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아픈과거와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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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아픈과거와 징크스

Ssook 2 1483
쑥. 사실은 3년전인가 라오스로 가려다가 실패한적이 있다.

그시절의 쑥은 겁대가리 하나 없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6개월을 여행만 하면서 살아보리라는 결심으로 학교를 휴학하고 가출한 경험이 있다.

이래저래 여러나라를 돌다가 태국에 들어왔다. 라오스에 가보고 싶었다.
라오스에 다녀오면 캄보디아도 들어갈 생각으로 캄보디아 대사관에서 비자도
받아놓았다.

때는 4월 중순.

쑥은 라오스에 들어갈 결심을 하고, 북부터미널에 갔다.
농카이행 버스표도 샀다.
버스만 타면 난 가는게다.ㅋㅋㅋ

그러나 버스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버스시간은 다됐는데 버스가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시큰둥하다. 점점 더 긴박해져 가는데, 어떤 현지인이
차 왔다며 언능 가라는 손짓을 한다.

쑥. 냅다 달렸다. 달렸다....달리다....시궁창에 빠졌다.
샌들채로 두발이 푸욱 시궁창에 담궈졌다.

버스에 올랐다. 사람들이 다 나를 보는 듯 했다.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순간. 여행중에 절대 들면 안되는 생각중의 하나가 떠올랐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는거지?" 라는...

쑥. 조용히 버스에서 내려 방콕으로 돌아왔고,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략 여행 5개월째였다.


때는 2004년. 쑥은 이제 학교도 졸업했고, 거칠거 하나없는 백수의 똥배짱으로
태국에 있다. 시궁창? 췟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내 옆엔 조금은 무뚝뚝하고 짐정리를 하는것으로 짐작해보아 꼼꼼해
보이는 제이언니가 있지 않은가..ㅋㅋㅋ

이번에는 농카이행 버스를 물어보니 아저씨께서 버스가 오면 자기가 확성기로
알려주겠다는 시늉을 해 보이신다.

일단 맘이 편하니 사물이 눈에 잘 들어온다.
밤시간인데도 터미널은 살아 움직인다.
말도 필요없이 그들이 하는 행동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
쓰레기를 들고 버릴 곳을 찾다가 바닥에 버리는 아저씨.
아이에게 돈을 쥐어주며 먹을거 사오라는 아줌마.
버스표를 들여다보며 목을 빼는 사람들...

나 진짜루 라오스에 가나보다.
시궁창도 여행의 허무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지금이 즐거우면 그만이다.



2 Comments
낭이 2004.06.17 08:18  
  인생의 무게가 느껴지는 글...
다음편 기다릴께요.빨리 올려 주세요.
Ssook 2004.06.17 17:33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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