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누추함과 배고픔
내 나름대로 이번 여행의 컨셉은 누추함과 배고픔으로 설정했다. 그동안 한국에 있으면서 좋은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잘 살았으니, 이제 여행길에서는 그 편안함과 안락함을 버리고 허름한 숙소에서도 자고 길거리에서 파는 불량식품도 잔뜩 먹어볼 작정이다. 그렇게 지금까지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 그래서 한번 뿐인 삶에서 다양한 삶의 형태를 경험해보는 것 또한 여행에서만 시도해 볼 수 있는 묘미이다.
그런 바램에 호응하듯 서울-홍콩 구간의 기내식은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기내식 중 최악이었다. 덕분에 맥주와 와인만 연거푸 들이킨 탓에 홍콩 공항에서 잠시 대기할 때는 취기가 올라 무척 힘들었다. 기내에서 마시는 술은 지상에서보다 훨씬 빠르게 혈관 속으로 퍼진다. 따라서 평소의 주량만 믿고 마셔대다가는 곤욕을 치룰 수가 있다.
공항버스를 타고 카오산으로... 익숙한 곳이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설렌다.
방콕 돈무앙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4시. 100밧(약 3,000원)짜리 공항버스를 타고 여행자거리 카오산으로 이동하여 람부뜨리 빌리지에 투숙했다.(에어컨 트윈룸 550밧) 여행 첫날 만큼은 괜찮은 숙소에 묵는 건 나만의 여행 방식이다. 첫날부터 싼 숙소에 묵으면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 게다가 람부뜨리 빌리지는 요즘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 꽤 인기가 있는 숙소여서 그 실상을 체험해보고 싶었다.
람부뜨리 빌리지는 위치는 아주 좋지만(왓 차나 쏭크람 부근), 규모가 꽤 커서 항상 투숙객들로 번잡스러운 것이 흠이었다. 객실 내부는 아무런 장식도 없이 흰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마치 병실(그것도 정신병동) 같았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최근 내가 방콕에 올 때마다 베이스캠프로 애용하고 있는 동대문으로 갔다. 동대문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겸 바이다. 서양여행자들에게도 꽤 인기가 있는 곳으로 김치말이 국수와 만두국이 별미이다. 장기간 여행을 하다보면 가끔 향수병에 빠질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동대문에 들려서 매콤한 김치말이 국수를 한 그릇 먹으면 다시 원기가 샘솟는다.
동대문의 별미 중 하나인 옥돔구이. 100밧에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생선요리이다.
동대문의 지킴이 장군이가 새끼를 낳았다. 장군이를 꼭 닮은 장군 투의 귀여운 모습. 참고로 장군이는 숫놈이다.
동대문에서 저녁 메뉴를 고르다 K와 조우했다. K는 와이프의 전 직장동료인데 나의 부추김으로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떠나 캄보디아를 다녀온 후, 오늘 밤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아가씨였다.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야기꽃이 펼쳐졌다. 그녀는 예상 외로 당차게 모든 일정을 잘 마무리한 뒤여서 약간 들뜬 상태였다. 그녀가 무사히 여행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저녁을 먹으면서 맥주까지 한 잔 곁들이다 보니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그녀가 타고 가야 할 비행기 시간은 자꾸 다가오고 있는데, 동대문 사장님까지 합세하여 술판은 점점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
에라 모르겠다, 약간의 취기를 빌미로 한 나의 집요한 부추김으로 인해 급기야 K는 오늘 밤 비행기 탑승을 포기하고 내일 아침 비행기로 귀국하기로 작심했다. 그런데 타이항공 24시간 콜센터가 도통 연락이 되질 않는다. 수십 번이나 전화를 했는데 계속 통화 중이다. 성수기가 아니므로 좌석 확보는 어렵지 않을 거라고 안심시켰지만, 만의 하나 내일 아침 비행기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그녀는 회사를 하루 무단결근해야 하는 운명이다.
마침내 새벽 2시 경, 겨우 통화가 되었고 좌석을 확보했다. 그때까지 우리들은 아무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카오산의 노점에서 술을 마셔야 했다.
한국인 여행자들의 방콕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하는 동대문의 저녁 풍경.
