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만난 사람4 – 중국사람들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여행에서 만난 사람4 – 중국사람들

스따꽁 5 1097
나는 중국사람들이 싫다.
오래전 베이징에서 만났던, 뻔뻔스러운 사기꾼과 돈에 미친듯한 장사꾼들, 일본인은 인정하면서 한국인은 내리보던 거만한 중국인들…
내가 만난 몇몇 중국인이 모든 중국인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만났던 중국인들의 기억은….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갖게 했다.

여튼…. 나는 말레이시아에 갔고, 그곳에는…가난이 싫어 이민왔다는 중국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가난이 싫어서 왔기 때문인지, 비단장사 왕서방의 재주때문인지,
중국인들은 그 어느 민족보다도 잘 사는 것 같았다.
말레이시아에서 중국인의 비율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번듯한 가게를 하거나, 깔끔하게 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중국인이 많았다.
내가 본 거지 중에 중국인은 없었다.                                 

내가 싫어한다고 해서, 중국인들이 나쁜 건 아니다. 나쁘지 않다고 해서 좋아지지도 않는다. 이건 말장난이다.
특정민족에 편견을 갖고 있는데 대한 변명꺼리를 만들고 싶은 것 뿐이다.

어쨌든, 나는 이번 여행에서 중국인을 만났다. 많이 만났다.
중국인에 대한 나의 편견을 다시 한번 다져주는 중국인들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친절하고, 마음씨 고운 중국인들 이야기다…


말라카에서… 리나와 현지인들에 대한 얘기를 했었다.
리나 -“태국에서는 사람들이 뚫어져라 쳐다보지 않았는데, 말레이시아는 사람들이 많이 쳐다보는 것 같애”
꽁 - “인도사람들이 그러지. 인도사람들은 어딜 가더라도 뚫어져라 쳐다봐. ”
리나 - “응. 근데, 내 생각에는 무슬림남자들이 많이 쳐다보는 것 같아. 무슬림여자들은 머리부터 다 가리고 다니니까, 우리를 그렇게 쳐다보는거 아닐까? 기분나뻐”
꽁 - “그런 이유도 있겠지.”
리나와 나의 복장은 긴바지에 반팔티셔츠였다. 낮에는 모자도 쓰고 다녔다. 그렇게 주의를 끄는 복장은 아니었다. 여행자인것 만으로도 주의를 끌기는 하지만..
꽁 – “근데, 정말 이상한거는…중국사람들이 쳐다보는거야. 태국의 중국사람들은 그렇게 안쳐다봤는데, 말레이시아는 지나가는 중국사람마다 쳐다봐. 중국사람은 무슬림도 아닌데..”
리나 – “중국사람들은 안쳐다봐. ”
꽁 – “아냐. 난 중국사람들이 더 많이 쳐다봐. 왜그러지? 왜 넌 안쳐다보고 나만 쳐다봐?”
리나 – “너는 중국사람처럼 생겼는데 차림새는 중국사람같지 않으니까, 중국사람일까 아닐까 궁금해서 그런 거 아냐?”

나는 중국사람들이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기분이 상해있었다.
중국인들은 눈이 마주치더라도 웃어주지도 않는다.
마주보며 걸어가다가 지나치면, 뒤로 고개를 돌리면서까지 쳐다본다. 기분 나쁘다.
리나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중국인들은 항상 내게 중국말을 했으니까…

말라카의 세인트폴교회 언덕에서 해뜨는 걸 보려고, 새벽에 갔다.
서해안 바다에서 해뜨는 걸 기다리는 바보가 또 있을까.
해는 보지 못했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에, 아직 해가 제구실을 못할 때여서 상쾌했다.
오로지 중국인들만이.. 언덕 곳곳에서 몇 십 명씩, 몇 명씩 무리를 지어, 각종 운동을 하고 있었다. 관광객이 오는 낮시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다.

