씨와 나는 스님들과 같이 다녔다.
스님들은 대부분 태국이 처음이었는데, 내게
“말레이시아 가지 말고, 우리 가이드해주면서 태국여행해요..”
“제가 태국에 있는동안은 그럴수도 있지만, 제가 가는 곳은 재미 없을꺼에요.. ”
태국에 처음 가는 사람과 여러 번 가본 사람이 모두 재미있는.. 그런 곳이 있을까..

한 스님은… 털신발을 신고 있었다.. 내 발에 땀띠가 날 것 같았다.
“태국은 여름인데.. 저 신발….. - -;;”  “아.. 태국가면 신발 살거에요..^^”

“스님들은 짐이 아주 적네요”
“제 보따리안에는 양말만 10켤레 들었어요. 무좀이 심해서….”

어디를 여행할지도 모르고, 대체 뭘 들고 여행을 가는지도 모르겠고(한명 보따리는 다기세트, 한명 보따리는 양말뿐이라니..) 그런데도 아무걱정없이 유쾌하게 여행길에 오른 스님들이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면세점도 문을 닫았고,
스님한분의 맥가이버칼과 내 여유분 건전지를 따로 부쳐줄 직원도 퇴근했다.
스님은 내 건전지까지 맡아서는.. 이마에 땀이 베도록 공항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결국… 버리고 왔다…ㅠ.ㅜ

게이트앞에서 TV를 보는데 뉴스에 우리 비행기가 나온다.
치앙마이에서는 난리가 난 모양이다.
우리는….” 와~ 우리비행기가 TV에 나왔어~” 라면서 어린애마냥 신기해했다..

비행기는 12시도 훨씬 넘어 출발했다.
활주로에서 너무 오래 대기하는 것 같아 또 기체결함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비행기는 반이상이 비어있었다.. 몇몇 패키지팀은 다른 비행기를 타고 갔다고 한다.
캄보디아 아저씨는 어찌어찌 비즈니스석으로 가고, 나는 스님들과 같이 앉았다.
한사람이 2좌석씩 넉넉히 앉았다.

비행기안에 파리가 날아다니고, 승무원들은 수다떨기 바쁘고, 담요,쿠션도 안주지만,
난 불만없다. 3만원에 방콕까지 실어준다는데, 바퀴벌레가 나오더라도 괜찮다..
단지.. 비행기가 떨어지지만 않기를 바랬다..

기내식이 나왔는데,
디저트인 치즈케익을 맛나게 먹는걸 본 옆자리의 스님이 자기것을 내게 준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거라면서..
난 스님들의 식사하는 모습이 보기좋다. 아주 맛있게, 깨끗이 드신다.
음식을 만든 사람도, 곡식을 가꾼 사람도, 스님들의 식사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아직 다 먹지 않은 것도 있는데, 승무원이 말도 없이 내 식판을 치워버렸다.
먹을만큼 먹은터라.. 그냥 내버려뒀는데,
치즈케익을 준 스님이….
”나는 모닝빵 좋아하는데….”
내 몫의 모닝빵이 그대로 음식쓰레기가 되어버린거다..
승무원은 이미 저만치 딴사람의 식판을 치우러 가버렸다…
아까웠다.. 분명 누구보다도 감사한 마음으로 맛나게 드셨을 텐데…
밥을 먹으면서, 스님들의 식사습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던 터라, 마음이 안좋았다.

새벽 3시 30분경에 돈무앙에 무사히! 도착했다.
짐이 없는 캄보디아 아저씨와 나는 먼저 공항밖으로 나와 스님들을 기다렸다.
새벽이라 그런가… 항상 내게
“여기는 방콕이야!!” 라고 외치듯 반겨주던, 온몸을 덮치는 후끈한 열기가 없다..
어라.. 춥다…
캄보디아 아저씨가 같이 택시를 타고 가겠냐고 제안했지만….
이 새벽에 카오산에 간들 할일도 없을 것 같아, 그냥 시내버스타고 천천히 가겠다고 했다…
 아… 이 시간에 뭘 한단 말인가..
버스타고 가다가.. 새벽시장이 보이면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스님들은 이곳 절에 전해줄 책들을 찾아서 나왔다.
스님들을 기다리는 분들이 있었다. 방콕의 한국절..
스님들은 이 새벽에 오갈곳 없는 불쌍한 중생 둘을 같이 데려가도 되겠냐고 물어보고는,
같이 가서 눈이라도 붙이고 가란다. 고마울 따름이다.

