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태국 여행의 기억 -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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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태국 여행의 기억 - 01

구엔 3 804
(이 여행기는 무척 오래전 일입니다.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태국은 후진국?  싸구려 나라?  매춘관광? 쿠데타?

제 생각은 아니고요, 지금은 서점에서 찾아보기 어렵지만, 강문근님이 쓰신 한국사람동남아가기 제일 처음에 나오는 말입니다.  위의 말 다 아니고,  미소의 나라가 더 적절하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말이지요.

태국행 비행기를 처음 탄 것은 김포공항에서였습니다.  오후 7시 10분인가 떠나는 비행기였고, 직항편이었지요.  아마도, 처음으로 태국 사람을 보았는데, 커다란 덩치에 온몸에 문신으로 가득하고 장발의 머리에 청 자켓을 입은 사람이었지요.  나중에 여행가서 들은 이야기인데, 태국 남부지방 사람(푸켓?)들의 피부가 검다고 하더군요. 

태국의 이미지는 느낄새도 없었습니다.  돈무앙 도착한 시간이 현지시간으로 10시 30분.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고, 태국은 처음이고 아는 사람 하나 없어서, 공항으로 마중은 커녕, 그날 밤 잠자리부터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때는 겁이없었는지, 아니면 넉살이 좋았는지 모르지만, 그냥 앞에 있는 서양애한테 너는 어디서 머무를 예정이냐 하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는 누군가 나온다고 하더군요. 

거처를 정해야 하는 고민속에 있는데, 누가 제 어깨를 툭툭 치더군요.  그리고는 중국말로 뭐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유일하게 아는 중국어인, 나는 중국어를 모른다,라고 해 줬는데, 굉장히 당황스런 표정을 짓더라고요.  그리고 다시 무언가 말을 하는데, 이제는 확실히 알아 듣겠더라고요.

"혹시 한국분 아니세요?"

이런 경험 하신분 계신가요?  동포의 말을 외국어로 알아듣다니, 그것도 여행 첫 날에!

그 두 분은 신혼여행객이었고, 세관신고서를 가족당 한 장만 쓰면 되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대답해 드리고 나서, 다시 현실적인 고민, 도데체 어디서 자야 하느냐로 되돌아 왔습니다. 

입국심사하는 여자 직원분이 뭐라고 물어볼지 기대했지만, 공항의 모습은 태국 여행 전에 갔었던 일본 나리타 공항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얼핏 들기는 했습니다만, 그냥 고개 숙이고 제 여권과 씨름하시더군요.  아주 간단히 여권을 돌려받고, 내려가서 방콕시내 가이드 지도랑 팜플렛을 한웅큼 집고, 50달러짜리 시티뱅크 여행자수표를 환전했습니다.  세계로 게시판에 나와있던 massine라는 아이디 쓰시는 분의 여행기대로 했지요. 그리곤, 다시 아까부터 풀지 못했던 고민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도데체 어디서 자야 하느냐!!!

그런데 다시 우리말이 들려왔습니다.

"어 또 만났네요"

아까 그 신혼여행객이었지요.

"아.. 예.."

"이제 어디로 가나요?  숙소는 정했어요?"

"아뇨, 그냥 공항에서 자지요 뭐.. "

사실 그때는 심각했습니다.  공항서 자고 첫차로 나갈까, 하긴 그 시간에도 59번인가, 빨간색 버스는 다닐 시간이었겠지요, 나중에 알았지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사실 자신은 없었습니다.

"에이, 어떻게 공항에서 자요, 그냥 우리차 타고 가요,  가이드가 나와 있을 거에요"

"예?  어떻게... "

못 이기는 척, 사실 다른 대안은 뾰족히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냥 가보자 하는 생각으로 입국장의 오른쪽, 나중에 생각해 보니, 개별여행객은 주로 왼쪽으로 나가고 패키지 여행객이 오른쪽으로 나가는 것 같습디다, 으로 가니까, 그 분의 영문 성함을 쓴 B4용지의 판을 들고 있는 태국인이 있었습니다.  성함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1999년 국민드라마로 명성을 올렸던 MBC사극의 제목과 같았던 것 같습니다, 메모 한 다이어리를 싱가폴 가서 잃어버려서 모든 기록이 남아 있는게 없습니다.  태국인은 누군가를 부릅니다.  안경쓰시고 노란 옷을 입으신 여자 가이드 분이 나오시더군요.  가이드는 분명 신혼부부 미팅이라고 알고 계실텐데 남자 둘, 하나는 약간 남루한 오버트라우저를 입고 있어서, 그랬는지 제 얼굴을 빤히 보시더군요.  무언가 대답이 필요한 순간이었습니다.

"저, 방콕까지 가는데요, 같이 가도 될까요?"

"아, 그러세요, 택시비도 줄이고 좋지요"

흔쾌히 O.K. 아, 하나 더 남아 있었습니다. 그 분들이 신혼여행객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공항을 나와 태국인 운전기사는 봉고차 같은 도요타의 승합차를 주차장에서 가져오기 위해 간 사이, 웬 태국여인이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스민인가요?  환영의 뜻으로 걸어준다는 화환, 택시 기사들이 매일 갈아서 룸미러에 걸처 놓는 것, 을 그 신혼부부에게 걸어 주시더군요. 

'흠, 나두 나중에 신혼여행오면 받아야지'

하고 혼잣말을 곱씹고 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제게도 걸어주려 하는 게 아닙니까.  화들짝 놀라서 "NO!", "NO!"를 연발했지요.  혹시나 돈 내는 건 아닌지, 막 도착했고 처음 밟는 땅이라 아직 돈에 대한 감각이 부족해서 무조건 아끼자 였습니다.  가이드 분이 웃으면서 이야기 하네요.

"그건 태국에 오신걸 환영한다는 의미니까 그냥 받으세요"
"아뇨, 저두 나중에 신혼여행 오면 받을께요"
"그냥 받으세요"

못이기는 척, 신혼부부 뒤를 졸졸 따르면서 목에 자스민 화환을 걸고 승합차에 탓습니다.  신혼여행 패키지에 편승해서 방콕까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일은 1995년 1월 10일 생긴 일입니다.)
3 Comments
바닐라스카이 2004.10.11 02:31  
  독특한 시작이네요- .. 그래도 좋은 분들 만나서 다행이에요;;;  ^-^
주니애비 2004.10.11 19:25  
  저도 초보배낭여행시절 어디를 어떻게 다녀야 할지 몰라서
우연히 만난 가이드분에게 패키지 여행 일정에 낮 일정만 같이 합류하여 따라 다니면 안되겠냐는 순진한 부탁을 드렸더니
대략 난감해하시면서 정중히 거절하시던 기억이 새롭네요...
곰돌이 2004.10.13 13:15  
  예전엔 어떠했을까요?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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