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기다란 쉼표 여덟, 피피아일랜드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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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고 기다란 쉼표 여덟, 피피아일랜드빌리지.

지지퍼그 8 1864


피피아일랜드빌리지. 딱 3년전 요맘때 하룻밤 머물렀던 그곳.
그곳의 바람이 너무나 향기롭고, 그곳의 바다가 너무나 푸르고, 그곳의 집들이 너무나 편안해서...
임신하면(왜 하필 임신하면?? 모르겠다. 암튼 그때 그렇게 생각했었다..) 꼭 다시 와 푹 쉬다 가자고 약속했었는데...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두돌을 맞은 무렵 드디어 그 약속을 지켰다.

그때는 둘이었지만 이제는 셋이서 피피아일랜드빌리지, 그곳을 다시 찾은 것이다.
생명이란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지... 3년전만 해도 이 세상에 없던 어떤 사람 하나가 불쑥 태어나서 지금은 이렇게 우리와 함께 웃고 뛰고 말하고 있다니....

제트크루즈를 타고 섬으로 들어간다.
새벽같이 일어나 밥 챙겨먹고 나왔는데도 배에서 공으로 나눠주는 빵은 어찌나 맛있는지..서너개를 연거푸 먹는다...

어렸을 때 일요일 아침이면 이따금 엄마가 식빵에 마가린과 설탕을 발라주었다. 마가린이 떨어지면 마요네즈에 설탕. 퍼그에게 얘기하니 도무지 믿지를 않는다. 그런 이상한 맛의 조화가 어디 있겠느냐면서....생각만 해도 토할 것 같단다. ㅎㅎㅎ 그런데 배에서 주는 빵 맛이 딱! 바로 그거였다. 여긴 마요네즈에 설탕은 아니고 버터에 설탕 같은데...버터가 묽어서 마가린 같은 맛이 난다. 어릴 적 일요일 아침에 먹던 바로 그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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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안에서. 그동안 지퍼양 귀엽다고 반하셨던 분들...환상을 깨셔요. 지퍼양 사실은 하회탈이예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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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머리.

배는 마야베이를 지나 바이킹 동굴에 멈췄다가 새로 생긴 홀리데이인 앞에가서 선다. 거기서 작은 보트로 갈아타고 빌리지에 들어간다. 무슬림으로 보이는 현지민 가족과 한배를 탔다. 한 아버지와 여러 엄마들과 수많은 아이들이 한가족이었다. 일부다처제... 가서 이 아이들과 같이 놀 수 있겠구나, 하고 지퍼양에게 열심히 눈인사를 시켰는데, 이런...다른 곳으로 가는 모양이었다. 우리만 내려주고 그냥 떠나는 배. 그럼그렇지... 피피아일랜드빌리지에 웬 현지민? 했었지... 좋다말았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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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배를 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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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피아일랜드빌리지에 도착했다.

빌리지에 도착하자 꽃을 둘둘 말아 만든 물수건을 먼저 준다. 그래..이거였지..3년전의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우리를 감동시켰던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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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드링크.

빌리지를 생각하면 언제나 먼저 떠오르는 것은 꽃이다. 정원을 걸으면 언제나 꽃향기가 났다. 방안에도 밖에도 수영장에도 모든 곳은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정말 아름답고 평화로운 그곳...

체크인 하면서 두번째 방문이라고 했더니, 멤버쉽카드를 만들라고 용지를 준다. 세번째 방문부터는 여러가지 혜택이 주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세번째 피피를 찾게 되더라도 분명히 또 이곳에 올것이다...그만큼 우리에게 이곳은 특별히 아름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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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피아일랜드빌리지 입구.

입이 안다물어지게 아름다운 바다풍경을 바라보며 체크인하고 우리 방에 간다.

어? 방이 왜 이래? 왜이리 작아??? 왜이리 뒤야???
가만 생각해보니..우리가 전에 왔을 때는 디럭스룸이었나보다. 그때 돈이 많았나???
이번에는 슈페리어룸이다. 3년전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 어쨌거나 우리에겐 슈페리어룸도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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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꽃으로 장식된 방안은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이한다. 바닥에도, 침대에도, 변기통에도...꽃. 심지어 냉장고에도 꽃 그림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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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양 꽃이야 어쨌든 발수건 보자마자 걸레질부텀 한판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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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양어머니 배에서 내리실때 젖은 신발들부텀 쪼르륵 늘어놓아 볕에 말리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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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양아부지 제일 좋은 숙소 온 기념으로 삼각대 설치하고 부랴부랴 가족사진 한컷 찍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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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

