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아침"의 태국여행기 20일차 - 7/13[사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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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한아침"의 태국여행기 20일차 - 7/13[사진없음]

상쾌한아침 5 1382
7/12(일) - 최고온도 33도

제목: 불쾌한 아침, 아쉬운 저녁

 태국에 온지 얼마 안된듯 싶은데 벌써 어느덧 2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오늘 드디어 20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나는 조국인 한국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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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쉽다. 너무 아쉽다. 20일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시간동안 나는 이 태국이라는 나라에 흠뻑 빠져 있었다. 이번 여행을 마치면 다시 이곳을 찾기가 힘들텐데... 만일 다시 찾을 날이 온다고 해도 그 때는 여행이 아닌 관광차원에서나 다시금 찾아볼 수 있겠지?
 하루라도 더 이곳에 남아 남들이 너무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자잘한 그들의 문화를 옆에서 좀 더 지켜보고, 느껴보고 싶다. 가끔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왜 그런 쓰잘데기 없는데까지 신경을 다 쓰냐?”그럼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는 쓰잘데기 없는 것이 아닌 나에겐 너무나도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라고...

 이른 새벽부터 그러한 아쉬움에 잠이 깨어 지금까지 태국에서 겪었던 일들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며 깊은 상념에 빠져 들었다.

...

 그래... 오늘 떠나면 나에게 다시 이곳을 찾을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거야. 그럼 나는 후회하겠지? 후회하지 않도록 며칠간 더 이곳에 머물도록 하자. 오랜 시간 생각 끝에 오늘 떠날 비행기표를 며칠 더 연장하기로 했다.

 오늘 아침도 누나를 만나기 위해 포선즈 게스트하우스를 찾았고, 누나에게 비행기표 연장을 할 수 있겠끔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이 누나는 영어를 잘한다.^^] 누나는 선뜻 내 부탁을 받아줬고, 그 즉시 우리는 타이항공을 찾아갔다.
 타이항공에 도착하고 ‘아! 이제 며칠간 더 이곳에 머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_=; 으잉?!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내 목에 있어야 할 디지털 카메라가 없어졌다. T_T[외출시는 항상 크로스백 같이 대각선 방향으로 카메라를 메고 다녔다.] 나와 누나는 너무 놀라 연신 주변을 찾아봤지만 헛수고였다. 분명 나올 때 들고 나왔고, 누나도 내가 목에 메고 있던 것을 봤었다. 혹시나 내가 숙소에 두고 온 것을 착각하고 있는건 아닐까하는 실날같은 희망을 가지고 숙소에 돌아가 다시 찾아봤지만 나의 작은 소망은 절망으로 변해 나를 엄습해왔다.

 으아아아아악!!! T_T
 
... 

 그렇게 나의 태국여행 연장계획에 태클이 들어와 버렸다. 크아아아아악!!!T_T 갑자기 찾아온 달갑지 않은 일 때문에 태국이라는 나라가 갑자기 원망스러워진다. 아아. 내 올림푸스 C-4000! 안에 들어 있는 메모리카드까지 포함해 당시 근 70만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해서 산 디카인데!!! 으아아아아아악!!! 씩씩씩!!! 카메라는 둘째 치더라도 메모리 안에 들어 있는 금쪽같은 내 사진들...[안에는 카호산 일대에 있는 서비스관련업종 업소들의 가격표를 찍어 놓은 사진들이 들어가 있었다. 더불어 최근 사진들도... T_T]  크아아아아아악!!! 너무 악에 바쳐서인지 모든 피가 얼굴에 쏠려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얼굴이 새빨갛게 졌다.

 내가 어수룩하게 메고 다닌 것도 아니다 일반 크로스백 마냥 어깨부터 반대방향 허리쪽까지 대각선 방향으로 메고 다녔고, 13년간 카메라를 항시 몸에 지니고 다닌 덕분에 다 쓰거나 안 쓸 때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몸에 메는 습관이 생겼다. 사실 대각선방향으로 메고 다니면 어지간해서는 훔쳐가기 어렵다. -_-++ 근데 그걸 대체 어떻게 훔쳐간거지?

