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005 수고한 광팔아 떠나라!(1일차 - 출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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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005 수고한 광팔아 떠나라!(1일차 - 출발일)

나락 푸우 4 1124
2004년 12월 23일(목) -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전역한지 딱 20일째 되는날.

드디어 내가 오래전부터 오매불망 기다려왔던, 꿈꿔왔던 것을 실행하는 날이 왔다. 이날을 위해 힘들었던 이등병 생활, 짬안될때의 생활을 버텨낼 수 있었다.

나는 군생활 하면서도,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불침번이나 보초 나가서 조용히 있게 되면, 항상 머리속에  전역만 하면 반드시 이 날이 올거라는 생각만 했다. 자다가 피피섬에서 다이빙을 하는 꿈도 참 많이 꾸었다. 기상 나팔 소리에 깨어나면, 꿈인 것을 알고 허무 했지만....

 떠나기 전날 부터 이거 저거 준비하고, 이번이 생애최초의 해외여행인 J모군(친척동생, 여기서는 편의상 이렇게 부르겠다)에게 이거저거 가르쳐주고, 설명해주고 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오늘로 전역한지 딱 3주가 됐다.

전역한지 20일만에 해외로 놀러가는 사람,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전날 이글의 머리말, 군생활에 대한 짧은 기억들을 여러가지 태사랑 게시판에 끄적끄적 대느라 밤잠을 설쳤다.

이번이 해외여행 처음 나가는게 아니지만, 나는 전날부터 마음이 들떠서 아무리 밤잠을 청해도 잠이 안오는 거였다. 1시간 반 정도를 자는둥 마는 둥 뒤척이다가 알람소리에 일어나니, 새벽 5시였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J모군을 전날밤, 우리집에서 재우고, 여기서 아침밥도 켈로그 콘프라이트로 대충 먹이고 했다. 성은이 망극하기도 아버지께서 승용차로 우리를 공항버스 타는 곳까지 픽업해 주셨다.

아버지는 뭐하러 아침부터 급하게 서드르냐고 한소리 하셨다. 하지만, 공항에 단 몇 분이라도 빨리 가서 탑승수속을 하고, 출국심사를 받는 것이 여유롭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오늘부터가 연중 최대의 성수기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럴 때 일수록 빨리 움직이는 것이 좋다. 요즘같은때는 비행기 출발시간 두 시간 전까지는 꼭 공항에 나가서 탑승수속을 하는 것이 필수라고 한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지 5분도 채 안되서, 경기고속 공항리무진 버스가 와서, 새벽의 어둠을 뚫고 우리 일행을 공항으로 쏜살같이 보냈다. 이른 시간이라 차 하나도 안막히고 좋다. 일찍 서두른 탓에 우리는 분당에서 인천 국제공항까지 차 안막히고 1시간 정도밖에 안걸리고 빨리 올 수 있었다.

2년 2개월만에 공항버스를 타고 와본 인천국제공항. 군에 가기전 두번 나갈때는 모두 하절기인 9월 초에 나갔기 때문에, 아침 인데도 날씨가 더웠고, 날이 밝았지만, 지금은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크리스마스를 코 앞에 둔 12월말의 엄동설한이라 바깥도 어둡고, 추웠다. 그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기분을 즐길 여유 없이 도착하는 순간 바쁘게 움직였다. J모군은 몇 달전 제주도 갈때 비행기 탄 것이 유일하다. 그래서 앞으로 제주도 많이 가고 해외를 나갈 생각이 있으면, 미리미리 아시아나 마일리지 카드를 만들라고 내가 권했다.

아시아나가 좋은 이유는 스타얼라이언스에 가입이 되어 있기 때문에 ANA, THAI, 캐세이 패시픽, 에어 캐나다, 싱가포르 등 세계 굴지의 메이저 항공사와 연계된 마일리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령, 타이항공이나 싱가포르 항공을 이용하고, 그 마일리지를 아시아나에 적립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아시아나에 적립을 시키다 보면, 누적된 마일리지가 늘어나서 보너스 항공권을 얻을 수 있다. 또 하나 좋은 점은 다른 외국 국적의 항공사들(ANA, 타이, 싱가포르,캐세이등...)은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이 3년 이내이기 때문에 2004년 12월 31일날 적립을 시켰다면, 2006년 12월 3일 이전까지 그것을 사용해야만 유효하다. 그 기간이 지나버리면 모두 무효가 된다.

