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태국,캄보디아 배낭여행 18일- 똔레쌉호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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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태국,캄보디아 배낭여행 18일- 똔레쌉호수에서

앵무산 곰 1 735
8. 7일째(1월 13일): 똔레쌉 호수(보트피플의 애환)

  똔레쌉 호수, 오토바이로 30여 분 제법 푸른 들판을 스치고 달려 도착한 강의 하구, 나는 숨이 멈추는 줄 알았다. 지금껏 앙코르의 웅장하고 거대한 제국의 영화를 그리면서 놀랐다면 이번엔 그야말로 처절한 생존의 현장에서 자연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저들의 모습에 다시 놀랐다. 캄보디아의 어제와 오늘, 너무나 엄청난 대조를 보고 놀라면서도 저들 속에서 속세를 잊고 몇 년이라도 살아보고 싶은 생각을 갖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톤레삽 호수에 펼쳐진 수상마을은 그곳이 그대로 자기들만의 세계요 하나의 작은 도시였다. 거기에는 학교도 경찰서도 수퍼마켓도 우채국도 모두 있었다. 아이들이 물 위의 작다란 교실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배에 식료품과 과일을 가득 담고 이를 팔러 다니는 사람들, 배 위에서 그물을 던지는 사람들, 물가에서 팬티 하나만을 걸치고 작은 투망을 던지는 사람들, 깔깔거리며 작은 통나무배를 끌고 가는 아이들, 그것이 그대로 하나의 진지하고도 숨김없는 그들의 삶의 모습이고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은 아름다운 그들만의 세계였다.
  배를 타고 널따란 호수로 들어서니 호수인지 바다인지 분간하기 힘든 수평선이 멀리 보이고 제법 높은 파도가 친다. 해변을 따라 마을이 몰려 있다. 바람이 상당한데 저들은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살 수 있을까? 자연에 적응하면서 살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하기만 했다. 어떤 수상가옥에 들어가 보았다. 집 안의 한쪽 구석 주방에서 한 부부가 밥을 하고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호기심으로 쳐다보니까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다다가보니 밥을 한 주걱 떠주고 저는 맨손으로 한 움큼 집어먹는다. 그리고 한쪽 불 위에는 작은 고기를 얹어 구워놓았는데 조금 쪼개서 준다. 밥을 나도 저들이 하는 것처럼 한 입 손으로 집어 물고 쪼개진 고기를 입에 넣으니 야 정말 꿀맛이었다. 그리고 새우를 반 스푼 떠준다. 세상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고기도 적절하게 간이 들어 있어서 맛을 돋우고 새우는 그야말로 영양식으로 느껴졌다. 한없이 먹고 싶은 걸 체면상 조금만 먹고 나오면서 1달러를 옆에 놓고 나왔다.
  이 호수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베트남인들이 많다고 한다. 과거 사이공이 함락되던 당시에 떠나온 보트피플이 상당수 살고 있다고 한다. 갈 곳 없는 그들이 그물만 던지면 쉽게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이곳이 그나마 그들에게 최고의 안식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파도가 몰아치는 곳에서 처음 정착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배를 타고 나와서 다시 아침을 사 먹었다. 모든 것이 꿀맛이다. 언젠가 꼭 이런 곳에 다시 찾아와 조용히 책을 보면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서 티엔에게 다시 오겠다고 기약없는 약속을 해 보았다. 밥을 먹고 나오면서 강가를 거닐어 보고, 그네들의 집 주위를 한참이나 구경하면서 다녔다.

1 Comments
방고리 2005.02.22 09:29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똑같습니다. 바람부는 날은 극히 적은데 가는날이 장날인 것 같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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