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기다란 쉼표 셋, 쿠알라룸푸르에 반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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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고 기다란 쉼표 셋, 쿠알라룸푸르에 반하다 (2)

지지퍼그 4 1498


여행을 하면서 가이드북이나 여행정보 사이트에 나와 있는 곳을 다 찾아봐야지 하고 따라다니다보면 어느순간 허무해지는 경우도 있다.
유명한 곳을 물어물어 찾아가 봤는데 별거 아니라 실망만 하는 경우도 있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느라 시간과 노력을 허비해서 정작 도착해서는 사진 한장 찍어 다녀간다는 증거만 남기고 바삐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
더욱 어이없는 경우는 맛있다는 곳 찾아서 점심 때 저녁 때 일부러 비싼 차비 들여가며 찾아갔는데 시간과 차비와 식비가 다 아까울 만큼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다.
그런데도 남들 다 가보는 곳 우리도...하는 집착은 버리기가 쉽지 않고, 실제로 남들이 권하는 곳을 찾아다니다보면 알차게 성공적인 여행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기에...역시나 또 열심히 따라다닌다. 가이드북에 나온 관광지, 여행정보 사이트에 자주 올라오는 음식점, 숙소...
여행 후반에는 게으름병에 온몸과 마음을 지배당해 그냥 내키는대로 발길닿는대로 이러저리 다니다가, 맘에 드는 곳 나오면 앉아 쉬고, 근처에 그럴 듯해 보이는 집 있으면 들어가 앉아서 식사 해결하고...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날만 해도 아직 팔딱팔딱할 때라 열심히도 돌아다녔다. 그래서 2부까지 쓰게 되었다. 헤헤.

su.jpg
수리아 쇼핑몰. 건축양식을 가만 살펴보면 이슬람식임을 알 수 있다.

SURIA GP.jpg
엄마, 별이예요! 반짝반짝 별이예요!

이벤트 중인 점원에게서 향수 테스트 종이를 받고 좋아서 장난치는 지퍼양.
KLCC는 식사, 쇼핑, 관광, 휴식...네마리 다섯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였다.

마틱을 찾아간다.
헬로말레이시아 책에 나온 지도를 보고 그 방향으로 걷는다.
한참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에개개... 트윈타워 한바퀴 돌아 정면으로 온 것 같다. 작은 공원과 분수...여기서 한컷 더 찍어주고 주위 사람들에게 마틱을 아냐고 물으니 아무도 모른다. (당연하다. MTC 투어리즘센터라고 해야 안다.) 그냥 또 지도 보고 걷는다.

klccfront.jpg
트윈타워 정문방향.

헬로 말레이시아 책만 보구 찾아서 걸어가니 드뎌 나왔다. 저녁 때가 다 되어 들러서 그런지 더 이쁘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별건 없구...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채 지금은 그냥 투어리즘 센터. 시원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서 무료 인터넷도 하구 분위기 있는 건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끝.

matic.jpg
말레이시아 투어리즘 센터 (마틱)

다음 코스로는 마지드자멕 가보자구...많이 걸은게 힘들어서 지하철은 포기하고 택시를 탔다.
기사에게 마지드자멕 가자고 하니...무슬림이냐고 묻는다.
아저씨야, 어디로봐서 우리가 무슬림으로 보이니.
근데 그도 그럴것이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딱 예배시간에 맞춰 간 것이었다.
관광객들은 이미 다 낮에 다녀갔구.
무슬림 아니면 그 시간에 거기 갈 일이 없으니 아저씨가 그리 물어본 것이었다.
택시를 타면 말레이 기사들은 여자말을 은근히 무시하는 듯 보였다. 종교적인 이유라서 그런지.
어디어디 가자고 해도 내 말은 못들은 척 한다. 짐 싣고 뒤늦게 탄 퍼그가 뭐라하면 그제야 알아듣고 이런저런 대꾸를 해준다. 몇번 이런 일이 반복되고 나서는 아예 나는 입을 닫았다. 택시타면 기사아저씨랑 미주알 고주알 수다떨며 가는 게 내 취민데...안받아주네.
대체로 말레이 사람들은 무뚝뚝한 인상이었고 간혹 싹싹하게 구는 사람을 만나면 틀림없이 인도계 사람이었다. 인도네시아나.