하지만 우리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평생동안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이 없기 때문에 한번 적립되면, 그것은 영원하다. 이것도 나중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이러하기 때문에 여러면에서 아시아나에 마일리지를 적립시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다.

난 군에 가기전에 ANA와 타이항공, 대한항공을 이용해 보고, 모두 마일리지 카드를 만들었지만, 각각 분산해서 적립시킨 데다가 ANA는 이미 유효기간이 지났고, 타이항공은 며칠후면 유효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아무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그 당시에는 아시아나가 스타얼라이언스에 가입하기 전이 었기 때문에 그것을 할 수가 없었다. 또한 그렇게 다른 항공사에  스타얼라이언스 제휴에 의한 마일리지 적립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조차 몰랐다.

이젠 바뀐 것도 알았고, 내 20대 초반에 그렇게  발목을 잡던 군복무도 다 마쳤으니, 이제부터는 해외여행시 무조건 스타얼라이언스 제휴 항공사만 이용하고 마일리지는 무조건 아시아나에 집중적으로 적립해서, 나도 보너스 항공권으로 비행기값 한푼도 안들이고 해외여행을 해보고 싶다.

2004년 12월 23일 부로 첫 테이프를 끊었으니, 앞으로 줄기차게 나의 아시아나 마일리지 적립 실적은 계속될 것이다. 또 국내에서 비행기타고 어디 가게 되면, 무조건 아시아나만 이용할 것이다. 제주도 갈때 두번 다 대한항공만 이용했으니, 이젠 아시아나를 타줄 차례인것 같다.

맨 먼저 아시아나 카운터를 10분 정도 헤맨 끝에 찾아서 J군의 마일리지 카드를 발급 받고, 타이항공 카운터를 찾아 10분 정도 헤맸다.

인천국제공항이 김포공항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큰데다 내가 공항버스 타고 내린 곳에서 아시아나 항공, 또 거기서 타이항공 카운터가 상당히 떨어진 거리여서, 입대전 두번 태국을 가본 나도 2년만에 오는 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카운터를 신속히 찾기가 힘들었다. 몇 십분동안 카운터 찾느라고 헤매고, 어리버리 댔다.

다 그런 것 까지 감안을 해서 5시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에 빨리 서둘러 집을 나오기를 정말이지 잘 한것 같다.

보딩패스 받고, 아시아나로 마일리지 적립 시킨 다음. J군이 화장실이 급해서 몇번 왔다리 갔다리 하고, 나도 가지고온 나머지 원화와 군대에 있을때 부터 오늘까지 약 8개월동안 돼지 저금통에 모아놓은 동전 들을 바트화로 환전하기 위해, 외환은행 지하 1층 지점으로 찾아가느라 시간 좀 썼다.

3층 출국장 환전소에서는 동전을 일일이 세고 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지하 1층의 외환은행 공항지점으로 가서 하라고 했던 것이다. 거긴 사람도 없고 다소 한가한 분위기였다. 그건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칼로 그어서 동전 꺼내면 되었다. 그 은행일 보시는 분이 좀 황당하다는 듯한 반응이다.


나도 지금 생각해 보니까 왜 그랬는지, 웃음이 나온다. 군생활할때 남는 10원짜리, 50원짜리 동전 쓸데는 생각보다 많지 않고 그렇다고 버리기가 아깝고 해서, 취미삼아 모아봤다. CGV에서 영화보니까 기념품으로 나눠준 조그만 플라스틱 돼지 저금통에...

그거 집에 계속 가지고 있어봐야 별 필요도 없고, 또 꽉찼고, 공들여서 모은 것을 조금이라도 요긴한 일에 쓰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그걸 바트로 환전하기로 했다. 그 동전만 바트로 바꾼 액수가 600밧이 넘었다. 정말 흐뭇했다.
별거 아닌 듯한 액수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추가 실탄이 더 장전되니까 마음이 든든해진다.