언덕위에서 쉬고 있는데, 또 중국인들이 쳐다본다. 자기들끼리는 안쳐다본다. 나만 쳐다본다.
그러다 한명이 말을 걸었다. 중국말로…
“아… 난 중국사람 아니에요. 중국말 몰라요”
“그래? 그럼 타이완?” 이건 또 왠 뚱딴지.. 타이완사람은 중국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아니. 한국”

언덕위에는 주로 나이 지긋한 중국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내가 한마디 할때마다, 중국말로 자기들끼리 떠들었다.
내가 걸터앉은 동상주변에, 너댓명은 같이 앉고, 대여섯명은 서있었다.
왔다갔다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 당황스러운 상황은….
그들은 내게 궁금한게 많았나보다.
말레이시아에서 만났던 중국인들이 내게 가졌던 궁금증을 지금 이 사람들이 모두 풀어주려는 듯 했다.
그래.. 나도 궁금하다..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너 혼자야? 친구 어딨어?”
“혼자 다녀요”
“저런.. 다음에 올때는 그룹으로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와. 안전하게”
“패키지는 재미 없어요. 내가 가고싶은데 못가니까.”
“그건 그렇지.. 그러면 친구들이랑 같이 와. 혼자 다니면 위험해”
“그래요?”
“너 돈은 어디있어? 그 가방에 있지?”
힙쌕을 등쪽으로 하고 다녔다. 복대같은걸 안하고 다니는지 어떻게 알았을까..
“네…”
“아이구. 큰일나.. 어서 돈 꺼내서 몸속에다 넣어. 혼자 다니는데, 나쁜넘이 가방 휙 훔쳐가면 끝이야. 돈없으면 어떡할꺼야. 친구도 없는데”
“괜찮아요”
“안괜찮아. 나쁜넘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레이시아는 위험해. 아이구. 돈은 몸속에다 숨겨서 다녀야돼. 그리고 혼자 다니면 안돼. 꼭 친구 만들어, 알았지?”

난리가 났다. 내 주위의 중국인들은 더 시끄러워졌고, 한마디씩 했다.
나를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애처럼 생각하는 듯 했다.
주위의 중국인들 나잇대를 보면 내가 자식뻘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 아저씨는, 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는 항구를 가리키며, 저기서 배를 타면 인도네시아에 갈수 있단다.
“인도네시아에는 가지 마. 가면 큰일나.”
“왜요?”
“내 친구가 인도네시아 놀러 갔었는데, 나쁜넘이 총들고는 돈 내놓라 그래서 다 뺐겼어. 죽을뻔했어. 거기는 나쁜넘들이 총들고 다녀. 절대로 가지마. 알았지?”
“아.. 저는 태국으로 갈꺼에요”
“태국? 흠… 태국은 괜찮아. 안전해. 싱가폴도 가도 돼. 하지만, 넌 친구도 없으니까. 조심해야돼”

장사꾼이 아니라서 그런가, 새벽에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라 그런가,
한명씩 다 말을 걸고는..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니하오, 쎼쎼, 라고 해줬더니, 잘한다면서 좋아한다.

언덕에서 내려오는데, 조깅하던 중국인아줌마가 또 말을 건다.
나는 이 아줌마에게.. 언덕을 내려오는 내내, 걷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잔소리를 들어야했다.
“중국말 못해요.. - -;; 한국사람이에요”
아줌마가 멈춰서서는 아래위로 훑어본다. 그러더니 하는말..
“너 혼자 다니지? ”
“네. --;;”
“내가 딱 봐도 알겠다. 내가 너만한 딸이 있어서 하는 말인데…. 혼자 다니면 위험해. 난 말라카에 살지만, 6시 이후에는 절대로 혼자 안나가. 예전에는 말라카도 안전했지만, 요즘은 위험해. 어디 구경갈때도, 다른 사람들이 있는데만 들어가고, 다른 사람들이 나가려고 하면 너가 먼저 나와야돼. 아무도 없는데는.. 나쁜넘이 잡아가서.. 뭔지 알지? ”
아줌마는 영어를 잘 못해서 많은 얘기를 못해준다고 아쉬워하면서, 쉬지않고 얘기를 했다.

