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나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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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나쁜 날

스따꽁 1 826
말라카에서 카메론하이랜드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일찍 일어났다.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첫버스를 타기위해서…
카메론하이랜드에 해떨어지기 전에 도착하고 싶었다.

7시 30분, 숙소에서 나왔다.
17번 타운버스가 100미터정도 앞에 정차하는게 보인다..
뛰었다.
놓치면 언제 또 올지 모른다. 열심히 뛰었다.
버스가 출발하다가 멈춰준다.. 다행이다.
버스기사에게 버스터미널에 가냐고 물었다.. 간단다.

아침부터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느긋이 앉아있었다.
차장이 온다.
버스터미널 간다니까 1링깃이란다.
너무 비싸다. 더 먼곳을 갈때, 더 적은 돈을 줬다고 따졌다.
버스가 동네를 한바퀴 돌기 때문에 1링깃이라는것 같다.
이해할수 없다. 난 투어를 할게 아니라 터미널에 갈거란 말야!
차장이 영어를 잘하는 인도계아줌마에게 도움을 청한다.
“버스터미널까지 빨리가고 싶으면, 마코타퍼레이드 건너편에서 버스를 탔어야했어.
이 버스는 더 멀리갔다가 터미널로 갈거니까, 터미널에 가고싶으면 너는 돈을 더 내야돼.
차장이 옳아”

버스를 탈 때, 돌아가니까 타지 말라고 했어야 했고,
탔더라도, 올바른 길을 알려주고 내려줘야지…
돈 더 내고 돌아서 가라니…
버스는 이미 몇정거장을 거꾸로 가고 있었고..
돌아서 30분정도 걸릴거라는 얘기에.. 황당했지만.. 그냥 타고 갔다.
뛰어서 힘들었다..

터미널에 겨우 도착하니, 내 눈앞에서 쿠알라룸푸르행 버스가 떠나고 있다..
나는 결국 첫차를 놓치고, 매표소에서 9시 버스 티켓을 샀다.
1시간 남았다.
근처 식당에서 아침밥을 사먹고, 터미널로 돌아가 어슬렁거렸다.

Transnational … 말라카에 올 때 탔던 버스라,
이 이름의 매표소에서 쿠알라룸푸르행 버스표를 샀는데
8시 30분 버스가 꽉 찼냐고 물어보니
“No! only 9:00” 이라고 했었다.
근데..
다른 매표소에서 Transnational 8시 30분표를 팔고 있는게 보였다..
이해할 수가 없다.
다른 회사도 아니고 같은 회사인데,
매표소도 틀리고, 다른 시간이 있다는걸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표를 바꾸기에는 늦었다.
나는 빈자리가 많이 보이는 쿠알라룸푸르행 버스가 눈앞에서 떠나는걸 또 한번 봐야했다.

아… 이런식으로 가다가… 카메론 하이랜드에 오늘중으로.. 갈수 있을까…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해서 바로 카메론하이랜드행 매표소로 갔다.
시간표를 보니 늦었다. 지금 출발하는 버스를 놓쳤다.
1시 30분 티켓을 샀다.
버스타는 곳을 설명해주는데…
터미널에서 타는게 아니라 길건너 쉘주유소로 가라고 한다.
이상하다.
티켓 뒤에다 약도같은걸 그려주면서 설명한다.
“주유소에서 버스를 타는거라고?”
그런거 같다..

