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005 수고한 광팔아 떠나라!(9일차 - 꼬사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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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005 수고한 광팔아 떠나라!(9일차 - 꼬사무이)

나락 푸우 0 939
                      2004년 12월 31일(금) - 2004년의 마지막 날.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날이다. 벌써 한해가 다 지나갔다. 올 한해는 나에게 중요한 일이 생긴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일단 12월 3일. 내게 평생 잊혀지지 않을 이 날. 나는 꿈에 그리던 예비역 마크를 달고 위병소 문을 나왔다. 정말 행복했던 날이었고, 생애 최대의 해방감을 맛본 순간이었다. 또 돈을 모아서 이곳으로 전역 기념, 자축을 하는 여행을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안좋았던 일도 있었다 지난 5월달에 외할아버지께서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그분은 상당히 건강하셨던 분이다. 항상 등산을 하시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시면서 꾸준히 건강을 가꾸셨던 분이다. 작지만 강하고 건강한 사람의 표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올해 설날연휴때 휴가를 나갔을때만 해도 상당히 정정 하셨다. 하지만, 예전에 위암 수술을 받은 후유증 때문에 결국 몸이 약해지셔서, 그렇게 되셨다. 산소 호흡기를 입에 물고 절규하는 모습이 너무 안되보였다. 결국 식구들의 바램과는 달리 5월말에 운명하셨다. 난 그분이 굉장히 건강하셔서 내가 전역하는거도 다보시고, 내가 서른살 넘은 담에도 살아계셔서 내가 장가가는것도 다 보실줄 알았다. 내겐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다.
 5월달에 두 번 휴가를 나갔는데(정기, 청원),  남들은 휴가를 나간다고 하면, 다들 들끈 기분으로 즐겁게 나가지만, 나는 두 번다 그렇질 못해서 아쉬웠다.
내가 군생활 하면서 휴가나가면서 기분이 우울했던 적도 그때가 처음이었으리라.
 
 또 하나는 8월달에 안테나 설치하는 훈련을 하다가 실수로 왼쪽 검지 손가락을 다쳐서, 전혀 생각지도 않게 군병원으로 후송을 가서 피부이식 수술도 받고
한달 동안 그곳에서 살았던 일이다. 지금도 그때의 수술 상처 부위를 건드리면 약간 쓰라리다. 퇴원하고 나서도 외부의 충격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한동안 반창고를 붙이고 다녀야 했다.그게 완전히 내 살의 일부로 굳어지려면 앞으로 석달은 더 지나야 한다.
하지만, 그 덕에 내 군생활에 유격은 없었다. 난 후송복귀후 군생활 날로 한다고, 동기들한테 엄청 갈굼 먹었다. 암튼 군생활 하면서 가장 중요한건 사고없이 무사히 전역하는 것이다. 몸을 조금 다치긴 햇지만, 이만 했기에 천만 다행이었다.

 난 2년을 군대에서 보내서, 새해를 맞을때 올해와 작년 두번 모두 울타리 안에 있었다. 2004년의 첫 아침을 말번초 불침번을 서면서 기상 나팔소리와 함께 맞이한 것이 정말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민간인이 되어 있고, 여기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전날 새벽 늦게까지 버디비어에서 놀고 난 후유증 때문에 너무 피곤해서 이날도 늦게까지 퍼질러 잤다.

 이날은 차웽에 나가서, 패러세일링을 해보기로 했다.  난 예전에 여기와서 차웽에서 제트스키를 타본 적은 있었지만, 패러세일링은 못봤다.
근데 찰리 사장님이 차웽가면 잘 찾아보면 패러세일링 하는 데가 있기는 있다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예전에 차웽리젠트 근처에 Dive Indeep이라는 곳이 있었다. 거기서 오픈워터를 딴 적이 있었다. 하루는 차웽에서 연습 다이빙을 하다가 그날의 코스를 끝마치고, 오후에 그 해변가에서 제트스키를 탄 적이 있었다.  바로 그 근처에서 동력 해양스포츠를 하는 것 같았다.

 일단 차웽으로 가보기로 했다. 바트화가 떨어져서 또 여행자 수표를 환전해야 했다. 차웽의 끄룽타이 뱅크는 환율이 다른 곳보다 조금이나마 더 좋은 편이다.

