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무식 여행기 5편 - "앗~ 샤워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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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무식 여행기 5편 - "앗~ 샤워 NO~"

두근두근 3 1268
눈을 떠보니 7시쯤이었다~
3시간 정도를 잠든 모양이다~
이 시간에 여길 나가봤자 딴데 갈곳도 없어서 억지로 다시 잠을 청했다~
다시 눈을 뜨니 9시, 꼼지락거리다가 10시쯤 주변이나 둘러보고 오자 싶어
숙소를 나섰다.
어제는 카오산에서 정글 찾는데 1시간반이 걸렸는데 오늘은 여기서 홍익인간까지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어제 얼마나 헤매고 다녔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유명하다는 국수집에서 국수 한그릇을 먹고(내 입맛엔 안맞았다), 다시 블루에
가서 배낭을 챙겨메고, 쑥빠삿호텔로 갔다.


아직 11시가 안된 시간이라 안받아줄까봐 걱정했는데, 일하는 아저씨가 돈 받기전에
방 먼저 보라구 안내해주셨다~
어제 방에 비하면 여긴 천국이었다~
널찍한 침대, 옷장, 화장대, TV 등등....
둘레둘레 둘러보고, 만족한 얼굴을 하며 내가 마음에 든다고 하자 아저씨는 욕실에
들어가시더니 "앗~샤워 NO"라는 것이다~
'모? 샤워가 안된다구?' 그럼 곤란한데....
내가 "샤워 NO?"라구 되묻자 아저씨는 "앗~ 샤워 NO"라구 다시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게 그말 아니냐구...-.-+
나의 불만어린 눈초리를 느꼈는지, 아저씨는 천천히 발음하기 시작하셨다~
"핫~ 샤워 NO"
.... -.,-
(내 영어실력의 문제인가? 아저씨 발음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뜨거운 물이 안나와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방을 계약했다~


짐 정리를 끝내고, 궁전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공주병이 있다보니 방콕에 오자마자 궁전부터 찾게된다~ ^.~*)
원피스라도 입고 궁전을 방문해야겠자만, 가지고 온 원피스가 배낭에 짓눌려
꼬깃꼬깃 해진터라, 얇은 긴팔옷에 7부바지를 입고 갔는데, 궁전 입장시 7부바지는
X표가 쳐져 있었다.
그러나 이미 태사랑에서 7부 바지는 괜찮다는 글을 읽고 갔었기에
보무도 당당히 입장했다~
(사실 멀쩡히 입장한건 아니고, 혹시라도 걸릴까봐 9부 바지정도로 보이기 위해서
바지를 억지로 골반까지 잡아 내렸다~ )


오우~ 번쩍번쩍거리는 금딱지들이라니....(정말 금 맞나?)
다른사람들에게 뒤질세라 셔터를 마구마구 눌러댔다~
한바퀴 둘러보구, 혹시나 놓친 것이 없는지 한바퀴 더 둘러보는 열성까지 보였다~


다 둘러보니 2시반정도... 그 다음코스로 법의학박물관에 가고 싶은데,
왕궁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법의학박물관은 안보였다~
경비원 아저씨께 물어봐도 법의학박물관은 모른댄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봐도 거긴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인 가이드라면 알겠지 싶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이드분께 가서
물었다~
"거긴 바로 저기에요~"라며 손으로 가리키는데, 거긴 동전박물관이 있는 곳이었다~
'이상타' 거긴 동전박물관밖에 없었는데...
"저긴 둘러봤는데, 동전박물관밖에 없던데요. 제가 말하는건 법의학 박물관이예요"라며
헬로태국을 펼쳐서 보여드렸다~
그 가이드 아줌마!! 책을 보더니 손사레를 치더니 "오우~ 우린 그런 이상한덴 안가기 때문에 몰라요~"라는
것이다~
졸지에 이상한 곳 찾아다니는 이상한 여자 되버렸다~
모르면 모른다고 할 것이지, 이상한데라니....
그럼 법의학박물관 가는 사람은 죄다 이상한 사람들이란 말인가!!
투덜거리며 1시간 가까이 왕궁 근처를 돌며 찾아봤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헬로태국을 다시 들여다보니 법의학박물관 설명 맨 끝에 위치가
나와 있었다. 이때는 그 위치가 왜 안보였는지... 덤벙거리는건 한국에서나
외국에서나 똑같나부다~)


