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기다란 쉼표 일곱, 휴식.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굵고 기다란 쉼표 일곱, 휴식.

지지퍼그 11 1544


achim.jpg
까따비치리조트 아침식사.

오늘 아침은 느긋하다. 특별한 계획도 없고...
내일이면 피피섬에 들어가야하니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 놀러다닌 것두 중노동이라니깐. 헤헤.

야외 좌석에 앉아서 천천히 아침을 먹는다. 내가 차리지 않고 내가 치우지 않는 식사. 주부들에게는 이것도 여행의 큰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러고보면 결혼 하기 전에는 손하나 까딱않고 친정엄마한테 꼬박꼬박 얻어먹었으니... 참 고마운 일이었다. 그 때는 몰랐지만.
돌아가면 내손으로 밥 한번 해드려야지. 아니, 이런 곳에서 이런 아침식사를 꼭 한번 대접해드려야지. 도무지 자식에게서 과일 한봉지 조차도 그냥 안받으시려 하는 부모님께 이런 식사 한번 대접하려면 무지 힘들 것 같지만. (보통은 대접해드리려고 나갔다가 오히려 대접받고 오게된다.)
생각해보니 시댁에 가면 식사 준비하고 치우고 하는 일들을 늘상 하는데 30년동안 나한테 밥을 해주신 친정에서는 아직도 날로 얻어먹기만 하고있다.
시댁에는 그래도 의무라고 조금씩 하는데 친정 부모님께는 내손으로 생신상 한번 못차려드려봤다.
내가 조금씩 철들어 가는 것일까. 부모님 늙고 병들어가시는 모습 보면서 자꾸 안타까워지는 것일까.
좋은 곳에 가고 좋은 음식 먹으면 꼭 부모님 생각이 난다. 함께 왔으면 좋았을텐데...하고.

se.jpg
식탁 주위를 맴돌던 새.

새는 참 맑은 소리로 지저귄다.
새소리에 잠을 깨는 일. 상상 속에서만 바라던 그일이 지금 내게는 벌어지고 있다.
갑자기 이 여행이 끝나고나면 어떻게 서울의 아파트 숲속에서 버틸 수 있을까, 두려워진다.
그러나 그런 두려움마저도 파도소리 한번 듣고나면 사라진다.
서울에서 그토록 머릿속을 어지럽게 떠다니던 생각들이, 이런저런 생각과 감정들이,
이상하게도 여기에서는 모두 사라진다.
그냥 단순하게,
너무 즐겁거나 너무 따분하지도 않은 평상심을 유지하게 된다.
모두 이런 바람과 이런 바다와 이런 새와 이런 하늘, 이런 향기, 이런 나무들....덕분이리라.
그래, 내가 그래서 여행을 떠나왔지.
남들 열심히 모아서 집 평수 넓혀갈 때...
우리 가족은 덜 열심히 모아서 그나마 모은 거 여행에 투자했지...

banagp.jpg
오늘도 밥시간이 즐거워 춤추는 지퍼양.

배불리 먹고나면 양손에 디저트로 바나나와 빵한쪽을 들고서... 시키지 않아도 절로 우러나오는 덩실덩실 춤을 추는 지퍼양.
먹으면 즐겁고, 놀면 신나고, 자면 편안한 그녀의 삶.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할지어다 !!!

kataface.jpg
까따비치리조트.

badada.jpg
아침바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맑은 바다.

아침을 먹고 밖에서 놀다가 방에 들어와서 또 뒹굴뒹굴 하다가 딸과 퍼그는 잠들고 나는 별러왔던 타이마사지를 받았다.
수영장 옆 정자에서 받았다. 허리랑 다리랑 부실한 나, 여행가기 전부터 태국가면 타이마사지 매일매일 받을테야! 하고 별렀었는데..히히.
방콕에서 받았던 것 만큼 시원하지는 않다. 하긴, 마사지사 실력에 따라서 다 다르니깐...
그래도 4.3키로 거구를 자연분만한 뒤로 뒤틀려있던 온몸의 뼈와 살들이 조금씩은 사이좋게 위로를 나눠받았다. 고마워서 팁도 주고나왔다.

방에 들어와서 식구들을 깨웠다.
커피한잔 마시고 나가야지, 하니 귀가 밝은 지퍼양, 얼른 일어나 엄마 커피 타느라고 부산을 떤다. 기특한 것.

두돌 된 딸에게서 벌써부터 커피를 받아마시니 아무래도 나는 내 친정엄마와는 확연히 다른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coffee copy.jpg
엄마 커피타는 지퍼양.

엄마가 매일 전용좌석인 살라에 앉아 티타임 즐기는 것을 눈여겨 봐두었는지, 커피한잔 마셔야겠다, 하고 혼잣말한 것에 귀가 쫑끗해져 커피와 잔을 살라쪽으로 가져와 직접 타준다고 호들갑이다. 역시 딸 낳기를 잘했어....

katakata.jpg
리조트 구석구석.

자고일어나니 점심시간이 되었다나 뭐라나...
오늘도 어김없이 까따마마 출근도장 찍으러 간다.
내일이면 떠나야할 까따비치리조트. 구석구석 사진기에 기억을 남겨두고....

bana.jpg
바나나팬케잌과 아이스크림.

바나나튀김을 시킨다는 게 순간의 실수때문에...팬케잌으로 변했다. 어쨌거나 맛있으면 되었지, 뭐.
까따마마도 오늘부로 안녕!이네...이렇게 싸고 맛있고 분위기 있는 식당을 언제 어디서 또 찾을수 있을까...까따비치에 오게될까? 언제쯤? 오잉~ 슬퍼지네. 대신 내일은 더 좋은 곳으로 가잖아, 이번 여행의 백미인 곳으로! 아자, 아자, 화이팅!