마중나온 차 두대에 나눠타고는 새벽을 달렸다.
어딘지도 모를 곳에… 아파트의 한집을 빌려 절로 사용하는듯했다.
능인선원…
마중나왔던 스님은 냉장고에서 각종 열대과일들을 꺼내놓았다.
태국에서의 첫 음식. 한조각씩 얻어먹고는,
법당의 귀퉁이에서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이미 날이 밝았고, 스님들은 태국 첫날에 마음부풀어 있는듯 했다.
캄보디아 아저씨는 환전을 못해, 은행문이 열리면 가겠다고 하고,
나는 바로 카오산으로 가겠다고 인사를 드렸다.

능인선원의 스님이
“보살님께 선물을 하나 드리지요..” 하면서….
아주 커다란… 목에 거는 듯한 염주를 꺼내주신다.. 헉…
“제가 지금.. 여행 시작이라… 그걸 어떻게 들고 다녀요… ㅠ.ㅜ”
팔에 칭칭 감으면서 “이렇게 차고 다니면 되지요” 그러면서 웃으신다..
“아… 너무 커요… 작은걸로 주세요..”
“그럼.. 이건 괜찮아요? 향나무로 만든거라 냄새도 좋아요”
하시면서 팔찌염주를 주신다.
잠도 재워주고, 이렇게 선물까지… 여행첫날부터 운이 좋다.

스님들을 가이드해주시기로 되어있는…. 스쿰윗에서 불교용품점을 하는 아저씨가
나가는 길이니까 같이 가자고 한다. 스쿰윗까지 택시를 얻어탔다.

아주 지루하고, 무료했을 법한 시간들을.. 스님들과 함께해서 재미있었다..
주황색이 아닌 회색의 승복을 입은 스님들을…. 태국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9 Comments
한마디 2004.03.06 17:18  
  오~ 럭셔리 엔 섹시~~
2004.03.06 19:48  
  드디어 꽁님의 "여행에서 만나 사람" 시리즈가 시작되는군요...기대됩니다....... 윗글 읽으면서..사진하나 올린거라면 당연 그 스님과 캄보디아 아저씨와 같이 찍은 사진일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2004.03.06 19:56  
  아 스따꽁님도 그 뱅기 타셨어요?
저도 탔었는데 못 만나서 아쉽네요.
그 스님들도 봤었는데
50달러 손에 들고 입이 찢어지게 웃던
여자한명을 보셨다면 그게 저랍니다. ㅋㅋㅋ
기분이 그래서 보이는 사람마다 유심히 쳐다 봤었는데
이 사람 태사랑에서 보던 그 사람이 아닐까? 하면서요
^^ 여행 잘하세요.~

주변인 2004.03.07 00:16  
  아 오십달러면 면세점에서 양주가 두병인데...
난 그런보상 못 받나
허걱 2004.03.07 00:25  
  30만원의 오타 3만원?? 정말 3만원?
2004.03.07 01:20  
  9만원짜리 편도 오리엔탈타이였는데 늦게 출발한다고 50불씩 돌려줘서 결국 3만원 내고 간 셈이 되었다는 야그입니다.
아부지 2004.03.07 15:21  
  잠깐...저 욕실 왜 문이 안보여여? 졉혀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예 없는듯...욕조가 아니구..다른건가? 뭐..뭐지...[[고양땀]][[고양땀]][[고양땀]][[뜨아]]
ㅎㅎ 2004.03.07 15:23  
  글 읽어 보시면 방안에 욕조가 있는 곳은 첨이라고 적혀있잖아요......특이한(?) 구조인듯..
주변인 2004.03.07 23:34  
  욕조에서 침대로 직행[[고양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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