오후 3시반... 어중간한 시간이었다.
유명하다는 월드 트레이드센터나 가보자 싶어서 그리로 향했다~
유명하다는 수끼도 먹고, 아이쇼핑도 하고....
(월텍 슈퍼에서 드디어 더치밀 요거트 발견!! 그러나 사람들이 감탄하는 것 만큼
맛있지 않았다~ 나에겐 너무 달았다~)
어느새 시간은 7시쯤..
버스를 타고 카오산으로 돌아갈려고 버스정류장에서 한참을 서성였으나....
띵~ 했다... -_-a
어쩔수 없이 "카오산"이라고 말하며 택시를 탔다~


1분쯤 갔을까... 택시 아저씨가 앞전에 카오산에서 월텍까지 택시비를 얼마냈냐구
묻는 것이다~
처음엔 못알아 들었다~('앗~ 샤워'라고 알아듣는 내가 이말이라고 금새 알아들었겠는가~)
내가 "뭐라구요?"라고 하자 아저씨가 다시 말씀해주셨다~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왜요?"라고 묻자 아저씨는 내가 못알아들었다구 생각했는지 "영어 할줄 아냐?"고
묻는 것이다~
"저 영어 못해요~"라구 씩씩하게 답해줬다~
그랬더니 이 아저씨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미터기를 끄고 나보구 내리란다~
이런... -.-++
아저씨 왈 "니가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딘지 모르겠다~"
황당... -O-
성질 같아선 아저씨랑 한판 붙고 싶었지만, 그냥 내렸다~
괜히 아저씨랑 싸워봤자 이 낯선곳에서 나만 손해다 싶었다~
(아저씨가 택시비를 달라고 했으면 아마 머리로 한 대 박았을지도 모른다~)


내린 곳은 로타리 부근이라 택시가 서질 않아, 다시 월텍으로 가서 택시를 타고
카오산으로 돌아왔다~


호텔로 돌아온 난 투덜거리며 불을 켰다~
근데... 왠지 좀 어두컴컴한게... 뭔가 좀 모자란 느낌이었다~
온 사방팔방 둘러본 뒤에야 침대쪽에 있는 불이 하나 안들어온걸 발견했다~
'불 안들어 온다구 카운터 가서 말해? 말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침건도 있고, 저녁엔 택시 기사 아저씨 때문에 영어 쓰는게 심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침대에 앉아 고민하던 나는 벌떡 일어나 침대위에 올라가 내가 전등을 고치기 시작했다~
전등을 빼서 다시 끼워넣었더니 의외로 쉽게 불이 들어왔다~
뿌듯했다~


내 자신에 대한 칭찬 선물로 맥주 한캔으로 자축을 벌이고 잠이 들었다~
3 Comments
kimyj337 2004.09.20 10:08  
  자신있게  "나 영어 몰라, 어쩔래!" 왜 칠 수 있는 분은 분명 국적이 자랑스러운 한국인입니다. 영어 때문에 걱정하고 있었는데...고마워요..나도 자신있게 몸으로 부딪쳐야지.....건강 잘 챙기시구요. 여행기도 꼬박꼬박 올리시길....
여행기 2004.09.20 13:15  
  재미있게 읽고 있답니다.. 기다려지내요..다음편이
나도 그런성격 2004.09.22 14:08  
  인데... 답답해도 내손으로 해결하고 남한테 아쉬운 소리 못하는ㅠ.ㅠ 아니됩니다. 버릇돼요. 좀 뭐해도 자꾸 말하고 요구하세요.난 중에 속 골병 들지 않을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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