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기다란 쉼표 열하나, 빠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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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고 기다란 쉼표 열하나, 빠똥으로!

지지퍼그 8 1578


빌리지를 떠나는 날 아침. 아침먹고 짐싸고 체크아웃하고, 시간이 많이 남아 처음으로 바에 가서 음료도 마셔보고 마지막 바다풍경을 눈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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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꺼야. 세번째 방문도 곧 있을꺼야, 곧.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곧..그러니까 아쉬워하지 않을꺼야...지금은 정든 애인과의 이별마냥 슬퍼지기까지 하지만....종업원 언니오빠들 서비스정신 재무장하고 기둘리고 있어. 꼭 다시 돌아올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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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짐을 챙긴다. 이제 여행의 반이 지났을 뿐인데 마음은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뒤숭숭하다. 이 느낌이 빠똥으로 그대로~ 이어져 이후 계획에 있던 카오락, 마카오, 심천 등을 모두 캔슬하고 늘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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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아웃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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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 음료를 마시며 배시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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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바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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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떠난다. 아이는 배탔다고 마냥 신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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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가나 심심할 땐 그림그리기. 많은 친구들이 우리 딸을 보고 척보면 벌써 예체능꽈란다. 공부시킬 생각 애저녁에 포기하고 예체능으로 밀어주라고. ㅎㅎㅎ 내 생각에도 어느정도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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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나눠주는 파인애플 한꼭지에도 무지무지 기뻐하는 지퍼양. 잘먹고 기뻐하며 감사할 줄 아는 너에게 또한번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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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켓에 도착했다.
푸켓은 축제중이다. 그 유명한 채식주의자 축제.
푸켓에 거주하는 중국계 태국인들이 9일간 채식주의자가 되는 기간.
혓바닥을 드릴로 뚫고 대여섯개의 칼을 아구창에 꿰어차고 다닌다.
다큐멘터리에서 가끔 보았던 그것을 직접 볼수도 있는 기회.
사람들은 모두모두 흰옷을 입고 다닌다. 고통을 느끼고 채식하면서 신께 비는 기간. 단 며칠만이라도.
그러나 이방인들에게는 끔찍하고 이상스럽기 짝이없는 요상한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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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인 푸켓.

빠똥 중심의 홀리데이인. 우리는 저렴한 메인 윙으로 방을 잡았다. 별 기대 안했는데 좋다.
무지 미국적인 호텔이다. 합리적이라고나 할까, 쓸데없는 장식은 배제하고 꼭 필요한 것들은 어느 호텔보다 잘 갖추어놓았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텅 비어있다. 어차피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미니바를 없애버린 것이다. 대신 호텔 1층 미니마트에서 필요한 음료수를 사다가 직접 채워놓고 쓰면 된다. 얼마나 합리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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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켓에 오니 다시 만나게 되는 목각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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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메인윙에는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몇가지 있다. 놀이터와, 어린이 수영장, 그리고 키즈룸. 아이는 놀이터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몇가지 관광거리보다 놀이터가 더 재미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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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당 연.

처음으로 한국식당을 찾아간다. 친절하신 썬라이즈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한국식당, 연.
제육볶음과 순두부를 시켰는데 오잉~ 꿀맛이다.
지퍼양 김치를 보자 환장을 하고 달려든다. 깍두기 국물에 밥한공기 쓱싹쓱싹 비벼서 금방 다 먹어버리고 기분이 좋아 덩실덩실 춤추고 난리가 났다.
지지퍼그 부부도 딸내미에게 질세라 밥 두공기씩 해치우고 텅텅 빈 그릇들을 바라보며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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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빠똥거리 구경하다가 돌아와보니 아기침대가 와있다.
지퍼양 어찌나 좋아하는지. 그동안 엄마아빠 틈에 낑겨서 자는게 불편했던게야....

자기전에 누워서 궁리 들어간다.
우리 카오락 가지 말까?
왜? 예약도 다 하고 왔는데.
그냥 여기도 좋은데 또 이틀에 한번씩 옮겨다니는 게 쫌 무의미하다.
우리가 카오락에 왜 가려고 했지?
안가본데 가보고 새로운 리조트를 발견하는 기쁨..정도?

우리가 예약한 카오락 와나부리 리조트 랑데뷰룸 베란다에는 넓다란 침대형 그네가 있었다. 애초에 몰디브 메두푸쉬 리조트를 그토록 꿈꾸던 우리에게 몰디비안 스윙을 꼭 닮은 그 그네 만으로도 리조트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렇지만 막상 거기에 가려고 보니 그런 같지않은 이유때문에 적어도 2천밧은 넘을 것 같은 택시비와 (아이와 짐때문에 버스이동은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또 버스에서 리조트까지 어차피 택시이동 해야한다.) 3,500밧이나 하는 룸을 감당하기엔...우리가 너무 피곤할 것 같았다. 적어도 아침 일찍 나서서 네다섯 시간은 이동을 해야 할텐데.
새로운 지역의 새로운 리조트 한번 가보겠다고 이틀에 한번씩 짐을 쌌다 풀렀다 하기에도 좀...우리가 무슨 전문 인스펙션 다니는 사람들도 아니고...