“넌 혼자니까 사람 없는 곳에는 절대 가면 안돼. 잡혀가. 돈도 몸속에 넣고 다녀. 근데 넌 친구도 없니?”
“아… 숙소에 한명 있어요” 중국인들은… 내가 친구하나 없는 불쌍한 인간으로 보이나보다. 그냥 리나를 팔았다.
“3~4명이 같이 다녀야돼. 누가 착한사람인지 나쁜사람인지 알아? 항상 조심해”
“네….”
아줌마는 언덕을 다 내려와서도 내가 걱정이 되는지, 가던길을 멈추고는 뒤돌아서서 조심하라고 몇번을 얘기했다.
울엄마보다도 더 심한 잔소리였다.

중국인들이 내게 궁금한게 이거였을까? 친구도 없이 위험하게 혼자 다니는거..
그래서… 걱정이 되어서, 조심하라고 얘기해주고 싶었을까?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그렇게 위험해보이지 않았다. 한국도 밤에 아무도 없는곳에 여자혼자다니면 위험하다고 하는것처럼, 이곳의 아줌마, 아저씨들도 그런 잔소리가 아니었을까…

나는.. 중국인들이 나를 걱정해서 잔소리를 해줄때마다, 일기장에 “짱꼴라 +10점” 이라고 썼다. 100점이 되면, 중국사람도 좋아하기로 다짐했다.

이른 아침, KL의 차이나타운에서.. 죽집에 갔었다.
먼저 앉아있던 중국인남자와 합석했다.
내가 혼자 여행을 다닌다고…
처음에는 잔소리라도 할것처럼 곰곰히 생각하는듯 하더니,
용감하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용감할 것까지야.. - -;;

남자는 거의 다 먹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죽이 너무 많아서 남길 것 같았다. 괜히 계면쩍어서…
“내 그릇이 너꺼보다 훨씬 커. 내꺼가 더 비싼거 아냐?”
“아냐. 안 많아. 똑같은거야.”
남자는.. 다 먹고 일어서면서, 내게 명함을 주었다.
“말레이시아에 있는동안, 문제가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해.”

나는.. 계속 죽이 많다고 투덜댔다.
원래 죽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다 먹지도 못할꺼면서 왜 죽을 먹으러갔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남자는.. 다 먹고, 계산을 하면서 내게…
“내가 너것도 같이 계산했어.. 천천히 먹고가. 먹기 싫으면 남겨도 돼.”
“아..앗!”
“비싸지 않은거니까 괜찮아. 난 회사가야 돼. 안녕.”
“아… 고마워”

그렇게… 중국인에게… 얻어먹었다…
중국인에게 얻어먹은건.. 내게 의미가 크다…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것 같은 중국인에게…바가지썼던 것들이 다 용서가 될것같았다.

페낭에서 핫야이로 가는 여행자미니버스에.. 중국인 3명이 같이 탔다.
국경가까운 곳의 휴게소에서.. 운전기사가 “passport!!”라고 외쳤다…
덜떨어진 여행자들은 여권을 그에게 주었다.
옆자리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모른단다..
타자로 깔끔하게 출입국신고서를 작성해왔다. 그러고는 2링깃이란다.
당했다. 비자가 없으니 별걸 다 가지고 돈을 벌어먹는다.