 환전을 하고 지나가다 현지인 식당이 있어서 전날 먹었던 카우팟 탈레와 바나나 세이크로 아침겸 점심밥을 먹었다. 일단 차웽리젠트를 찾아야 했다. 환전 한 곳에서 300미터를 더 가더니 그곳이 나왔다. 갑자기 오토바이에 문제가 생겼다. 뒷바퀴가 빵꾸가 나버린 것이다. 뭐가 문제 일까? 좌우간 여행하면서 가지가지 사람 괴롭힌다.

 차웽 리젠트는 싸무이 내에서 상당히 고급 리조트로 손 꼽히는 곳이다. 예전에 이 리조트 내에 노네임 방갈로의 주인장 이셨던 김철민 아저씨가 여기서 여행사를 운영했던 곳이다. 지금은 그 자리에 여행사가 없어지고, 그 리조트 경비실로 바뀌었다. 이곳에는 전부 서양인들 뿐이다. 시설도 상당히 빠방하다.

 연말을 이곳에서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려는 서양인들, 푸켓의 난리를 피해 이곳에 온 사람들로 리조트 안은 꽉찼다. 여기가 라마이 보다 물도 더 좋고, 깨끗하다.

 이날 밤에 Happy New year's Beach Party를 준비하느라 리조트의 스텝들이 상당히 분주한 분위기 였다. 서양인들은 비치 벤취에 누워서 다들 일광욕을 하고한가로이 할러데이를 즐기고 있었다. 여기봐도 저길 봐도 죄다 코쟁이들 뿐이다. 아니면 간간히 현지인들... 코쟁이들이 현지인들보다 더 많아 보인다.

 동력 수상 스포츠를 할 수 있는 곳은 차웽 리젠트 해변에서 한 20분 정도 걸어가야 있는 다소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그만하면 충분히 걸어갈만 했다. 우리는 이번에는 꼭 패러세일링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그곳을 찾아갔다. 태국에 오기전부터 J군은 이번에 오면 꼭 패러세일링을 해보겠다고 노래를 부르다시피 했었다.

 나도 다른 건 다 해봤는데, 유독 패러세일링 만은 한번도 안해봤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해양스포츠다.

 성수기라 상당히 비싸게 불렀다. 깎기가 힘들었다. 처음에 둘이서 2800밧 부르는 걸 최대한 깍아서 2500밧에 쇼부를 봤다. 좀 바가지 쓴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때 여기서 안해보면 한국들어가서 언제 이런걸 하겠냐 싶어서 비싼 요금을 감수하고 그냥 해보기로 했다.

 코스는 차웽 비치의 반 바퀴를 약 10분도 못되는 시간 동안 도는 것이었다. 좀 짧아서 아쉬웠고, 손해봤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비싸지만 서양애들은 이거 할라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이 영국애들이었다. 영국애들이 돈이 많긴 많은가 보다.

밧줄과, 여러가지 로프를 몸에 동여매고 장착한 다음 보트가 끌어주면 그 방향으로 달려가서 점프를 뛰면 몸이 공중으로 떠오른다. 그렇게 하면 약 10분이 못되는 시간동안 공중에 떠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차웽비치의 전경을 감상하며, 스릴을 즐기는 것이 일품인 스포츠다. 공중에 뜨니까 차웽비치의 전경이 다보이고, 건너편의 도로와 램딘 시장, 레게펍 골목까지 다 보인다. 너무 좋다. 스릴 만빵이다.

 다 돌고, 비치에 착륙할때 착지를 잘못해서, 바닷물이랑 모래를 다 뒤집어 썼다. 그래도 잼있고 신난다. 여기선 시간도 지금 밖에 없고, 너무 하고 싶어서 바가지라는 걸 알면서도 비싸게 주고 해야 했다. 하지만 결코 후회는 없다. 다음엔 팟타야 산호섬 투어 가서 더 싼가격에 많이 해봐야겠다.

 J군이 왜 자기 탈때 사진을 달랑 3컷 밖에 안찍었냐고 투덜투덜 댄다. 내가 탈때는 무려 6컷이나 찍어줬는데, 왜 저는 달랑 3컷이냐고, 너무 하는거 아니냐고 한다. 내가 초점을 잘 못잡아서, 어설프게 찍느니, 확실한 초점만 잡아서 내가 잘 찍을 수 있는걸 3컷만 확실히 찍어 줬는데 말이다.

 내가 디카를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져 보는 거라서 사진 찍는게 많이 서툴렀었다. 그전까지는 1회용 카메라나 필름 카메라만 이용했었다.
디카는 1회용이나 필름 카메라 처럼 얼굴을 밀착시키고, 눈에 렌즈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냥 손에 들고 목표물을 잘 갖다 대는 것이라, 처음에 잘 적응을 못했다.