또 내가 군생활동안 모은 10원짜리, 50원짜리 동전이 모이고 모여서 태국여행 경비에 조금이라도 보태진 것이 너무나 흐뭇하다.

출국장으로 가는 입구에서 탑승객들의 소지품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사소한 문제가 생겼다.

내가 전날 짐싸면서 급하게 이거저거 필요하다 싶은거 보조가방에 챙겨넣다가, 그중에 맥가이버 칼을 가방속 필통에다 집어 넣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래서 다시 카운터에 가서 별도로 수하물 탑승 의뢰하러 가는 바람에 시간을 좀 잡아먹었다.  칼 종류는 보조가방에 집어넣어가지고, 몸에 지닌채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다는 규정을 깜박 했던 것이다. 다음부터 좀 신경써서 이런 것 때문에 어이없이 시간을 잡아먹지 않도록 해야 되겠다.

출국심사대에는 연말을 맞아, 세계 곳곳으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바글바글 했다. 동남알 가는 손님들이 제일 많아 보였다. 2년 3개월 전에 나갈때 보다는 출국심사를 받는데 다소 오래 걸렸다. 보딩타임에 10분을 좀 넘기고서 출국심사를 마치니, 출발 예정시간 약 20분 전이었다.

 이런 것들을 감안해서 5시에 일찍 일어나서, 일찍 출발하여 시간을 여유있게 잡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2년 2개월 만에 타보는 비행기라 감회가 새롭다. 지금은 성수기라서 비행기가 모두 만석이다. 승객의 대부분이 크리스마스를 맞아서 태국으로 놀러가는 한국인 패키지 그룹들 이었다. 한 90% 이상은 될거다.

2년전에 갈때는 비수기(9월)라서 그랬는지 빈 좌석이 많아서 옆 자리에 몸을 눞히고, 많이 편하게 갔었는데...
그땐 한국사람들도 기내에 별로 없었다.

좌석배치가 상당히 안좋게 되었다. 내 비행기 탑승사상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왜 하필이면, 오늘처럼 소변이 자주 마려울때, 창문 바로 옆 좌석 이어가지고... 통로쪽 좌석에는 고향으로 가는 파키스탄인 아저씨가 딱 버티고 있었다.

몇 번이나 화장실 때문에 Excuse me를 연발했는지 모른다.  암튼 이날 따라 특별히 뭐 잘못 먹은 것도 없고, 물종류도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도 마치 오줌통에 빵구가 난 것 마냥 화장실에 가도가도 자꾸 가고 싶은건지...

또 앞 사람들이 좌석은 하나같이 뒤로 많이 젖혀서, 움직이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빨리 6시간으로 예정된 비행이 끝나서 태국땅을 밟고만 싶다.

좌석이 불편하고, 계속 소변이 마려워서 잠도 오지 않는다. 어제 거의 들뜬 마음에 밤 꼴딱 새고, 비행기 안에서 실컷 잘라구 눈좀 붙이고 싶었는데, 여기서 늘어지게 자기도 다 틀렸다.

하지만, 내가 오매불망 기다려왔던 파라다이스의 땅으로 간다는 기대감 때문에 전날 밤 거의 못자고도 몸이 그다지 피곤하지 않다.

군대에서는 전날 8시간, 9시간 규칙적으로 풀취침 해도, 아침에 항상 기상나팔 소리가 짜증만 났고, 이등병때는 기상나팔 소리에 몸이 용수철 처럼 튀어나가서 등화관제 실시하고, 선임병들 이불까지 다 개줘도 낮에 졸립거나 피곤하지가 않았는데, 짬밥 먹어가면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게만 느껴졌고, 나중에 말년 병장때는 기상나팔 울리고, 한 20분 정도 계속 자다가 나보다 먼저 일어난 동기가 깨워야 겨우 일어나기 일쑤였다. 그러고도 항상 연병장으로 일조점호 받으러 나가서 또 맨뒤에 짱박혀서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전날 불침번이나 야간 경계근무(자다가 중간에 깨서 나가는 근무)를 나가고 나면, 그 다음날 낮에 피로가 밀려오고, 아침 구보시간에 피곤하고 컨디션이 안좋아서 자꾸 열외타고만 싶어졌다. 나중에 병장꺽이고 말년 들어가서 부터는 거의 끝까지 구보코스를 완주한 적이 없었던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게 다 끝나서 정말이지 홀가분 하다.
그러도고 독사같은 중대장 한테 졸다가 한번도 안걸린게 정말 신기하다.

