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기다란 쉼표 마지막, 페인 돌아오다.
마지막 날이다. 22일간의 가족여행이 끝나는 날이다.
마지막 여행기를 쓰자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
아기 잠든 사이에 쓰느라 어찌나 더디고 힘들었던지... 그래도 덕분에 우리 딸 커서 들춰보기 좋은 여행기록 시디 한장 구웠으니...대만족.
마지막 날 아침 나는 거의 폐인의 모습이다. 기운도 빠지고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다. 22일동안 신나게 뛰어다녔는데 돌아가는 날 아침은 무척 괴롭다. 나는 서울로 돌아가기 싫은가보다.
오후 비행기라 오전은 구룡시내에서 떼운다. 아침을 카페에서 먹고 구룡공원에 올라가서 아이 놀이터에서 놀리고 산책도 했다.
아침은 크로와상, 오렌지쥬스, 커피.
구룡공원 어린이 놀이터.
벤취에 눕지 말라고 경고문이 붙어있었지만 그냥 쓰러져버린 지지아점마. 여행폐인으로 기록될지어다.
잘먹고 잘입고 잘놀고 잘자고,
끝까지 웃음과 건강을 잃지않아준 지퍼양~ 감사합니다.
공항 들어가는 길.
공항에 있는 라멘체인점에서 점심 먹었다. 퍼그의 얼굴에도 아쉬움이 역력.
안녕~
우리 가족을 키워준 22일간의 아름다운 풍경들, 모두모두 안녕~
집에 도착하자마자 반가운 장난감들과 조우하는 지퍼양. 오랜만에 연세 두유 마시며 흡족해하는 지퍼양.
반면...우리 부부는???
피곤함을 무릅쓰고 김치냉장고 청소에 돌입!
이유는?
이런 분들이 많다던데...우리는 안그럴줄 알고 떠나기전 여러번 점검을 거듭했건만....결국 김치냉장고 전원을 뽑아놓고 다녀왔다는 사실...
친정엄마가 힘겹게 담궈주신 김치 두통 팍팍 쉬었구...야채칸은 온통 곰팡이의 도가니~
여행의 후유증은 컸다. 아니, 후유증이라기보다는... 여행이 가져다준 행복의 파장....긴 여행기를 느릿느릿 쓰는 동안 내내, 마치 계속 여행중인 것처럼 행복했다.
아이는 날마다 여행중에 찍은 비디오를 틀어달라고 졸라댄다.
스케치북을 가져다 놓고 에어아시아 비행기 그려봐라, 케세이퍼시픽 그려봐라..주문이 심하다.
빵 먹고 싶을 땐 사슴 머리띠를 찾아 하고 나타나서 엄마, 지퍼사슴 빵좀 주세요~! 한다. (여행기 말레이편 참조하시라~)
물고기를 보면 카이섬에서 빵하고 새우깡 줬던 생각을 하고 장난감 배를 보면 피피섬 가요! 하고 소리를 지른다.
팬더곰 인형을 보면 킁킁거리고 냄새를 맡으며 오션파크 냄새가 나요~! 하는 우리딸,
여행은 우리 딸을, 참, 많이 키워줬다.
그리고 그런 딸을 보면서 가족을 느끼면서, 우리 부부도 참 많이 컸다.
지퍼 사슴 빵좀 주세요~!
한동안 우리집 아침식사 메뉴는 아메리칸 블랙퍼스트였다.
여행중 아침마다 만나는 아메리칸 블랙퍼스트의 설레임은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비밀처럼 알고 있으리라.
한동안 서울 강북지역을 휩쓸고 다녔던 우리 모녀의 홍콩식 패션. (홍콩 쇼핑의 흔적이라고나 할까...헤헤 ^^*)
냉장고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여행의 흔적들.
어느날 뜬금없이 도착해 우리를 환호하게 만들었던 이케아 물건들. 배편으로 보냈더니 정말 오래오래 걸려서 우리집에 왔다.
피피아일랜드에서 온 편지. 약속대로 멤버쉽카드가 들어있었다. [이 카드 들고 폼나게 또 가야지, 마음먹고 행복했는데....동남아 지진해일 대참사의 비보에 얼마나 가슴아팠는지 모른다. 다행히 피피아일랜드 빌리지의 피해는 없다고하니 기적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푸켓과 피피 시내, 말레이의 소식에는 정말 속상했다. 특히 우리가 갈뻔했던 카오락에서의 참사 소식에는 많이 눈물이 났다. 신혼여행으로 가셨다가 변을 당하신 분들께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명복을 빈다.
더불어 모녀의 행복을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애써주신 퍼그님,
평소 소원하던 대로 인천공항 발령나서 공항물 지긋지긋하게 마시게 된 것 축하드립니다!
끝.
(긴 여행기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정말이지 여러분들의 답글과 격려는 무료한 아줌마 일상에 매우 큰 힘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