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도 안 풀린 태국 여행기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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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도 안 풀린 태국 여행기 - 5

따일랜드 1 1779
갑자기 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드뎌 피피섬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한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점점 분위기는 심각해진다. 떠내려온 물건들로 보아 작은 일이 아닌 듯 싶다. 다시 구명조끼들을 착용하고, 심지어는 물들도 챙긴다.
 어딘가 바쁘게 전화 하던 스텝이 하는 말 '피피아 푸켓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단다. 큰 파도가 와서 난리가 났다.'이러는 거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의 숙소는 안전할 줄 알았다. 파도가 아무리 커도 시멘트로 지어진 우리 방갈로는 침수 빼고 별 이상이 없을 줄 알았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해가 지기 시작한다. 점점 불안해 하던 그 들.. 울음을 터트리는 사람들도 있고 다들 불안해 한다. 정말 장난이 아니다. 피피쪽으로 다가갈 수록 정말 장난이 아니다 싶었다.
 그때는 그저 짐만 찾을 수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오전에 내가 우겨서 두고온 모든 기중품들.. 심지어 현금까지도 호텔안에 있기 때문이었다. 선착장은 이미 사람들도 가득 차 있었고 (모두들 대피해 나온듯 했다..) 그 쪽으로 갈 수는 없기에 요트 선착장인 듯 한 임시 선착장 쪽으로 간다. 사람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자기 호텔은 어떻냐고? 그중 누가 물었다. 피피 프리세스는 어떻냐고? 답.. 잇츠 고온~~ 다 없어졌단다. 그 때까지만 해도 숙소가 안전하리라 생각한 나는 다급한 마음에 물었다. 그럼 찰리는 어떻냐? 그의 답은 역시나 다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 때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다. 뭘로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 띵하고 정신이 몽롱해졌다. 앞일이 깜깜해진다는 말이 딱 어울렸었다.
 그래도 짐을 포기할 순 없었다. 모든게 거기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중요품은 개인금고 안에 있었기 때문에 금고만 찾는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어쨌든 배는 임시 선착장쪽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한번 절망적인 소리를 한다. 날은 어두워지고 있는데 피피에 내려주는데 대신 한시간 안에 돌아와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들은 그냥 떠날거라고... 이게 무슨 소린가.. 손전등 하나 없이 깜깜한 곳에서 한 시간 안에 난리통을 뒤져 짐을 찾고 돌아온다는 건 불가능한 소리였다.
 난 과감히 여친을 설득시키고 피피섬에 내리기를 포기했다. 절대 못 돌아오는 시간이고, 오늘 저녁 아니 내일 구조된다 하더라도 섬에 있는 것 보단 배에 있는게 앗다는 판단에서 였다. 결과적으로 그 때 피피섬에 내린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들 같은 생각이어서 일거다.
 다시 배는 먼 바다 쪽으로 향하고 하나 둘씩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부부 역시 장난 아닌 표정으로 뭔가를 이야기 하고 있었고 옆에 있던 여친 역시 매우 불안해 떨고 있었다.
 나는 얌체 같지만 물을 챙기고 간식으로 가져온 식량들을 챙기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푸켓도 난리가 났다고 하니 그 때 당시 구조될 수 있을 거라 생각은 하지 못하였다. 불안에 떨고 있는 여친으로 보고 너무나 고마운 외국인이 집에 전화 하라고 핸트폰을 빌려줬다. 사실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너무나 고마웠다. 여러번의 통화 시도 끝에 여친과 우리집에 무사하다는 전화를 한 후에 앞일에 대해 생각을 했다.
 우선 젤루 먼저 생각 난 곳이 대사관, 그 다음이 썬라이즈였는데 스노클링 스텝말만 듣고는 썬라이즈도 무사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만이 들었다. 그 때 문득 생각난 곳이 끄라비였다. 원래 끄라비에서 피피섬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던 나는 끄라비로 가자고 말했다. 그러나 스텝은 끄라비나 푸켓으로 갈 수 없다는 말만 계속 하였다. 이유를 알 수 없어 화가 났으나 그 의문은 곧 풀렸다. 그 배는 저녁에는 항해를 할 수 없었다. 항법장치가 없는 배였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부상자들이 우리 배로 옮겨 탔다. 여기저기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부상을 당한 사람들.. 불안에 떨고 있는 한 외국인 아이와 어머니를 본 우리 여친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감자칩을 외국인 아이에게 건넨다. 참 착하다.. 속으로 우리 비상 식량이 될지도 모르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함께 살아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바다위에 그저 둥둥 떠 있었다. 유난히 달도 밝았고 둥글었다. 보름 하루 지난날이었으니 말이다..
 그 순간 경비정 비슷한 배가 우리 배 옆으로 다가왔다..
1 Comments
타이걸 2005.01.22 11:09  
  글을 읽으며 소름이 돋습니다. 얼마나 무서우셨을지... 휴대폰 빌려준 외국인 참 친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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