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5. 깐짜나부리 트레킹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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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 5. 깐짜나부리 트레킹 ②

★혜성★ 3 1111
난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아저씨만 바라보았다.

얼마간 자기 의지대로 걸어가다 커다란 나무앞에 당도한 코끼리는
갑자기 나무에 자신의 몸을 비비기 시작한다;

아저씨 막 웃으시며 간지러워서 긁으러 온 거라고 하셨다.
뭐야.................

우리는 그렇게 코끼리가 시원해질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코끼리는 시원하겠지만 몸을 세차게 흔들어대는 코끼리 덕에 난 떨어질까봐
불안에 떨며 의자 손잡이를 심하게 꼭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코끼리끼리도 우정이 있는지 우리 코끼리가 긁고 있자 영국청년들 코끼리도
저기 멀리서 기다리고 서있는게 보인다.

드디어 우리의 코끼리 한참을 긁더니 제대로된 길로 돌아섰다.
휴.......다시 안심.

그렇게 코끼리를 타던 곳으로 되돌아가고 있을 때 저~쪽 길에서 타이인들 무리가 보였다.
아마도 이 아저씨와 아는 사이인듯

그 중에 한 청년이 갑자기 소리친다;

“아가씨 싸랑해.”

난 너무 웃겨서 막 웃기 시작했다.
이 청년도 또 나를 즐겁게 하네
타이청년들 사람 웃기는데 뭐 있군 ㅎㅎ;;


그런데 이 청년 끈질기다.

계속 수십번 “싸랑해 싸랑해”를 외치는 것이 아닌가;;

한번은 웃어넘겼지만 청년에게 이런 소리 듣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나는 계속
어색한 웃음만 지을 수 밖에;;

거기 있는 사람 대부분이 무슨 뜻인지 모를텐데 나 혼자 민망해하다가
의심많은 나 또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혹시 이것도 투어에 포함되는건가?
한국여인을 위한 특별 서비스?ㅡ.ㅡ;;

이런 의심들에 사로잡힌 사이 어느새 그 청년의 소리는 멀어지고 처음 장소로 도착했다.

다음코스는 뗏목이다!

근데 뗏목이 생각보다 허술하다.
꼭 물이 다 들어와버릴 것 같았다.
옷 다 버리면 어떡하지..(또 의심;;)
이런 걱정을 품고 조심스럽게 탑승했다.

나와 귀여운 가이드, 영국청년2명, 사공 학생(?)-너무 어려보여서 청년이라 하기도 뭣하고 해서- 이렇게 탑승했다.
사람이 별로 없으니 넓고 좋았다.

처음에 상류로 올라갈때는 모터를 켜고 가서 시끄럽고 물도 튀겨서 좀 싫었는데
사공이 노 저어서 천천히 내려갈때는 정말 좋았다.

근데 사공은 이 일이 정말 지겨운 것 같았다.
아무말 없이 노만 저어주는데 눈빛에 희망이 없었다.
사실 더운 날씨에 힘들기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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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뗏목


난 햇빛이 너무 뜨거웠지만 조용한 강에서 그런 뗏목을 타고 유유히 시간 보내는게
너무 새롭고 좋았다.

그렇게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다 난 귀여운 가이드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저기.. 몇살이야?”
“19살”
“어! 나도 19살이야.(만으로 19이라서;;), 우왕 반갑다!!, 대학생이야?”
“응”
“전공이 뭐야?”
“관광산업 ”
“아 그래서 가이드 하는구나~”
“응~ 넌 전공이뭐야?”
“난 음악.”
“그렇구나~”

이름을 까먹어서 너무너무 아쉬운 이 가이드는 귀엽고 순박해 보이는 여학생이었다.
깐짜나부리 근교를 제외하면 태국에서 가본 곳이 없다고 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도 한국에서 별로 가본 곳이 없는듯;;

IMG_0085.JPG
귀여운 가이드


즐겁고 조용한 뗏목타기가 끝난 후 우린 미니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느라 그늘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가이드 친구와 사진도 찍고 이것저것 이야기하면서 놀고 있는데 영국청년 중 한명이
갑자기 우리의 대화에 끼어든다.

“내 카메라 배터리가 이상한데 혹시 카오산에서 물어볼 곳 알어?”
“아니, 모르겠는데;”
그러자 그는 답답한 듯 물을 마시더니 나에게도 물을 권했다.
난 고맙다며 냉큼 받아마시는데 목에서 넘어가는 순간 갑자기 또 켁켁 거린다;
어제 미니버스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아 쪽팔려

걔는 킬킬거리며 왜 자기가 물만 주면 그러냔다.
내가 어떻게 아냐
니가 물에 이상한거 탄거 아냐?ㅡ.ㅡ;;

어쨌든 난 내가 너무나 귀여워하는 제이미 올리버-영국의 인기 요리사-에 대해 물어보았다.
“제이미 올리버 영국에서 정말 그렇게 인기 많니?”
“응, 되게 많아, 너도 제이미 올리버 알어?”
“티비에서 봤어, 요리 너무 잘하더라~ ”
“한국에서도 인기 많아?”
“그렇게 유명하진 않은데 티비에서 제이미 요리프로그램 보여줘서 인기 많아졌어.
너무 귀엽지 않아?“
“별로..”
표정이 떨떠름한게 별로 안좋아하나보다.
얼마나 귀여운데;;

어쨌든 그 후 우린 싸이욕너이 폭포로 이동해 잠깐 둘러보다(사실 별 감흥이 없어서; 쓸말이 없네요)
점심 식사를 했다.