 잼있게 타고 나서, 원래 오토바이를 세워둔 차웽 리젠트로 돌아왔다. 오토바이 뒷바퀴가 빵구가 나서 정말 애매하다. 이대로 숙소까지 가다가는 오토바이 퍼지게 생겼다. 속도가 느려지고, 기름만 이빠이 먹는다. 가다가 할 수 없이 도로변에 있는 오토바이 수리점에 가야 했다.

 바퀴 빵구 땜방하느라 또 시간 잡아 먹는다. 또 비용은 60밧 정도가 들었다. 가지가지 속썩여서 이번 여행 참 엽기적으로 흘러간다.
근데 아까 전까지 멀쩡하게 잘 굴러가던 오토바이가 왜 갑자기 뒷 바퀴가 빵구가 났을까? 못같은걸 밟기라도 했나?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이날 오후에도 라마이 비치에서 휴가기분 확실히 내면서 수영을 하면서 자유시간을 보냈다. 난 J군에게 내 수영 노하우를 전수해주며, 배영과 자유영 시범을 보였다.

 '자 지금부터 자유영, 배영을 순서대로 본 조교의 숙달된 시범을 보도록 하겠슴돠' '귀관도 빨리 숙지해서 본 동작을 숙달 시킬수 있도록 합니다. 알겠습니까?'
 갑자기 j군 능청스럽게 왈 " 아 이거봐, 나 알잖아. 나 예비군 2년차야. 좀 놀면서 하라구. 이거 왜이래."  영락 없는 동원 예비군 아저씨의 모습이다.
 참나, 둘이 대낮에 라마이 비치에서 쌩쇼를 하고 자빠졌다. 허허허.. ^*^

 오후내내 노네임 방갈로 앞 해변가에서 수영을 하고 놀았더니, 벌써 날이 어두워 지고 저녁밥 시간이 다됐다. 밥시간은 끝내주게 잘 챙긴다.
하루종일 물에서 노니, 배가 안고플 수가 없지.

 저녁밥은 간단히 이곳 식당에서 먹고, 또 이날의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러, 라마이 번화가로 나갔다.

 여기 온김에 이 나라의 최고 인기 스포츠인 무에 타이를 보고 싶었다. 처음에 여기 올때 계획을 짤때 방콕에서 초반에 5일동안 머물면서 무에타이를 경기장가서 직접 볼 생각 이었는데, 입장료가 1500밧으로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그래서 여기와서 쇼 비슷한 걸로 맛만 보기로 했다.

 라마이 번화가 쪽에 가면, 링 사이드가 설치된 바가 있는데, 거기서 매일 밤9시 30분에 무에 타이 쇼를 보여준다. 음료수나 맥주 한잔씩 주문하고서 링 사이드에 배치된 좌석에 앉아서 보면 된다.

 첫 게임은 남자대 남자, 두 번째 게임은 여자 복서들 끼리 나와서 하는 게임 이었다. 확실히 짜고 하는게 다 티가 난다.

 첫번째 게임에서는 처음에 낭심까지 가격당하고, 무지하게 얻어맞던 놈이 계속 기운을 차리더니, 막판에 상대방을 KO로 끝내버린다. 하지만, 너무 상대편이 봐주는게 뻔하고, 짜고하는 게 눈에 다 보여서 재미 없다.

 두번째 게임은 여자들끼리 붙는 건데, 이건 뭐 애들 장난 같다. 마치 학교 다닐때 여자애들이 머리끄댕이 잡아 뜯어가며, 싸우는걸 보는것 같다.
두번째 게임은 지루하고 재미도 없어서 그냥 중간에 나와 버렸다. 무에 타이가 대충 이런 거구나 하고 맛은 봤는데...
확실히 돈내고 보는 만큼 값을 하는 가보다.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서 그냥 이것으로 만족하고 돌아가야 겟지만, 다음에 태국 오면, 꼭 방콕에 있는 랏차담넌 경기장에 가서 1500밧 짜리 1등석 표내고 들어가서 제대로 한 번 볼 것이다. 제값 내고 무에타이의 진수를 제대로 만끽해 보련다.