 한참 씩씩거리며 고민하고 있는 나를 누나가 위로해 줬고, 누나가 보험 들었으면 경찰서에서 조서 써 가면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같이 경찰서에 가잔다.

“네? 경찰서요?”

 경찰서...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의 대다수가 그렇듯이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바로 경찰서다. 왠지 모르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아무 잘못이 없어도 경찰서라는 말만 들으면 움찔거리곤 한다. 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_=;
 
 어쩌다. 내가 경찰서까지 찾아가는 신세가 됐누... 에휴. T_T
 
 조서를 쓰기 위해 카호산에 있는 경찰서에 찾아가니 여행자관련 조서는 그곳에서 취급하지 않는다며 민주기념탑 인근에 있는 ‘여행자 경찰서’에 가보란다. 위치도 자세히 가르쳐주지 않아서 찾아가는데 꽤 애먹었다.

 어찌저찌해서 힘들게 누나와 나는 ‘여행자 경찰서’를 찾아갔다.

 에휴... 태국와서 참 다양한 경험한다. 화상입지, 카메라 잃어버리지... 경찰서 찾아가 관련 조서 쓰지... 흑흑흑...T_T

 여행자 경찰서의 조서관련 창구의 경찰직원과 아침에 있었던 카메라 도난사건의 경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조서를 쓰는데 경찰이 믿을 수 없다며 거짓말하지 말란다. 이유인즉 사용하지 않을 때는 항상 몸에 메는 습관이 들 정도면 거의 프로페셔널급인데 그런 사람이 부주의해서 도난당했다는 사실도 믿기 어렵거니와 한국인의 상당수가 여행이 거의 끝날 무렵에 자시의 카메라를 팔아치운 후 보험금을 타기위해 거짓신고를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단다. 그러한 거짓신고를 하기 위해 이곳 여행자 경찰서를 제일 많이 찾는 외국인이 바로 한국인이라며 난색을 표한다.

 이 사람들아!!! 난 진짜란 말야... 거짓말이 아니라구!!! T_T

 영어를 못하는 나를 위해 누나는 계속 대변해 줬다. 하지만 그러한 누나는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보험금을 노리고 여행자와 같이 짜고 사기를 치는 사람으로 오해를 받아 누나를 분노케 했다.

 근 1시간가량 옥신각신한 끝에 우리가 쓴 조서를 가지고 사건 경위서를 써준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 자신도 납득하기 어려운 것을 보험사 측에서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보험금타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실제로 한국에 돌아와서 보험사에게 청구를 했지만 그러한 일로 거짓 보험금을 탈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 믿을 수 없다며 거절했다. 보험금을 탈려며 보다 정확한 증거를 제시하란다. 어떻게 증거를 제시해야하는데? 어떻게 하라구!!! 응응응??? -_-]

 그렇게 힘들게 1시간 동안 옥신각신했지만 얻은 것은 전혀 없고 도와줄려던 누나마저 기분을 잡쳐버렸다. 카메라를 도난당해버린 나를 도와줄려던 누나가 나 때문에 범죄자 취급받다니... 너무 고맙고 죄송해서 고개를 제대로 들 수 없었다. 

 하아... 이미 잃어버린 것은 잃어버린거다... 그 잃어버린 물건을 다시 머리 속에 떠 올린다고 잃어버린 물건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태국에 대한 좋은 추억들을 오늘 있었던 일련의 사건 하나로 전부 날려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아까웠다. 그렇다고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리겠다는 아니다. 단지 안 좋았던 일 하나를 너무 부각시켜  그것이 태국의 전부라는 그릇된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떠날 때는 되도록 좋은 추억을 많이많이 쌓아가는게 좋은 것 아니겠어? [그래도 그 때 기억을 다시 떠 올리면 아직도 속이 부글부글 거린다. 젠장. 도둑놈들은 손모가지를 다 비틀어 버려야해!!! -_-++]

 쩝... 옆에서 나를 도와준 누나가 너무나 고맙고 미안하기도 해 오늘 한국으로 떠나는 마당에 누나에게 한턱 쏘기로 했다. 내가 한턱을 쏘기로 한 곳의 이름은 그 유명하기로 이름난 ‘JW 매리엇 호텔 뷔~~~·페’따라 해봐라... ‘JW 매리엇 호텔 뷔~~~·페’. 고풍스럽기 때문에 발음이 쫴끔 어렵다. .-_-b[어렵지? 퍼퍽!!!]

