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기다란 쉼표 넷, 푸켓 까따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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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고 기다란 쉼표 넷, 푸켓 까따비치.

지지퍼그 5 2232


이제 말레이를 떠나 푸켓으로 향하는 날 아침이 밝았다.
나중에 또 이틀의 여정이 있다. (이때 말라카에 갈 예정이었으나 그냥 쿠알라룸푸르에 눌러앉았다. 게으른 가족.)
새벽에 일어난 퍼그가 (퍼그는 아침형 인간.) 우리 노바호텔 방 창문에서 보이는 시티뷰(시티뷰라 하기도 민망하구먼.)를 찍었다. 거기서 보기엔 허접했는데 지금 보니 추억이다. 그리고 추억은, 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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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호텔 창문에서 찍은 시티뷰. (새벽)

허접한 노바호텔 조식을 어제는 늦게 일어나서 못먹구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못먹는다.
에어아시아 비행기가 아침 일찍 있어서 그것도 국제선이라고 두시간 일찍 가려다보니 새벽에 체크아웃을 하게된다.

공항서 시내 올때 90링깃이나 주고 택시 탔던 것이 아까워서 기차를 타고 가기로 한다. 공항과 센트럴까지만 운행하는 익스프레스.
택시를 타고 기차역에 가자하니 바로 협상 들어온다. 수다스럽고 친절한 것을 보니 인도계다. 기차역까지 택시비랑 기차표값 2인분 합하면 칠십몇링깃이라더라...자기 차로 공항까지 가면 60링깃이란다. 사람들이 기차가 쌀줄 알고 기차를 타려하지만 두사람이면 택시가 더 싸고 편하다는 설명이다. 그려, 그럼 그러지 뭐. 90도 아니고 60이라는데. 지퍼양도 너무 일찍 일어나서 피곤할 것 같구...
근데 말레이 링깃이 모자르다. (기차역에서 환전을 좀더 할 계획이었다.) US달러도 받냐고 하니 20불 달란다. 어쨌든 공항까지 편하게 잘 갔다.

공항에서 에어아시아 수속을 한다. 1인당 허용 수화물 무게가 케세이퍼시픽의 반이다. 우리 짐은 당근 초과. 초과한 만큼 돈을 더 내야 한다. 근데 미안한지 좀 깍아준다.
에어아시아 타는 인간들 무지 많다. 싸고 뱅기표도 발행 안되고 (그냥 온라인으로 예약만 한다. 발권이 없다.) 기종도 작은 거라고 해서리 좀 쫄아있었는데 많은 인간들이 타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공항에서 아침을 먹는다. 또 아메리칸 브랙퍼스트. 나 이거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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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아침식사. 간만에 제대로된 카푸치노를 마셨다. 한약같은 동남아 커피 대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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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KILA에서.

말레이 또만나~! 열흘 뒤에 봐~!
트윈타워가 말레이에서는 큰 자랑인 듯 공항에도 모형물이 있다. 퍼그는 모형물에 기대어 출국신고서를 쓰고 지퍼양은 사진 찍는 나를 유모차 사이로 가만 쳐다본다.

우리나라에서 홍콩으로, 홍콩에서 말레이로 비행기를 탈 때 짐검사가 철저했다. 가기 직전까지 테러가 어쩌구 무척 시끄러웠기에 까다로운 짐검사를 보고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이리도 철저히 검사하는데 (인천공항에서는 신발까지 벗어서 보여줘야했다. 공항 가시는 분들, 미리미리 여유있게 가지 않으면 검사하다가 뱅기 놓치겠더라.) 어떤 위험한 놈이 빠져나갈 수 있으랴, 싶었다.
홍콩에 도착하자 모든 승객들을 열적외선 카메라로 찍어댔다.
홍콩에서 말레이 들어갈 때는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에프킬라 비스무리 한 것도 뿌려댔다. 승객들 머리 위로 사정없이. 지퍼양과 나, 재채기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래도 또 안심했다. 이리도 철저히 하는데 사스가 무슨 걱정이리, 하고.

그런데 에어아시아 타는데 뭐 이러냐, 짐검사도 없고...약해, 약해...

터미널에 들어섰다. 우왕, 좋다. 의자가. 밤새 누워 자도 되겠다. 목받이, 등받이, 발받이까지 달린 최신형 의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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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 대기중.

