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기다란 쉼표 열아홉, 홍콩야경은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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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고 기다란 쉼표 열아홉, 홍콩야경은 멋졌다.

지지퍼그 3 1205


실은 내게는 슬픈 연말이다. 동남아 지진과 해일 재앙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동남아. 그 아름다운 섬과 바다와 거리와...사람들이 상처입었다.
뉴스에서 떠들고... 나역시 몇군데 동호회를 통해서 상처입은 동남아를 위해서 단돈 얼마라도 기부하고 실종된 가족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의 말도 남겨보고 하는데...
참, 인터넷 상에서 보면 어이없는 글들도 많다.
경제도 어려운데 해외여행 나가는 것들 꼴불견이었는데 잘되었다는둥...
태국이 불교국가라서 하나님으로부터 벌을 받은 거라는둥...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무섭다.
공산국가도 아니고 종교적 열정으로 미쳐버린 테러집단도 아니고...
왜그리 메마르고 좁은 시각을 가졌는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남이 가졌으면 어떻게든 그들이 불행해져야 속시원한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과 다른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면 그렇게도 한심스러운가.
왜 그리 분노하는가.
그냥 각자 가진만큼 만족하면 안되나.
그냥 내가 옳고 잘난만큼 남도 옳고 잘났다고 인정해주면 안되나.
나부터도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싸움과 전쟁은 아마도 더 많이 가진 것에 대한 질투, 다르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경멸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싶다.
많이 가진 사람이나 적게 가진 사람이나 다 똑같다.
기독교도나 불교도, 무슬림도 똑같다.
세상이 진짜 미쳐버릴건가 보다.
이렇게 슬퍼하는 나도 미친건지 모르겠다.
하나된 동남아 어쩌구 하면서 내 울타리 안의 일 아니라고 늑장 부려가며 푼돈 떼어주겠다는 정부도 미쳤나보다.
오늘 뉴스보니 태국 정부도 미친 것 같고...
우리나라든, 남의 나라든, 있는 것들이든, 없는 것들이든, 불교도 혹은 기독교도... 그런 거 다 떠나서,
암튼 사람이 죽고, 그중에서도 어린이들이 많이 죽고 또 아름답던 풍경이 다 사라졌는데,
사람들은 아무 감흥도 없나, 참 무서운 세상이다.

얼마전 내가 거닐던 그 거리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아프다.
이번 재난이 인재라고도 한다.
리조트와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산호초, 맹글로브 다 죽어서 그리 되었다고.
맞는 말이다. 나도 공범 중 하나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곳이 휴양지라고 찾아간다. 도시에 찌든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휴식하고 싶었을 것이다. 따라서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도시를 만든 사람들도 모두 공범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될까, 도시도 없애고, 휴양지도 없애고, 다같이 땅굴파고 들어가서 살아야 할까.
안그러면 파멸밖에 없는 걸까.
지구종말과...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는 밤이다.
환경운동, 인간성 회복, 이런 말들이..이제는 구호가 아니라...생존이다. 그런 시대가 왔다.
슬프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면 참....

; 힘들게 여행기를 이으면서 먼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그리고 여행기 읽으시는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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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장춘 이모가 차려주는 밥을 맛나게 먹고 (전날 한국식당에서 팔다 남은 듯한 허접한 찬이었지만 그래도 간만에 된장국과 엄마표 반찬들...감동.) 홍콩 탐험 출발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영 적응이 안된다. 홍콩 영화에서 보던 드르륵 문열고 타는 엘리베이터. 영화 속에서는 로맨틱해 보이더만 실제로 타보니 좁고 불안하고 이상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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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스타페리를 타고 홍콩섬으로 건너간다.
배타러 가는 길에 앞서가는 노부부를 만났다.
노부부가 손을 꼬옥 잡고 나라히 걸어가고 있었다. 느릿느릿...
나에게도 저런 노년이 찾아올까. 저 나이 될 때까지 퍼그랑 나랑 둘다 생존해 있기만 하다면...자식들 다 놓아주고 둘이서 여행만 다니리라, 다짐해보았다. 둘이서 손 붙잡고 여기저기 느릿느릿 돌아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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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섬으로 건너와서 처음 만난 것은 공원과 작은 광장.....그리고 사람들 검문을 하며 다니는 경찰들. 경찰들 복장이 너무너무 군인스러워서 촌스러울 지경이었다. 아마도 중국 공안인듯? 암튼 인상적이었다. 외모가 허름해 보이는 사람들을 찍어서 신분증검사를 하고 다니던데...모든 것이 화려하게만 보이는 홍콩섬 풍경과 왠지 따로 노는 듯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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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옆 작은 광장과 공원..멋진 쇼핑몰 윈도우...아침일찍 나와서 공원 산책을 하니 기분이 상쾌했다. 지퍼양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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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홍콩의 모습은...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았다...이렇게 기억에 남아있다. 어딜가나 사람들이 넘쳐났다. 큰 길에도 작은 길에도, 번화가에도 뒷골목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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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미드레벨까지 찾아 걸어갔다. 내가 다섯번은 넘게 본 것같은 중경삼림 속에서 주인공들이 이걸 타고 왔다갔다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난 그냥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인 줄 알고 봤었는데... 그게 아니라 산동네까정 주민들이 타고 다니는 실외 에스컬레이터다. 길고 길다.

