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카오산에 왔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네요.읽어주실래요?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혼자서 카오산에 왔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네요.읽어주실래요?

헤라 14 2094
아~ 오늘이 4일째입니다. 너무 아쉽네요.왜냐하면 내일이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하거든요,

지금 인터넷룸인데...한글자판이 안 써져있는 관계로 오타가 나더라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다행히도 처음 컴 배울때 한글 에이치티티 를 많이 연습했던게 도움이 되는 것같습니다.헤헤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여자혼자 배낭여행간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다 겁주고 말렸거든요. 그럴 수록 오기가 발동해 일을 저지르고 말았는데 지금은 후회 전혀 없습니다. 그럼요~~~



그럼 지금부터 방콕에서 있었던 일들을 올려볼까 합니다.

처음으로 전주의 촌(?) 아가씨가 인천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라는 걸 난생 처음 타봤을 때 참으로 놀랬더랬습니다. 멋진 싱가폴 스튜어드에 스튜어디스에....눈이 휘둥그래지더군요. 게다가 간간히 나오는 쥬스에 차에 식사 서비스까지.....무료라고는 들었지만 정말로 주는 대로 다 먹자니 웬지 염치없어지더군요. 그래도 꿋꿋이 다 먹었답니다.

여행계획은 한 두 달전부터 세웠는데 막상 갈 때가 되니 실감도 안나고 해서 솔직히 갈까 말까 망설였답니다. 여차 무슨 핑계거리만 생기면 에이 가지 말자 하고 벼르고 있었던 참이었습니다.

게다가 업친데 덮친격으로 감기까지 걸려서 그 상태에서 여행을 가면 타지에서 얼마나 힘들까 겁도 났었습니다.

근데 휴가 시작 전날 회사 동료들이 잘 갔다오라고 환송식을 해주더군요, 게다가 제 친한 회사 후배는 허리쌕까지 사서 선물해주며 화이팅을 외쳤습니다.

에고고.....하는 수 없이 뱅기를 타고 날아오게 됐지요. 인천공항에 내려서도 얼마나 헤맸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통하는 이 타지에서 헤맸던 시간 보다 공항에서 헤맸던 시간과 황당함이 더 이루말할 수가 없네요. 암튼 건 그렇다치고...


공항에 내려 다짜고짜 택시를 탔습니다. 카오산을 가자하니 기사가 하이웨이 어쩌고 저쩌고 하더군요. 카오산을 하이웨이를 경유해서 간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기에...안된다고 200 밧에 가자고 했더니...그럼 하이웨이를 거치지 않고 가겠다고 하더군요. 하이웨이를 거쳐서 가면 350 밧이랍니다. 게다가 미터 택시였는데 미터도 안 꺾고.... 한 마디 하려다가 오자마자 싸우면 여행 내내 혹시 불길할지 몰라 기분좋게 200 밧에 1000 원짜리 팁을 주고내렸습니다.


카오산에 내리자마자 제 눈은 휘둥그레졌습니다. 제가 처음 방콕에 간다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하면서도 방콕가면 한국사람이 더 많다고 괜찮을거라고들 얘기해줬습니다.

젠장! 근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모두가 노랑머리에 하얀얼굴 파란눈이더군요. 

카오산에 있는 사람들 중 60퍼센트 정도가 백인들같습니다. 나머지 25퍼센트 정도가 태국인...그리고 나머지 15퍼센트가 한국인과 일본,중국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한국인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더군요.

에고 ...영어도 안되는데 어쩌나...도착시간이 저녁 5시가 넘다보니 먼저 방부터 잡아야하는데....

아름아름해서 태사랑에서 눈도장 찍었던 괜찮다던 몇 군데 게스트 하우스를 정말 혼자서 여기 저기 걸어서 찾아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막막하기만했음에도 걸어걸어 혼자힘으로 찾아간 저의 용기가 대견할 뿐입니다.

망고 벨라벨라...마코폴로...당근...방없더군요.
어떡해야하나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습니다.