정말이지 그 독사같은 싸이코 양반, 다시는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다. 제발 6주간의 태국여행을 하는 동안 군생활 하면서 그의 대한 안좋았던 기억들이 내 머리속에서 모조리다 사라져 버리길 바란다.

사람 기분이라는게, 그날의 컨디션과 스테미나를 좌우하는지, 오늘 컨디션은 나름대로 괜찮은거 같다. 물론 방콕의 더운 날씨에 노출되는 순간 사정은 달라질지 모르지만 말이다.

비행기 안에서 이어폰을 꽂으니 우리나라 대중가요만 틀어주는 채널이 있어서 심심하지 않고 좋다. 근데 최신곡들은 거의 없고 짧게는 6개월전에, 1년전, 2년전. 길게는 5년에서 7년전 노래까지 다들 예전에 히트했던 노래들 뿐이다. 제일 최근거가 보아의 'My Name', 성시경의 '제주도의 푸른밤', 윤도현의 '너를 보내고' 정도였다. 그래도 오랜만에 이런 곡들을 들어주는 것도 괜찮다. 느낌이 새롭다. 타이항공에는 한국인들을 위한 서비스가 아주 잘되 있어서 좋은거 같다.

또한 요즘도 우리나라에서 태국으로 직항하는 노선 중에 제일 싼 편이다.(푸켓에어, 오리엔트 타이 제외)

좌석은 불편하지만, 창가에 앉으니까 맑은 하늘의 바깥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한 3시간 정도 가다보니까 밑에 잘 정리된 논밭이 깔려있고, 배수로가 바둑판 처럼 정비되어 있고, 집들이 제법 질서정연하게 오와 열을 딱딱 맞춰서 배열된 땅이 보였다. 처음엔 이게 어딘지 잘 몰라서 중국 남부지방(홍콩 근방의) 어딘가 쯤으로 생각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아래 세상이 바다로 둘러 싸여져서 제법 보기 좋았다.

나중에 비행항로 지도가 스크린에 뜬 것을 보니, 방금전에 Taiwan섬을 지나온 것이었다. 가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으로 대만도 내려다 보고... 디카로 찍어둘걸 그랬다.

지금은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지나 태국 본토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위에서 시골마을, 산과 들, 무슨 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쭈욱 길게 이어지는 강.
아마 이게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국경을 모두 거쳐 흐르는 메콩강 인가 보다. 위에서 본 장관이 제법 멋있다.

이제 꿈에 그리던 목적지에 도착할 시간도 얼마 안남았다. 앞으로 6주간 2년전 논산훈련소에서 고생한 기간 만큼 펼쳐질 즐겁고, 스펙타클, 빠안따 스띡 한 나날 들이 기대됐다.

오늘의 스케쥴은 먼저 도착후 카오산 로드에 가서 마르코폴로 호스텔이나 탑 게스트 하우스 같은 에어컨과 샤워시설이 있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숙소를 잡고, 저녁은 근사한 랍스터 바베큐에 뿌팟 뽕까리, 뻐꿍빠오등 갑각류 해산물로 배를 채우러 나이럿 씨푸드 마켓에 가고, 아시아 호텔 지하에 있는 칼립소 캬바레에 가서, 게이들이 공연하는 것을 보기로 계획을 잡았는데...

방콕의 더운 날씨에 잘 적응할지 모르겠다. 부디 어제 못잔 것이 오늘 관광하는데 태클을 걸지 않기를 바란다. 좌우간 이 답답한 비행기에서 빨리 내리고 싶다.

비행기안에서 자는둥 마는둥 하다가 인천을 출발한지 약 6시간만인 현지시각 13시40분 경 맑은 하늘의 방콕 돈무앙 국제공항에 착륙한다. 우리가 타고 내린 비행기 뿐만 아니라, 다른 이곳 저곳에서 내린 비행기의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입국심사 통과 시간이 다소 걸렸다.

