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애비의 4인가족 자유여행기 - 1일차 (8/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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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애비의 4인가족 자유여행기 - 1일차 (8/21일)

주니애비 6 2020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베란다 창문 밖을 쳐다봅니다.
다행이 하늘은 쾌청한 파란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틀 전 태풍 메기가 올라올 때 걱정이 많았었는데...
오호~ 하늘이 도와줍니다.

만에 하나라도 여수공항에서 오후 1시 30분 비행기를 탑승하지 못하면
방콕행 17:35분 타이항공 탑승은 물 건너 가버리기 때문에 기상상황에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목포 공항을 다음으로 전국 최대의 결향율을 자랑하는 여수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항상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루전에 올라가면 그럴 일이 없다굽쇼??

봉급쟁이 신세에 여름휴가를 이용하여 다녀오는 사람으로선 언감생심입니다...
하긴 아침 기상이 여의치 않으면 출근과 동시에 출근부에 도장만 찍고 갖은 핑계를 대며 조퇴하여 승용차를 쎄리 밟아 인천공항으로 올라가려는 차선책을 세워 두기는 했습니다만...
(토요일 당연 근무이고 8시까지 출근하여 2시에 퇴근하는 회사입니다. ㅠ.ㅠ)

우리 회사에는 아주 이상하고도 비과학적인 항공운행 지표가 하나 있습니다.
저 멀리 유리창 밖으로 바라다 보이는 봉화산 꼭대기에 있는 철탑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면 여수공항은 정상운행이며 육안으로 보이지 않으면 결항인 것입니다.

이 비과학적인 판단방법의 확율은 100%이상의 신뢰도를 갖습니다.
오차범위?? 그런거 없습니다. 무조건 맞습니다.
12월에 여수공항 확장공사가 완공되기 때문에 그 때 가면 사정이 좋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어제 저녁 짐을 꾸렸습니다.
한가족이 몰려가는 여행이기에 이것저것 잡동사니 챙길 것이 많습니다...
체크 목록이라도 만들어야 할 정도입니다.

여권, 항공권, 그리고 돈...
이 세 가지는 최우선으로 챙기며 여행 중에도 목숨(?)을 걸고 지켜야합니다.
그렇다고 진짜로 목숨까지 걸면 안됩니다.
칼 들이대고 달라면 걍 주는게 좋습니다. 안그러면 만수무강에 지장을 초래합니다.

그러나 이번 여행엔 필수적으로 챙겨야 할 것이 또 있습니다.
마누라와 고1학년과 초딩6학년짜리 아들넘 둘....
여행기간 내내 일정이나 식사가 마음에 들어하는지 얼굴 표정도 살펴야할 것이며 피곤한지 어쩐지를 30분마다 체크하여 그때그때 스케줄을 신축성 있게 변경시켜야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여행경비의 3/4을 댄 최대 스폰서인 울 마눌의 컨디션은 최우선 체크사항입니다.
(이번 여행에선 내가 당신의 충실한 종이야....딸랑딸랑~~ 헤헤...)
<---피식 웃지 마시길 바랍니다 글 읽는 당신도 장가가면 머지않아 이렇게 됩니다.

출발하기 일주일전부터 인터넷을 이용하여 여행자 보험을 들어놨습니다.
현대해상화재보험 C형 가족형으로 보험에 드니 10% 할인 해준답니다.
4명의 보험료가 18,600원 밖에 하지 않습니다.
사망 5천만원 의료비 천만원 분실물보상 70만원까지...

보험 타먹을 일은 당연히 없어야 하겠지만
만에 하나 돌다리라도 꼭 두들기고 건너는 성격이라 마음이 좀 놓입니다.
그러나 15세 미만인 막내 훈이는 한정된 H형으로 밖에 가입이 안된답니다...
애들이 더 사고를 당할 확율이 커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일수록 보험을 더 큰 금액으로 들어 줘야하는 거 아닙니까??

환전도 미리 해두었습니다.
이곳저곳 검색을 해본 결과 우리은행이 환율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환전을 잘하면 발마사지 한번은 공짜로 받을 수 있습니다.

8/18일 환전-우리은행
공시환율 현찰 매도율 : 1,177.75 실구입율 : 1,170.-
T/C 매도율 : 1,169.07 실구입율 : 1,163.-

예정대로 김포공항에 도착 인천공항행 600번 공항버스에 탑승했습니다.
어른 4,500원 국민학생 3,000원...

검표원이 친절하게 어른은 탑승하기 전 티켓팅을 미리하고 국민학생은 운전기사에게 티켓팅을 하라며 일러줍니다.
나중에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 올 때는 4명이라 했더만 그냥 4,500원짜리 4명 끊어줍니다. 1,500원 손해봤습니다.
30밧입니다. 쌀국수 한그릇 길바닥에 흘려 버렸습니다.

인천공항에 오후 3시 30분경에 도착하여 출발 시간 2시간여가 남았습니다만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보딩 수속하고 방콕 도착후 현지에서 써야할 타이밧도 환전을 하고 기내에서 읽을 책도 사고 버거킹에서 더블치즈와퍼 하나씩 뚝딱해치우고...