근데 멀리 반가운 얼굴,,,홍익인간 이라는 간판이 보였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아마 여행객들은 그 기분 충분히 이해하실겁니다.

갔더니...근데 모두들 바쁘더군요.숙소 문의도 못하고 그냥 털래털래 나왔습니다. 아니..다음날 아유타야 와 방파인 패키지투어를 550 밧에 신청만 하고 나왔습니다.몇 군데 더 돌다가...메리 브이라는 게스트 하우스에 들어갔습니다. 120 바트!  정말 놀라운 가격아닙니까? 비록 5층에 공동화장실 침대 하나 이불도 없고 에어컨도 없지만 뭐 어떴습니까? 저를 받아주는 곳이 있다는게 고마울 따름이었죠.

일단 짐을 풀고 카오산 로드에서 신나게 촌티내며 두리번두리번 길거리에 파는 맛있는 음식이란 음식은 4박 5일 내내 다 먹어봐주리라 다짐하며 밤늦게까지 돌아다녔습니다.

숙소에 들어와 감기기운이 다시 도지길래....게스트하우스 여주인한테 혹시 이불 좀 제공해줄 수 없냐고 물었습니다.

역시 120 바트 답더군요. 그 여자....무표정한 얼굴로 아주 단호하고 지조있게 한마디 외쳤습니다. 노~~

저도 무안하여 다시 숙소로 올라가 가져간 남방을 덮고 스산하고 무서운 방에서 오들오들 떨며 자야했습니다. 아니 뜬 눈으로 밤을 지샜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떨었습니다. 아유타야와 방파인에 가는 날이었기 때문에 혹시 봉고차가 저를 기다리지 않고 떠나버릴까봐 후다닥 새벽 5시부터 준비를 했답니다.

봉고차안에는 이미 다른 일행들이 있었는데.....저만 혼자라서 좀 외롭기도 하구...게다가 아유타야 유적지마다 혼자 다니다보니 날 이 먼 곳에 혼자 떨어뜨려놓고 가면 어쩌나 하는 괜한 걱정에...제대로 보지도 못하고....봉고차가 잘 있는지 확인하느라 정신없었습니다.

그래도 눈으로 직접 본 아유타야 유적지와 방파인...모두 잊지 못할 겁니다.

아! 그리고 점심이라고 제공된...식사...진짜 너무하다고 생각지 않으시는지 홍익인간에 묻고 싶어집니다. 처음으로 한국사람들 만나 패키지 여행하게 됐다고 기대 잔뜩 부풀었었는데....흐미야! 전 정말이지 그 성의없는 식사에 한 숟갈도 제대로 못 떴다는거 어납니까? 암튼 이 것도 넘어가겠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뭐! 사람일 마음 대로 되는거겠습니까?

다시는 패키지 신청 안 하라리라...생각하고 돌아와 이번엔 또 다른 숙소를 물색하러 다니기로 했습니다.

카오산 로드에 있는 렉게스트 하우스였습니다. 여주인이 은근히 친절했구요. 190 밧인데 시끄러운 것만 빼고는 그런 대로 괜찮았습니다.

보통 그 정도 가격에는 전기시스템이 제공이 안됩니다. 한국에서 핸드폰 로밍서비스를 받아왔는데 무용지물이지 뭡니까? 충전을 못시켜서 핸드폰은 죽어있고....암튼 그렇게 이틀이 지났습니다.

렉하우스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려고 원피스로 갈아입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여주인이...한국여성이 예쁘다고...어쩌구...암튼 칭찬이 기분나쁘진 않았습니다. 옷을 좀 잘 차려입어서일까요? 그 때부터 마주칠 때 마다 눈으로 마주치며 웃어주고 아는 체 하구..암튼 그래주더군요.

카오산에 와보신 분들은 모두 아실겁니다. 길거리에 널린 노천카페에서 여유롭게 차 한잔 시켜놓고 2~3 시간씩 얘기와 수다 떠는 외국인들!!

