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기다란 쉼표 하나, 가족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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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고 기다란 쉼표 하나, 가족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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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홍콩 공항 인포메이션 보드 앞에서.

여행이라는 것은 언제나 준비하는 몇달간의 시간을 포함해서 떠나는 그날까지
사람을 들뜨게 하지만....
이번 여행은 더욱 특별하다.
가장의 직장문제로 특별히 생긴 시간, 어렵게 몇년간 깨지않고 모아온 적금, 거의 일년간 착실히 정보를 모으고 계획해온...만 23개월 아기와 함께하는 장장 22일간의 가족 대모험.
이제 가장이 새 직장으로 발령을 받고나면 이렇게 장기간 휴가를 내는 일은 더이상 없으리. 향후 10년간. 아니면 20년간. (어휴..끔찍하네...)

가장, 가장, 하니까 어색하네, 평소의 호칭인 퍼그로 돌아가서.

이번 여행의 주인공 - 나(지지), 퍼그, 지퍼(딸, 만23개월. 항공료를 10프로만 내고 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이용해서 다녀왔다. 24개월부터는 요금이 훌쩍 올라간다.)

여행기간 - 2004년 10월 7일부터 28일까지 총22일간.

이동경로 - 서울, 홍콩,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태국 푸켓, 피피, 다시 푸켓, 다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다시 홍콩. (원래는 태국에서 카오락, 말레이시아에서 말라카, 홍콩에서 마카오 일정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컨디션 봐가며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다 생략되었다. 다시말해 여기저기 안다니고 한군데서 게으름 피우며 팅가팅가, 그야말로 우리 가족 일생일대의 굵고 기다란 쉼표를 찍는 것 같은 휴양여행이 되고 말았다.)

항공 - 1.온라인투어에서 케세이퍼시픽을 샀다. 홍콩 경유해서 쿠알라룸푸르 가는 것으로. 돌아올 때 홍콩에서 5일 stay하는 것으로. (케세이퍼시픽은 아시아마일즈 카드를 만들어서 마일리지 적립할 수 있다) 2.그리고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로 쿠알라룸푸르와 푸켓간 이동을 예약했다. 이건 에어아시아 홈피에서 직접 해야한다. 이 항공사는 실제로 말레이에서 매우 인기가 있었다. 미리 예약을 하면 저렴하고(비행기 값이 고속버스 값이다.) 기내서비스가 없는대신 물과 음료등을 돈주고 사먹어야한다. 기차 타고 가는 것과 똑같다. 서비스가 빠지고 거품을 걷어낸 가격이 장점이다. 말레이시아 가면 여행사에서도 취급하고 태국 푸켓에서는 대형마트 로투스에도 이 비행기표를 파는 부스가 있을 정도로 아주 대중적인 항공사이다. 동남아지역을 중심으로 운항한다.

경유편을 이용해서 움직이다보니 값도 저렴하고 아기가 비행기 타는 시간도 3시간 정도로 분할되니 좋았다. 밤에 이동하면 아기가 힘들까봐 모두 낮에 이동했다. 결과적으로 비행기 타는데 전혀 어려움은 없었다. 나중에는 지퍼양, 비행기와 아주 친해져서 바닥에 뒹굴뒹굴 놀면서도 가고 안전벨트 싸인 들어오면 척척 알아서 벨트도 하고 비행기 로고만 보고도 케세이퍼시픽인지 말레이시아항공인지 에어아시아인지 다 알아맞추고 아주 신통방통했다.

숙박 - 타이호텔, 아시아호텔즈, 아시아트래블, 시골집, 옥토퍼스 등등...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싸고 좋은 곳 박박 뒤져서 직접 예약하고 떠났다. 항공 일정 잡고 제일 싼데 찾아서 예약하고 숙소 비교하고 고르고 또 고른 곳 중에서 싼 곳 찾고..이거 준비하는데 난 두달간 잠을 못잤다. 딸이 엄마를 컴에게 빼앗기기 싫어해서 잠든 사이에 몰래하느라 힘겨웠던 여행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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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의 엑기스만을 모아 프린트해갔다.