 같이 숙소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나왔던 찰리 아저씨는 근처의 바에서 맥주를 한잔 하시고 나왔다. 길거리 곳곳에서 한해를 보내는 폭죽이 빵빵 터졌다.
우리도 그걸 사서 여기온 기분 내려고 터뜨리고 싶어졌다. 아까도 그거 파는데 찾으려고 한참 헤맸는데, 아무데도 그거 파는데가 없어서 그냥 돌아온 적이 있었다. 처음에 구멍가게에 들어가서 향을 보고 폭죽인줄 알고 집어들었다가, 현지인이 터뜨리는거 아니라고 해서 그냥 두고 나왔었다.
태국은 불교 국가라서 곳곳에 어딜 가나 그런 향 같은거 파는 가게가 많다. 절에가서 참배 할때 피우는 향을 폭죽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찰리 아저씨가 그거 파는 데를 안내해줘서, 그 분 따라가서 라마이 구석 탱이에 있는 어느 수퍼에 갔다. 거기서 폭죽들을 여러개 살 수 있었다. 다들 우리나라 문방구에서 파는 것들 보다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바가지 쓰는 기분이었다. 제일 싼게 195밧 짜리 였던가? 대체적으로 우리보다 물가가 다 싼편인데 유독 이것 들만 더 비쌌다.
 오늘이 장날이라 비싸게 파는 것일까? 이 날 이거 터뜨리는거 알았으면 방콕에서 미리 대량으로 사가지고 갈 걸 그랬나 보다.

 로켓탄 폭죽 비슷한 거랑, 지랄탄 같은거 몇개 한 390밧 어치를 샀다. 이걸 자정이 딱 되면 카운트 다운과 함께 해변가에서 터뜨릴 것이다.
 
 숙소로 돌아오니까 약 11시 정도 됐다. 경찰후보생 청년과 대전 아가씨 2인방, 그리고 어제 같이 버디비어에 가서 놀았던 처자 둘은 차웽비치에 있는 술집에 가서 놀다 들어왔다.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경찰후보생과 대전 아가씨 둘은 낼 아침에 새해가 밝자 마자, 바로 말레이시아로 내려갈 계획이란다. 벌써 핫야이로 가는 조인트 티켓을 끊어 놨단다. 처자 둘은 낼 오후에 조인트 티켓으로 여길 떠나서 그 다음날 방콕에 떨어지자 마자 바로 비행기 타고 귀국한다.
나하고 J군도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정부 회사 버스 편으로 여길 떠나서 1월3일 밤 비행기로 조만간 귀국하게 된다. 생각하기 싫지만, 귀국할 날짜가 점점 코앞으로 다가 오고 있었다.

 난 경찰후보생에게 더운 날씨에 적응되어 있다가 귀국하면, 논산훈련소 가서 고생좀 할거라고, 은근히 겁을 줬다. 예비역의 여유란 바로 이런 것일까?

 사람들과 이런저런 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2004년 한해가 5분 밖에 남지 않았다. 참 다사다난 했고 나한테 큰 일이 많이 생긴 한 해 였다.
해변가 저편에서는 폭죽이 정신없이 계속 터지고 있었고, 불꽃놀이가 밤 하늘을 수놓았다. 오랜만에 보는 멋진 장면 이었다.
휘황 찬란한 불꽃들이 내가 무사히 전역한 것을 축하해주는 것 같았다.

 우리 바로옆 버디 비어 해변가에서는 사람들이 연 비슷한걸 날리고 있었다. 그 옆에서도 여러가지 폭죽들이 굉음을 내면서 터지기 시작했다.
카운트 다운을 하면서, 사온 폭죽의 포장을 뜯고, 5,4,3,2,1 땡 하면서 시간 맞추어서 신속히 세팅 하느라 정신 없었다.

 땡 하는 소리와 함께 해변가에 꽃혀 있던 로켓탄이 잇따라 터지면서 밤하늘을 수놓았다. 한 10발 정도 터졌던것 같다.

 마지막으로 옛날에 동네에서 많이 가지고 놀던 지랄탄 비슷한걸 터뜨렸다. 심지에 불을 한번 붙이니까, 한참 동안 따다다따닥 소리가 나면서 계속 정신 없이 터져 댄다. 한 1분 30초 동안 계속 터지더니, 금방 다 꺼지고 재밖에 안남는다.

390밧 어치를 샀지만, 다 터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다 끝나고 나니까 다소 허무했다.  우리나라 문방구 가면 그 정도 돈주면 원없이 터뜨릴 만큼 샀을텐데 말이다.

