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여행기. 떠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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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여행기. 떠나면서

민선 0 778
지난번 방콕에 있을 때 한국인 식당에 비빔밥을 먹으러 갔을 때다.
막 라오스에서 나온 아저씨 한 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며 라오스를 꼭 한번 가보라고 추천하셨었다.

하지만 산은커녕 풀냄새도 싫어하는 나로써는 온통 산으로만 둘러싸인 라오스는 그다지 매력적인 곳이 아니었다.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면서 인도나 네팔 쪽을 생각해 봤다.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기도 하지만 길어야 한 달인 여름방학 동안, 광대한 인도를 여행 하기엔 너무 모자란 시간인 듯 했다.

얼마없는 돈과 이런 저런 것을 따져봤을 때 역시 여러 조건에 가장 잘 맞는 것은 동남아였다. 지난 여행의 향수까지 겹쳐 완전히 그 쪽으로 마음이 굳힌 상태에서 문득 떠오르는게 지난 번 한국인 식당의 아저씨가 말한 라오스였다.
순수한 사람들과 아직 개발이 덜 된... 이런 여러가지 조건들이 매력으로 느껴졌다.

 물론 날씨 좋은 인도네시아 해변을 쭉 돌아다니면서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산을 타며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싶었다.

예산도 짜고 여러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운좋게도 론리플래닛 사이트에서 라오스를 몇 번이나 방문하신 분을 알게 되서 아주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중간에 기말고사가 있어서 시험 끝나고 준비를 하지니, 여행을 열흘정도 남긴상태였다. 결국 시간상으로 보나 거의 준비를 못해 갔다고 보는게 맞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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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면서 난 다시금 가족들에게 철저히 말해놓았다.
전화 안온다고 절대루 걱정하지마시구요, 잘다닐테니깐, 무소식이 희소식이래잖아요. 한동안 라오스 시골에 들어가면 전화기 없어서 전화두 못하니깐, 전화 안오면 그냥 시골 갔겠거니 생각하세요. 잘 다녀오게요!!
지난 번 집에 한 일주일 정도 전화를 안한 거에도 집이 거의 초상분위기에 할아버지가 몸져 누울 뻔한 이야기를 엄마에게 들었기에 이번엔 정말 단단히 일러두었다.

김천에서 서울가는 기차를 탈 때 난 거의 기차를 놓치는 줄 알았다. 시간 좀 남았다고 어슬렁 거리다 결국 1분남기고 엄청 뛰어서 간신히 기차에 탈 수 있었다. 영등포역에 내려서 공항버스를 타고 비행기 시간보다 무지 빨리 도착했기 때문에 공항에서 정말 지겹게 시간을 때운 걸로 기억한다.

비행기 안에서. 내 옆에는 할아버지 두 분이 앉아계셨었는데 출입국신고서 작성하는 것을 도와드렸다. 이분들, 여행 잘다녀오라고 엄청 격려해주셨었다. 나중에 노자돈 떨어지면 서울와서 연락하라고 명함까지 주신다.

여행초반에 힘을 많이 얻는다!!^-^

돈므앙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찾으려구 있는데 내 가방이 무지 늦게 나오는 바람에 새벽1시까지 있는 일반 버스를 타지 못했다. 공항버스도 끊기고 결국 택시를 타야하는 운명에 처했다. 짐을 가지고 비행기 타는건데 무지 후회했다. 일반버스 타면 4밧인데 택시를 타면 몇백밧이 나올게 자명하다. 어쨌든 택시타는 곳 근처에서 주변을 물색하니 한국인 커플이 눈에 띄였다.

민 : 저기 혹시 카오산 가시죠?
커플 : 네
민 : 그럼 택시 같이 타실래요? 돈도 나누고^ㅠ^
커플 : 그러죠~
 
그래서 이 커플과 함께 택시를 함께 타게 되었다. 미터택신 줄 알았는데 미터기는 안 돌리고 300밧 이란다. 아는 태국어를 다 동원해서 깎을려고 무지 노력했다. 이 아저씨 3명탔으니깐 100밧씩 내면 딱맞지 않냐는거다. 전혀 깎지 못하고. 결국 100밧 고스라니 냈다.

카오산에 도착한건 거의 새벽 1시 30분 넘어서였다. 조용하다. 길거리엔 개들만 돌아다니고, 술취한 사람들만 몇 명 있을 뿐이다. 오토가 방을 예약했다 그래서 난 그 숙소에 찾아가기러 했다.