자, 이제 출발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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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홍콩공항까지 우리 가족을 데려다준 케세이퍼시픽 비행기.
지퍼양 발음으로는 <케시퍼피>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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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창문으로 바라보는 저 아래의 하늘. 파란 하늘.

나는 약간의 고소공포증과 대형사고에 대한 공포증이 있다. 그래서 비행기 타기 전날은 잠을 못잔다. 물론 비행기 안에서도 맘편히 잠을 자거나 하질 못한다. 그래서 밤 비행은 고역이다. 퍼그는 그런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게 신기하다고 한다. 그렇게 무서워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소화도 안되고 하면서 왜 떠나느냐구. 헤헤.

이번엔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케세이퍼시픽을 탔고 대낮 비행이어서 조금쯤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 창문을 계속 바라보구 있자니 한번씩 저멀리 우리 비행기 옆으로 다른 비행기가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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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상공에서 바라본 모습.

비행기는 인천을 떠나 대만을 거쳐 홍콩으로 향한다. 대만을 지날 때 사진을 찍었다. 아래로는 중국 산수화처럼 정말로 굽이굽이 영산이 있다. 신선이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상공에서 산을 찍으니 느낌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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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세이퍼시픽 기내.

이미 아기와의 비행경험이 두번이나! 있기에 만반의 준비를 해갔다. 이륙시 먹일 과자(새우깡 한봉지).....새로 장만해간 놀잇감. 스탬프 찍기를 처음 접해보는 지퍼양, 아주아주 신이 났다.

게다가 자꾸만 케시퍼피 언니가 와서 마실 것도 주고 초콜렛도 주고 선물(기저귀와 아기화장품샘플을 받았다.)도 주니 기분이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지퍼양. 지금도 틈만 나면 케시퍼피 언니가 선물 줬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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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공항 면세구역.

3시간 비행 후 경유지인 홍콩공항에 도착했다. 여기서 1시간 반동안 쉬고 코드쉐어인 말레이시아항공으로 갈아타 쿠알라룸푸르에 들어간다. 쇼핑의 천국이라는 홍콩답게 면세점이 즐비하다. 명품과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명품가게란 세련된 매장 인테리어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쁜 배경에 불과하다. 심지어 샤넬매장 앞에서 하품까지 하고 있는 지퍼양.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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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공항 터미널 어린이 놀이방.

면세점을 뒤로하고 비행기 갈아탈 터미널 근처로 간다. 인포메이션에 들러 여행 마지막 일정에 들르게 될 홍콩 여행 정보 브로셔들을 긁어모은뒤 곧장 놀이방에 입장. 말레이까지 대여섯시간을 쭈욱 비행기타고 갔으면 아이가 지루해 했을텐데... 비록 경유하는 게 귀찮긴 해도 이렇게 세시간 타고 놀고 또 세시간 타고 가서 놀고하니 좋다. 노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가족.

놀이방에서는 넓은 창문으로 뜨고 내리고 서있기도 하는 각종 비행기들을 구경할 수 있다.
놀다가... 구경하다가... 지퍼양 좋아라 한다.

저거이 케세이퍼시픽이야. 저거이 아시아나구...지난번에 제주도갈 때 탔지?

엉, 양평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윤수랑, 엄마랑, 아빠랑...

그래, 맞어. 잘 기억하네? 우리는 방금 케세이퍼시픽 비행기 타고 홍콩으로 온거야. 인제 말레이시아 비행기타고 말레이시아 갈꺼야, 알았지?

.......

엄마, 케시퍼피 입이 있어요!

이건 또 뜬금없이 뭔소리여? (딸이 손가락질 하는 곳을 바라보니 비행기 조종석 앞부분이 꼭 비행기 입처럼 생겼다. 물고기 입처럼. 헤헤.) 그려, 케시퍼피 입에서 아저씨들이 비행기 운전하는거여, 알았지?

네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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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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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셔스 비행기. 꿈에도 그리는 모리셔스에 가는...