 JW 매리엇 호텔. 세계적으로 유명한 특급호텔이다. 헬로태국을 보니 점심뷔페가 일인당 450b이란다.
 
 ‘으음. 두명이면 세금 등을 계산해도 1000b 정도겠군. 태국 현지체감물가로는 근 10만원정도인데... 오늘 하루 그러한 생각을 접구 접대하자. 한화로는 3만원 정도인데... 그렇게 날 도와주셨는데 이정도는 접대해야 도리지...’

 그렇게 갑자기 나는 누나에게 한턱 쏜다며 가자고 했고, 실제로 갔다. 지금까지 꽤재재한(?) 게스트하우스에 있다가 특급 호텔에 들어가니 확실히 분위기면에서 뭔가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이런 때 아니면 내가 언제 특급 호텔에 와보겠어. -_-++
 이러한 특급 호텔을 찾은 우리의 모습은 이곳을 찾은 다른 손님들과는 너무 대조적으로 상당히 초라한 편이었다. 누나와 나는 여행할 때는 언제 버려도 부담이 없는 옷가지를 손호하는 편이라 옷이 상당히 남루한데다(?) 발에 신고 있는 신발이라고는 싸구려(?) 샌들과 쪼리다.[거기에서 우리를 제외한 손님들은 다들 정장에 구두를 쫘~~~악 빼입고 왔다.]

누나: 야. 명색이 특급호텔인데, 우리 좀 신경써서 입구 왔어야 한거 아냐? 원피스에 쪼리가 뭐야!!
상쾌한아침: 누나... 우리 신경써서 입고 올만한 옷가지나 있수? =_=;
누나: 하긴... 그렇긴 그렇다. =_=;

 걸치고 있는게 좀 남루하면 어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내면 아니겠어?^^ 우리는 그러한 분위기에 아랑곳 않고 시식에 들어갔다.

 자. 접시를 하나 들고 순례를 돌아볼까? +_+;;; 엥? 근데 음식 종류가 뭐 이리 없어? 이거 진짜 특급호텔 뷔페 맞아? 가격에 비해 음식 가지 수도 적은데다가 내용이 부실하잖아. =_=;;;

 JW메리엇 뷔페... 특급 호텔이라는 그 빛나는 명성과 높게 책정된 가격에 걸맞지 않게 음식은 가지 수나 질적인 면에서 전부 실망스러웠다. 이건 단순히 태국이나 한국인 입맛에 맞지 않은 음식이 나와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태국 와서 아직까지 맞아보지 못한 새우 비린내를 이곳 특급호텔이라 불리는 메리엇의 뷔페에서 처음 맞아봤고, 비린내와 함께 식재료 불량으로 인해 약간의 역한 맛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음식 가지 수도 적은데다 음식들도 주 요리부보다는 디저트쪽에 너무 치우친 경향을 보인다.[저녁뷔페는 음식 가지 수가 좀 더 늘어나고 먹을만하다는 것 같다. 대신 가격이 무지 비싸짐.]

 맛있는 요리는 먹지 말구 간식이나 먹구 말라는건가? =_=; 흠... 먹을만한게 없어 이리저리 둘러보는 요상하게 생긴 과일이 보인다. 기본적으로 생긴건 바나나 스타일인데[껍질과 알맹이 색감과 질감이 바나나같음] 외형이 별모양이다. =_=; 거참 신기하게 생겼네. 일부러 저렇게 만든건가? 아니면 원래부터 저렇게 생긴건가? 신기한 마음에 몇 개 집어서 자리에 앉아 먹어봤다.
 
...

