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평범한 여행 이야기..n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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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평범한 여행 이야기..no2

클클 4 1630
2004. 04. 27

1.. 바다를 보다..

매일 올빼미 생활을 하던 내가 신기하게도 8시가 채 못되어 일어났다.
피곤이 어느정도 풀렸는지 그제서야 숙소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낡은 화장대, 옷장, 벽에 걸린 선풍기, 싸구려 커텐이 달린 창문...
그다지 좋은 시설은 아니지만 집이 아닌 곳이란 이유만으로도
낯설고 좋다..

속이 좋지 않다.
전날 기내식이 입에 안 맞아 굶다시피 한 결과다.
수영복을 가져왔지만 혼자 뭔 재미에 스노쿨링을 할까 싶어
티하나에 랩치마 하나 두르고
삼각대를 챙겨 스노쿨링을 하러 나섰다.

선라이즈 식당에 가니 전날 대충 봤던 식당 안
정경이 눈에 들어온다.
태국인 여종업원이 유리창을 닦고 있다.
혼자 앉아 사이다 한 병으로 빈 속을 채우려니
쓸쓸하기도 하고 고즈넉하기도 한
복잡한 심정이 되고 만다.

약속된 시간을 좀 지나 선착장까지 태워 줄 봉고차가 도착했다.
차 안에는 많은 태국인이 있었다.
나중에 눈치로 짐작한 바 두 가족이 조인해서 스노쿨링을
온 듯 싶었다.
뻘쭘히 혼자 앞자리에 오르니
인상 좋은 아줌마가 "사왓디카"라며 수줍게 인사를 건넨다.
두 손을 모아 "사왓디카"인사를 하니 모든 이들이 입을 가리며
수줍게 웃는다.
인사 한 마디와 웃음에
씁쓸했던 마음이 금새 녹는다. ^^**


선착장에 도착하니 태국인 가이드가 나와있다.
작은 키, 깡마른 체구의 남자인데 목에 건 핸드폰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팀원임을 알려주는 녹색 스티커를 부착시켜 준 후
보트가 출발할 때까지 대기실에서 커피 한 잔 하란다.
대기실 안에 있으려니
대여섯 명의 한국인이 들어온다.
어제부터 몇마디 말을 하지 않아..
용기를 내어 한국분이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네.." 뿐이다.
더 말을 잇고 싶었지만,,
선크림을 바르며 다시 화제를 잇는 그들을 보니
도무지 말을 걸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잠시.. 혼자라는 게 너무 쓸쓸해지는 순간이었다.

d_t_(1).jpg

드디어 카이 녹 섬으로 보트가 출발한다.
팀원을 보니 뒤늦게 도착한 홍콩인 네 명과 호주인 네 명
태국인 가족 두 팀, 나, 국적 불명의 청년 둘
20명 가량이 모두 같은 팀원이다.

카이 녹 섬으로 달리는 보트 안에서 바람을 맞아 보았다.
뜨거운 태양,
맑은 물,
곳곳의 작은 섬.
비로소 여행을 왔다는 실감이 난다.

카이 녹 섬은 생각보다 작은 섬이었다.
다 둘러보는데 30분이면 족할 것 같은..
지정받은 파라솔에 앉아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활기찬 그들 모습에 내 마음도 즐거워진다.
같은 팀에 속한 태국인 소녀 둘이
준비해 온 식빵을 물고기들에게 던져 주는 모습이 흥미로워
조심스럽게 치마를 걷고 물 속에 들어갔다.
우와~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은 아니지만 매우 많은 물고기들이
모래 사장에 매우 근접해 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조차 볼 수 없는 광경에
너무 예쁜 색에 반해
쓸쓸함은 금새 사라지고
얼굴에 웃음이 맴돈다..

d_t(2).jpg

d_t_(3).jpg

소녀들.jpg

이렇게 물이 맑았으면 수영복을 입고 올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파라솔에 앉아 삼각대를 세우며 이리 저리 사진을 찍고 있노라니
혼자 있는 내가 안 되어 보였을까.
옆 비치 파라솔에 누워있던 외국인이 말을 건다.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현지인을 제외하고 내가 여행을 통해 유일하게 만난 외국인이었다.
미소가 아름다웠던 푸근한 아줌마 이름은 '샌드라~'
호주에서 왔다고 하는데 콜라를 안 먹고 오리발까지 준비해온
워터스포츠의 여왕이었다.
그녀가 찍어준다는 말에 헬레레해서 찍은 만인의 포즈 'V'
짠~
헤어질때 차에타는 그녀를 겨우 붙잡아
"thanks for your kind, i reamember you" (신이여, 이
영작이 과연 제 머리에서 나왔단 말입니까)
라고 인사를 하니 영화에서나 보았음직한 서양식인사로
내 볼에 키스를 해 준다..
행복하란다. 즐거운 시간 보내란다.
굿바이 샌드라~ 아이 라이크 유~^^*

산호.jpg

파라솔_수정본.jpg

스포츠 타월을 쓰고 한참을 자다 일어나니 어느덧 보트가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덩달아 일어나 가방을 슬슬 챙기는데
수박이 든 쟁반을 가지고 가이드가 다가왔다.
수박을 건네며 가이드가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건네는데
자다 일어난 날 당황하게 만드는 말이다.
뒤에 들은 바에 의하면 태국 남자들은 한국여자들에게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한국에서도 못 받아본 대쉬를 태국에 가서야 받게
된 셈이 되었다. 암만 봐도 내가 단지 한국여자란 이유뿐이지만...^^;;;
내게 뭐가 그리 궁금한지 나이는 물론이요, 묵는 숙소, 묵는 기간, 직업
심지어 가족까지 묻는다.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는 제의에 내가 거절하자 소프트 드링크(내게는 생소한 단어..-,,-)를 한 잔 하잔다. 숙소에 픽업하러 오겠다고, 원하면 오토바이 드라이브를 시켜 주겠다고.
황당한 제의를 어이없는 웃음으로 대신하며 반나절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4 Comments
필립K 2004.05.19 23:58  
  그날 썬라이즈 숙소 건물에 혼자서 잤었죠? ㅋㅋ
몰랐으니 그냥 자버렸지.. 알았으면 무서웠겠다.
클클 2004.05.20 00:09  
  헉.. 홈피에서 보셨군요.. 아니 엄밀히 말하면... 노숙자 아저씨라고 이제 곧 등장할 분두 묵긴 하셨대요.. 그래두 무섭긴 마찬가지.. 하하 ^^;;;
아부지 2004.05.20 10:54  
  혼자갔을때..문득문득 외롭죠...내가 여기서 뭣하는 짓인가..싶기도 하고 어떨땐 편하고 자유롭기도 하고..참 갈팡질팡한다는..흐으..
새벽별 2004.05.27 02:07  
  마자마자^^..저두 누구라도 붙잡고 술 한잔 하자구 하고 싶더라구요.(광뇬이 취급받을까봐 해보진 못했지만서두)  6월말에 방콕행 티켓 예약해뒀는데,  여행동지 못구하믄 이번에도 광뇬이적 욕망에 시달릴지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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