입국심사대를 통과후 짐을 찾으러 가서 수하물에 보낸 트렁크를 찾았는데,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아까 그 맥가이버 칼 때문에, 그것이 들어있던 필통 하나를 타이항공 카운터에 가서 붙여달라고 햇는데, 그건 따로 보내는 거라 현지 공항에 가서 분실해도 보상을 못받는다고 했다. 설마 그럴일이야 있겠나 싶어서 그냥 종이 쌕에 싸서 보내 달랬다. 그러나 현지 공항에서 그게 나오기를 30분 정도 그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눈이 뚫어져라 기다리는 데도, 나올 생각을 안한다.

짐들은 다 나오고, 사람들이 다 찾아가서 더이상 아무것도 없다. 주위의 짐 기다리던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결국 귀찮아져서 기냥 나와버렸다. 그안에 뭐 그렇게 중요한게 들어간건 아니다. 간단한 필기구, 비행기 탈때 뺀지먹인 맥가이버 칼등.. 특별히 꼭 챙겨야만 하는것, 잃어버리면 안되는  물건이 있는건 아니었다. 하지만, 좀 찜찜했다. 그냥 액땜했다고 생각하련다.

 2년 2개월 만에 타보는 A2공항버스. 방콕의 트래픽 잼은 여전하다. 그거타고, 종점인 카오산 로드 까지 가는데, 1시간 반 정도 걸린거 같다. 고속도로에서는 막힘없이 쌩쌩 달리다가,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니까 가다서다를 반복할 뿐이다. 어느 한 구간에서는 아예 움직이지를 않고 20분 정도 계속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기도 했다. 암튼 방콕의 교통체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심각하다.

2년 2개월만에 다시 찾아온 카오산. 그때 보다 많은게 변해 있었다. 길 바닥에 이쁜 색깔의 타일과 벽돌을 깔아서 보기가 좋아졌고, 길거리도 전 보다 더 깨끗해졌다. 또한 길거리에 누워 있거나, 배회하는 개들이 거의 없어졌다. 한 3년전만 해도 골목마다 보통 10마리씩 개들이 돌아다녀서, 개들의 천국이었는데 말이다.  내가 군대 가있는 동안 많은것이 변했다.
하지만, 여기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서양인들의 집합소다. 또 여기 놀러오는 태국 현지인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곳에 처음 와보는 J군은 눈이 휘둥그래 지며, 새로운 뭔가를 접했다는 표정이다. 서양애들이 상당히 많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분위기란다. 마치 이태원을 보는듯 하다고... 이태원에서도 이렇지는 않단다.

오랜만에 찾아온 카오산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하도 북적거려서 편하게 지나다니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게 없는거 같다. 서양애들은 다들 큰 배낭을 등에 메고 다닐뿐, 우리처럼 큰 트렁크를 끌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보기 힘들었다.

이곳은 서양인 배낭여행자들이 떼지어 몰려오는 곳으로, 방콕의 타 지역보다 숙소값이 싸고 적은 돈을 들이고도 그럭저럭 괜찮은 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막말로 우리나라 방값의 반값이라고나 할까?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 첫날편 원고가 너무 길어서, 다음편에 이날 있었던 일을 계속해서 이어서 씁니다. 
4 Comments
사랑이 2005.01.07 11:59  
  광팔님!! 드디어  글 올리시는군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저도  드디어 내일 아침 659 탑니다  가기전날  광팔님의  글 보고싶었는데  소원풀었습니다  도착해서  계속 pc방 가서  광팔님의  소설같은글  보겠습니다  책으로 한권 내셔도  될것같군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주옥같은글  올려주세요    광팔님의 열렬한 팬입니다  저도 글올리고 싶어도  글재주가 없어서리.......화이팅!!!!!!!!!
광팔이팬 2005.01.07 12:59  
  어서어서 올려주세요~~~
♡무소유♡ 2005.01.07 14:36  
  다음편 기대 만땅입니다
지금은 어디에 계신지요???
넘 넘 부럽습니다
사랑이님두 넘 부럽네요
두 분 모두 잘 다녀오세요~^*^~
무사해서 다행예요 2005.01.07 19:09  
  지진해일이 일어나기 며칠 전에 떠난다고 했었는데, 피해를 입지나 않았을까 걱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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