 시다. T_T 단맛이 전혀 없고 시기만하다. 레몬맛과 흡사하다.[나중에 태사랑에 보니 이 과일을 ‘스타 후르츠’라고 부른단다. 아주 잘 익으면 단맛이 난다고 한다. 아주 잘 익을 때 말이다... -_-++]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맛에 실망하며 계산을 할려고 1000b짜리 지폐를 꺼내고 호텔 종업원을 불렀다. 호텔 종업원이 알았다며 제시한 영수증에 적혀 있는 금액.

“1590b!!!”

 켁! 이게 어떻게 된거야? 책에는 분명 점심에 일인당 450b이었는데... 세금이 이렇게 엄청나게 붙을 일은 없구... 그 사이 뷔페가격이 무지막지하게 올랐나? T_T 어흑. 1590b이면... 으허어어어억! T_T

 나는 이 충격적인 금액에 잠시나마 태국현지물가를 잊자는 생각이 싹 달아나면서 현지물가 계산으로 돌아가 버렸다. 1590b이면 태국에서는 15.9만원의 값어치가 있다구!!! -_-/

 예상치 못한 금액이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복대에서 돈을 더 끄집어내고 있는데 누나가 한마디한다.

누나: 야. 너 너무 무리하는거 아냐?
상쾌한아침: 괜찮아요.[사실 괜찮지 않아요. 무리하고 있는 거라구요. 덜덜덜 T_T;;;]

 이렇게 오늘 하루 예상치 못한 일에 2번 나가 떨어지는 것이었다. 아아. 애달도다.T_T

 그러한 심한 충격을 받은 덕분에 반 그로기 상태로 카호산에 돌아왔다. 에효. T_T
 여행 마지막 날이니 아는 사람에게 줄 기념품이나 사야지. 막상 기념품을 둘러보지만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품이 쉽게 눈이 들어오지 않아서 특별히 산 물건은 없다. 산거라고는 삿갓 2개. 이건 다른 사람 줄 목적이 아닌 내 개인용품이다. 개인적으로 삿갓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줄 기념품을 카호산에서 발견하지 못해 인근 마켓에 가봤다. 마켓에서 산 물건은 태국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스위트칠리치킨소스와 항상 ‘두리안! 두리안! 지옥의 향과 천국의 맛을 지닌 과일. 언젠가 꼭 먹고 말리라~♪’라며 늘 노래를 부르시는 어머니를 위해 두리안 칲을 5통 샀다.[마음 같아서는 지옥의 향과 천국(?)의 맛이 어떤건지 한 번 잡수어 보시라고 생(生)두리안을 하나 사다드리고 싶었다. =_=;] 

 한국에 들고 갈 기념품(이것들도 기념품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들을 들고 요구르트를 빨면서 숙소로 돌아갔다. 아아! 그러고보니 이 맛난 태국 요구르트들도 오늘부로 안녕이구나. T_T 그렇게 생각하며 걸어가는데 숙소입구에서 한국인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나를 유심히 쳐다본다. 으음 왜 그럴까? =_=;

 숙소에 짐을 나두고 나와 입구에서 누나와 잠시 이야기를 하는데 아까 나를 유심히 쳐다보던 아줌마가 나보고 한국인이냐면서 깜짝 놀란다. =_=; 한국인 여행자들이 많이 찾기로 유명한 이곳 ‘정글뉴스’에서 한국인보기가 어렵지 않거늘 왜 그렇게 놀라시지?

 아줌마: 어라? 한국인이셨어요? 요구르트 한 병에 세상을 다 가진 듯 너무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있길래. 중국인인 줄 알았어요. 한국인이면서 요구르트 한 병에 그렇게 행복해 하다니 신기하네요.
상쾌한아침: =_=

...

 흑흑흑. 그래요. 태국 요구르트 한병에 전 행복해해요. 요구르트 한 병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면 안되나요? 비록 한화로 600원 정도로 보잘것없을지 모르지만, 사소한 것 하나에도 소중해하는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것이라구요. -_-/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태국가면 태국 요구르트 한 병 마셔봐라. 정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T_T

...