허브공항답게 홍콩공항에서는 처음보는 이쁜 비행기들도 많았다. 내가 타본 것은 대한항공, 아시아나, 타이항공, 싱가폴항공, 필리핀항공 정도. 이제 케세이퍼시픽과 말레이시아항공, 에어아시아도 포함되겠지. 언젠가 저 두 이쁜 비행기도 꼭 타보리라. 인생 60년 남았다고 치면 그 안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거 두개 못타보갔으~? 60년이면...강산이 여섯번 바뀌는데...내 인생도 많이 나아지게..열심히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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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말레이시아로.

한시간 반 놀이방에서 신나게 놀구 비행기들 구경하고 다시 떠난다. 홍콩 잠시 안녕, 여행 마지막에 다시 온다. 그때 기일~게 보자!

이번에 타는 것은 말레이시아항공.
여기저기서 경유편으로 홍콩에 온 많은 사람들을 싣고 큰 비행기가 뜬다. 그러나 비행기 자체는 좀전에 타고온 케세이퍼시픽 비행기 바로 그것과 동일하다. 좌석마다 텔레비젼이 달려있어서 아이들과 가기에도 심심하지 않고 좋다.
승무원도 아까 같이 타고왔던 승무원 몇몇 섞여있고..... 새로 등장한 말레이 승무원 무지 친절하다.
홍콩 승무원들은 무뚝뚝한 편이었는데 여기서는 지퍼양보구 이쁘다고 난리다. 땅콩이랑 팀탐 초콜렛이랑 자꾸자꾸 가져다주고 놀아준다.

그런데 영어로 놀아주려하니 지퍼양 어리벙벙 자꾸만 숨는다. 그동안 말을 많이 배워서 이제는 어느정도 의사소통이 다 되고 세상 살아갈만 하다고 느꼈을텐데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의 언어를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지퍼양 절망감을 느꼈을듯...

아, 다 배웠는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아직도 말 다 배우려면 멀었구나..도무지 이 사람들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네...

얘야, 우리는 한국인이고 이사람들은 영어를 쓰는거야, 못알아듣는 게 당연해, 라고 설명해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부질없는 짓 같아 관뒀다. ^^

얘야, 그냥 네가 느껴라.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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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항공 기내.

여행 전날 까르푸에서 준비해간 천오백원짜리 열악한 화장놀이세트. 플라스틱 가짜 화장품들이다. 스탬프에 이어 이번에도 역시 생전 처음보는 화장품 놀이가 나오자 지퍼양 열광의 도가니탕이다. 비행기 안에서 지루할 틈이 없다.
또 말레이시아 언니들이 와서 선물(이번엔 케세이퍼시픽 미술가방세트)주고 마실거 주고 밥주고...홍콩올때 먹은 기내식을 말레이 가며 또 먹자니..배가 터진다. 그러나 나는 워낙 기내식을 사랑한다. 져아져아..이번 여행 스따트 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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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상공에서.

이제 말레이에 들어왔다. 항공과 숙박등 모든 것이 값싼 비수기, 우기에 왔는데 출발부터 날씨가 좋다. 느낌이 괜찮다. 실제로 22일동안 우기 지역을 여행하면서 비때문에 차질을 빚거나 한 적이 하루도 없었다. 늘 밤에는 비가오고 아침이면 활짝 개었다.

말레이공항에 들어서자 택시 부스가 바로 있다. 처음 도착해서 어리버리 한데다가 아기와 짐이 있어 그냥 표를 끊어서 택시를 탄다. 90링깃. 무지무지 비싸다.
옥토퍼스에서 하룻밤 3만원에 예약하고 간 노바호텔 찾아가는데 택시비가 4만원이라니!!!
노바호텔은...음....헬로말레이시아 책에 평이 좋았는데 가족여행, 특히 아이가 있으면 절대 비추.
도착해 보니 현지에서 유명한 호커센터 옆으로... 솔직히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포장마차 촌 끝에 위치.
어른들이야 그런 분위기가 재미있지만 아기에게는 쫌... 게다가 호텔 들어서니 완전 러브호텔 분위기. (실제로 러브호텔은 아니다.)