시간이야 많이 남았으니..
티켓을 주머니에 구겨넣고는, 차이나타운으로 갔다.
지난번 눈여겨보았던 청개구리삼형제 목각인형을 사러…

차이나타운은.. 더럽다.
딱히 뭐가 더럽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더럽다는 느낌이다.
특히 알수 없는것은.. 말레이시아의 하수도는 뚜껑이 없다는거다..
그리고 그 하수도에 온갖 오물들을 버린다.
목각인형을 사서 돌아오는길에..
나는 더러운 차이나타운에서 작은 고양이만한 커다란 쥐를 발견했다.
찻길과 인도의 턱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다.
내가 바로 옆을 지나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그 쥐의 종류가 원래 큰 건 아닌 것 같다. 얼굴은 보통쥐만큼 작다.
몸통이 흉물스럽게 크다. 뱃살들이 늘어져서 땅바닥에 쳐져있다.
쥐는.. 병균을 옮기고, 더러운 곳에서 살기 때문에 사람들이 꺼려하지만..
자세히 보면 까맣고, 귀여운 눈을 가지고 있다.
씻어놓으면 이쁠거다..
그래서 나는 쥐를 싫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쥐는 더러운 차이나타운에서 주체할수 없을만큼 많이 줏어먹고는..
배를 더러운 바닥에 질질 끌면서 제대로 걸음도 못걷고 있었다.
주변에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아무도 이 쥐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이렇게 커다란 쥐를…
어째서 이 쥐를 보고 꺅꺅 거리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건지…
혼자 보고 있는게 억울했다..
귀엽지 않은 더러운 쥐가 내눈에만 띄는게.. 맘에 들지 않았다.

터미널로 돌아가서 쉘주유소를 찾았다. 바로 길건너에 있다.
약도를 그려줄 때 number1이 아니고 number2라고 얘기하면서 표시해줬었다.
다른 번호에서는 다른곳으로 가는 버스가 서는 것일까?
휙 둘러봐도 버스는 없다.
호객을 하던 택시기사가 어디가냐고 묻는다.
티켓을 보여주니 여기가 맞단다.
다행이다.. 정말로… 공영터미널의 버스가 주유소에서 출발하기도 하는구나..

버스출발시간 10분전이 되도록 버스는 안보인다..
주유소에 들어오는 버스란 버스는 다 붙잡고 물어봤다..
안간다는 버스 뿐이다..
아까의 택시기사는 여기가 맞으니 기다리라고 한다..
5분전이다…
주유소 바로 옆 그늘에 쭈그리고 앉은 사람들에게로 갔다.
“너도 카메론하이랜드 가는 버스 기다리는거야?”
“뭐라고?”
“여기서 버스기다리냐고”
“아니, 난 친구 기다리는데?”
“그럼, 이 버스 여기서 서는거 맞어?”
“몰라”

난 신경이 날카로와졌다.
1시 30분, 버스가 출발할 시간인데
버스도 안보이고, 버스탈 사람도 안보인다.
뭔가 잘못됐다.
손님을 찾지 못해 여전히 그곳에 있던 택시기사는
걱정말고 기다리라고 얘기한다.
더 이상 택시기사의 말이 믿음직하지 않았다.
주유소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내게 주유소 직원이 티켓을 보여달라고 한다.
“여기가 아니야. 더 멀리 가야돼”
“뭐? 쉘주유소라고 했는데?”
“그래, 거기도 쉘주유소야. 다른 쉘.. 저쪽이야”

나는.. 뛰었다.. 땡볕 한낮에 뛰었다.
이미 1시 30분은 지나 있었다. 혹시라도 몰라 뛰었다.
매표소 직원이 적은 2라는 숫자는 2번간판이 아니라, 2번째 쉘이었던 거다.
블록끝까지 갔다..
있다.. 쉘..
버스가 몇대 서있다. 카메론하이랜드행 버스는 안보인다..
가버렸나보다..

아침부터… 왜이리도 뛰어다니고 땀을 빼는지...
버스들은 왜 내 코앞에서 사라져버리는지…
버스와의 궁합이 왜이리도 안맞는지…
멍하니 서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그런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오늘의 운수가 지속된다면, 오늘중으로 카메론 하이랜드에 가기 힘들 것 같다.
속상했다. 덥고, 숨이 찼다.

버스가 하나 들어오는데.. 카메론하이랜드행 팻말을 달고 있다.
혹시나.. 티켓을 보여주니 타라고 한다.
버스가 늦게 왔나보다..
버스는.. 오래되고, 냄새나고, 엉망이었지만.. 반가웠다..
연착한게 고마웠다..

난 그 버스를 타고…
겨우 해가 떨어지기 전에 카메론하이랜드에 도착할수 있었다…
1 Comments
한마디 2004.04.07 14:50  
  버스가 연착하는 바람에 차 시간도 맞출수 있었고 운좋은 날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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