 젠장... T_T

 나는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구. -_-/

 어느 덧 시간이 흘러 떠날 시간이 가까워졌다. 마지막으로 카호산을 눈에 넣어 둘려고 누나와 같이 카호산 일대를 돌고 있었다. 카호산을 돌아다니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한국인 여행자가 보이기에 도움을 주고자 말을 걸었다. 우리는 그들이 가고자 하는 곳에 데려다 주기 위해 동행을 했고, 걸어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여행자1,2: 신혼부부세요?^^
누나&상쾌한아침: =_=;;; !!!
여행자1,2: 어라? 아니셨나요? 나이가 비슷비슷해 보이시길래요.^^;

...

 우리 신혼부부 아니다. 게다가 누나와 나는 근 10살 정도 차이가 난다. 나이가 비슷비슷해 보인다니... 내가 늙어 보인다는 거야? 아니면 누나가 젊어 보인다는 거야? 당연히 후자겠지?

상쾌한아침: 어라라? 저희가 몇 살로 보이는데요? T_T
여행자 1,2: 으음. 두분 30대 중반 아니세요?
상쾌한아침: T_T
누나: =_=... 악연이야. 악연... 꼬사무이부터 시작된 악연... 깐자나부리에서 만날 때부터 알아봤다니깐. T_T

 누나는 분명 30대 중반이다... 근데... 난 20대 중반이란 말이닷!!! T_T 어떻게 그렇게 볼 수 있는거야. 치앙마이 트레킹에서 만난 잉글랜드 선생님부부들은 날 자기 딸과 같은 18세로 알았단 말야!!! 난 젊어보이다구. -_-/[퍼퍽!!!] 잉. T_T 난 20대 중반인데... 흑흑흑 T_T

 아아. 도움을 준 여행자에게 비수를 맞을 줄이야. 가슴에서 피가 철철 넘쳐흐른다. T_T 그러한 말에 상처를 받으며 걷고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여성 여행자가 걸어가고 있다. 어라? 전에 꼬싸무이 탈출할 때 도와줬던 한국인 여행자 중 한명이었다. 너무 반가워서 말을 건네니 그 쪽도 나를 알아보고 화상을 입은 다리는 괜찮냐며 안부를 물어온다. 아아. 떠나는 날 나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을 만나 너무나도 반가웠다. 시간이 좀만 더 있었어도 그간의 고마움을 표시로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고 싶었지만 떠날 시간이 얼마 안남아 간단히 몇 마디 이야기하고 헤어져야만 했다.

 그렇게 또 누나와 같이 걸어가는데 이번에는 도로 한 가운데에서 뚝뚝을 탄 서양인 커플이 내 쪽을 향해 손을 흔든다. 저 사람들이 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지? 내 주위에는 누나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누나보고 아는 사람이냐고 물으니 모른단다. 곧 나는 나를 가르키느거냐는 뜻으로 나에게 손가락을 가르키니 그 서양인 커플이 고개를 끄덕인다. 누구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번 치앙마이에서 트레킹을 같이 했던 잉글랜드인이었다. 으응? 트레킹 때만 해도 저들은 커플이 아니었는데... 언제 저렇게 커플이 되었지? =_=; 커플이 된 영문은 알 수 없었으나 그간 인연이 다았던 사람을 떠나는 날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무척 고마웠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나중에 한국에서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까?^^

상쾌한아침: 이제는 누나와도 이별이군요. 나중에 한국에서 볼 수 있으면 한 번 봐요.^^
누나: 그래. 나중에 볼 수 있으면 한 번 보자꾸나. 몸 조심히 잘 들어가라.^^
상쾌한아침: 네.^^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그 누나와는 이메일로 가끔 연락을 하고 있다.

 이제는 공항으로 떠나야할 시간... 분명 내나라 내조국은 아님에도 왠지 모르게 가슴이 한구석이 뻥 뚷린 듯하면서 가슴이 저려온다.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 무엇이 아쉬워서? 제대로 놀지 못해서? 사진기를 도난당해 서글퍼서? 그렇지 않으면 다른 것 때문에? 무엇 때문에? 왜? 왜지? 왜지?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계속해서 나는 내 자신에게 그와 같은 질문을 계속해서 던졌지만 질문만 던질 뿐 가슴 속을 시원하게 뚷어 줄 해답은 찾지 못했다. 택시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이 스쳐지나갈 때마다 가슴이 점점 더 저려온다.