여행을 하면서 새삼스레 느낀 것은
우리식구들에게 이런 면도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참으로 먹성 좋습니다.
식구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보니 가장으로서 흐뭇합니다.

방콕행 비행기는 17:35분 인천출발 대만경유 TG635 편입니다.
직항편을 선택하지 않고 경유편을 선택한 것은 시간적인 사정도 있었습니다만
큰넘 준이의 평소 바램 때문입니다.
기내식을 두 번 먹을 수 있다는 환상(?)적인 조건의 항공편....

제가 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큰넘 준이의 웅얼거리는 볼멘 소리를 매번 듣습니다.

"에이~ 기내식 좀 싸오지...."
"얌마 기내식을 어떻게 싸오냐?? 물이 질질 흐르는 것을 비닐봉다리에다가 싸오란 말이냐?"

4년전 초등학교 졸업기념으로 저하고 단둘이만 열흘정도 태국을 여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 먹어본 기내식을 목 메이게 그리워하는 넘입니다.(이때는 홍콩경유편)
빨 때 꼿아서 먹는 시원한 코코넛을 하루에 열댓게 먹어 치우는 식성이 참으로 이상한 넘입니다.
나는 하나만 먹어도 닝닝하더만....

아무튼 이륙 후에 기내식을 한번 먹고 어리버리 하고 나니 바로 대만 공항에 도착합니다.
한시간 후에 비행기에서 내린 그 게이트에서 다시 탑승을 하면 된답니다.
예전 홍콩 경유편을 이용했을 때에는 2층에 내려서 3층으로 올라가 탑승을 하게되어 검색대를 지나고 해서 조금 불편했었는데 신경 쓸 일이 없어 좋습니다.

한시간여를 지루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 약간 거리가 떨어진 면세점에 들러 마눌님이 관심을 보이는 빨간 베네통 가방과 칠보 팔찌를 하나 삽니다.
정가는 대만달라로 표시되어 있었지만 US달라로 지불하니 환산하여 거스름돈을 US달라로 줍니다.

기회를 틈타 참고 참았던 담배 맛있게 한모금하고....
네..맞습니다...
저 아직도 담배를 못 끊고 있습니다.
독한 넘입니다...
요즘은 담배 피우는 넘이 빨리 죽을지 알면서도 안끊는 독한넘이라 하더군요.

대만공항에서 아랍계의 아주 이쁜꼬마를 봤습니다.
아랍계의 어린 아이들은 깨물어주고 싶도록 이쁩니다.
아랍계가 아니라 인도나 파키스탄 쪽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울 마눌 이뻐 죽을라고 합니다.
얼마나 이쁜지 막내 훈이넘은 지가 먹을려고 꼬불쳐 논 초컬릿을 건넵니다.
꼬마아이의 얼굴이 금새 환해집니다.
우리도 이참에 이쁜 딸하나 낳지???

또 한번의 기내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이 깔린 돈므앙 공항에 울 비행기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보따리 5개를 찾아서 카트에 싣고 공항 1층 택시 탑승장으로 갑니다.

3층에 올라가서 택시를 타면 50밧 절약하는 이점도 있습니다만
짐 끌고 엘리베이터 타는 것도 귀찮기도 하지만 1층 택시부스 안내원이 운전기사에게 우리가 갈 목적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이점도 있기에 그냥 이용합니다.
하아~ 먼 줄이 이리 길게 서있답니까?
거짓말 조금 보태면 100m 는 되는 것 같습니다.

워낙 많은 택시가 대기하고 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차례가 되어
택시안내 데스크에 앉아있는 예쁜(?) 아가씨에게 행선지를 말합니다.

"빠이 롱램 이쓰틴 막까싼~ 펫부리 쏘이 쌈씹쌈 "

절 쳐다보고 씨익 웃습니다.
왜 웃는겨??
내가 잘 생겨서 그런가??
아닙니다. 느낌에 아무래도 내 태국어 발음이 어색한가 봅니다....
얼굴이 은근이 달아오르는 것 같습니다.
영어로 할 걸 그랬습니다.

암튼 트렁크에 짐을 꽉꽉 우겨 넣고도 모자라 택시 뒷자리에까지 짐을 싣고 탑니다.
운전기사 참 착하게 생겼습니다.
늦은 시간이지만 혹시라도 토요일 오후라서 길이 막힐까봐 하이웨이로 가자 했습니다.

"빠이 탕두언 나캅~"
그랬더만 뭐라 합니다.
" $#%^&**!@#%!^&~~~ "

먼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생존 태국어 몇마디 문장으로 외워서하는 저에겐 쇠귀에 경 읽기입니다.
어라?? 일반도로로 갑니다.
이때 눈치 10단의 비상한 머리 돌아갑니다.
일반도로도 막히지 않으니 굳이 돈드는 하이웨이로 갈 필요가 없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방콕 첫날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어느 나라이던 공항택시는 여행객이 제일먼저 대면하게되는 현지인들인데
그 나라의 좋은 첫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봅니다.
택시비 143밧 나왔습니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150밧 지불합니다.