저도 꼭 한 번 그렇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괜히 분위기 있는척 책 하나 앞에 놓고 수첩을 꺼내 뭔가도 적어보고,...

근데 전 왜 한 자리에 20 분이상을 못 앉아있겠는지....제풀에 지쳐서 벌떡 일어나 나옵니다.

그래도 차값이나 식사가 싸기 때문에 하루에 몇 번이고 카페를 바꿔가며 그 짓을 했답니다.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내고...렉하우스는 너무 시끄러워서 또 한 잠도 자질 못했습니다. 중간 중간에 어찌나 많이 깼던지..모두 눈을 붙인 시간이 30 분도 채 되질 않는 것같습니다. 그래도 낮에 봉고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아서 그나마 보충은 됐던 것같구....

그렇게 아침이 됐습니다. 이젠 뭘 해야하나....솔직히 혼자 힘으로 어딘가를 카오산 밖에 나가보기가 겁이 났습니다.

두시트 동물원을 가려고 지나가는 행인들한테 물어보구 해서 제가 툭툭을 불러서 탔다는 거 아닙니까? 게다가 가격까지 흥정을 했습니다.

처음 그 사람이 100 밧을 불렀는데 80 밧 주겠다고 했더니 그러라고 하더군요.

생각보다 두시트 동물원 멀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처음 타본 툭툭..어찌나 시원하고 재밌던지 밖에 구경하느라 정신없었습니다. 소음과 먼지가 장난아니었지만...툭툭을 탄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관광객들이었구요.

손님을 못태워 놀고 있는 툭툭이 정말 많습니다.


한 20 분정도 도착해서 툭툭기사한테 20 밧을 팁으로 줬습니다. 너무 감정적인건지 모르겠지만...여기 있으면서 그냥 태국사람들....가난하게 사는 모습....우리나라 70 년대를 보는 것같아 맘이 아프고 눈물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값을 깎더라도 팁이라도 주면 서로 기분 좋을 것같았구요.

값을 흥정하지 않고 바로 오케이를 한다면...그들은 우리를 속였다고 생각할테니까...그건 서로에게 별로 좋은 것같진 않아서 입니다.

두시트 동물원...입장료가 20밧인가 30 밧인가...아침 9시 너무 일찍 도착한 탓에 어느 초등학교에서 견학온 귀여운 교복입은 아이들 말고는 없더군요.

그 아이들이 저를 어찌나 신기한 듯 쳐다보는지....그래도 같은 동양인이라도 우리 한국사람들은 피부가 좀 더 하얗고 해서 관광객인게 바로 티가 나나봅니다. 카오산에서도 제가 지나갈 때 마다 한국말로 인사한는 태국인들이 신기합니다.

암튼 두시트 동물원..자연과 친화적인 멋진 곳이었습니다. 기린도 ,곰도, 코끼리도,하마도...모두 모두 코 앞에서 봤습니다. 하필 가져간 디카가 그 때 말썽을 부려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아차차! 거기서 사진찍어주시는 태국인 아저씨가 있는데...조끼를 입으셨는데...조끼의 등에 "맑은 샘물"이라는 한국 정수기 회사의 조끼를 입고 계시더군요. 누군가 한국인으로부터 얻으셨나본데...그 글씨만 봐도 왜 그렇게 정겹고 반갑던지...

저 이제 앞으로 생수는 맑은 샘물 꺼만 사먹기로 했다니깐요.헤헤


그리고 동물원 안에 케이에프씨가 있는데...에고고 너무 목이 말라 콜라를 시켰는데....태국 물가는 싼편인데...좀 비쌌습니다. 게다가 콜라컵에 얼음이 90프로고 콜라는 정말 한 모금 마실 정도 밖에 안 되더군요.

너무 황당해서 리필해줄 수 있냐고 했더니...아! 그 이불달라고 했을 때 메리브이의 여주인하고 똑같은 표정으로 단번에 노...를 외치는데 무안했습니다.

그래서 빨대만 씹다가 휭 나와야했지요.