방에 들어가니 우리 딸 첫마디가 엄마, 오오~텔(호텔)에서 냄새나요!

23개월 아기가 그렇게 말할 때에는 무지무지 솔직한 평가라고 보면 될 것이다.
게다가 화장실은 우리나라 시골 민박집 수준보다 못하다.
아이가 화장실 냄새난다고 목욕을 안하려고 했다. 고정된 샤워기가 달랑 있을 뿐 욕조도 없었다.

이날 저녁을 집앞 호커센터에서 단돈 천원 조금넘는 볶음밥 먹고 사진도 찍었는데 호커센터며 호텔 실내 사진 찍은 것들을 모두 날렸다. T.T 그러나 참으로 수준이 허접하기에 사진이 있더라도 별로 볼 거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젊은 여행자에게는 노바호텔이 저렴한 가격과 좋은 위치, 추천할만 하다. 호커센터도 나름대로 분위기있고 저렴한 식사가 가능하니 좋다.

암튼 허접한 호텔, 아니 여관과 밤늦도록 붐비는 포장마차촌, 처음 만난 말레이의 모습은 재미있었다.

계속됩니다....




13 Comments
봄길 2004.10.31 10:26  
  음악도 그림도 안나오네요.
굵직굵질한 님의 글을 읽다보니 시원시원한 지지님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근데 어찌 온통 지퍼 얘기 뿐이고 퍼그얘기는 조금도 안나와요. 그리고 퍼그지지가 아니고 지지퍼그인것도... 패미니즘의 반영일런가? 퍼그님 기세워주세용.
아기자기한 다음 글을 기다릴께요.
자유 2004.10.31 22:00  
  우와~ 대단한 가족여행기가 될 듯 하네요. [[원츄]]

네이버는 외부링크를 허용하지 않는답니다. 다른 곳에 올리시고 링크를 하셔야 해요. (^^) 아, 싸이월드도 안 됩니다.
룰루랄라 2004.11.01 12:24  
  지퍼양 모습이 눈앞에 선하네요..넘 좋았겠어요..
p.leah 2004.11.01 14:12  
  간만에 모습이세요~ *^^* 올초에 홍콩공항에서 할일없이 돌아다니던 3시간이 나도 생각이 나네요..에휴... 부럽부럽..
gg 2004.11.01 14:26  
  에구, 제 눈에는 다 보이고 들리는데....다른곳에서 링크를..너무 어렵당. 퍼그한테 부탁해서 고쳐놓을께요..글구 간만의 모습을 반겨주시니 감사...여전히 퍼그를 불쌍히 여기시는 분위기..호홋.
요술왕자 2004.11.01 14:28  
  <a href=https://taesarang.com/new21/bbsimg/zboard.php?id=mytravel2&no=2125 target=_blank>https://taesarang.com/new21/bbsimg/zboard.php?id=mytravel2&no=2125</a>
gg 2004.11.01 16:27  
  이제 사진 보이고 음악 들리나여? 링크 바꿨는데...
요술왕자 2004.11.01 16:35  
  이제 보이고 들립니다
자유 2004.11.01 17:10  
  잘 보이고, 잘 들리네요. ^^
아기가 너무너무 예뻐요~ (>.<)/
봄길 2004.11.01 17:12  
  지퍼가 너무 예뻐 퍼그가 잽이 안 되네. 불쌍해, 퍼그 ㅠㅠ
나니 2004.11.01 19:14  
  나는 왜...여전히 안보이구 안들리는걸까 ㅠ.ㅠ
봄길 2004.11.01 20:01  
  나니님, 슬퍼하지 말아요. 지금은 또 안보이는 시간이니까? 안보이고 안 들려요.
gg 2004.11.01 20:33  
  무쟈게 죄송하네요. 컴내꺼의 문제네요. 안보이는 시간이요. 다른 계정으로 옮겨봤어요. 태사랑 계정에 올리기엔 용량이 큰 것도 같구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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