이스틴 방콕 호텔에 도착하여 7층 로비로 올라갑니다.
보통 호텔은 건물 1층에 프런트 데스크가 있는데 이 호텔은 처음 이용해보는지라 심적으로 좀 어색합니다.
숙소이야기에 대부분 추천할만한 호텔로 평가를 받고 있기에 선택한 호텔입니다.

체크인하며 컨넥팅 룸으로 달라 하였더만 없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미안하지만 두방이 조금 떨어져 있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봅니다.
거기에 제 입에선 끝내주는 답변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옵니다.
나 : " Of Course!!! "
데스크 맨 : " ??????? "

멀뚱멀뚱 서로를 쳐다보는 2초간의 정적이 흐른 후 데스크맨 그냥 호텔 방 열쇠를 건네줍니다.

이런... 이런....
가만히 생각해보니
" That's OK " 혹은 " OK " 라고 답변이 나와야하는데 엉뚱한 영어를 쓰고 말았습니다.

참내...쩝...
내가 말을 해놓고도 얼마나 우습고 황당하던지.....
제가 황당한데 데스크맨은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근데 그럴 수도 있지요 뭐....1년에 한두번 정도 안되는 영어 쓰니깐요.

배정받은 방으로 입실...
첫인상은 로얄벤자보다 못하다는 느낌입니다.
로얄벤자 호텔은 방이 넓고 샤워부스도 넓직하고 따로 갖추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위치가 쓰쿰빗이니 얼마나 교통이 좋습니까...

1912호 1905호.
1912호는 바로 건너편에 드마 파빌리언 호텔에 막혀 전망이 젬병입니다.
당연히 햇볕이 안들어와 어둡기까지 합니다.
드디어 울 마눌 궁시렁거리기 시작합니다.
저번에 묵었던 앰버서더 호텔보다 못하다.... 거긴 전망이나 좋았다...
1912호를 애들 주고 1905호를 우리 부부가 쓰자.
애들에게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주려는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지 않습니까?
결국 전망 좋은 방은 애들에게 양보합니다.

마눌님 모시고 여행가시는 분들 여자들은 전망에 목을 멥니다.
짝수번호의 방을 주거든 무조건 홀수번호 방 달라하십시오.
그리고 애들이고 뭐고 부부가 전망 좋은 방 쓰십시오.
나중에 마눌에게 구사리 엄청 먹었습니다.

짐을 다 풀고난 후 출출하여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 올라오다 봐 두었던
호텔 바로앞에 있는 세븐일레븐에 가기 위해 내려옵니다.
몇 가지 음료와 과자를 사서 나오는데 바로 앞에 국수손수레가 보입니다.

꿰이띠오남 30밧.
여기 국수맛 좋습니다. 국물이 끝내줍니다.
길거리 국수집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울 마눌이 칭찬을 할 정도면 엄청나게 잘하는 겁니다.
국수도 맛있지만 제일 맘에 들었던 것은 세븐일레븐에서 수도를 바로 연결하여 물을 받아 쓴다는 것이랍니다.
다른집들은 바께스에 물 받아다 해서 설거지도 대강 설렁설렁한다며...

국수를 다 먹고보니 맞은편에 과일 행상이 보입니다.
마눌님이 사죽을 못쓰는 망고스틴과 람부탄이 있습니다.
망고스틴 1킬로 35밧, 람부탄 1킬로 20밧.
가격표가 붙어있으니 흥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새벽 1시가 가까워오는 시간인데도 길거리 행상들은 바쁘기 그지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방콕 도착 1일이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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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자유 2004.10.09 16:35  
  아아~ 재미있네요. ^^
저도 배낭여행 시작 시 머물렀던 이스틴방콕. 호텔 몇 번 안 가봐서 그런지 거기도 좋던뎅..
앞으로도 주욱 주욱 올려주세요~
검문소 2004.10.09 22:07  
  후기가 정말 재밌습니다^^
IAN 2004.10.10 15:50  
  정말 잘 읽었습니다. 아드님을 국민학생이라고 하시는것 보니까 연세가 좀 있으신가 보네요 [[씨익]] 글도 참 재미 있습니다.
주니애비 2004.10.11 11:01  
  국민학교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데도 부지불식간에 쓰게되네요~ 뿌리박힌 사고의 무서움이란...

저도 이제 나이가 4학년 7반 집사람은 4학년 6반...
나중에 저 혼자 여행할 때 "함께갑시다"에 같이가자고
올려도 아마도 안붙혀줄듯... ㅠ.ㅠ

teteaung 2004.10.11 22:17  
  손해본 버스비 1500원 50밧
님 글 너무 재밌어요. ㅋㅋㅋ
갈매기 2004.10.15 09:54  
  여수공항.... 18년전 제주에서 여수가는 F-100 타구서는 바람이불어 착륙시도를 세번이나 실패하고 네번째에 착륙완료 했지요. 하늘에서 기울어져 창문을 부여잡고 네바퀴 돌려지며 눈물콧물 찔끔거리면서 소리도, 남면.... 한려수도 구경 실~컷 했네요. 홍콩이 카이탁공항시절 스릴있는 착륙으로 명성이 자자했지만, 여수공항에 비하면...  재밌는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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