두시트는 저에게 너무 멋진 경험이었구요. 돌아와서는 그 유명하다던 발마사지를 받았습니다. 1시간에 160 밧....생각보다는 별로 잘 하는 마사지사가 아니었는지 그다지 시원하다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마사지 끝나고 또 숙소를 옮기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도 카오산로드에 있는 디오 라는 게스트 하우스인데...여긴 150 밧이고 남자 주인도 친절하고......무엇보다도 전기시스템이 됩니다.지금 핸드폰 충전시키고 있습니다.묵는 사람은 저 말고는 다 외국인입니다. 그들은 거기서 당구도 치고 함께 영화도 보고(그 게스트 하우스는 영화도 보여줍니다.)하는데 저는 어울리진 못하겠더군요. 영어가 짧아서...솔직히 누가 말걸까봐 겁납니다. 어제도 부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맥주 한잔 마시며 보고 있는데 웬 말짱한 미국남정네가 제 옆에 앉았는데...저한테 혹시나 말걸까봐 얼굴도 못 들고....죽은듯이 있었다는거 아닙니까?

그 디오라는 게스트하우스는 주인이 맘에 드는게...... 보여준 다큐가 부시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는데....부시와 빈라덴....부시의 음모...뭐 대충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사실 자체가 괜찮은 사람같습니다,미국인들도 모두 동조하는 분위기였고..부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나올 때 마다 아주 유쾌해하더군요.


그거 끝나고 나서는 해리포터 보여줬는데...전 그만 술을 두병이나 마시는 바람에 곯아떨어졌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이실직고를 해야겠습니다.  술을 두 병 먹고 그냥 잠들기 억울해서 사실은 카오산로드를 배회했더랬습니다. 그러다가 그렇게도 찾아헤매도 없던 나이트를 발견했던 것이었습니다.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발디딜 틈이 하나도 없었구요...거의 대부분이 태국현지인들이었고 외국인들은 거의 없었던 것같습니다.

그래도 혼자 들어가기 뭐해서 다른 곳에서 맥주 한 병을 더 먹고 들어갔습니다. 사람도 너무 많고 혼자라서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디제이 디오시의 노랜가가 울려퍼지는걸 듣고 불타는 애국심(?)에 허리띠 질끈 묶고 들어갔더랬습니다. 근데 발디딜틈도 없고 몸조차도 움직일 틈이 없어서 제대로 춤을 출 수도 없더군요. 게다가 다들 왜 그리 얌전한지..과장 조금 보태 그냥 서있는 차려자세더군요.

에라 모르겠다..나라도 잼나게 놀자 싶어 혼자 미친듯이 춤췄습니다. 다음날 쪽팔릴걸 대비해 얼굴을 숙이니 긴머리로 가려지고...술김이지만...오늘 입은 옷 내일부턴 다시 입지말자...아니..내일은 아침 일찍 카오산을 뜨자..다짐하며 미친듯이 췄습니다.

혹시 어제 제가 갔던 나이트에 가셨던 분이 있더라면.....그 미친 여자가 저였다고....이실직고 합니다.

일부러 한국인인척 안했습니다. 그래도 아실려나?


20분정도 추고나니 정신이 돌아오더군요. 아무일 없었던 듯이 나와서 후딱 숙소로 들어와 잤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머리가 띠잉~

제 얘기 재미없으시죠? 사실은 할 얘기가 지금부터입니다.

도저히 일어나기 힘들어 이리뒤척 저리뒤척 하다...9시쯤 씻고 나섰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을 먹고(속이 쓰려 먹는 둥 마는 둥) 숙소주인한테 국립박물관 타이어로 써달라고 해서 툭툭을 불러 탔습니다.

이번에도 60 밧 달라는거 40 밧에 깎았구요....카오산에서 박물관도 가깝더군요.

어찌나 넓고 크고 웅장한지...다 둘러보지도 못했는데 다리가 너무 아파 더 이상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박물관 바로 옆에는 그 유명하다는 명문대학 타마삿이 있는데....대학교같지 않아서 한참을 찾아헤맸습니다.

