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태국 직통 코스 - 화물선 타고 메콩강 800리 뱃길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중국-태국 직통 코스 - 화물선 타고 메콩강 800리 뱃길

타이타이 1 910
2개월여의 운남여행을 마치고 귀국할 때 쯤, 다시 징홍으로 돌아 와  거의 매일 징홍항을 바라보며 배가 들어왔는지 확인했으나, 춘절직후라 그런지 좀처럼 배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2월 9일 드디어 배 한척이 눈에 띠어 항구에 나가 보니, 지금 당장 출항한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바람에 타지 못했다...

 그때 옆에 있던 이민국관리가 관루이(關累)에 가면 태국쪽으로 가는 배가 많으니 그쪽에 가서 타라고 조언을 해 준다. “맞아... 맞아...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태국에서 올라올 때 관루이에 정박해 있던 수십척의 배가 기억이 났다. 많은 배가 태국에서 관루이까지만 화물을 나르고, 관루이부터는 육로로 수송을 하는 것이다... 역시 머리가 나쁘면 팔다리가 고생하는 법이다...

징홍항에는 앞으로 징홍-치앙센을 운행할 쾌속정 2척이 행정적인 허가절차를 기다리며 정박해 있었는데 4-5월경에는 운행을 개시할 것이라고 한다.

2월10일 아침 7시30분, 징홍 뚜안투짠(短途站)에서 관루이로 출발...34.50위엔...간란바(橄欖 珼-흙토변), 멍론(勐溣), 멍성(勐醒), 망거수(芒果樹)를 거쳐 오후 1시 관루이 도착...망거수부터는 공포의 비포장 황토길이 시작된다...

 버스안에서 같은 코스로 가는 오레곤주에서 왔다는 30대 미국인부부를 만났다. 배삯을 얼마나 예상하고 있냐고 물으니까 250-300위엔을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항구로 내려가 보니 약 10여척의 배가 정박해 있고, 나는 그 중 오후3시에 출항한다는 배에 다가가 가격을 물었다...
 
“ 우리 일행이 3명인데 칭셩(淸盛=치앙센) 까지 얼마...?”
“ 한사람당 300위엔씩 900위엔...”
“ 징홍부터 탄다면 300위엔이겠지만, 여기는 중간지점이니까 200위엔씩해서 
  600위엔에 합시다...”
“ 800위엔...” “자이지엔”
다른 배와 흥정하기 위해 뒤로 돌아 몇 발자국 걸어가는데, 뒤에서 큰 소리가 들린다. “700위엔”...

나는 동행한 미국인부부에게 출항은 3시, 가격은 일인당 250위엔이라고 하니 “Perfect...Perfect... " 하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나는 200위엔...

이 미국인 부부는 중국어는 1부터 10까지의 숫자만 셀 줄 알뿐, 한마디도 할줄 모른다...태국으로 가는 배안에서도 태국어 능, 썽, 쌈...등 1부터 10까지의 숫자 외우기에 여념이 없다...

이민국사무소에 가니 두달 전에 입국스탬프를 찍어 주었던 여직원이 “워칸지엔니”하며 출국스탬프를 찍어 준다...입국할 때는 짐 검사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세관직원 두사람이 배위에 올라 와 짐 검사를 한다...꽤 형식적으로...

오후 3시30분 출발... 이 배는 여행자들을 많이 태워 봤는지 음료수, 사탕수수, 호박씨등 간식거리도 자주 제공한다...
태국쪽에서 올라 올 때와는 달리 물살을 따라 내려가기 때문에 배의 속도는 엄청 빠르다...선실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다...
시속 약 30km...

주위의 신선한 경치는 변함이 없다...라오스와 미얀마의 울창한 밀림...좁은 강폭과 주위의 바위들...강가의 사람들...모래사장...따끈따끈한 햇볕...산들바람...미국인부부에게, 태국에서 올 때는 4박5일이 걸렸다고 하니, 이 좋은 경치를 5일동안이나 봤냐면서 샘이 난다고 한마디한다...
거의 날라가는 듯한 순조로운 항해 후, 저녁 8시 난루이허커우(南累河口, 미얀마쪽 항구, 징홍에서 134km 지점)에서 정박...

이튿날 7시40분 출발...
9시40분 반샹거(班相果, 라오스쪽 항구, 치앙센에서 120km 지점) 도착...여기서 강가에 좌초해 있던 다른 배에 쇠줄을 걸어 밖으로 끌어 내는데 한시간이상이나 걸렸다...우습게도 조금후에는 우리배가 강 한가운데에 좌초가 되어, 한시간 이상이나 다른 배가 오길 기다렸다가 겨우 빠져 나왔다...당시 그 곳의 수심은 90cm...

징홍-치앙센간을 운행하는 도중,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이런 꼴을 당한다...나는 선장이 핸들만 잘 잡고 있으면 배는 저절로 가는 줄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징홍-치앙센을 왕복하는 동안, 좌초되어 아예 메콩강에서 최후를 다한 배도 2-3척이나 눈에 뜨인다...비가 내린 후, 아니면 평소에도 하상의 토사의 이동으로 강의 수심이 수시로 변하는 모양이다...어딜 가나 먹고 사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오후 4시 30분 치앙센 도착...
배낭을 끌고 밖으로 나가는데, 건물의 조그만 창문안에서 “이리 와서 신고하고 가세요”하며 태국세관직원이 부른다...배낭을 손으로 두어번 쿡쿡 눌러 보더니 통과...옆 건물의 이민국사무소로 가 입국신고서를 쓰고, 체온을 재고난 후, 이민국직원은 입국카드를 잘 접어 내 여권에 스테플러로 붙여 주고, 체온측정확인서도 얌전히 접어 주며 잘 보관하라고 속삭인다...
Amazing Thailand...나는 비로소 문명의 세계로 들어 온 것을 실감한다...

미국인부부에게 근방에 200바트짜리 Guest House를 알고 있으니 같이 가자고하자, 자기들은 90바트짜리 도미토리를 알고 있다고 하면서 Main 도로만 가르쳐 주면 찾아 갈수 있다고 한다...중국어나 태국어를 거의 못하면서도 당당하게 여행을 즐기는 대단한 미국인 부부다...아마 이런 개척정신이 그들을 일등국가로 발전시켰을 것이다...

치앙센-징홍의 화물선코스는, 치앙마이-징홍간 항공요금 609위엔, 방콕-징홍간 항공요금 659위엔( Bangkok Airway 3월말까지의 Promotion 가격)과 시간적인 이득(비행시간 40-50분)을 생각하면, 300-400위엔의 배삯을 내고 또 치앙마이-치앙센까지의 차비, 숙식비, 2박3일의 소요시간등을 계산해 볼 때 굳이 시도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중국쪽에서 라오스를 거치지 않고 태국으로 직접 가려는 경우나 메콩강의 배 여행을 즐기고 싶은 경우는 1박2일의 비교적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징홍-치앙센코스가 그런데로 의미있는 코스인 것 같다...


1 Comments
띵똥 2004.03.26 19:14  
  글 잘 읽었습니다.^^
특별한 경험을 하셨네요.
라오스쪽에서 메남콩을 바라보며 한번 저 강따라 끝까지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죠..
타이타이님이 조금 부럽기도 하네요..^^
다른 여행기도 올려 주실거죠 ?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