그런데 카오락에 가지말자, 생각하니 또 장애가 있다.
미리 예약하고 온 룸 때문이다.
지금 취소하면 하루치 숙박비를 날리는 셈인데 (디파짓) 그네 있는 방으로 한다고 제일 좋은 방을 하필 예약해 둔 터라...무려 3,500밧!!!!
웬만한 고급호텔 하루 방값의 거의 두배를 날리는 셈.
또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본다.
빠똥의 호텔값, 이동하는 택시비용, 와나부리에서 잘 경우 방값과 식사값..(와나부리는 주위에 아무것도 없다. 리조트 안에서 식사도 해결해야 한다.)
그래, 3,500밧 날려도 손해볼 것 없다...

무지무지무지X2배 속이 쓰렸지만....카오락과 3,500밧을 포기하기로 합의했다. 퍼그가 더 좋아한다. 도무지 이동이라는 것을 싫어하는 퍼그. 한곳에서 팅가팅가를 좋아하는 퍼그, 관광 다니는 것 조차 겁내는 퍼그...

그나저나 텅 비어버린 이틀을 어찌할지 새로운 고민이 또 시작된다.
홀리데이인 메인윙에 내리 있고 싶었으나 호텔에 물어보니 직접 연장하는 것은 너무 비싸다.
밖에서 다시 바우쳐를 사오자니.. 이왕 바우쳐 사러 돌아댕기느라 수고하는거...근처의 다른 리조트도 알아보자고.
이미 내 머리 속에는 서울에서 눈여겨 봐뒀던 타라빠똥리조트가 떠오른다.

카오락을 포기할 만큼 빠똥에서 만족했는가.
나는 예스, 라고 답하고 싶다.
왜 전세계에서 모인 많은 사람들이 푸켓, 그 중에서도 빠똥을 택하겠는가.
그곳은 남자나 여자나, 늙은이나 젊은이나, 또는 아이나..모두를 만족시켜주는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었다.
저렴하고 맛나는 식당들에서, 멋진 리조트들에서, 없는 게 없는 여행사 상품들에서, 밤의 방라로드에서, 백화점과 노천시장에서.... 우리는 쉽게 그것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다음날 우리는 결국 전화로 카오락 와나부리를 취소하고, 길거리 여행사에서 타라빠똥 2박 바우쳐를 샀다...

오늘 보너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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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oh, no~! 환타 oh, no~!
그럼 뭘 마셔요? 우유! 우유? 우유좋아~! 역시 아이들에겐 우유가 최고야~~ 랄랄라~~

계속됩니다....
8 Comments
동미 2004.11.26 00:55  
  아공. 지퍼양 너무너무 귀여워요 ^^

이건 비밀인데요..ㅎㅎ
어제 오늘. 지지님 여행기 올라왔나 기다리느라.
태사랑을 너댓번은 들락거렸어요..히히.
스컬리 2004.11.26 01:38  
  저도 계속 태사랑에 지지님 여행기 올라왔나 왔다갔다 했어요~~빨랑 계속 올려주셨으면..하는 바램이^^;;;있어요~~~
minjola 2004.11.26 01:48  
  ㅋ ㅣㅋ ㅣㅋ ㅣ
저는 지퍼가 너무 조아요~^--------^
Miles 2004.11.26 01:51  
  ㅎㅎㅎㅎ 사진들을 비교해 보세요.
식구들이 점점 현지인 색(?) 으로 ,그나 저나 한국 입국 거절 (?) 당하지 않았는지 ^^
아무리 봐도 지퍼양은 우리딸 어렸을적 하고 많이 닮았어요.
자다가도 된장 김치 찌게에 얼른 깨고 ,아플때 된장 찌게 먹으면 약 이 필요없었는데,,,,
아부지 2004.11.26 03:58  
  오~ 갑자기 환타가 마시고싶두아~ ㅎㅎㅎ
세아 2004.11.26 12:52  
  정말 기다리게 되는 여행기...입니다요~
여행에 투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들은,
인생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란생각이 듭니다.
계속 기대할께요~
어서요... 2004.11.26 18:39  
  다음 편도 기대기대~~~~
gg 2004.11.26 19:11  
  여러분들 우리 딸을 너무 이뻐해주시네용. 감사 또 감사~! 오늘 첫눈도 왔는데 행복한 밤 되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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