 앞으로 싸무이나, 따오, 크라비등 남부지방의 바닷가에서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실 분들은 방콕시내의 싼 문방구점 같은데 가서 그런 폭죽들을 사가지고 내려가기 바란다.
현지에 가서 사려면 엄청 비싸게 판다. 태국은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에서 밤에 카운트 따운하고 폭죽을 터뜨린다. 특히 바닷가에서는 그렇다. 그런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듯 싶다. 우리는 그걸 몰랐다가, 거기에서 현지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거 보고 부랴 부랴 사서 터뜨렸는데, 겨우겨우 하나 찾은 가게 에서 그렇게 비싼 가격에 파는거 보고 손해보는거 같았지만,그냥 분위기 낼라구 사서 터뜨렸다.

 다사다난 했던 2004년 한해가 물러가고, 희망찬 2005년 새해가 밝았다. 둘다 머리털 나고 이국땅에 와서 크리스마스는 물론 새해도 맞이했다. 아주 뜻깊은 날이다.
 또 카운트 다운에 이어서 한 해를 보내는 기분으로 폭죽도 터뜨리고... 참 스펙터클 하게 새해를 맞이한다.

 지난 2년동안 이 날은 그냥 쉬는날일 뿐이었다. 2003년 1월 1일에는 통신학교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을때 였는데, 그땐 단체로 PX 이용시켜주는거 좋다고 감지덕지할 때였다.

 또 작년은 아까 말한대로 31일날은 밤에 근무자 신고식 끝나고, 짬안되는 애들은 다 송구영신 예배 보러 밤에 자다 인나서 교회 끌려가고...
나는 불침번 스다가 기상나팔과 함께 새해의 첫 아침을 맞이하고, 낮에는 추운 날씨에 보초근무 세 타임이나 나가고... 남들 오침할때 오침도 제대로 못하고...

 그때 그만큼 수고를 해준 덕분에 지금 여기에 와서 이렇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련다.

 그때 항상 마음속으로 전역하면 그 직후의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을 반드시 여기 와서 맞이하겠다고, 벼르고 다짐했었는데, 그때의 꿈이 이루어져서 너무 행복한 순간이다.

 정말 송구영신,근하신년이 무엇인지 지대로 느낄 수 있는 순간 이었다. 다들 Happy New Year다.

 크리스마스 이브날은 너무 몸이 피곤해서 올 나잇으로 못놀았지만, 이날은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특별한 밤인 만큼 올나잇으로 놀아봐야 겠다.
이것을 실천하러 오토바이를 몰고 차웽으로 나간다.

 차웽거리는 뉴이어를 맞이한 서양인들이 기분을 내는 분위기라 다들 북적거리고, 도로가 상당히 혼잡했다. 차를 렌트한 코쟁이들한 하나 같이 차의 크락션을 울려대며, 해피 뉴이어! 하고 외쳐댔다.
 또 술에 취해 비틀비틀 거리는 서양놈들도 많았다. 싸무이섬 내의 코쟁이들이 다 쏟아져나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차웽 시내 도로는 마비되고,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또 서로 어깨 동무를 하고 다니며, 인사를 하고, 쥐고 있던 술병으로 건배를 하고... 다들 축제 분위기다. 우리나라가 월드컵 16강, 8강, 4강까지 진출 했을때의 축제분위기랑 흡사했다.

 우리나라는 이런때에 광화문이나, 해운대 같은데 가도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들뜬 분위기는 아니다.

 길거리 곳곳에서 댄스 음악, 락 음악이 흘러 나오고, 길거리는 모두 파티 분위기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문화와 분위기를 접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그린망고, 레게펍 유명한 나이트 다 가보기로 했다.

 맨 먼저 그린망고에 들어갔다. 들어가는 골목길부터 사람들이 북적거려서 발디딜틈이 없었다. 입구에서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통제가 안됐던 탓에 우리는 아무것도 주문안하고 그냥 들어가서 춤추고 놀 수 있었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도 참 빡세다. 스테이지는 사람들이 꽉차서, 춤출 공간도 없다. 그래도 재미있고 신난다.

 우리는 그린망고부터 시작해서, 그 근처에 있는 춤추면서 놀 수 있는 바들을 차례대로 다 들어갔다.

그린망고 -> 스위티 바 -> 민트 바 -> 뭔 바 였는지 이름이 기억이 안남. 다들 발 디딜틈 없이 붐벼서, 주문도 안받고, 입장객 통제를 하지 않아서,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오히려 이런 것 때문에 우리가 땡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린 망고 주위의 댄스 바를 다 섭렵한 다음 램딘시장 쪽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가서 레게펍에 갔다.
이곳도 사람 많기는 그린망고와 마찬가지였다. 여기도 입구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 해서 입장하기 조차 버거웠다.