 공항을 도착해 내리니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한숨이 나온다.

“휴...”

‘ 이제는 다시 밟지 못할 땅... 이 곳 태국... 너와도 곧 이별이구나.’

 공항에서 간단히 수속을 밟고 출국장에 들어섰다. 이곳 태국 출국장의 절차는 매우 간단해서 이렇다 할 특별한 검색이 없어 보안이 허술하다고 느껴진다. 불편하고 느껴질 정도의 한국공항의 검문검색과 비교하면 너무 대조적이다. 한국이 잘못된 것일까? 태국이 잘못된 것일까? 한국을 생각해서 3시간 일찍 공항에 도착했는데... 출국장까지 들어가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이 채 안 된다. 덕분에 공항에서 2시간 때우느냐구 꽤나 고생했다. 출국장 안의 물가는 상상을 초월해서 콜라 한 캔이 50b, 초밥 한덩이가가 하나당 90b이라는 매우 놀라운 가격을 자랑했다.[한 조각이다. 한 접시가 아님.] 어휴. 세상에나... 어찌된 것이 한국 공항보다 더 비싸다냐... =_=;;; 여기 태국 맞아?
[주의할 점. 출국장에서 비행기 탑승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비행기 탑승하기 45분 전이나 되어야지 들여보내준다. 일찍 가봐야 들어가지도 못하더라.]
 
 이제 떠날 시간... 비행기에 올라탔다. 전에 비행기에 올라탈 때는 새로운 것에 대한 흥분이 이었다면... 이제는 아쉬움이 있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태국의 따가운 햇살에 의한 다리화상, 카메라 도난, 견생을 즐기는 개들, 바라쿠타 한 마리에 ‘우리가 남이가?’모드로 돌변한 지배인 아줌마, 친절하고 항상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줬던 그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교차해 가지만... 그래도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이 더 선명하게 남은 이 곳 태국... 이제 너와고도 작별이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려 태국에게서 떨어져 나갈려고 한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내달릴 때 기체가 흔들리는 만큼 내 마음도 흔들린다.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너무나도 아팠던 마음도 비행기의 떨림이 멈추면서 서서히 가라앉아간다... 창가를 통해 보이는 태국이 이상하게 점점 작아져가고 있다. 손을 뻗으면 다을 수 있을 것만 같건만... 이제는 정말 안녕이구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고마웠다. 언제까지고 널 기억할게... 그리고 너도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구나...

친구야...
5 Comments
스노크아가씨 2004.08.25 16:30  
  다시라니...인제 태국은 안가실건가봐요?그럼 내년여름엔, 다른나라 여행기를 기대해도되나요?
에구,전 가기전에 상쾌한 아침님이 디카 잃으셨다기에
지몸 안챙기고 카메라만 열심히 챙겼다는...
소중한 추억을 앗아간 사람들이 밉습니다요..
전,요굴트가 아니라 돼지고기꼬치 5밧짜리
먹으며 무지 행복했어요^^
mini 2004.08.25 21:06  
  저도 2년전 처음 태국배낭여행을 혼자 떠나서 돌아올때 님과 같은 마음이었습니다.(꼭 또 올께.. 다짐을 했져^^)
정말 태국 중독증 무섭습니다.
매일 태사랑 보면서...
그래서 이번에도 3번째 태국여행을 계획중입니다.
태국이 좋은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좋기에 가는거져..^^
아리잠 2004.08.31 20:11  
  훗 다시안가는지 봅시다....
아리잠 2004.08.31 20:11  
  전 지난주 일욜에 뱅기타면서 생각했더랬습니다. 어캐 때려치고 태국에서 살수 없을까...라고..-_-
배꽃여인 2005.10.02 18:48  
  어머나....님글 이제 다 읽었는데...이번글 까지 읽고나니 정말 제가 태국에 다녀온듯 하네요^^ 이번 겨울에 가는데 저도 좋은 추억 많이 가져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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