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기다란 쉼표 다섯, 동물원에 가던 날.
까따비치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전날 다빈치코드 덕분에 거의 새벽녘 다되도록 늦게 잠들었으나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 아침을 먹으러 갔다...음, 그래, 이거야. 처음 보는 이쁜 새들이 다가와 노래를 불러주는 야외 좌석에서 아침을 먹었다. 빵도 많고 과일도 많고 오믈렛요리도 해준다. 노바호텔이여, 이제 진짜 빠이~
동물원에 가기로 계획한 날이다. 호텔에서 불러주는 택시를 탔다. 동물원까지 가서 기다려주고 돌아오는 것까지. 500밧.
태국에서 택시타면 쇼핑이니 스파니 자꾸 다른 데로 가자고 하는 거 난감해서 호텔 택시 탔건만 (특별히 더 가격이 비싸지도 않다.) 이넘들, 우리를 코끼리 트랙킹 장소로 데려다놓고는 택시비 더 내라지 않고 기다려줄테니 하란다. 택시비가 문제겠니. 여기 우리 데려다준 값으로 300밧은 챙길텐데. (기름값) 에효, 태국와서 사기도 한번 당해줘야지... 딸내미가 코끼리 코끼리 성화를 해대서 그냥 속아준다. 30분 트랙킹에 무려 800밧!!! 둘이면 1,600밧!!! 이넘들 사기꾼인 것이 비싸다하니 아이는 공짜로 태워주겠다고 선심을 쓴다. (아이는 원래 공짜다. 24개월이 안넘은 아이는 어디 가나 공짜다.)
아직까지 코끼리 트랙킹 시세도 모를 때고 해서 그냥 속는 셈 치고 탔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바가지 좀 쓴것 같다.
어쨌거나 지퍼양 신이나서 까르르 웃고 난리고 난중에 코끼리 밥준다고 파인애플도 주었는데 (이것도 따로 또 돈내고!!!) 무척 인상 깊었는지 지금도 코끼리한테 파인애플 줬다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보면...잘했다싶다. 나중에 우리 트랙킹하는 모습 찍어서 파는 사진까정 사줬으니, 아주 옴팡지게 다 뒤집어써주고 여길 나온 셈이다.
코끼리 트랙킹
코끼리 밥주기. 사람 팁은 빼먹어도 코끼리 팁은 빼먹지 말아야지.
동물원에 갔다. 나름대로 시간 계산하고 갔는데 원숭이쇼가 없어졌다고 하여 시간이 붕 떴다. 악어쇼랑 코끼리쇼 보고 가려니 기사와 약속한 시간이 모자르다. 아까 기름값도 엄청 벌어주고 했으니 한시간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러마 한다. 그치, 양심은 있지. 들어가는 길에 세탁소도 들르자고 했다. (빨래꺼리가 많이 밀려있었다. 호텔보다는 밖이 더 싸고 까따보다는 빠똥이 더 싸다. 택시, 뚝뚝값도 까따보다는 빠똥이 싸다. 까따는 인터넷 요금이며 모든 것이 다 빠똥보다 비쌌다.)
이렇게 자잘한 요구들을 다 들어주는 기사. 바가지 트랙킹해준 보람있구먼.
푸켓 zoo.
동물원 들어가는 입구에서 꽃목걸이를 하나씩 걸어준다. 별거 아니지만 이런 거에 약한 나. 더워도 신이 났다. 그런데 비수기라 그런가 동물원 상태 무지 안좋다. 어린이 대공원이나 옛날 창경원보다 좀더 허접한 수준? 비슷한 수준?? 어쨌거나 딸아이는 좋아라 한다.
더워서 대충 에어콘 나오는 수족관에서 시간 때우다가 악어쇼 보러 갔다.
악어쇼.
악어쇼 보는 우리 딸, 너무 열심히 보다가 침흘렸다...
나는 두번째지만 퍼그와 딸은 처음 본다, 악어쇼. 두사람 다 무지 열심히 본다. 특히 우리 딸, 매우 집중해서 본다. 재밌나? 재밌다. 헤헤. 다시 봐도 대단하다, 대단한 태국 아저씨들.
동물원에서.
동물원에서 우리가 제일 좋아한 것은 꽃과 새. 앵무새는 말을 정말 잘했다. 가까이서 이말 저말 걸어보기도 또 처음이네. 아이와 여행하다보니 관심사도, 경험하는 바도 달라진다...
이런 맛 처음인데!
너무 더워서 환타라도 줬다. 처음 먹어보는 탄산음료 맛에 우리 딸 무지 황홀한 듯.
엄마, 이리도 맛있는 것을 그동안 술이라고 속여가며 혼자 드셨단 말씀이지...
코끼리쇼.
코끼리쇼는 퀄리티가 좀 덜했다. 갠 적으로 팡아만 투어 갔을 때 본 코끼리쇼가 더 재미있었다.
동물원 빠이~ 이 코끼리 아저씨 우껴서 뒤집어졌었다.