말레이 자국항공은 공항과 붙어있는 터미널에서 뜨고 내린다. (에어아시아도.) 다른 비행기들을 타려면 에어로트레인이라는 미니 전철을 타고 다른 터미널 청사로 이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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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아시아.

엄마, 저거이 빨간 거 에어아시아지요? 빨리 푸켓 가요~!

에어아시아 뱅기 좌석은 <레자>다. 특이~ 그리고 소문대로 음료수를 판다. 공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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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상공.

뱅기가 떴다. 기종도 낡은 것은 아니고, 운항도 매끄럽다. 조쿠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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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켓 도착.

상자 그림책 보며 놀다보니 푸켓 다왔다. 아래로 옥빛 바다가 펼쳐진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몰디브에 그렇게도 가고 싶었는데 자금사정으로 결국 푸켓을 찍은 우리부부, 바다를 너무나 좋아하는 우리부부. 좋다. 바다는 다~ 좋다.
말레이에서 1시간 10분 걸렸다. 그런데 시차가 또 1시간이다.
서울과는 총 2시간의 시차. 푸켓이다. 세번째 밟는 태국땅. 두번째 밟는 푸켓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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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켓 공항 입장~!

짐짝 타고 다니는데 이력이 붙은 지퍼양. 복잡한 도시여행을 싫어하고 바다에서 팅가팅가를 좋아하는 퍼그. 둘이 아주 즐거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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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단지.

공항에서 나라시(?) 택시랑 흥정이라는 것을 해서 500밧 주고 까따비치까지 간다. 미터택시가 있던데 짐을 끌고 일반 차량 주차장까지 걸어서 가야한다. 아마도 미터택시가 공항 입구까지 들어오면 거기서 영업하는 때거지 나라시꾼들에게 두들겨 맞을 것 같다.

까따비치리조트에 들어갔다. 그것도 디럭스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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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따비치리조트.

우울했던, 상당히 우울했던 노바호텔에서 까따비치리조트 디럭스룸으로 오니..나참, 지퍼양이 좋아서 펄쩍 뛰고 난리다. 보는 눈은 있어가지구.

아닌 게 아니라 좋긴 좋다. 냉장고두 있구. (노바호텔엔 냉장고도 없었다.) 샴푸랑 린스랑 면봉이랑 다 있구. (노바호텔엔 없었다.) 커피포트랑 컵도 있구. (노바호텔엔 없었다.) 욕조도 있구. (노바호텔엔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냄새가 안났다. (노바호텔은 냄새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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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방 들어오자마자 좋아서 훌륭한 침대에 얼굴을 부비는지퍼양.
2. 베란다에서 보이는 수영장과 바다 뷰~!
3. 많은 사람들이 칭찬해 마지않는 살라. 정말 너무 좋은 공간이었다. 태국식 삼각방석과 수영장이 보이는 창, 누울 수도 있고 앉을 수도 있고....
4. 나도 여기 누워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안읽고 아껴두었던 다빈치코드를 가져갔는데 실수였다. 너무 재미있어서 그날 밤으로 홀딱 새워 다 읽어버리고 그 이후로는 수영장에서나 배타고 갈 때나 심심해서 혼났다. 좀 따분한 책을 가져가서 열흘동안 천천히 읽을껄....
5. 방 들어오자마자 탁자 뒤에 누군가가 흘리고 간 동전을 발견한 퍼그. 횡재했다며 신나게 수색잡업을 펼치고 있는 퍼그... 꺼내고보니 장난감 중국 동전이었다. 부루마블같은....

근데 리조트 독서실 같은 데 가보면 영어나 일본어, 유럽책은 있는데 한국책은 없었다. 아쉬웠다. 다빈치코드를 헌사하고 오려 했으나 친정언니한테서 빌려간 것이라 그럴 수도 없었다. 서점에 가도 물론 한국책은 없었다. (한류열풍을 반영하는 듯 한국어 교본은 있었다.) 또 한국 여행객들끼리는 만나게 되어도 좀처럼 교류를 하지 않아 책을 빌릴 수도 없었다. 내내 손이 심심했다. 대신 MP3가 아순대로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지만.