빌리지는 다 좋은데 밥값이 비싸다.
그럴줄 알고 서울서 공수해온 일용할 양식들이 있지롱. 말레샤, 푸켓 돌아돌아 오는동안 끌고댕기느라 얼마나 애를 썼는지. 다 오늘의 영화를 보고자 함이로다.
엇, 그런데 세면대에 구멍을 막을 길 없어... 어디다 뜨거운 물을 받아 햇반을 데운담???
아무래도 우리같은 사람들 때문에 빌리지에서 세면대 구멍 못막게 했나부다...
할수없이 지퍼양 모래놀이 바구니에 햇반을 담군다.
김, 깻잎, 라면, 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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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고 나서 배두들기며 앉아있는 부녀지간. 빌리지 룸에서 우리가 제일 좋아한 공간이었다. 베란다 썬베드에 누워서 음악도 듣고 책도 보고 정원을 바라보면 이따금씩 새가 놀러와서 옆자리를 지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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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정원으로 내려가는 계단. 길바닥에도 다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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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여긴 왜이리 꽃이 많아요??? - 지퍼생각.
여기도 시온수도회랑 연관있는 사람들이 만든 리조튼감??? - 지지퍼그생각.

우리부부는 피피에서도 여전히 다빈치코드의 영향력 안에 있었다....

오늘 사진의 압박이 크다..버리고 갈 사진이 별로 없네...
3년전에도 이곳 사진을 인터넷에 뿌리며 얼마나 홍보를 열심히 했었던가. 홍보를 그리도 열심히 하여 이곳을 모르던 사람들도 많이 알게되고 찾게 되고 하였건만...왜 나에게는 떨어지는 떡고물이 한개도 없단말인가. ㅋㄷㅋㄷ...

점심을 해결하고나서 바로 수영갈 채비다. 바다도 수영장도 정말이지 빨리 보고싶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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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향하는 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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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대로..나.무.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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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올라가는 계단에도 꽃...

수영장에서는 바다를 오고가며 수영할 수 있다. 아이들 수영장도 잘 꾸며져 있다. 자꾸지도 있고...물안마(?)를 받을 수 있는 그늘도 있다. 3년전에는 덜러덩 네모낳고 조그만 수영장 하나 있었는데.
수영장까지 이렇게 멋지게 들어섰으니 피피아일랜드빌리지는 완벽 그 자체가 된것만 같다. 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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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女는 주로 수영을 하고 母는 주로 음악감상을 하시었다.

수영장 베드에 누워 mp3듣고 (지금 화면에 흐르는 바로 이 음악) 하늘 보고 흥얼흥얼대고 또 하늘 보고...

다른 세상에 온 것이 확실하다. 공기도 틀리고... 신선놀음이 따로 없구먼. 이렇게 평생~ 살려면 로또밖에 길이 없겠지? (이렇게 평생 살면 재미없으려나???)

수영장에서 해지기 전까지 놀구, 들어와서 씻고 저녁먹으러 갈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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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먹으러 간다는 말에 또 좋아서 춤을 추는 지퍼양. 그녀의 식욕은 멈추지를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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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꽃처녀.

저녁먹으러 나간다고 신나서 춤추더니..유모차 태우자마자 잠든 지퍼양. 물놀이를 좀 심하게 한다 싶더니만...저녁을 우리끼리만 먹을 수도 없고, 막 잠든 아이를 깨울 수도 없고 해서 아이가 깰때까지 산책을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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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에 낙서금지. 연출사진 아님.

코코넛바였던가...코코넛으로 장식이 되어있었다. 저녁식당은 다른 곳이었지만 여기 분위기가 좋아서 그 주변에 한동안 앉아있었다. 그냥 바다랑 하늘이랑 번갈아 보구 있으면 심심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해가 지는 광경 속에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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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식탁일까?

저녁식사는 매일 다른 테마로 부페나 세트메뉴가 있었다. 물론 각자 자기가 먹고 싶은 요리를 저렴하게 따로 시켜도 된다. 그리고 스페셜 디너가 있었는데 사진과 같이 바닷가에 세팅해주거나 자기 집 베란다에 세팅해주는 식사였다. 그야말로 스페셜한 날에 영원히 잊지못할 스페셜한 식사를 하는 것이겠지. 우리는 빌리지에 온 것만으로도 스페셜하였기에 생략했다. (-_-;; 돈없어서 안한 거 절대 아니라고 꼬옥 꼬옥 우겨두고 싶네. T.T 먼훗날 지퍼양이 보구 어케 생각할지 모르니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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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지퍼양 잠깨기를 기다리는 동안 슬슬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시시각각 변하는 색색구름들.

노을은 숨이 탁, 막힐만큼 아름다웠다. 카메라를 아무렇게나 들이대도 엽서 한장이 박힌다.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신이 그려내는 이런 장관 앞에서...