새벽 3시, K는 우리와 함께 람부뜨리 빌리지 트윈룸으로 이동하여 잠시 눈을 붙인 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그녀를 떠나 보내고 나서야 우리는 안심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여행 첫날부터 일탈과 해프닝과 스릴을 만끽했다. 참으로 긴 하루였다.
그런 바램에 호응하듯 서울-홍콩 구간의 기내식은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기내식 중 최악이었다. 덕분에 맥주와 와인만 연거푸 들이킨 탓에 홍콩 공항에서 잠시 대기할 때는 취기가 올라 무척 힘들었다. 기내에서 마시는 술은 지상에서보다 훨씬 빠르게 혈관 속으로 퍼진다. 따라서 평소의 주량만 믿고 마셔대다가는 곤욕을 치룰 수가 있다.
공항버스를 타고 카오산으로... 익숙한 곳이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설렌다.
방콕 돈무앙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4시. 100밧(약 3,000원)짜리 공항버스를 타고 여행자거리 카오산으로 이동하여 람부뜨리 빌리지에 투숙했다.(에어컨 트윈룸 550밧) 여행 첫날 만큼은 괜찮은 숙소에 묵는 건 나만의 여행 방식이다. 첫날부터 싼 숙소에 묵으면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 게다가 람부뜨리 빌리지는 요즘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 꽤 인기가 있는 숙소여서 그 실상을 체험해보고 싶었다.
람부뜨리 빌리지는 위치는 아주 좋지만(왓 차나 쏭크람 부근), 규모가 꽤 커서 항상 투숙객들로 번잡스러운 것이 흠이었다. 객실 내부는 아무런 장식도 없이 흰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마치 병실(그것도 정신병동) 같았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최근 내가 방콕에 올 때마다 베이스캠프로 애용하고 있는 동대문으로 갔다. 동대문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겸 바이다. 서양여행자들에게도 꽤 인기가 있는 곳으로 김치말이 국수와 만두국이 별미이다. 장기간 여행을 하다보면 가끔 향수병에 빠질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동대문에 들려서 매콤한 김치말이 국수를 한 그릇 먹으면 다시 원기가 샘솟는다.
동대문의 별미 중 하나인 옥돔구이. 100밧에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생선요리이다.
동대문의 지킴이 장군이가 새끼를 낳았다. 장군이를 꼭 닮은 장군 투의 귀여운 모습. 참고로 장군이는 숫놈이다.
동대문에서 저녁 메뉴를 고르다 K와 조우했다. K는 와이프의 전 직장동료인데 나의 부추김으로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떠나 캄보디아를 다녀온 후, 오늘 밤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아가씨였다.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야기꽃이 펼쳐졌다. 그녀는 예상 외로 당차게 모든 일정을 잘 마무리한 뒤여서 약간 들뜬 상태였다. 그녀가 무사히 여행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저녁을 먹으면서 맥주까지 한 잔 곁들이다 보니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그녀가 타고 가야 할 비행기 시간은 자꾸 다가오고 있는데, 동대문 사장님까지 합세하여 술판은 점점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
에라 모르겠다, 약간의 취기를 빌미로 한 나의 집요한 부추김으로 인해 급기야 K는 오늘 밤 비행기 탑승을 포기하고 내일 아침 비행기로 귀국하기로 작심했다. 그런데 타이항공 24시간 콜센터가 도통 연락이 되질 않는다. 수십 번이나 전화를 했는데 계속 통화 중이다. 성수기가 아니므로 좌석 확보는 어렵지 않을 거라고 안심시켰지만, 만의 하나 내일 아침 비행기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그녀는 회사를 하루 무단결근해야 하는 운명이다.
마침내 새벽 2시 경, 겨우 통화가 되었고 좌석을 확보했다. 그때까지 우리들은 아무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카오산의 노점에서 술을 마셔야 했다.
한국인 여행자들의 방콕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하는 동대문의 저녁 풍경.
새벽 3시, K는 우리와 함께 람부뜨리 빌리지 트윈룸으로 이동하여 잠시 눈을 붙인 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그녀를 떠나 보내고 나서야 우리는 안심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여행 첫날부터 일탈과 해프닝과 스릴을 만끽했다. 참으로 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