갑자기 호사스러워진 방에 흡족해하며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까따비치리조트는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가족여행객에게 안성마춤이다.
유흥가도 없고... 리조트 수영장에서 바다로 바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편하다.
바다는 파도가 꽤 있는 편이라 젊은이들은 주로 써핑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간 첫날은 바다에 쓰레기가 많았는데 다음날이 되자 깨끗해졌다. 알고보니 우리 도착하기 하루전까지 길이 끊기도록 큰 비가 왔었다고 한다. 참, 우기에 돌아다니면서 비는 요리조리 잘도 피해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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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따비치.

밖으로 나와서 무작정 바닷가를 걷는다. 유명한 까따마마 찾아가는데 그냥 왠지 바닷가 끝쪽에 있을 것 같아 그리로 걷는다.
바다다, 파도다, 하면서 딸이 먼저 즐거워한다.
거짓말처럼 바닷가 끝에 까따마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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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따마마.

얼마만의 태국음식이냐...
싱하맥주부터 시키고. (타이복싱 그림이 새겨진 커버에 싸여 나온다.)
해물볶음국수랑 뿌팟퐁커리. 지퍼양 쥬스.

환상적인 맛에 넋을 잃고 세식구 미친듯이 먹어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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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팟퐁커리.

싱싱한 재료로 맛나게 만든 음식들. 밥도 한그릇 시켜서 뚝딱 비벼먹었다.
배부르게 다 먹고 낸 돈이 총 9천원!
진정 9천원?
진정 9천원이다.
강남에서 맥주 한병 먹는 값이다.

까따마마 사랑해. 정말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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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바닷가에는 소라게도 있고 그냥 게도 있다.
지퍼양은 그냥 맨모래만 가지고도 신이나는 모양이다.
부녀지간에 신발 벗어서 곱게 포개어놓구.....바지 젖는 줄도 모르고, 더운 줄도 모르고...바다 그림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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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노파크에 갔다.

실컷 놀고 들어와서 씻고 (모처럼 좋은 욕실에서 제대로 씻은 딸.) 한숨 자고...
꼬까옷 갈아입고 유명하다는 디노파크에 갔다.

코끼리가 있다고 해서 딸이랑 상견례나 시켜줄라고 100밧짜리 뚝뚝 타고 갔건만 코끼리는 온데간데 없고 그냥 좀 큰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그 곳이 왜 유명한지....그저 잘 꾸며놓은 야외 음식점이던데, 우리가 미쳐 못보고 온 무엇인가가 더 있는지...암튼 후회막급. 모기가 어찌나 많은지 밥이 어디로 넘어가는 지도 모르겠고 밥도 그저그랬는데 가격은 무지 비쌌다. 뭐, 어딘가에 좋은 것도 있으니까 유명하겠지만....우리에게는 맛에 비해서 너무 비싼 음식값만으로도 영~ 그랬다. 까따마마에서 맛나게 몇번 먹을 음식값 다 날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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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산 도라책.

말레이 기노쿠니야에서 샀던 도라책, 표지를 누르면 스페인어와 영어가 나오고...책 안쪽에는 펜으로 그림이나 글씨를 마음껏 그리고 또 그린 것을 휴지로 간단히 지울 수도 있다. 우리 딸 밤마다 저거이 껴안고 잤다.

좋은 숙소에서 자려니 마음도 더 포근하다. 히히. 간사한 인간.

아~! 푸켓에 왔다. 바다에. 나무에. 수영장에. 숲에. 새에. 꽃에.
딸아, 자연 속의 아이가 되어 마음껏 누리다 가렴. 단 열흘 만이라도....

계속됩니다....


5 Comments
자유 2004.11.05 09:06  
  지퍼양의 밀집모자가 너무 예쁘네요. ^^
가족여행, 정말 부러워요~ [[원츄]]
기린목 2004.11.06 10:41  
  이야기 기다리느라 목이 점점 길어져요.ㅜㅜ
그래도 넘 재밌어 또 담을 기다려요.
아다만 2004.11.11 21:41  
  저도 까따비치에 5일 있었는데 시기만 맞았으면 함 뵐수도 있었을텐데... 직접 얘기하면 참 재미 있을거 같네요.
저희는 매일 스파 받으러 다니느라 재대로 놀지는 못했어요. 지퍼양 넘 귀엽고 예쁘네요.
gg 2004.11.12 01:49  
  아다만님. 그래요? 반가워라~ 까따비치동기네요?
sally 2004.11.24 11:38  
  Dora the Explorer. ^^ 좋은 책 사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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