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방콕 재입성 하다.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쑥. 방콕 재입성 하다.

Ssook 0 1644
내이름은 쑥이다.
뭔가 그럴싸한 이름으로 불리고도 싶었지만 동남아 친구들은 이 이름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냥 쑥이라고 했다. 이름이야 뭔들 어떠랴.

쑥. 대한민국 5백만하고도 1번째의 청년실업자이다.
올해 학교 졸업하고 취업해서 5개월을 간신히 버티는가 싶었다.
돈도 차곡차곡 모아서 시집가야지 하는 결심도 있었다.
그러나 5개월후에 얻은건 심한 알레르기성 비염. 피부염. 그리고 구두때문에 생긴 발의 굳은살...
쑥. 참을성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살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쑥은  사표쓰고,
항공권과 돈 몇푼 환전해서 정신차리라는 주변의 질타와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때는 우기에 막 접어드는 5월 초순이다...

5월 11일

비행기에 올랐다. 와~~~ 몇번 타본 비행기지만 역시 탈때마다 설렌다. 설레는 마음에 이런저런 사진도 찍어본다.
그러나 쑥은 기계치다. (이걸 쓰고 있는 순간도 내가 존경스럽다) 기껏
비행기 바깥풍경 찍는다면서 사이즈는 대따시하다. 쑥...스케일도 크다라며 자위한다.

사진을 찍었다 지웠다 화장실을 갔다왔다 앉았다 섰다 해도 비행시간 5시간은 좀 길다...
급기야 참지못하고 옆에 앉은 인디언처럼 생긴 아저씨에게 말을 건다.
첨에 들락날락할땐 아임쏘리부터 익스큐즈미를 연발했는데 알고보니 한국분이다..저런.
그 분, 그러나 기다렸다는 듯이 사진을 쭈욱 펼쳐보이신다. 여러 불상사진이다.
골동품 관계된 일을 하시나 본데 음...난 잘 모르는데...쩝. 어쨌든 빨리 공항에 도착해야하는 이유는 하나 더 늘었다. 비행의 지루함과 설명의 지루함...아저씨 죄송합니다.

공항에 내렸다. 잽싸게 줄을 섰다.
어떤 작은 여자가 뒤에 맨 것은 배낭인데 손에 든건 면세점 가방이다.
어째 좀 언발란스하다 생각하며 내 차례를 기다리는데 그분이 슬금슬금 앞으
로 나오신다.
엥? 추월하시려나...저런. 그래도 꿋꿋이 내자리를 지키고 수속밟고 나오려는데누군가 뒤에서 부른다. 보니깐 언발런스 언니다.

"저...카오산 가죠? 택시 나눠타지 않을래요?"

 대충 이런 대사였다.

'오...택시!! 그래 이 더위속에 뱅뱅 돌아가는 공항버스도 싫어. 오늘 도착했으니 그정도 사치는 괜찮지 않아? 공항버스는 100밧 택시는 밀려도 200밧이겠지? 둘이 나누면 100밧. 에어컨도 빠방할걸...'

쑥이 가진 택시에 대한 상상은 대충 이러했다.
환전하면서도 택시에 타면 그 순간 널부러져야지 하는 생각뿐.........

그러나 럭셔리 택시는 못타고 로컬버스를 갈아타며 카오산에 들어갔다.
총합쳐도 단돈 20밧.
그와중에도 언니는 등에 맨 배낭과 손에 든 면세점 봉다리를 놓지 않았다.

쑥...초반 동행자를 그렇게 만났다.

* 공항에서 카오산 갈 때 29번 버스를 타고 전승기념탑까지 가서 내린 자리에서 바로 59번 탔습니다. 몇 주 후에 그렇게 다시 갈 일이 있었는데 그 땐 29번이 전승기념탑에 안간다고 해서 내렸는데 영문을 모르겠네요. 타기전에 물어보고 타세요.
0 Comments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