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기다란 쉼표 열, 쉼에 길들여져간다.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굵고 기다란 쉼표 열, 쉼에 길들여져간다.

지지퍼그 12 1481


벌써 여행 열흘째...염치없이 쉼에 길들여져간다. (가족여행이라 배낭여행하고는 반대죠...? 쉼에 목말라가는게 아니구 길들여져가는...)

참 이상하게도 우리들은 쉬거나 노는 일을 염치없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전쟁의 페허 속에서 오늘을 일구어낸 과거 때문일까, 열심히 일하고 생산해내는 일이야말로 최고의 선이 되고, 일의 댓가로는 집이나 차나 통장같은 눈에 보이는 물건들에 집착한다.
만약 주부라면 자녀 학비에 올인한다.
그래서 나 역시도 열흘째 접어드는 꿀맛같은 휴식이, 특히나 피피아일랜드빌리지처럼 일정 퀄리티를 유지하는 휴식이, 영 염치없게 느껴져 한번씩 뒤통수가 따갑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이 굵고 기다란 쉼에 점점 자알~ 길들여져 감은 막을 수가 없다.
사실 일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쉬는 게 좋다. 그것이 솔직한 감정이다. 인생의 1/10만이라도 쉼에 투자해야 한다. 그게 뭐가 나쁜가... 대신 눈에 보이는 물건들에 대한 집착을 좀 버리면 불가능하지도 않은데... 일을 열심히 하는 것 만큼 쉬는 것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본다...

bbal.jpg
늦게 일어났다. 비가 와서 어두웠기 때문이다. 비바람에 도로 젖어버린 빨래를 다시 말린다.

늦에 일어나보니 조금전 아침까지 비가온 모양이다. 바닥은 젖어잇고 나뭇잎 끝마다 물방울이 대롱대롱 맺혀있다. 더 상쾌하고 더 고요한 아침이다.

fnbird.jpg
베란다로 놀러온 새와... 길목마다 가꾸어진 꽃.

새소리 들으며 아침 먹으러 나가고 예쁜 꽃나무들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온다. 이런 천국이라니...그냥 누군가에게 감사한다. 아마도 내가 믿는 신과 우리 딸 같은 호사를 꿈조차 꿀 수 없는 형편에 있는 아이들에게...

매일 같은 코스.... 아침을 먹고나면 수영장이다.
오늘도 母는 주로 음악감상, 父女는 주로 수영...

hanl.jpg
하늘.

ggna.jpg
음악감상중. 아줌마 이날부터 맛가기 시작해서 자기사진 찍기(또는 찍히기)에 몰입했다.

딸은 이제 수영장에서 노는 일에 관한한 프로가 되어간다. 수영은 물론 짬을 내어 음악감상, 잔디 위 산책, 아빠 등에 썬크림 바르기 등등....

sh.jpg
심지어 샤워도 그녀에겐 놀이...수영 한번 하고 오면 꼭 샤워 한번...

nabi.jpg
아싸! 호랑나비~

수영하고 돌아오는 길에 운좋게 퍼그가 호랑나비를 순간포착했다.

onjum.jpg
오늘도 점심은 햇반과 기타등등. 후식으로 망고 까먹기.

gpja.jpg
실컷 놀고, 점심 먹고, 곤히 잠든 딸. 잘때 제일 예쁘다...

내일이면 빌리지를 떠난다. 딸 자는 동안 샵에 가봤다. 몇가지 기념으로 사고 돌아와서 퍼그한테 사진 찍어달라고 졸랐다. 온갖 패션쇼 하면서...

onbada.jpg
기념품 샵에서 바라본 바다. 바다 사진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저 푸른 그라데이션!!! ^^

gg.jpg
ugg.jpg
퍼그가 찍어준 사진들..아주 발악을 했다, 그날...제눈에 안경이라고 그래도 다 맘에 든다. ^^V

온갖 패션쇼에 쓰인 의상들은 모두 3-4천원하는 태국 옷들이다. 까따와 피피에서 산 것들.

오후시간은 오늘도 공놀이. 참으로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이다. 그런데도 전혀 심심하거나 지루하지 않으니...날마다 새로우니..거참, 신기하도다...

gongnol2.jpg
맨발로 잔디 위에서 뛰어놀게 했다.