그리고 어딜 가야하나...왕궁을 가볼까 망설이고 공원에 앉아있는데 어떤 태국남자가 말을 걸었습니다.한 40 대의 아저씨...자기가 선생님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영어를 잘 하나보다 했습니다.

저보고 왜 불상이 주변에 많은데 구경안하냐면서...지도를 꺼내보라고 하더군요.

처음엔 의심스러워 대답도 안해주다가...지도에 성실히 가보면 좋을 곳을 적어주더군요. 툭툭기사한테 여기 여기 여기 데려다 달라고 하라면서...60밧은 들텐데 40밧에 깎아보라고 하더군요.

그 세심함에 마음이 조금 열렸는데..저더러 예쁘다고 하면서 혹시 한국에서 영화배우 아니냐구 묻더군요....좀 황당했지만 기분나쁘진 않았구요.
그 아저씨...지나가던 툭툭을 부르더군요 .그러더니 지도를 보여주며 이 아가씨를 여기 여기여기 데려다 주라고 하는데...솔직히 시간이 돈인 툭툭기사가 제가 그 불상들을 다 볼 때 까지 어떻게 기다려줍니까? 것두 40 밧에....

그 기사가 한참 생각하더니 알겠다고 하더군요.

그 태국아저씨한테 고맙다고 인사까지 했구요. 툭툭을 타고 가는데..의외로 그 젊은 툭툭기사가 영어를 하더군요. 거의 태국인들 영어를 못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허름한 곳에 내렸는데 저 안에 불상이 있으니 보고 오라고 자긴 기다리겠다고 하더군요....기다리겠다는 말에 너무 고마워..불상 보러 후딱 들어갔습니다.

그냥 보통의 사원에 있을 법한 불상이었구요. 사람이 한명도 없이 썰렁하더군요.그래도 사진이나 하나 찍어야겠다 싶어 찍고 있는데...어떤 태국관광객인듯한 아저씨가 갑자기 나타나더니...저더러 어디서 왔냐고 또 영어로 묻더군요... 오늘 참 영어 잘하는 사람 여럿만나네...싶어 이런 저런 얘길 하는데...그 사람이 향피우는 법이랑 절하고 기도하는 법을 알려주는데...전 기다리고 있는 툭툭기사때문에 맘이 걸려...친절하지만 이만 가보겠다고 했더니...


어디어디 가봤냐 하면서 자기가 추천해주겠다고 하더군요...무슨 엑스포센터래나 뭐래나...아까 그 태국인 아저씨도 지도에 그거 적어줬었는데..

저는 마음이 급해..대충 알겠다고 했습니다.반지랑.이어링 골드랑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저는 반지를 낀 멋진 불상이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해석을 하고 고맙다고 하고 툭툭기사한테 달려갔습니다.

툭툭기사가 어딜 갈거냐고 하길래..아까 그 지도에 있던 무슨 엑스포센터....(저도 참 바보입니다. 지금 다시 제정신으로 보니 엑스포센터도 아니고 엑스포트 센터였는데)로 가자고 했더니 그 기사가 알겠다고 하더군요.


한참을 타고 가는데...계속 툭툭 기사를 데리고 다니기도 미안하고 해서 100 밧주고 그만 보내려고 했습니다. 엑스포 센터라면 보는데 시간도 걸릴 것이고...저도 오늘 하루는 여기만 봐도 하루 다가겠거니 생각했거든요.

근데 내려준 곳은 불상같은게 있을 법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내리자마자 아주 덩치좋은 검은색 정장의 태국 아저씨들이 저를 에스코트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말이 에스코트지 이건 무슨.......거의 연행이었습니다.

