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기다란 쉼표 열일곱, 매너리즘에 빠진 사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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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고 기다란 쉼표 열일곱, 매너리즘에 빠진 사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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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샤 KL 시내 아파트 풍경.

열일곱번째 아침이다. 오늘은 바쁘다. Klcc 스카이브릿지에 오르고 레이크 가든에도 가자. 저녁엔 마인즈 원더랜드가서 쇼핑몰도 구경하고 놀이공원도 보고... 쇼핑몰과 놀이공원, 리조트를 아우르는 운하와 그 운하를 옮겨 다니는 꽃배 구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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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레일 타고 여행출근.

여행을 다니면서 아침에 일찍 숙소를 나서면 물론 여행자들도 많지만 대부분 출근하는 현지민들을 마주치게 된다. 그럼 난 생각한다. 내가 서울서 이렇게 부지런히 아침부터 움직였던가.
아니다. 퍼그 먼저 일어나고 그 다음은 우리 딸, 나는 맨 마지막으로 일어나서 겨우겨우 늦은 아침을 딸아이에게 차려주고 어영부영 하루 일과를 시작. 어린 아이 보면서 집안 일 대충대충... 비슷비슷한 일상들...
문득 돌아가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리라 다짐해본다. 비록 출근할 직장도 학교도 없는 아줌마지만, 열심히 살아보리라. 매일매일 대한민국 서울 OO아파트로 여행 출근하는 여행자처럼. 내 삶에, 우리 가족의 일상에, 여행나온 여행자처럼. 이렇게 아침 일찍 신바람이 나서 부지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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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RT 일반 지하철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도 지하철 노선과 플랫폼 사이에 자동문이 달려있다. 싱가폴처럼. 자살방지, 사고방지.

서울에서는 아이데리고 대중교통 이용하기가 힘들다는 핑계로 주로 자가용을 타고 다녔다. 모처럼 여행나와서 지하철 실컷 타보는 우리 딸, 이제는 지하철 타면 제집 안방처럼 군다. ㅎㅎ 서울 가서도 지하철 많이 타고 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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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아 몰에 다시 왔다.

Klcc 수리아 몰에 다시 왔다. 스카이브릿지 올라가 보려고 번호표를 받았다. 오후 일정이다. 오후까지 레이크가든에서 놀다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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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마 다땅. (Wel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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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타고 계단 오르내리기. 아빠는 힘든데 지퍼양 입은 함지박. 쿵!쿵! 내려오는 게 무지 재미나나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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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울나라 국철 수준인 KL코뮤터. 외곽으로 다닌다.

레이크가든에 갔다. 넓고 조용하고 잘 꾸며진 공원이었다. 유모차를 밀며 걷자니..딸은 잠들어버리고... 나비공원에 도착했는데 잠든 딸은 엄마랑 밖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아빠만 입장료 끊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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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들어가서 찍어온 나비, 꽃, 곤충들.

퍼그 기다리면서 나는 아이스크림도 하나 먹고 기념품 샵에서 남자 조카 녀석들이 좋아할만한 벌레 열쇠고리도 샀다.
퍼그는 지퍼양이 깰무렵 딱 시간맞춰 나와주었다. 이쁜 나비 사진들 잔뜩 찍어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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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양은 나비공원 대신 길거리 식충식물에 더 관심.

손을 대면 오그라드는 이름은 모르겠고 암튼 그 식물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그거 구경하느라 퍼그랑 지퍼양이랑 너무 좋아한다. 그런 식물에 통 관심이 없는 나는 물한모금 마시면서 어서 가자고 성화...

발길을 돌려 사슴공원으로 향하는데...

길 한복판을 가로질러 수달 같은 것이 한마리 휙 지나간다!
깜짝 놀라 수달이다! 아니 너구리다! 아니 여우다! 하고....우왕좌왕 소리지르는데...가만 보니....헉스! 이구아나다. (도마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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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아나(혹은 도마뱀)이 너무 커서 수달이나 여우쯤 되는 줄 알았다. 야생 이구아나(혹은 도마뱀) 이놈과 마주친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

시간이 빠듯하여 새공원 쇼를 포기하고 사슴공원에 갔다. 방목하는 사슴들에게 빵을 주라고 해서 몇푼 주고 입구에서 식빵도 샀다.

그런데 이놈들, 뭐 이래???

한껏 늘어져 있다가 마지못해 어슬렁어슬렁 다가와서는... 식빵을 들이밀고 아무리 한번만 먹어줘봐~~! 하고 애원을 해도 시큰둥..어쩌다가 한입 먹어주곤 또다시 시큰둥...
거만한 눈빛으로 킁킁거리다가 소 닭보듯..우리를 바라보는 이놈들.
참으로 매너리즘에 빠진 사슴들이었다!
이럴거면 입구에서 식빵은 왜 팔았냐고...더워 죽겠는데 허무하자너...사슴들아, 너희들의 본분은 관광객들이 주는 빵을 맛나게 받아먹는 것이야~ 잊은거야? 그런거야?
결국 무지 많이 남은 식빵을 놀러온 현지민 가족 중에서 작은 남자아이에게 떠넘기고 (이 아이가 또 수줍은지 실실 웃기만 하면서 안받으려고 해 애를 먹었다. 참, 그럼 어쩌냐고요~ 사슴 먹다 남은 빵을 지퍼양한테라도 주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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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리즘에 빠져 본분을 망각한 사슴들. (그래도 이뻤다.)

