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애비의 4인가족 자유여행기 - 2일차(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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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애비의 4인가족 자유여행기 - 2일차(2/2)

주니애비 5 1329
쌍히 선착장에 도착하여 고가도로 밑으로 돌아 리버사이드 방콕 호텔쪽으로 걸어가다보니 너무 일찍 도착한 것 같습니다.
예약 주의 사항 시 오후 7시까지 도착해달라 하였는데 이제 시간이 6시 조금 넘은 시각입니다.
괜히 하릴없이 큰 도로변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구경을 하려해도 노점 식당을 제외하고 그리 볼만한 것들은 없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이 그 무더운 태국에서는 노점상에 닭고기며 돼지고기를 냉장보관하지 않고 그대로 진열해 놓는데도 파리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습니다.
저렇게 상온에 진열해 놓으면 상할 것처럼 보이는데도 전혀 문제없이 팔고 있습니다.
강력한 자외선 때문이란 말이 있는데 근거가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덥기도하고 해서 일단 에어콘이 시원하게 나오는 호텔로 들어가기로 합니다.
사실 덥기도 더웠지만 화장실이 급했습니다. ㅠ.ㅠ
시간이 남으면 호텔 쇼파에서 기다리면 되니 말입니다.

호텔에 도착하여 잠시 쉰 다음 멀뚱멀뚱 앉아 있기도 뭐하고 해서 디너크루즈 배가 정박해 있는 선착장으로 가기로 합니다.
몇몇 손님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합니다.
입구에 예약자 명단을 칠판에 주욱 써놓고 하나씩 체크해 나가고 있습니다.
오른쪽 데스크 가서 문의를 하니 오른쪽은 뷔페예약 데스크라며 왼쪽 데스크로 가라합니다.

왼쪽 데스크에 가서 제 이름을 대니 어? 이게 뭡니까??
제 이름이 도무지 안보입니다.
이럴 리가 없는데.... 분명히 예약을 했다 했는데
칠판에 약 30여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위로 아래로 훑어보며 찾아보아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이름이 하나 보이긴 보입니다.

19. KHUN RAN HAEN SO - 4 PAX

흐흐...
제 이름이군요... 아니..제 이름과 비슷하군요.
본인 아니면 도무지 몰라볼 스페링입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데스크에서 번호표 250번을 손에 쥐어줍니다. 일단 이른 시간이지만 승선을 합니다.

유람선 2층으로 올라가니 하늘을 가리는 지붕이 없는 갑판에 철제 식탁들이 수십개가 질서 정연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250번을 찾으니 난간 쪽으로 자리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예약자들에겐 전망 좋은 자리로 우선 배정을 해주는 모양입니다.
자리를 잡고 음식을 시킵니다.

1. 똠얌꿍
2. 깽쯧 무쌉(다진 돼지고기를 넣어 끓인 맑은 국)
3. 꿍츱뺑텃(새우튀김)
4. 팍붕화이댕(모닝글로리 야채볶음)
5. 얌운센
6. 쏨땀
7. 카우 팟 꿍 Large Size
8. 싱 맥주 1병
9. 물 2병

음식을 주문하고 나중에 나올 때보니 양이 엄청납니다.
너무 무식하게 시킨 모양입니다. 반 이상을 남겼습니다.
대자, 중자, 소자가 있는데 웨이터가 4명이다 보니 모두 대자로 주문받은 모양입니다.
그러나 나중에 계산을 해보니 4명의 승선료(일인당 100밧)와 세금 포함해서
1,840밧 나왔습니다. 일인당 460밧 꼴입니다.

평이 그저 그런 중저가 디너크루즈인 차오프라야 프린세스 디너 크루즈가
현지여행사 판매가격이 일인당 800밧이니 무척 저렴한 셈입니다.

리버사이드 디너크루즈는 음식값도 저렴하고 다 좋은데 도무지 영어가 안통하는 곳입니다.
음식 주문할 때 태국말 저 때문에 무지 고생합니다.
그러나 음식이름은 대충 말해도 웨이터들이 그런대로 잘 알아듣는 편입니다.