제가 툭툭기사한테 그 센터가 어딨냐고 했더니...바로 앞을 가리키는데....간판도 조그맣고..암튼 좀 이상했지만..전 이미 그 검은색 정장들에 의해 연행이 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문 앞에는 그 사람 말고도 툭툭기사들이 몇 더 있었구요.100 밧을 주며 고마웠다고 이제 난 여기서 보고 혼자 갈테니 툭툭기사한테 먼저 가라고 했습니다.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오마나 ...아주 고급스런 금방이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너무 당황을 했고...전 바로 나갈 수가 없어 천천히 서서 걸었습니다.

그 곳의 매니저인듯한 여자가 자꾸 따라오며 묻길래..저스트 룩킹...하고 대답하고는 바로 나왔습니다.

나오는데도 그 검은색의 정장이 툭툭 있는 곳까지 따라왔구요. 에구 심장 떨려라....그 툭툭기사가 벌써 갔음 어쩌나...싶은데 고맙게도 아직도 저를 기다려주고 있었습니다.


그 툭툭기사는 이번에....빅 부다가 있는 곳을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찾아간 곳은 이번에도 좀 허름하고.....자긴 밖에 있겠다고 해서 들어가봤더니...관광객도 거의 없고...이번엔 그래도 좀 꽤 큰 부처가 서 있었구요...

기다리고 있을 툭툭기사땜에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음료수 두 캔을 사서 기사한테 갔습니다.

이번에는 그 기사가 저한테 2분만 시간을 내라고 하더군요...그 때가지만 해도 전 그 기사를 믿었었습니다.

그랬더니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도저히 못알아듣겠고...옷 어쩌고 저쩌고 하더군요.

그래서 난 이해가 안된다..난 옷이 필요없는데 왜 옷을 보러가자고 하는거냐고 했습니다.

자꾸 2분만 시간내달라고 애원하길래 내가 잘못이해하나 싶어 일단 가보자고 했습니다(제가 원래 사람을 잘 안 믿는데..한 번 믿으면 진짜 끝까지 믿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아주 고급스런 의상실로 데려가는겁니다. 밖에서 보아도 아주 빛이 나는....옷을 직접 가봉해 입는 그런 곳같았습니다.

제가 안 들어가겠다고 했더니...1분만 들어갔다 와달라고 자기가 기다리겠다고 마구 마구 사정을 했습니다.

들어갔더니..또 웬 사기꾼 같이 생긴 태국 아저씨가 영어로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저더러 예쁘게 생겨서 일본인인줄 알았다며 얼토당토안한 아부성 멘트를 던졌습니다. 안에는 저 말고도 종업원들이 많이 서 있었고 들어온 이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시간을 끌면 나가지도 못할 것같아 두려워졌습니다.저는 잘못들어온 것같다며..뒤도 안 돌아보고 나와버렸습니다.

그 툭툭 기사가 기다리고 있었고...전 그 상황이 이해가 안되면서도...기사와 무언가 오해가 있었겠거니 했습니다...

어디로 갈꺼냐고 묻길래..카오산에 가고 싶다고 했더니...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3분 정도 거리였습니다.

내리면서 100 밧을 더 줬습니다. 어쨌든 나 때문에 시간을 끌어 손님을 못 받았을 그 기사한테 미안해서...

게다가 오늘 고마웠다고 인사까지 했습니다.


뭐가 뭔지 혼란한 상황에서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아까 공원에서 만난 태국남자가 사기꾼이 아니었을까? 왜 나한테 가보라고 적어준 불상들이 다 별로 였으며...엑스포트 센터는 왜 적어준 것일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다 생각이 더 나아가서는 아까 불상에서 만난 태국인 관광객....자기가 내일이면 한국에 들어간다고 한국에 대해 잘 아는 척을 했구요.우연의 일치인것처럼 또 엑스포트 센터를 얘기했습니다.