호호..누가 보면 우리집 앞마당에서 찍은 줄 알겠다. 만약 저렇게 넓은 앞마당이 있는 집에서 실제로 살게 된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 커다란 개 두마리 풀어놓고 키우면서 매일 같이 놀기.

onmorae.jpg
공놀이 다음 코스는 모래놀이.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드러난 갯벌은 아이에게 최상의 놀이터였다. 넓고 넓은 갯벌을 부녀가 접수했다. 요즘도 매일 모래놀이하자고 조르는 딸, 모래놀이 바구니에 퍼즐 조각들 집어넣고 논다. 퍼즐조각들이 모래라고 상상하면서. 뭐, 내가 보기에는 나름대로 둘다 좋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하기 그렇다. 대자연 속의 진짜 모래나...상상모래인 퍼즐조각이나... 아이에게는 모두 다 소중할 것이다.

umak2.jpg
母는 역시나 꿋꿋하게 음악감상을 주로 즐기시고...

bano.jpg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bano2.jpg
노을지는 바닷가. 아름답다.

jno.jpg
빌리지 방향 하늘.

그 어떤 드라마나 비디오 영화보다 더 재미난 노을 감상 실컷 하고, 불꽃놀이보다 더 화려한 색색의 향연 속에 주인공처럼 포함되어 있다가 어두워지면 저녁을 먹으러 간다. 먹고 놀고 먹고 자고 쉬고 또 먹고...

sdiner.jpg
오늘은 또 어떤 집에서 스페셜 디너를?

오늘은 바닷가 아니라 자기집 베란다에 차려진 스페셜디너. 누구를 위한 식탁인지 모르지만 모기 좀 뜯기겠다. 모기 진짜 많았다.

bam.jpg
빌리지의 밤 풍경.

저녁 먹고 돌아오며 찍었다. 손톱 끝만한 달이랑, 제일 끝집인 우리집 번호판, 예쁜 꽃등불...

이 모든 것들 내일이면 이별이겠지? 흑, 슬프긴 하지만 실컷 놀고 쉬었으니 아쉬움은 없다. 아쉬움 안남게 정말 푹~ 쉬었다.

(오늘도 보너스가 있어용... 이날 수영장에서 우리 딸 스타되었었죠. 아이스크림 더럽게 열심히 먹기로. 저는 맨날 봐서 아무렇지도 않은데 서양인들 눈에는 아이스크림 더럽게 다 떠먹고 모자라서 잔째 들고 국물 마시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나봐요. 대놓고 구경와서 귀엽다, 놀랍다, 떠들더구만요. 우리 딸은 수박이나 메론 같은 거 깎아줘도 꼭 다 집어먹고나서 접시째 들고 국물까지 다 마시거등요. ^^ )

2.gif

계속됩니다....


12 Comments
아부지 2004.11.21 05:41  
  아..정말 사진 멋지네여~ ^^ 잘봤습니다~~ ^^
리노 2004.11.21 12:28  
  사진도 글도 넘 멋지네요......
띵똥 2004.11.21 14:05  
  계속 기다립니다..
복자씨 2004.11.21 19:41  
  요즘엔 지지님 여행기 올라왔나 매일 들어오잖아요 재미었요~~ 너무 좋아요~
소자 2004.11.22 10:24  
  계속 보았지만 사진 정말 좋습니다....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뚜리 2004.11.22 22:45  
  지지님의 여행기를 읽다보면 잘쓰여진 한권의 책을 읽는듯한 느낌을 받습니다...너무 재미있는 이야기와 멋진사진들보며 이런 여행기 올려주신 지지님께 감사드립니다.
gg 2004.11.23 02:08  
  과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주니애비 2004.11.23 08:20  
  뚜리님의 말씀처럼 지지님의 여행기는 잘 정돈된 진열장을 보는 것같은 차분함과 곳곳에 숨어있는 가족사랑이 느껴집니다.
사랑하는 마음, 행복한 마음 늘 간직하시길...
여행기 잘 읽고 있습니다.
날다.. 2004.11.23 12:27  
  너무 좋네여~~^^*
낭만고양이 2004.11.23 12:31  
  저두 님처럼...아가낳으면 꼭 이렇게 이뿐세상을 보여주고 싶습니다..해보고는 싶었지만 많이 망설여졌는데...님때문에 용기가 생깁니다..[[좋아]]
p.leah 2004.11.23 12:44  
  휴....... 그냥 한숨만 나오네요.....휴.............
수코타이~ 2004.11.26 02:58  
  휴 음악도 좋고 사진도 이쁘고..행복하시겠어요*^^*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