어쨌거나 택시를 타고 마지드자멕 입구에서 내렸다.
그 요상한 음악소리. 아니 기도소리. 온 동네방네에 크게 울린다. 확성기 성능 좋다.
그 소리에 기가 죽어 안에 들어갈 엄두도 못내보고 지하철역 옆, 그러니까 강줄기 옆으로 늘어선 야시장 길로 향한다. 거기서 해저물어가는 하늘 아래의 마지드자멕을 찍었다.

majidjamek.jpg
마지드자멕.

오늘 사진들은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게 많다. (퍼그가 사진을 좀 찍는다. 내가 찍은 것들도 물론 있지만.)
마지드 자멕 사진을 보니 다시 그 분위기가 떠오른다. 그 소리가...
태국에서 타이댄스와 함께 나오는 음악들, 그것도 사람 마음을 상당히 뒤흔드는데..(특히 띵똥땡 맑은 소리나는 악기, 이름이 뭔지 잘 모르겠다.) 이슬람 사원에서 흘러나오는 그 소리도 매혹적이었다. 그러고보니 낮에도 KLCC 공원에 앉아있을때 바로 옆 사원에서 그 소리가 흘러나왔었다. 온 공원에 울려퍼지는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night.jpg
마지드자멕 역에서 메르데카광장으로 돌아가며 찍은 밤 풍경.

센트럴마켓 쪽으로 걸었다. 야시장이 서있어 현지민들이 복작거렸고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메르데카 광장을 찾아 부지런히 걸었다.

history.jpg
역사박물관.

드뎌 역사박물관이 나왔다. 모퉁이를 돌아서니 바로 광장이다. 아름답다. 밤풍경.

historyfront.jpg
역사박물관과 광장 사이.

아름답고 아름다웠다. 밤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sultan.jpg
술탄이스마일 거리.

오늘 하루 말레이시아에 반했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슬람 문화도 독특했고...우리가 편견으로 생각하는 폐쇄적인 무슬림이 아니라...다른 문화, 이민 문화에 개방적인 느낌, 그래서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느낌.
아랍권으로 여행을 가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우디에 무슬림인 좋은 친구가 있다. 테러다 전쟁이다 시끄럽지만 않다면 언제고 시도해볼텐데. 부시 재당선이 유력하다는 뉴스를 접하고보니 당분간 암담할듯.....미국인들이 왜 그의 죄를 평가하지 않았을까.

merdeca.jpg
메르데카광장.

nightmarket.jpg
센트럴마켓 근처 야시장.

잠깐 아이가 없다면 지금 이 야시장에서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댕기며 현지인들 속에 섞여있을텐데...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유모차 끌고 지나가기엔 무리다. 좁고 덥고 복작복작. 밤은 깊어가고...할수없이 돌아서 숙소로 향한다.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온 사진들에 만족하며...

food.jpg
늦은 저녁식사.

생각해보니 저녁 밥이 늦었다. 숙소 앞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해결한다. 고만고만한 레스토랑들이 몇개 늘어서 있다. 데판야끼 집으로 결정한다. 즉석에서 볶아대는 모습을 보니 군침이 돌아서. 딸기맛 환타가 다 있다. 맛난다. 지퍼양 볼이 미어터져라 입속으로 숟가락을 가져간다. 부지런히 밥을 어찌나 많이 먹던지...

계속됩니다....
4 Comments
자유 2004.11.03 20:20  
  으아~~ 지퍼양, 보면 볼 수록 예쁘고 귀여워요. (^^)
여행기 매번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얼른 또! 올려주세요.
세아 2004.11.04 13:13  
  정말 지퍼양 볼이 미어지네요.^^ 재밌는 여행기 너무좋아요. 꼭 말레이 가볼겁니다.^____^ 그리고,언젠간 우리도 아랍권나라를 여행할 때가 오겠지요?
gg 2004.11.05 02:21  
  그러게요. 세아님. 세계는 넓고 밟아야 할 땅도 많은데...
자유님. 고마워요~
낭만고양이 2004.11.22 12:37  
  저는 새내기 주부인데요..저두 님글 읽으면서 꼭 나중에 아기와 함께 여행가리라 마음먹고 있습니다..넘 이뻐요..[[원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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