미드레벨 주변으로 영화로 눈에 익은 듯한 낡은 아파트들. 그 중 하나에 양조위가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착각... 가만히 영화에 쓰였던 노래들을 흥얼거려봤다. 오우! 분위기 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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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레벨 올라갈 때는 편하게 올라가지만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는 없다. 걸어서 내려오느라 딸아이랑 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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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레벨 주변 멋진 음식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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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섬으로 유명하다는 집을 찾아가느라 한참을 더 걸었다. 지치고 지쳐서 그냥 아무데나 가서 아무거나 먹지..할 무렵 그 집을 찾았다. 전통이 오래된 집으로... 세월이 느껴지는 인테리어와 70대 할아버지들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집. 딤섬이랑 차랑 먹는데 맛났다. 지퍼양도 중국차를 잘 마시고 딤섬은 만두! 만두! 라며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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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섬을 먹고나면 우리 입맛에는 약간 느끼~ 허유산에 찾아가서 망고디저트를 먹는다. 사진메뉴 보고 시키는데도 이 아점마들 도대체 영어를 못알아듣는다. 어찌어찌 시키고보니 메모지에 우리가 먹은 음식 이름을 한자로 적어준다. 한자, 통 못알아보겠다. 한자에 약한 나...식탁 위에 놓여진 일회용 숟가락 통은 국산이다. 한글로 그린코피라고 정확히 써있다. 별 것이 다 반갑다. 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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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돈 무지 희한하게 생겼다. 지퍼양, 꽃모양 돈 달라고 성화...지폐도 무지 화려하다. 그리고 같은 10불이라도 여러 디자인의 지페가 같이 통용되고 있다. 서로 다른 은행에서 발행된 것도 같고...암튼 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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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어린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 보다는 여자들끼리 알콩달콩 놀러가기 좋은 곳 같았다. 복잡한 재래 시장과 공사중인 낡은 건물들....그런 낡은 건물과 초현대식 마천루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도시. 저 구석구석을 다 누비고 다녀보고픈 마음이 간절했지만 역시 아이 유모차를 들이밀고 다니기엔 무리...사람들은 많고 길은 좁아서 유모차 밀고 다니는 게 상당히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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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걸은 건 나와 퍼그인데 왜 지퍼양이 발냄새난다고 난리인지....해질 무렵 되자 자기발 들어올려 냄새 킁킁 맡으며 냄새난다고 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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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애완동물 가게는 우리를 현혹시키고...한참 서서 구경을 했다. 이쁜 강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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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100년된 거라고 하던가... 타보진 못했는데 전차 다니는 거리 풍경이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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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 풍경...눈에 익은 영화 포스터도 보인다. 지하철 타고 이리저리 쏘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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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무렵 15C번 버스를 탄다. 2층에 지붕이 없는 뻥! 뚫린 차다. 캐나다에서도 저런 걸 본 적있는데 당시엔 학생의 신분이라 타볼 생각도 안해봤다. 그 유명한 홍콩 피크트램 타러 가는 길에 탄 버스인데 직접 타보니 무지 신나는 것이 아닌가. 바람 맞으며 야경 감상하며 거리를 누빈다. 육교 밑을 지나갈 땐 마치 머리에 부딪히기라도 할 것 같아..이상하고..완전 놀이기구 타는 기분...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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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트램 타는 인간들도 역시 무지 많다. 기대 기대... 피크트램 올라가는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비스듬히 기울어지는 건물들의 야경 감상도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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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기분...굿! 지퍼양은 망원경 보는 재미 굿! 저 망원경으로 보면 저 멀리 건물 안에 어떤 남자가 사무실에 앉아 커피 마시는 것 까지 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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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야경, 따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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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 찍어서 붙여본 야경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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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날이 무지 흐리고 레이져쇼도 없었다. 더 멋진 사진을 못찍은 게 한....너무너무 멋졌는데....T.T 그래도 이 다음날 사진은 레이져쇼가 잡혀서 보기에 좀더 괜찮은데. 다음 여행기를 기다려 주시길...
그럼....한장 더 올리고 오늘은 이만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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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됩니다...


3 Comments
부비부비 2005.01.04 01:00  
  우와~ 야경이 죽이네요~^^
아부지 2005.01.04 18:35  
  지폐디자인이 달라졌네여. 제가 갔을땐 저런거 없었는데..^^;; 전 홍콩 야경이..빅토리아피크도 좋지만 그보단 하버뷰가 더 좋더라구여. 데이트코스로 유명한.... 비록 혼자봤지만...좋았다는....[[고양땀]]
좋은.. 2005.01.05 04:10  
  참 행복해 보이는 가족구성이군여.글을 읽는 내내 행복감을 느끼며 미소짓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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