팍치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 탕못 마이 싸이 팍치 나캅 "을 외치고 웨이터도 확인을 해줬습니다만
나중에 음식 나올 때 보니 팍치가 다 들어가 있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손님들의 주문을 소화하려니 개별적인 신경을 못 쓰는 모양입니다.
걍 건져내고 먹으니 먹을만 합니다.

손님들의 99% 정도가 현지인들입니다.
여행객들은 하나도 보이질 않고 모두 동양인들입니다.
음식을 먹으며 사진도 찍고 야경도 감상을 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 즐거워할 즈음에 이게 뭡니까?

후두둑... 후두둑.... 우두두두둑......

그렇습니다... 비가 쏟아 지려하고 있습니다.
얘들아 얼른 1층으로 튀어!!!!
탁자번호가 적힌 냅킨통을 손에 쥐고(웨이터들이 손에 쥐어 주더군요. 나중에 계산해야 하니까)애들하고 정신없이 1층으로 튀었습니다.
무슨 전쟁통에 포탄이 옆에 떨어져 이리저리 흩어져 도랑으로 몸을 숨기는 형국입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식사가 거의 끝나 배 뚜드리는 상황에서 비가와 다행이었습니다만
식사도중에 피신한 사람들은 먹지도 못한 식사 값은 어찌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비가 온 것이 뭐 디너크루즈사의 잘못도 아니니 먹었던 먹지 못했던 음식값은 지불해야 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1층에 다른 번호표가 붙어있는 자리에 앉아 있으려니 내 자리가 아니라서 그런지 좀 불안합니다.

사람들은 웅성거리고 계산은 끝나지 않았고....
종업원은 자꾸만 와서 식탁에 접시를 셋팅하려 하고...
우린 식사를 2층에서 이미 마쳤다. 손짓발짓으로 표현합니다.

우린 식사를 2층에서 이미 마쳤다 <-- 이 말은 태국어로 공부해 놓지 않았습니다.
예상 대화만 열심히 공부해놨지 예상하지 않은 상황의 대화까지 누가 공부해 놓겠습니까?
ㅠ.ㅠ
아무튼 최후의 만국공용어인 바디랭귀지로 의사소통했습니다.

" 이런 경우엔 어찌 되는거지?? "
예상밖의 상황이 발행하니 내심 당황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마눌과 애들 앞에선 전혀 문제가 없다는 가증스런 표정을 짖고 있습니다.(속으론 죽겠습니다)
마눌은 목이 타는지 물 한병을 시켜달라 합니다.

여기가 남의 자리인데 물을 시키면 계산을 어떻게 하는건가??
물을 시켜도 가져오긴 가져오는건가??
아수라장이 되버린 1층에는 종업원들과 손님들로 정신이 없이 돌아가는데 물 한병 시킨다고 가져올까?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하여 울 마눌의 물 한잔 요청을 슬그머니 뭉게버립니다.

우선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계산을 먼저하고 마음 편히 있기로 합니다.
종업원을 불러 계산을 해달라 합니다.

" 넝캅~ 첵빈 너이 캅~ "
" @#$%%^+%^%#@!@! 카~"

하...이건 또 예상에 없던 일이랍니까?
해달라는 계산은 안해주고 1층 담당의 여직원이 손목시계를 가리키며 뭐라뭐라 열심히 씨부립니다.
맨뒤의 카~ 만 알아듣겠습니다.
눈치 10단의 잔머리를 굴려보니 배가 출항하기전이라 계산이 불가능하다는 말인 것 같았습니다.
8시 30분에 배가 출항을 하니 출항 15분전쯤의 일입니다.

" 카오 짜이 캅 " - 알았습니다

한 5분후에 2층 우리 테이블을 책임지던 웨이터가 와서 또 머라 합니다.
계산하시겠냐고...(계산의 책임이 주문받은 웨이터에게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계산해도 되나보다 해서 당연히 계산하겠다 했습니다.
계산을 다 해놓고 마음 편하게 이제 남은 일인 짜오프라야 강 야경을 감상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계산서를 가져와 계산을 하고 있는데 아까 뭐라 한참을 씨부린 1층 담당 여직원이 와서
자기 직원에게 뭐라 뭐라 승질을 내더만 저를 쳐다보며 도끼눈을 뜨고 출입문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댑다 소리를 지릅니다.