 레게펍은 디스코 타임과 현지인 밴드들의 공연 타임이 번갈아 가면서 진행됐다. 여기도 다들 서양애들과 간간히 보이는 현지인들 뿐이다.

 서양애들은 하나 같이 우리나라 나이트에 가면 촌스럽다고 보여지는 막춤들만 신나게 춰댄다. 남들 눈 신경 안쓰고, 참 자유분방하게 노는 모습이 정말 보기좋다. 우리나라 하고 노는 문화가 확실히 틀리다.
 걔네들중 몇몇 애들은 너무 잼있게 몸을 흔들어 대다가, 내 발을 밟고, 나를 밀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노는 분위기에 익숙해져서 흥이 날대로 난 우리는 그딴거 별로 신경도 안썼다. 또 얘가 밀쳤구나,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우리끼리 춤추고 놀기 바빴다. 잼있게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날의 나이트 라이프는 혼잡함 덕분에 돈 안들이고, 이곳 저곳을 누벼가며, 잘 놀았다. 땡 잡았다.

 라마이로 돌아오니까 숙소옆의 버디비어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붐벼댔다. 전날은 상당히 썰렁한 분위기 였지만, 이날은 확실히 틀리다.
방에 들어와서 좀 쉬다가, 버디비어에 가던지, 아니면 해가 뜰때까지 기다렸다가 랏꼬에 가서 새해의 일출을 배경으로 사진이나 찍으련다.

 하지만, 잠깐 잔다고 침대에 누운것이 계속 자게 될줄이야.
그때문에 새해의 빛나는 일출을 아쉽게도 보지 못했다.
전날 올 나잇으로 나이트 라이프를 즐긴답시고 정신없이 싸돌아다녔더니, 몸이 피곤했다. 그래서 졸려서 침대에 누웟더니 그길로 뻗어서 늦게까지 자버린 것이다.

 암튼 2004년의 마지막 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 이곳 꼬사무이. 나한테 잊혀지지 않는 곳이 될 것이다.

 2005년 1월 1일 머리에 털나고 난생처음으로 새해 첫날을 이국땅에서 맞이하였다. 그래서 더욱 감회가 새롭고, 느낌이 여느때와 다르다. 그것이 전역 직후에 여기에 온 것이라 더욱 그렇다. 새해의 시작을 특별히 폼나게 시작한 만큼 올해 부터는 뭔가 제대로 일을 해보고 싶다. 지난 2004년 12월 3일 나는 2년이 넘는 군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진정한 자유를 얻었다. 20대 초반 시절을 지긋지긋 하게 내 발목을 잡던 군복무도 이젠 다 끝났다.
이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남 눈치 안보고, 내가 인생을 결정하며 살고 싶다. 지금은 푸켓지역의 해일사태 때문에 또 다친 부위의 부상악화 우려 때문에 집에서 빨리 귀국을 종용하고 있어서 일단 한국으로 들어가지만, 약 5,6개월후 다시 이곳에 들어와서 다이빙도 하고, 새로 계획한 여행을 해볼 것이다.
새해는 밝았고, 내 인생도 이제 시작이다.
한국 돌아가거든, 살을 빼야 겠다. 당장 헬스클럽 등록해야 겠다. 또 영어학원도 등록해서, 경찰 후보생 청년처럼 회화 실력을 키워서 다시 이곳에 올 것이다.

                                          * 이날의 지출내역
- 아침겸 점심식사(현지인 식당) : (카우팟 탈레 40B * 2인 = 80B) + (바나나 쉐이크 25B * 2인 = 50B) = 130B
- 편의점(오징어 땅콩, PALL MALL담배 한각) : 58B
- 야자 열매 20B * 2인 = 40B
- 패러세일링(10분동안 차웽 반바퀴. 2인) : 2500B
- 음료수 사마신 것 : 립톤 두병 40B + 세븐 업, 환타 35B = 75B
- 저녁식사(노네임 식당) : 160B
- 편의점, 구멍가게에서 사먹은 돈 : 77B
- 무에타이 바(라마이 번화가) : 아이스 티 70B + 하이네켄 100B = 170B
- 폭죽놀이 : 390B
- 타이 팬케익 : 20B * 2인 = 40B

TOTAL : 3640B / 2인 = 각자 1820B씩 쓴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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