게다가 그 툭툭기사는 그다지 알려지지도 않았을 것같은 엑스포트 센터를 단번에 찾아주었고...저한테 옷가게까지 억지로 데려갔다고 생각해보니...셋이 다 그 가게들과 연결된 사람들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추천한다는 불상들은...사실은 태국에선 지극히 평범한거였을 거고..그것을 미끼로..의상실과 금방에 가까운 그 불상들을 알려주는척 하면서..그 곳에 데려가 비싸게 강매를 하려고 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너무 소름이 끼쳤습니다.  모두 저한테 조심해라 조심해라 했어도...난 적어도 그런 일에 속진 않을 거라고 똑똑한척 생각했었는데......


그리고 길지 않은 4일 동안 태국이란 나라에 대해서 좋은 인상과 경외심을 가졌었는데...그런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기도 했구요.

다시 숙소로 돌아와 가져온 태국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제가 지나치며 읽었던 내용들이 있더군요. 한국에 대해 잘 아는척 하고 영어에 능통하며 선생님을 자처하는,친절을 행세하는 태국남자를 조심해라....금방에 데려가 금을 구경시킨 후....당신이 만져 기스가 났다고 하고 억지로 사게 만드는 사기가 많다....라고 써 있더군요. 헉

참 저 바보같죠? 그런 줄도 모르고 그런 사기꾼들한테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고 200 밧이나 되는 차비까지 주면서도 미안해 어쩔줄 몰라했는데....



지친 마음을 또 발마사지를 받으며 우울한 기분을 달랬습니다.
숙소에서 또 한 숨 자구......나와서 돌아다니며......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태국의 이 맛난 음식들을 다 먹어보리라....또 다짐하며 돌아댕기며 먹구 또 먹구...

그러다 인터넷룸에 잠깐 들렀습니다.

아! 얘기가 넘 길었구요...나이트얘기며 오늘 사기당할 뻔한 얘기..넘 쪽팔려 가명으로 올립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도움이 되시면 좋겠네요.

글구..할 말은 많은데...오늘 이 시간도 너무 아까워 그만 올릴랍니다.

내일은 한국으로 들어가야하겠기에.............


그래도 전 태국이 좋습니다. 제가 그랬지요?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는다고,....

태국은 이제 저의 짝사랑의 대상이 됐습니다.그냥 무작정 좋은 그런 존재...

오늘 하루 배운 것도 많고 잃은 것도 많은 하루였습니다.

읽고 위로의 말씀이라도 올려주심 힘이 될 것같네요,. 그럼 안녕히!!