이때까지도 완전히 타이 음식에 적응을 못한 탓에 밥을 먹는둥 마는 둥 하는데다가 이 사람들의 엄청난 빠르기의 영어 대화는 아주 강한 수면제 역할을 해주었다.
안그래도 일찍 일어나서 피곤했는데;;
반쯤 눈이 감기고 거의 제정신이 아닌채로 앉아있자 가이드가 계속 괜찮냐고 물어본다.
지금 상태를 보면 모르겠냐고 안괜찮다고 소리지르고 싶었으나
소심한 난 괜찮다고 할 수 밖에.............
이런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다들 한마디씩 거들며 이것저것 묻는다;
다들 신경써 주는 건 고맙지만 정말 이때는 모든게 귀찮고 빨리 차에 가서 자고 싶었다;
여기까지와서 잠이라니
참..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

한참 후 드디어 지겹고 졸린 점심식사가 끝나고 헬파이어 박물관과 핫스프링중
나혼자 헬파이어 박물관을 선택했기에 귀여운 가이드와 이별하고 느끼한 가이드와 난 박물관으로 향했다.

일본군의 만행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이었다.
그러나
정말 너무 작았다!!

규모로보나 전시물로보나 한국의 전쟁박물관이 월등했다.
난 머야.. 시시해.. 이러고 있는데 서양인들은 무지 심각하게 관찰한다.
특히 호주인들이 아주 심각한데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이들이라 그런지 자기나라 군인이
이 먼곳에서 죽었다는것에 경악하는 것 같았다.
헬파이어 현장을 보러 가는 곳곳에 호주 국기가 꽂혀있고 사람들 무지 경건하게 관찰했다.
여러 도표들을 통해 우리 불쌍한 한국인들도 이곳에 끌려와 죽었다는 사실에 나도 숙연해지기도 했다.



그 후 드디어 기다리던 죽음의 철도를 타러갔다.
그 전에 무슨 동굴도 구경했는데 그것 역시 별 감흥없고;;

철도는 듣던대로 많이 낡고 시끄러웠다.
처음 탔을 땐 너무 사람이 많아서 정신없었는데 잠시 후엔 수많은
관광객들이 거의 다 내리고 우리 투어팀과 귀여운 타이 아이들만이 남아 있었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다.
애들끼리 수다떨고 학교 노트를 꺼내서 막 웃는 모습들이 너무 귀여워 몰래 사진 몇장이나 찍어버렸다.;;

IMG_0105.JPG
귀여운 아이들

기차를 타는 내내 창밖으로 너무 예쁜 깐짜나부리의 자연이 펼쳐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창밖으로 얼굴과 팔을 내밀고 자연을 마음껏 감상했다.
끝없이 펼쳐져있는 아름다운 시골 풍경은 정말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의자가 딱딱하고, 많이 덜컹거리고, 너무 시끄러운 기차지만 내가 지금까지 타본
기차 중 최고였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창밖을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그런 경험이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 기차뿐만이 아니다.

방콕과는 너무나 다른 느낌의 깐짜나부리는
정말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너무 오랫동안 도시에서만 살아서 난 이런 시골은 지겨운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 깐짜나부리에 도착해 게스트하우스 앞의 강을 바라보면서 느낀 감정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본 것이었다.
그 곳에서 눈을 뗄 수 없고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어
그저 ‘너무 좋다’ 라는 말만 반복했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그때의 그 장면들이 생생히 떠오른다.
정말 다시 태국에 가게 된다면 깐짜나부리에서 정말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다.

하지만 이때는 발 때문에 초반에 너무 오래 카오산에 머무른 탓에 이날 투어가 끝나자마자 바로 방콕으로 가야했다.ㅜㅜ
원래 그 다음날 깐짜나부리에서 바로 치앙마이로 가려고 했지만 차비가 방콕에서 가는것의 거의 세배나 되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아쉬운 마음으로 방콕으로 떠났다.

방콕으로 돌아가 메일체크를 했다.
이스라엘 그는 오늘 치앙마이로 출발한다고 한다.
자기가 도착하면 게스트하우스를 메일로 보내겠다고 같은 곳에 묶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난 알겠다고 난 내일 치앙마이로 출발할 거니까 가서 만나자고 메일을 보냈다.

사고난 날 하루 정도 만난 후 처음 만나는 건데 이메일을 몇 번 주고 받아서 그런지
많이 친해진 느낌이다.

이 날은 특별할 것 없이 그냥 홍익인간 체크인을 하고 다음날 치앙마이로 출발하기 전까지
뭘할까 고민하다 결국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그냥 꿈나라로 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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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날아라도로시 2004.08.01 22:13  
  코끼리가 너무 귀엽다ㅎㅎㅎ어서 다음 이야기를..ㅎㅎ
향기나무 2004.08.02 04:35  
  아 여행기 읽으니까 더 가고싶어요[[고양눈물]]
김쪙 2004.08.03 11:11  
  치앙마이도 빨리 올려주세요~~ 넘 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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