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스친인연.. 마음에 새겨진 할아버지의 따뜻함 (도이스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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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스친인연.. 마음에 새겨진 할아버지의 따뜻함 (도이스텝에서)

날아가자~ 1 794
만약.. 친구들과 함께 여행했다면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렇게까지 크지는 않았을것이다.

참.. 영어를 못해서 서럽다
한국사람이어서 서럽다

왜.. 내 나라 언어가 세계공용어가 되지못해
난 이렇게 위축되어야 하는 걸까.

어느 누구도
서투르게 영어를 구사하는 동양인을 위해
말을 조금 천천히 해준다거나
알아듣기쉽게 발음을 정확히 해 준다거나
쉬운말로 풀어서 다시 말해주는 사람은 결코 never 찾아볼 수 없었다.

점점 입을 열기가 싫어진다.
그냥 나혼자만의 세계에 같혀
이렇게 지내가 한국으로 돌아가야지..

생각하던때..

난 너무 멋진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얼굴도 너무 인자하게 생겨서 정말 우리 할아버지 했으면 딱 좋겠다 싶은 호주에서 여행온 할아버지..

잠깐 스친인연..
그 시작은 이렇다.

치앙마이에서 마지막날이다.
도이스텝까지 가볼 생각은 없었는데
치앙마이에서 머무는 동안 도이스텝은 꼭 가보라고
많은 분들이 권하기에
도대체 얼마나 멋지길래.. 그래봤자 절이지뭐..
이런생각으로 난 결국 도이스텝으로 향했다.

도이스텝을 돌아다니는데
뭐가뭔지 통 알수가 없어 답답해
팜플렛을 절실히 찾았다. 아무리 찾고 찾아도 도대체가 팜플렛이 보이지가 않는다.
'이상하다.. 없을리가 없는데'
엇.. 그런데 저기
멋지게 생긴 할아버지가 팜플렛 비스무르하게 생긴걸 가지고 있다.

"실례합니다. 저기.. 저 팜플렌 어디서 얻을수 있을까요?"
할아버지는 영어로 설명을 해주신다.저기 안내데스크가 있다고 말씀하신다. 어.. 근데 이 할아버지 나에게 손짓하며 직접 안내해 주시는 거다. 와우.. 할아버지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되는데.."Thank you" 라고 인사하며
안내데스크에서 팜플렛을 얻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도이스텝은 외국인에게만 입장료를 받는데 -현지인은 무료- 팜플렛이 티켓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외국인도 사실상 돈을 내지 않고도 입장해서 돌아다닐 수 있는데 그러면 팜플렛을 얻지 못할 뿐이다.근데 이게 정말 허접하다. 실망스러울정도로)

입장료를 지불하고.
돌아서는데..
저멀리서 할아버지.. 들어가지도 않고 나를 기다리고 계신다..
어머나.. 정말 나를 기다리신 걸까?

할아버지.. 나에게 다가오신다.
나는 다시한번 감사하다고 인사한다 "Thank you"
할아버지와 잠시 동행하게 되었다.
"저는 한국에서 온 학생이구요.. 혼자 태국에 놀러왔어요~"
할아버지는 나의 전공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셨다.
근데 내가 이말을 잘 못알아 들어 "sorry?"라고 하니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말을 천천히 알아듣기 쉽게 이후에 계속 말씀해 주셨다.
아.. 너무너무 감사했다. ㅡㅜ
서양인에게 배려를 받아 영어를 듣는 것은 정말 처음이었다.
할아버지 나에게 천천히 이것저것 말씀해주신다.
" 나는 호주에서 왔는데 지금 친구2명과 함께 태국으로 놀러왔어.한국 사람이라면 불교에 대해서 잘 알겠는데 종교가 불교이니?"
"아녀 .. 저는 기독교에요. 부끄럽지만.. 저는 불교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할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신다..
할아버지도 기독교인이고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서
한국에서 어떤 교회를 다니고 있냐고 물으신다.
거참.. 내가 한국에서 어떤 교회 다니는지 말하면 할아버지가 아시나ㅡㅡ""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 잠시후에 나타난 할아버지 친구도 소개해 주신다. 이 친구도 크리스천이라고 말씀해 주신다.

혼자 여행온 나를 기특하고 대견스럽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를 위해 천천히 말씀해 주시는 할아버지
말도 잘 안통할텐데 같은 크리스천이라며 너무너무 반가워 하신 할아버지..
도이스텝을 돌아다니는 동안 이상하게 할아버지와 3번을 마주쳤다
그때마다 웃으며 인사하고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사진찍어야 하지 않냐고
카메라 달라고 하신다.
와... 혼자 여행하면 내 사진 찍기 정말 힘든데..
할아버지 덕분에 멋진 사진도 찍고..

정말 감사합니다.

영어권에 있는 사람들은 우월감 때문에 비영어권 사람을 무시한다고만 생각했는데
할아버지로 인해 내가 얼마나 마음이 기뻤는지 모른다..

할아버지
짧은 인연이었지만
이름도 모르고 주소도 모르지만
그래도 너무 감사했어요
할아버지의따뜻함은 제 마음속에 아직도 남아있답니다.
우연이라도 이젠 마주칠 수 없겠지만
마음속으로 할아버지의 건강과 평안을 위해 기도할께요
1 Comments
sunny 2005.01.30 18:00  
  저두 며칠 전에 치앙마이 다녀왔는데...^^ 북쪽은 한국인들보다 유럽인들이 많더라구요... 근데 시내에선 영어가 잘 안통하던데...치앙마이대학교에 갔더니 그래도 거긴 학생들이라 말이 쬐금 통하더라구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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