" @#$^^&&&$#@%^&%$@!!!! You may go out !!! "

앞의 태국말은 못알아 들어도 마지막의 영어는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니 삼진 아웃도 아니고 유 고우 아웃이라니....
내가 언제 간다했습니까??
그리고 이 4가지 푸잉은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랍니까?
나도 갑자기 뚜껑이 열리려합니다.

" Hey, We will don't go "

한마디 내지르고 별 웃기는 짬뽕이 다 있다는 표정으로 여직원을 째려봅니다.
아까 계산을 마치고 팁을 40밧이나 끼워 놓았는데 아까워 죽갔습니다.
식사 계산 영수증 사본도 안주고 말이지....

그러던 중 비가 그치기 시작합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이건 완전히 물바다입니다.
음식접시마다 완전히 홍수가 나서 물이 찰랑찰랑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당면은 팅팅 불어있고...
한 30분남짓 잠깐 왔으려나 했는데 내리는 비의 양이 엄청나긴 난 모양입니다.

이 때 갑자기 등뒤에 서있던 울 마눌 결정적으로 한마디 날립니다.
" 에이 물 좀 시켜달라하는데 그걸 안시켜주냐?? 씩씩~ 궁시렁 궁시렁~ "
아... 내가 폭발하면 안되는데...
그러나 여종업원 때문에 열이 받아 있던 제가 뚜껑이 확 열리며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 야 내가 물 시켜주기 싫어서 안시켜주냐??
말이 통해야 물을 시키던지 말던지 해야 할 거 아냐?? 썅~ "

지금까지 화기애애하던 분위기 한순간에 싸~해집니다.
4명이 서로 짐짓 딴곳을 쳐다보는 침묵의 시간이 1분여 흘러가고 있을 즈음
막내 훈이가 한마디합니다.

"아빠 동전있어? 돈 좀 줘봐... 내가 물 사올게..."
"야! 이 배 안에 먼 슈퍼가 있겠냐? 니가 물을 어떻게 사와??"
"그래도 돈 줘봐... 한번 가보지 뭐..."

20밧 정도를 손에 쥐어주니 쫄랑쫄랑 1층으로 내려갑니다.
잠시 후에 물 한병을 손에 쥐고 헤헤거리며 2층으로 올라옵니다.

" 어이구~ 아빠보다 훨씬 낳네요~~ "

울 마눌 빈정거리는 한마디로 최후의 비수를 내 가슴에 사정없이 내리 꽂습니다.
이때부터 분위기 정말로 싸해집니다....
애꿎은 담배만 뻑뻑 피워댑니다.
배는 이제 막 출발하였고 유람선 운행시간은 아직도 2시간이나 남았습니다.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강변 야경을 멋지게 감상해 보겠다는 작은 소망이 갑자기 내린 비와 그지같은 안내 푸잉으로 인해 한순간에 날아 가버리는 순간입니다.

4명 한가족 모두 2시간여의 침묵속에 이루어진 짜오프라야강 디너크루즈.....
두 번 다시 기억하기 싫은 2시간여의 악몽이었습니다.

환한 달빛이 비추는 짜오프라야강을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한채 멍청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2일차도 저물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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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자유 2004.10.09 16:41  
  아드님들이 붕어빵이네요. (^^)
단란한 가족 여행일기 너무 보기 좋아요.
나니 2004.10.10 19:02  
  사진이....아래는 비오기 전...위는 비온 후 아닌가요?[[아니]]
주니애비 2004.10.11 08:26  
  사진 위는 방람푸 선착장에서 리버사이드 방콕호텔로 가기위해 수상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구요
사진 아래는 디너크루즈에 승선하여 음식을 주문한 후 기다리며 기념을 찰칵...물론 비오기 전입니다.
Teteaung 2004.10.11 22:20  
  단란한 가족 너무 부럽다[[원츄]]
박석웅 2004.10.13 01:52  
  그래도 아주머니 성격 좋아보이시는데요! 미인이시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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