이날 비디오도 찍어왔는데 내가 어찌나 애타게 사슴아~ 사슴아~ 빵좀 먹어봐~ 빵좀 먹어줘~ 제발~! 하고 외쳤는지...
종종 이 비디오를 집에서 보고있는 딸이 지금도 선반 위의 빵이 먹고 싶을 때면 예전에 파리바게뜨 빵집에서 나눠준 사슴 머리띠를 하고 나타나서,
"엄마, 지퍼사슴 빵좀 주세요~"한다. 영악한 것! <우리 엄마가 사슴에게는 빵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싶어한다>고 정리해서 머릿속에 기록해 버렸나보다.

레이크가든에서 시간이 많이 지나 Klcc까지 택시로 이동한다.
그런데 교통체증이 장난이 아니다.
기사아저씨 말씀이 인도 사람들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아 쇼핑행렬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각 나라마다 새해도 다 틀리구, 참... 재미나는 지구촌이다. 아니 한비야님 얘기대로라면 지구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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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cc 패트로나스 트윈타워에 다시 왔다.

삼성에서 지었다는 구름다리로 올라간다. 다리는 2층으로 되어있다 비상시를 위하여 만든 다리란다. 화재라든가...뭐 그런 거.
앞서 밝힌 바 있듯 나는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다리 앞부분에서 사진만 얼렁 찍고 다시 건물 쪽으로 숨어들어가서 기다렸다. 으으~ 무서워. 다리에서 내려보면 차도 길도 빌딩들도 모두 성냥갑처럼 작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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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없는 퍼그와 지퍼양은 이리저리 뛰고 창가에 바싹 다가가 사진도 찍고 난리. 같이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간 팀 중에 고소공포증으로 물러나 기다린 사람은 나 포함 총 세명. 다행이다...고소공포증 인구가 생각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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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서 바라보는 Klcc공원과 부녀지간 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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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수리아몰 푸드코트에서 저렴하게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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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전에 마인즈시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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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딱 반했다. 컵 옥수수 맛!

여기서 지퍼양이 잠시 또 잠들어...(유모차의 위력!) 여유있게 커피도 마시고 처음보는 컵 옥수수도 먹었다. 특이특이~ ^^ 커피에는 찹쌀떡이 들어있었고! 옥수수는 깡통 캔에 들은 것이 아닌 진짜 옥수수알 딴 것들로 버터랑 소금이랑 같이 볶아놓은 것으로 그 맛이 예술이었다~~~! 원래 옥수수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포장도 먹기좋고 테이크아웃도 가능하게 잘되어 있어 앉은 자리에서 두 컵 먹고 두 컵 더 포장해다가 호텔 방 가서 야식으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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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즈시티 원더랜드. 여기에 리조트도 같이 있으므로 가족과 함께 짧은 일정 하루나 이틀 머무를 사람들은 한번 숙소로 고려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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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동전 조형물. 조선인민공화국 1원짜리 동전이 있어 재미로 함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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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 끊을 때 사테 열개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쿠폰을 받았다. 공짜라면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않는 이 지지아점마, 줄서는 게 대수냐...열심히 기다려서 사테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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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라서 어떨까 했는데 의외로 무지무지 맛난다. 우리 세식구 저녁으로 맥주와 함께 간단하게 해결. (물론 이걸로 양이 차진 않아 나중에 델리프랑스 크로와상 샌드위치랑 컵옥수수랑 핫도그랑...잔뜩 사다가 호텔방에서 야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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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쇼.

센토사의 그것과 비교하면 스케일이 작았지만 지퍼양처럼 어린 아이들에겐 오히려 아기자기하니 좋았다. 쇼가 끝나면 잠시 무대위로 올라가서 사진 찍을 시간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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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하우스.

오늘 일정의 백미였다! 기대도 않고 있다가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 섭해서 들어갔는데 더운 지방 여행중에 갑자기 눈이 오는 얼음나라로 들어서니 모두들 신이 나서 꺄악! 꺄악!

관람객들을 위해 입구에서 빌려주는 구호물자 거지옷 같은 겨울 옷들도 너무 웃겼고...(사진을 보시라! 푸하하하!)
그 안에 들어가니 현지 학교 아이들이 단체로 많이 와서 평생 볼일 없는 열대지방의 얼음과 눈을 구경하며 마음껏 즐거워 하고 소리지르는 모습이 구김살 없이 가슴에 다가왔다. 우리 가족도 물론 누구 못지 않게 소리소리 질러가며 행복해했다.

계속됩니다....

6 Comments
리노 2004.12.18 00:10  
  님의 여행기를 읽고 있음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네여..^^
동미 2004.12.18 00:41  
  으앙.
또 올라왔군요. 얼마나 기다렸다구요..ㅎㅎ
태국여행얘기 들으랴. 사진 보랴.
예쁜 지퍼양 보랴... 
잠시동안 또. 바빴습니다 ^^
마파람 2004.12.18 09:22  
  한 일가족의 여행기..
그것도 귀여운 여자아이가 있는 사진이 있는
여행기라.. 정말 좋습니다.
gg 2004.12.18 12:41  
  제 여행기 읽어주시는 분들, 고마워요~ 크리스마스 다가오는 주말, 좋은 계획 하시면서 즐겁게들 보내세요. ^^
낭만고양이 2004.12.20 21:11  
  넘 오랫만에 올라온 후기군요..
역시나 재밌게 읽었습니다
entendu 2004.12.21 16:00  
  ㅋㅋ.. 전 수리아 푸드몰을 보고 오랫만에 홈씨크에...
웃기는건 말이죠. 제 홈은 서울이란거죠.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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