비싼 저녁을 먹는데 왠지 식당에서의 서비스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식당안에 손님들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어딘지모르게 급하고 뻣뻣한 종업원들의 분위기...내돈 내고 먹으면서 왠지 종업원 눈치를 봐야하는 야리꾸리한 분위기...

퍼그랑 나는 피피아일랜드빌리지가 변했다. 예전같지 않다, 궁시렁대면서 밥을 먹었다.

이날 뿐만 아니라 그 다음 날과 그 다음 날도 계속 식당에만 가면 불쾌한 기분이 들었는데 특별히 어떤 이유를 대기는 힘들지만 암튼 종업원들의 태도 때문이었다.

물론 빌리지의 아름다움은 그런 불편감을 충분히 용서할 수 있을만큼 만족스러웠지만 그래도 옥의티랄까...특히나 3년전 왔을 때 무척 친절하고 순박한 빌리지 종업원들에 대해서 좋은 기억을 남겼었는데 그게 무너지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밤에는 할일이 없다. 아이랑 다니다보니 밤에 바다에 나갈 수도 없고 (모기때문에, 일정중 피피에서 가장 많은 모기들에게 당했다.) 술을 마시러 바에 가 앉아있을 수도 없고...

저녁먹고나면 꼼짝없이 방안에서 뒹굴뒹굴인데....

그러다보니 각자 나름대로 놀잇감을 개발해서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그리고 특히 이 방면으로는 우리 딸이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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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 탁자 유리 걷어내고 놀기.

마지막 컷에 등장하는 지퍼양의 칼잇스마 눈빛, 카메라를 뜯어먹을 듯한 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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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세켤레.

침대위에 널브러져 각자 노는 우리 가족의 발을 찍었다. 책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듣고 노래도 하고....지퍼양을 위해서 쓸데없이 가위바위보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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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 (mp3에 디카사진도 무지 많이 저장할 수 있다. 덕분에 지금 이렇게 사진들로 도배를 하고 있다...)

엄마아빠가 하루종일 안고사는 검은 물체에 관심을 심하게 보여서리 딸에게 몇곡을 들려주었다.
- 이거이 엠피쓰리야, 들어볼래?
- 네!
- 자, 들려?
- 다다다다...스타다...다다다... (고고기글스 음악들이랑 도라도라 음악들..가져갔었다.)

열흘동안 잊고지냈던 스타리다, 도라, 플러리나, 다 생각나나보다. 무지하게 반가워한다. 티비, 비디오, 장난감, 인형..그런거 없이 열흘이나 잘 놀았으면서...애는 애다. 허허.

건전한 밤문화를 만끽한 뒤 9시에! 꼬박꼬박 잠드는 우리가족.
태국가서 밤 9시면 꼬박꼬박 꿈나라 가는 건전 여행자....흔치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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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전 양치질도 잊지마세용~!

계속됩니다....
8 Comments
알럽타이 2004.11.17 13:26  
  보는내내 마치 제가 여행을 다녀온것 마냥 입가에 미소가 지워지질 않습니다...  *^^* (그 미소뒤엔 부러움이 한가득이라는... ㅎㅎㅎ) 제가 꿈꾸는 행복한여행을 다녀오신 지지님~ 다음편 빨리 보고싶사옵니다~~~ (^^)(__)
detail 2004.11.17 13:45  
  사진이 모두 엽서같습니다.너무 이쁘네요.여행기 재미있게 읽고있습니다.하회탈이라도 여전히 귀엽습니다.
ttaeng 2004.11.17 15:28  
  사진도 너무 예쁘고, 글도 아기자기하게 잘 쓰시네요~ 부럽슴다^^ 너무 재밌게 잘 읽고 있어요!!! 지퍼는 여전히 너무 귀엽네요~
스컬리 2004.11.17 15:33  
  언제봐도 지퍼양은 넘 귀여워요~^^ 지지님 여행기를 읽고나면..마음이 편안해 진답니다~어여어여 다음여행기도 보고 싶어요~~^^
겨울남 2004.11.17 19:06  
  넘넘 멋진 여행기 감사드립니다........
다음편도 빨리 올려 주실거죠?
gg 2004.11.17 19:12  
  고마워요~ 저도 여행후기 정리해서 다시보니 여행을 두번 하는 것 같은 느낌에 빠져 좋네요~
너무 2004.11.17 21:54  
  정겹네요.사람사는 냄세가 나네요.복 많이 받으세요.
클클 2004.11.18 01:22  
  눈팅만 하다가  오늘은 유난히 따님이 귀여워 글을 남깁니다^^*  너무 깜찍하고 예쁘고 사랑스럽네요~~~ 음악과 글, 사진을 듣고 보노라니 제 마음이 다 평화로워져요~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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