 커플과 함께 사원 뒤쪽을 쭉 돌아왔다. 그들을 방을 구하러 가고, 난 예약했다는 그 숙소를 찾아해맸다.

오기 전에 분명히 위치를 확인하고 왔기에 난 확신하고 게스트하우스 이름도 적지 않고 왔다. 그게 결정적 실수였다. “분명 이쯤 있을텐데” 하고 한참을 해맸으나 찾을 수 가 없었다. 새벽 2시를 넘기고. 난 무거운 가방에 정말 최악이였다. 망할 놈이 예약만 하고 돈만 안냈어도 딴데가서 자는건데...

워낙 이름이 어려워서 기억한다는 거는 게스트하우스 이름이 ‘N’ 으로 시작한다는 것 밖엔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다 물었으나 작은 게스트하우스라서인지 잘 모른다고 했다. 

내 기억으로는 분명히 홍익인간 옆일텐데, 홍익인간 옆에는 N으로 시작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없었다. 그러다, 혹시, 설마, 저기? 하는 생각에 홍익인간에서 좀 더 걸어나가봤다. 완전히 가정집같이 생긴 곳에 Ngampit guest house란 문패 같은 정말 쪼그만한 간판을 걸어놓은 목조 건물을 발견했다. 이러니 어떻게 찾나… 그렇다. 이제 제대로 도착한거다.

 다행히 주인 할머니가 깨어있어서 문을 열어 주셨다. 오토가 14번 방을 예약했단다. 이 게스트하우스 계단이고 복도고 워낙 미로처럼 생겨서 14번방 찾는데도 오래걸렸다. 드디어 찾은 14번 방은 문이 닫혀있었다.

오토자식이 열쇠를 놔뒀댔는데 찾을 수가 없다. 오토가 자는 19번 방에 갔다. 문이 열려있었다.

두 남자가 쥐도 새도 모르게 엎어져 자고 있다. 하나는 오토, 하나는 오토 친구일꺼다. 오토가 어제 친한 친구가 홍콩에서 온다 그랬었다.

사실 오토도 2년만에 만나는 거라서 얼굴이 가물가물 하다.

오토랑은 한국에서 기차타고 대구가다 만났었다. 나는 입석이였고 오토도 입석이였다. 기차 통로에서 앉아있다 우연히 만났다. 오스트리아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오토는 7년째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난 그때 열여섯이였고 그 점이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였다.. 세계여행을 한다는 것 여행은 좋아했지만 그 때 나한테는 동경이자 그저 미래의 막연한 꿈 이였고 언젠가는 나도 하겠지 하는 거였다. 하지만 진짜루 세계 여행을 하는 오토를 직접 보고 난 후, 그 꿈은 언젠가가 되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오토가 내 생각을 많이 바꾼것 같다. 그리고 그 후에도 오토는 여행할 때면 많은 용기와 조언을 줬다.

그리고 오늘. 난 라오스를 가기위해 방콕을 찾았고, 오토는 인도에서 돌아와 방콕에 있었다. 
   
어쨌든 그 두사람 중 대충 오토 같아 보이는 사람을 흔들어 깨웠다. 눈을 비비고 일어난 사람은 오토의 친구였다. “쟤가 오토예요” 옆 침대를 가르켰다.

민 : 네, 근데 14번 방 열쇠를 놔뒀다더니 열쇠가 없어요.
친구 : 오토한테 물어보죠

함께 오토를 깨웠다.
완전 곯아 떨어진 오토는 절대 일어날 생각을 안했다. 계속 깨워도 절대 일어날 생각을 안했다. 무슨 인간이 잠을 이렇게 자는지.

민 : 술마셨어?
친구 : 응, 오늘 저녁에,
민 : 얼마나 마셨길래 못 일어나요?
친구 : 좀 많이 마셨죠;

친구 :  오토~니 꺼 돈 주머니 훔쳐간다. 안 일어날거야?

전혀 안먹힌다. 한참을 깨웠더니 짜증내는 소리로 잠 좀 자자고 한다.

민 : 열쇠는 주고 자든지 말든지, 열쇠를 줘야 나도 잘꺼 아냐 이놈아!!

계속잔다. 정말 짜증났다. 나도 피곤하다구!!!
깨우기도 귀찮아진다. 깨워봤자 일어날 생각도 안하고 깨운다고 짜증내는 놈 상대하기도 귀찮고, 친구가 계속 미안하다고 한다.

결국 같이 밑에 주인 할머니한테 열쇠를 얻으러 갔다. 우여곡절 끝에 열쇠를 얻어서 무사히 긴 전쟁을 치르고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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