동물원에서 나와 집근처 세탁소 들러 빨래 맡기고 점심은 또 까따마마에서. 까따비치리조트 있는 동안 까따마마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인터넷도 할겸 숙소앞 거리로 나갔다. 까이섬이랑 판타씨랑 예약하려고 여행사좀 알아봤는데 여행사가 몇개 없어서 그런지 다 비쌌다.
여행가서 이상하게도 그동안 한국인 여행사나 숙소는 접촉해본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인터넷에서 찜하고 간 썬라이즈라는 곳을 이용해보기로 맘먹고 전화를 해봤다.
다른 일때문에 무지 바쁜 모양이던데 몇번 통화끝에 다행히도 성사가 되어 저녁 전에 바우쳐를 끊어다 주시기로 했다. 숙소까지 가져다 주신다니 좀 놀랐다. 하긴, 인터넷이 안되니까....그래도 번거로우실텐데.
썬라이즈에서 누군가 오실 때까지 수영장에서 놀았다. 퍼그와 딸은 바닷가로 나가 모래놀이 하고 나는 수영장 썬베드에 누워 파도소리 듣다가 음악 듣다가... 오후가 되면 좀 바람이 불어서 수영하기에는 조금 추웠다.
까따비치리조트 수영장.
수영장 해질무렵. 분위기 있다. 고요한 가운데 파도소리가 울려퍼진다...
해질무렵 썬라이즈에서 사장님이 오셨다. 직원 두분과 함께 사장님이 직접 오셔서 놀랐다. 썬라이즈에 숙소 예약을 하고 온 것도 아니고 투어 비용도 다른 곳보다 저렴한데 무척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또 놀랐다. 나중에 빠똥으로 옮긴다니 빠똥 주변 맛난 음식점들이랑 푸켓 여행 전반적인 것도 설명해주시고... 카오락에도 들어간다니 카오락 인스펙션 다녀오신 직원분을 불러 또 이것저것 알려주셔서 맘이 얼마나 편했는지...
우리가 예약해간 카오락 와나부리 리조트는 규모가 작고 조용한..참 좋은 곳이란다. 그런데 거기까지 가는 방법이 영 힘들어서..나라시 택시 협상해서 가라는데..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하신다.
이때부터 우리에게 카오락은 약간의 골칫거리가 되기 시작한다.
우리가 저녁 먹으러 나갈 참이라고 하니 사장님께서는 센트럴에 가보라고... 직접 태워다 주시기까지...하신단다! 이런 고마울데가! 정말 서비스정신으로 똘똘 뭉치신 분이셨다. 덕분에 센트럴에 가서 구경도 하고 저녁도 먹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차안에서 찍은 풍경.
센트럴 라면집에서.
센트럴은 빅씨 옆에 새로 생긴 대형 백화점인데 분위기는 고급스러운 편이고 극장과 식당가가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씨즐러가 있길래 들어가려는데 방금전 웃으며 헤어진 썬라이즈 사장님 일행분들이 식사중이셔서..좀 머쓱한 기분에 다른 라면집으로 갔다. 콜라, 구아바쥬스, 라멘과 치킨, 슈마이 정도 시켜서 간단히 먹었다.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었다. 센트럴에서 식사하실 분들 현금 필히 지참하실 것. 혹시 모르니깐...
이 안에 부츠(생활용품, 여성용품들 저렴한 곳)도 있고 옷가게들도 많았다. 에스프리, 보시니 같은 브랜드도 많았다. 같은 브랜드라도 서울에 있는 옷, 홍콩에 있는 옷, 태국에 있는 옷 다 달랐다. 그 나라 취향에 맞게 같은 바지종류라도 라인이 달랐다. 개인적으로 태국 여성 바지가 제일 맘에 든다. 태국 아가씨들 다 날씬해서 그런지 바지 디자인이 정말 날씬하게 빠졌다. 에스프리 가서 바지 하나 살까 하다가 가격이 부담스러워 (그리 비싸지 않은데도...외국에서 몇만원 가는 물건 하나 사려면 어찌나 가심이 떨리던지...맨날 3만원까지가 데드라인. 로또 당첨되기 전까지는.) 그냥 관뒀는데 나중에 홍콩 가서 에스프리 매장을 보니 같은 바지라도 라인이 달라 결국 못사고 잠시 후회했다. 참고로 가격은 홍콩이 훠얼~씬 쌌다. 홍콩은 물건 한번 깔리고 다시 새 물건으로 디피하는 주기가 무지 짧은듯 태국에서 신제품이던 옷들이 홍콩에서는 벌써 스페셜 들어가서 50%였다. 뭐, 쇼핑에 관심 많은 분들 참고하시길.
까따비치리조트.
까따비치에서의 두번째 밤이 흘러간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까이섬에 들어간다. 발목 깊이까지 물고기가 온다는 그곳. 몰디브 대안으로 들르는 곳. 헤헤. 몰디브에 댈 곳은 아니겠지만.
잠들기 전까지 미리 지퍼양에게 내일 물고기 밥주러 간다고 여러번 얘기해 두었다. 우리 딸 아마 꿈속에서 먼저 물고기에게 밥을 주었을 것이다.
다음날의 환상적인 바다를 기대하며...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