다시 숙소로 돌아가 영화볼때 또 멋진 외국남자가 옆자리에 앉으면 이번엔 용기내어 먼저 말한 번 걸어볼랍니다.헤헤
14 Comments
고구마 2004.08.05 00:07  
  와...정말 많은 일이 있었네요. 한인업소 가시면 운이 좋아 동행친구를 구할수도 있어요. 물론 못 구할때도 있지만, 그럼 지금보다 좀더 잼있어질 거예요. 전형적인 사기인데 큰 손해 안보신것만 해도 다행이네요.
미미 2004.08.05 00:11  
  이번주 일요일에 친한언니와 5/6일로 단둘이 태국 가는데 헤라님 글 읽구 왜 일케 가슴이 찡하져,,? ㅠㅠ 암튼 마지막 밤이라 넘 아쉽겠네요,, 그래두 즐거운 추억 다시한번 가슴에 새기시구 끝까지 조심히 귀환하시길 바래효^^*
다행.. 2004.08.05 01:44  
  무척 현명하신 분이시네요. 그래도 툭툭 기사한테는 봉이 됬군요. 툭툭 기사는 가게에 사람을 데려주기만 해도 돈을 받는답니다. 사람 많이 다니는 시내에 자기 발로 들어가 물건 구경하고 사는 것 외에 데려다주는 곳은 절대로 가지 말고 사지도 말아야합니다. 어머어마한 바가지에 사기가 판을 칩니다.
서기 2004.08.05 04:02  
  그래도 별일없어서 다행입니다. 좋은 경험이었을테구요. 마지막날 잘 보내시고 무사히 귀국하시길~~
vincent 2004.08.05 09:24  
  참 이상도 하네요. 태사랑을 기웃거린 분이라면 저토록 바가지 풀세트로 쓰고 다니지는 않을텐데요. 어찌 저런일이...
주니애비 2004.08.05 10:39  
  하..이런 그럼 태국 4일여행에서 아유타야하고 박물관만 보신거네요?
많이 본다는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쉽네요.
출발하시기전에 여행스케줄을 나름대로 짜고 가셨다면 즐거운 여행추억을 많이 담고 오실 수도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큰 경험으로 삼고 다음 태국여행때는 많은 것 보시고 맛있는것 맘편하게 많이 드시고 오세요~
동감~ 2004.08.05 17:26  
  저두 혼자 인도갔던 일이 생각납니다. 인도에서 혼자 밥도 못먹고 잠도 못자고 울었던 기억이 ㅠㅠ  님아 그래도 정말 대단하시네요~
마른코딱지 2004.08.05 21:29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짧은 여행이었겠지만 많은 경험을 하고 오셨군요. [[원츄]]
둥이 2004.08.06 13:15  
  우오... 자랑스런 한국인임돠. 홀홀단신으로....
저도요 2004.08.06 22:55  
  사실 저도 지난 4월초에 태국 캄보디아를 다녀왔고요, 헤라님과 같은 경험을 했답니다. 우리는 여자둘이었는데요, 완전히 똑같은 방법이네요. 골든마운트근처에서 어떤아저씨가 와서 묻지도 않은 길을 가르쳐주면서 10바트에 라키부다인가 누워있는 부다등을 단 오늘하루만 툭툭을 이용해서 다 구경시켜준다고 그러면서 툭툭아저씨를 불러주더라구요. 근데 들어간 사원에서 만난 태국아저씨가 그러더군요 10바트에 어떻게 공짜로 하루종일 구경을 시켜줄수가 있겠느냐고요, 관광객을 보석판매하는 곳에 데려다주면 가솔린티켓을 툭툭기사에게 주기때문이라고 알아서 하라고 하더군요. 그말을 듣고 툭툭기사에게 숙소로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글쎄.....툭툭아저씨 엄청 화를 내더군요.(인상도 않좋았답니다.) 잠깐 시간내서 가주면 안되겠느냐고 했던 말 계속 반복하면서요...너무 무섭고 짜증나고 그래서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툭툭이 신호 대기하던 중에 찻길에서 그냥 내려서 도망가버렸답니다. 그후론 택시만 탔어요.^^ 나중에 헬로태국을 보니 조심하라는 말이 써있더군요. T.T  그래도 지금은 추억의 한가지로 기억 된답니다.
헤라 2004.08.08 10:56  
  그러고보니 그 툭툭기사가 옷가게 앞에 세우고 저한테 잠깐만 들어가주면 안되겠냐고 사정하면서 가솔린,가솔린 그랬어요,아마도 제가 그 옷가게에 들어가주기만 하면 가솔린티켓을 주니까 도와달라고 사정하는 것같았어요.
에유..어쨌든 한국에 돌아온 지금,,,큰 봉변없이 무사히 돌아온게 다행이네요. 지나고보니 재밌기도 하구요.
수원새댁 2004.08.16 15:16  
  잼나게 잘 읽었어요.,.
다들 말씀하신 것 처럼.. 다행이네요.. 크게 당한 것이 아니라서..
암튼.. 좋은 여행 되셨길 바랍니다..
헤롱 2004.08.29 02:00  
  저도 남친이랑 똑같은일 당했답니다,,ㅋ전 보석사기 있다고 다 알고 있었는데 그 순간 잠시,, 근데 저흰 계속 가는곳 마다 안사고 하니깐 툭툭기사가 빅부다 있는데 저희 떨가 주고 나와보니깐 도망간건지 없던거 있죠? ^^돈도 한푼도 안준 상태라 덜 억울했지만,, 참 웃낀 경험했습니다.
지구탐험대 2017.01.03 13:36  
ㅠㅠ 그래도 큰일 없으셨기 다행이네요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