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도 안 풀린 태국 여행기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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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도 안 풀린 태국 여행기 - 7

따일랜드 0 1570
쓸까말까 하다가 시작하게 된 여행기가 벌서 일곱번째가 됐네요.. 사실 여행기 올리고 난 후 불면증에 시달려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답니다. 전 무던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이상하게 피피섬 이야기만 나오면 이 지경이 되고 맙답니다.. 요즘도 불을 켜놓고 자야 한다니.. 거참.. 이번엔 고마웠던 분의 이야기를 쓸 차례같네요.. 그 분 꼭 초청해서라도 함께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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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히는 모르지만 학교 교장 선생님이시라고 하셨다. 딱 우리 어머니정도의 연배가 되신 그 분은 내가 무작정 찾아간 교무실에 걱정스런 얼굴로 TV를 연신 쳐다보고 계셨다.
 나도 놀란 사실이지만, 정말 살아야겠기에 정말 못했었던 짧았던 영어가 유창(?)해지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이다..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푸켓까지 가야 하는데 얼마나 걸리느냐? 어느정도 거리인가? 버스 터미널은 어디 있는가? 걸어 갈수 있는가? 차비는 얼마정도 하는가? 등등.. 너무도 많은 질문들을 했지만 그 분께서는 싫은 내색 하나 하시지 않고 모르는 건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고 대답해 주셨다. 그리고 그분께서 물으셨다. 혼자왔냐고? 어디에서 왔냐고? 한국에서 왔고 여자친구와 함께라고.. 피피섬에 모든것을 두고 와서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 하며 여러가지 대화를 이어갔다.
 저녁엔 이동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듣고 낙담한 내 모습을 보더니 필요한 게 없느냐고 묻는다. 배고프지 않냐고? 등등..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두통약 좀 달라고 했다. 원래 마음이 약한 여친이 이번 일로 큰 충격을 받은 게 분명했다. 하긴 끄라비로 오는 배에서 시체도 봤으니 말이다. 분명 살아있었을 텐데 선착장에 내릴때는 싸늘한 시신으로 내렸던 것이었다.
 여자친구가 충격을 받아서 걱정이라는 내 말에 직접 가보자고 하신다. 그 분과 함께 여자친구 있는 교실로 가니 벌써 잠들었다. 지치고 힘들었을 것이다. 두통약을 가지고 오더니 더 필요한 게 없느냐고 물으신다. 갈데 없냐고? 우리는 돈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이곳에서 하루밤을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능핟다면 옷을 좀 구할 수 있느냐고? 사실 그 때까지 여자친구는 수영복 차림이었다. 비키니 뭐 그런건 아니었지만, 수영복 차림으로 그 때까지 있었던 것이다. 조금 놀라는 듯한 표정으로 뭔가 한 참 생각하시더니 자기 집으로 가자고 하신다. 나는 고맙지만 그냥 있겠다고 하니 자꾸 가자고 괜찮다고 하시면서 그 분의 차로 우리는 안내하신다.
 그 분댁으로 가는 차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분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셨다. 우리만 집에 있다가 자고 나서 내일 오전에 데리러 올테니 집에서 편히 쉬라는 말씀도 함께 말이다. 어머니라고.. 태국에 있는 어머니라고 생각하시라면서 우리를 안심시키신다. 너무 감사했다. 눈물이 나올뻔 했다. 그분 집에 거의 도착해서 우리 집은 매우 작다.. 라고 하셨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걱정마시라고 그거 전 고마울 뿐이라는 말과 함께 그 분댁으로 들어가게됐다.
 역시 불교 국가 답게 작은 불상에 연꽃이 함께 있었던 곳을 지나서 방안으로 들어가니 이것저것 옷을 찾아 주시기 시작하신다. 나는야 상관 없었고 맞는 옷도 없었지만 여친에세 원피스 하며 이것저것 옷을 주시더니 괜찮다고 다 입으라고 하셨다. 여친은 반바지와 반팔티 하나를 입고 속옷까지 얻어 입었다. 너무나 고마우신 분.. 여친은 그분과 함께 학교로 돌아가자고 했다. 남의 집에 있기도 그렇고 해서 일거다. 내가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자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그냥 이곳에 있다가 걱정말고 있다가 아침에 데리러 오면은 그 때가면 되는거라고 버스 터미널까지 데러다 줄테니 걱정말라고.. 걱정말라고.. 거짓말 않고 그분과 헤어질때까지 걱정말라는 소리를 한 100번은 넘게 들은 것 같다. 물론 나는 감사하다는 말을 그 만큼이나 많이 했고..
 여친은 끝까지 함께 같으면 좋겠다고 하고 그 분은 안된다고 하고.. 나는 선생님께 함께 있고 싶어서라고 말했더니.. 결국 그 분에 학교로 가시지 않고 집에서 주무셨다.. 샤워와 먹을 것을 챙겨 주시더니 침실로 안내한다. 자신의 침실이란다. 딸이 하나 있는데 방콕으로 공부하러 갔다고.. 남편분은 10년전에 돌아가셨다고 하신다. 정말 안됐다는 위로의 말을 남기고 여친이 있는 침실로 가서 여자친구가 잘때까지 옆에 있어 줬다.
 충격의 여파인지 쉽게 잠을 자지 못했다. 여자친구가 잠들자 TV를 틀어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난건지에 대해 볼 수 있었다. 태국 TV는 시체나 그런거에 대해 모자이크 처리는 커녕 너무 적나라하게 모든 장면을 보여주었다. 끔찍한 장면들.. 내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 날밤이 왜이리 길었는지 ... 한 숨도 못자고 어느덧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이제 푸켓으로 가야한다.. 방법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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