휴게소에서 중국인들과 통성명(통국적인가?)을 하게 되었다.
역시나, 혼자 여행한다고.. 한 소리 한다.
중국인들은 태국에 놀러간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사바라는 곳에 사는데, 한국인이 많이 산단다. 다음에 꼭 놀러오란다…

중국인중 한명이 자기들 것을 모으면서, 내게도 2링깃을 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내것까지 4명분을 운전기사에게 주었다.
자기들 옆자리에 앉은 서양남자의 것은 걷지 않았다. 
이 행동의 의미는…
나를 일행으로 취급해줬다는 거다.
같은 동양인이기때문인지, 친구 하나 없는 불쌍한 여행자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핫야이에 도착했다…
미니버스에서 내려 각자 갈길로 가면 된다.
중국인들은 내게.. 호텔은 정했는지, 내가 지금 갈곳이 어딘지나 아는지… 걱정스레 묻는다.
두번째라 길을 안다고, 기차역으로 갈꺼라고 얘기해줬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가 믿음직스럽지 못했나보다.
그중 한명이 내게 명함을 준다.. 핫야이에 있는동안,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하란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안녕하고 돌아서는데…
“너 정말 친구 없어도 괜찮아? 필요하면 우리랑 같이 가도 돼”
라고 말한다.
중국인들은… 혼자 다니면 큰일 나는줄 아는걸까?

그들이야말로… 핫야이가 처음인지,
예약해놓은 호텔이 어딘지 몰라 지도를 들고, 사람들에게 묻고 있었다.

나는 기차타고 방콕으로 갈거니까 괜찮다고, 웃어줬다.
그들은, 웃지 않고, 끝까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헤어졌다.

여행이 끝날무렵에는 거의 100점에 가까웠지만….
“짱꼴라 –10점”도 비슷한 점수를 얻었다.….
나는 아직 중국사람을 싫어한다. 하지만…
내게 친절을 베풀고, 걱정해주던 마음착한 중국인들은 잊지 않을거다.
5 Comments
주변인 2004.03.13 09:46  
  중국이 우리나라를 중국식민지로 보는 역사관도 있겠지만 박통의 화교정책을 알고나면 저라도 한국이 싫어지겠더군요-_-;;
싸바이 2004.03.13 11:00  
  짱꼴라... 아주 심한 욕이지요...
짱께이... 기냥 조은 말이지요...
짱꼴라 ... 이말 가들 앞에서는 안쓰심이..
스따꽁 2004.03.13 11:43  
  아.. 물론 사람들 앞에서 그 말을 쓰지는 않아요..  욕인지는 몰랐네요.. 별명같은거라고 생각했어요. 쇼콜라, 니꼴라 그런단어랑 어감이 비슷해서, 짱께보다는 듣기 좋았는데...
태국에서.. 우리나라 개들은 "멍멍"하고 말한다고 했더니, 태국사람이 놀라면서, 절대 사람들있는데서 "멍멍" 하지 말라더군요. 뺨맞는다고... 심한 욕이라면서...
모르고 무심코 하는 말들이, 상처를 주기도 하고, 뺨을 맞기도 하는군요..
조심하겠슴다.
한마디 2004.03.13 15:06  
  예전 홍콩 여행에서(홍콩이 반환되기 훨씬이전입니다) 미국 유학중인 대만 학생을 만난적이 있었습니다 걔가 방학이면 저도  대만으로가서 같이 지내곤 했었습니다  제가 만난 대만 사람들중 많은 사람들은 한국 사람도 중국 사람과 마찬가지다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오랜 옛날 중국에서 건너간 중국사람이라는거져..하긴 저희 족보에도 시조께서 중국에서 건너와 한국에 자리 잡은걸로 되어있습니다....--::::::::
memo 2004.03.24 15:31  
  제 친구가 중국계말레이시아인인데요...친구어머니 생각이 나네요..^^ 항상 조심해라..친절한 인디아 사람은 일단 경계를해야돼..그렇게 접근해서 약먹이고 돈 뺏아가는 경우가 많아..서양사람들이 많은 숙소는 가지말고 동양인들이 묵는 숙소에가..거기가 더좋아..라면서 밤마다 저를 붙들고 일장연설을..^^;;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