자느라고 늦어진 점심을 먹고나서 로터스에 가보기로 한다. 피피 들어가기 전에 장을 좀 봐야한다.
친절한 태국청년의 택시를 빌려서 갔다. 요기서 요기 갔다오는데 세식구 밥값의 두배인 택시비. 아유, 푸켓에서 어디어디 찾아다니는 거 점점 귀찮아진다.
로투스에 도착. 앞선 여행기에서 밝혔듯...마트안에는 에어아시아 티켓부스가 다 있다. 글구 반가운 오투액션! 하고 달려가서 보니, 이런..우리의 오투액션이 아니네.

lotus.jpg
로투스.

rice.jpg
한그릇에 천원정도 하는 볶음밥.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었다. 둘이서 밥 먹고 음료수 마시고 했는데 총 3천원도 안들었다. 택시비는 서너시간 빌려서 왕복하는데 1만8천원 돈. 갑자기 허무해진다. 내가 지금 모하는 짓이냐...
어쨌거나 구경 잘~하고, 피피가서 먹을 아이우유랑 간식이랑 어른맥주랑 사고 돌아왔다.

daq.jpg
닭신앙???

푸켓 곳곳에서 발견되는 닭상(?)들. 닭을 숭배하는 신앙이 있나...??? 몰까아...갑자기 되게 궁금해진다. 아시는 분 답변 바랍니다...닭상이 의미하는 바를.... -_-;;

snack2.jpg
야식시간.

장봐온 것들로 야식을...
태국 새우깡과 맥주들과 초코우유...

내일 아침이면 다시 출발이다. 만 3년만에 다시 찾는 피피섬.
설레이고 또 설레인다.
많은 그리움을,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는 추억속의 그 섬으로. 그 리조트로....

이제는 둘이 아닌 셋이 되어서....

계속됩니다....




11 Comments
sachoo 2004.11.13 01:46  
  음악 선곡이랑 사진들...회를 거듭할수록 중독성이 강한 여행기네요...특히 지퍼양 모습 [[웃음]]담편 기대합니당~(빨리욧!)
리노 2004.11.13 02:02  
  혹 이 세상에서 젤루 불쌍한 엄마가 누군지 아세요? 제 친구가 그러는데 아들만 둘 셋 있는 엄마라네요...^^ 제가 생각해두 엄마는 딸이 있어야 하는거 가타요! 지퍼양도 넘 예쁘고 행복한 가족모습이 보기 좋아요...
오늘 울 누나가 나이 마흔에 예쁜 딸을 낳아어요...그래서 울 어무이 아픈몸(암 투병중이심)을 이끄시고 딸 찾아가는 모습을 보니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울 누나가 엄마 건강하실때 잘 못해 드린거 많이 후회하네요....저도 그렇지만
gg 2004.11.13 02:54  
  리노님 멀리서나마 어머님의 쾌유와 태어난 이쁜 아가의 앞날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어머님께서 예쁜 새생명을 보고 참 기뻐하셨을 거 같아요. 아기들은 어른들에게 큰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요. 보고만 있어도... 
안다만 2004.11.13 11:12  
  저 썬배트 100바트짜리(하루종일) 점심먹고와도 돈 더 안봤음. 썬블럭 놓고 왔는데 공짜로 쓰라고 주고 인심좋아요. 리조트 수영장 바로앞
제 여행기 보는거 같아서 넘 좋아요.
아 생각난다! 안다만의 까따비치 오늘 방콕가는데
푸켓 다녀올 시간은 안되서...
안다만 2004.11.13 11:17  
  맛사지는 좀 비싸지만 로얄크라운스파 함 다녀오세요.
픽업 200바트(볼보왕복) 커플이가면 아주 좋아요.
자연을 벗삼아 싸우나도 하고 엄천큰 룸에서 스파도하고
1시간 400바트(나 2시간 800바트)부터 5200바트(여친)따지 다양해요
나니 2004.11.13 11:43  
  재밌습니다. 저두 딸 데리구 피피 가 보고 싶은데..모기의 압박으로^^.....계속 고민중인데...다음편이 기대되네요
알럽타이 2004.11.13 16:59  
  너무 좋네요 gg님~ ^^*  지퍼양...진정 대박입니다 너무 귀여워요... >.< 
봄길 2004.11.14 18:32  
  할말없슴다. 넘 배가 아프네여.
나도 퍼그처럼 보이는 듯 만듯 그리 살 순 없을까.
퍼그는 마냥 흐뭇, 빙긋이 웃으며 졸졸 따라다니겠지.
그저 바보(?)처럼 배실배실 웃으며...
맞어 맞어 당신 하는대로 다해 난 따라다니기만 할테니꺼...
살맛나는 남자 퍼그... 맞져. 안 봐도 뻔한 거여.
근데 친구들한테는 어떨까 몰러...
gg 2004.11.15 10:52  
  봄길님, 가정과 사회에 불만이 많으신가봐요. 어서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으시길 기도합니다.
봄길 2004.11.15 21:57  
  어, 아닌데... 지지님 넘 심각하게 말씀하시넹.
그냥 너무 보기 좋아. 부럽다고 하는 건데.
난 너무 세심하게 설치는 사람이라. 자주 지치게 되고...... 자상하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쉬고싶을 때가 있죠.
그런데 지지와 퍼그, 지퍼의 이야기에는
너무 아기자기한게 정말 부럽고 편안해 보이는 그 무엇이...

삶의 양식에 차이가 있죠. 일장일단이 있지만...

그렇지만 고맙습니다. 마음의 안정...
gg 2004.11.15 23:04  
  ^^ 쉬고 싶을땐 쉬세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말고. 봄길님. 봄길님에게도 쉬어야 권리가 항상 있답니다....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