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태국에(1) - 출발/롤라이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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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태국에(1) - 출발/롤라이35

도겟 5 1293
정말이지 언제였던가 싶네요.
그리 길지도 않은 10박11일 여행을 떠나면서, 무슨 그리 많은 눈치를 보고,
잔머리를 굴렸는지... 하지만 그렇게 떠난 여행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습니다.

엄연히 현실이라는 것 있고, 자연스레 이것저것 눈치를 봐야하는 팔자이기에
이렇게 여행에 더욱 집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다녀온 지금은 새로운 여행을 기약한 1년 후를 기다리며 고달프게 살고 있습니다.

여행이란 거 마치 복권같아요. 떠나기전 들뜬 마음은 복권을 살 때의 기분과 닮았고,
여행지에서 흐르는 시간은 복권발표의 순간처럼 찰나와 같이 짧습니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도 그렇구요. 하지만 여행은
적어도 우리에게 추억란 것을 남기니 복권과 비교할 것은 못되는 것 같군요^^*

사설이 길군요, 쩝^^*

이달(11월초) 태국을 다녀왔습니다. 태국은 세번째고 혼자 가는 여행은
처음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느꼈던 몇가지를 적어볼까 합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저는 제일 처음 구입한 것이 카메라입니다.
사진 찍기를 좋아했던(과거형이죠~~) 저는 지금까지 모두 3대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모두 동카메라였는데 이중 한대를 팔아먹구,
한대는 도둑맞고 나머지 한대는 잃어버렸죠. 마지막 카메라를 잃어버렸을 때
공교롭게 사진에 대한 관심을 함께 잃어버린 듯 했습니다.
근 2년간 전 카메라에 대한 관심은 전무였으니까요.
작년 태국여행에는 함께 간 친구 카메라를 빌어 그냥 서너 컷 찍었드랍니다.
솔직히 좋은 풍광을 보니 사진욕심이 스멀스멀 생겨났지만 애써 아닌척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태국여행을 앞두고 카메라를 구입한 겁니다. 거금 **만원을 들여
롤라이 35SE를 구입했죠.(제가 구형 필름 카메라 취향인지라..)
출발 앞두고 10여일간 인터넷 벼룩시장을 뒤진 결과 적당한 가격에 괜찮은 품질의 카메라를 구입했죠.
흐뭇했습니다. 이제 떠나는구나. 그리고 정말 혼자 여행을 떠나는구나.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이 놈은 나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겠지!!!

여행준비 거의 완벽했습니다. 태사랑 회원님들의 여행정보가 큰 도움이 되었
습니다. 요왕님의 개정판 가이드북도 구입햇습니다. 친구에게 멋진 허밍버드
배낭도 빌렸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혼자가는 나쁜놈이라며 저에게 갖은 시기와 질투를 퍼부었습니다.
어머니께는 일때문에 출장반 여행반 여행을 다녀온다고 혼자가는 여행에
대한 죄송함을 약간의 거짓말로 얼버무리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전 굴하지 않고,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사무실 사람들 눈치를
보며 태사랑의 여행정보를 검색 정리했죠.

그런데 출발 3일전 이게 웬일입니까!!
여권을 보니 유효기간이 출발 다음날까지였습니다. 서둘러 여권유효기간
연장을 위해 관공서를 가보았지만 도저히 출발전까지는 불가능이라네요.
세상에 이때 깨달았습니다. 5년이라는 세월이 참으로 빨리 지나가는구나.
그리고, 이렇게 태국은 멀어지나...

여행사에 비행기 티켓 예약 취소하며 내쉰 한숨은 실연당한 사람의 그것과 비슷했을 겁니다.
사무실 사람들이 저에게 보낸 시기와 질투는 이제 비웃음으로 변하여 저를
괴롭히더군요. 그리고 저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박탈감!!! 여행을 다녀온 후
새로 시작하는 일에 전념하자는 각오는 이제 공허한 다짐이 되고 말던 겁니다.

자연스레 거금을 주고 구입한 롤라이 35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식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히 책상 한 구석에서 잠들고 있는 롤라이를 보니 더욱 가슴 아프더군요.
게다가 일주일 후 유효기간이 연장된 여권을 받아와 롤라이 옆에 던져
두었더니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놈의 테스트 촬영을 태국에서 하리라!
그리고 싸고 때깔 좋다는 태국의 현상소에서 반드시 뽑으리라!!!
주변 사람들의 그 어떤 질시와 방해가 있어도 떠나고 말리라!!

사실 이 정도 결연한 다짐을 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지난 1년간 묵묵히
일을 하며 힘들어했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택한 것이
여행이었는데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억울했죠.

유희로서의 여행이 아니라 다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멈춤과 쉼,
비움이 간절했던 거죠. 다행히 프리랜서(비정규직이며, 임의로 근로시간을
택할 수 있는^^*)의 좋은점이란 용기(현실이 주는 압박에 대한)만 있으면
얼마든지 시간을 낼 수 있다는 거죠.
(하긴 때로는 타고난 나태함과 늦장부리는 성미가 여기에 한 몫 거들기는 하지만요.^^)

그래서 전 다시 한번 태국으로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습니다.
롤라이 녀석과 함께요.

쩝, 쓰다보니 글이 장황해지네요.
여행과 관련된 사진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다음글에 이야기하게 될 것 같습니다.
5 Comments
지나가다 2004.12.03 11:39  
  궁금해지네요. 다음 이야기와 사진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곰돌이 2004.12.03 13:09  
  여권 때문에 여행을 연기... 잔뜩 준비하고 있는데... 허탈하셨겠네요. 장황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수피아 2004.12.03 18:16  
  저도 함께 가기로 했던 친구의 여권 만료로 인해 뱅기 취소했던 슬픔이...쓰웁~~~
기대되요..빨랑 올려주세요..
자유 2004.12.05 00:38  
  롤라이로 찍어오신 태국여행.. 기대하겠습니다. ^^
봄길 2004.12.06 09:06  
  여권요. 강릉에 오시면 1일만에 발급받을 수 있는데...
이상타. 일정까지 다 놓치고... 전에 글을 올린 적도 있는데...
글을 담담하게 맛깔스레 잘쓰시네요. 대부분 일가견이 있으세요. 글 쓰시는게...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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