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에서의 황홀했던 sun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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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에서의 황홀했던 sunset

예전 2 813
선셋으로는 끄라비가 유명하다.

 

시암 선셋이라는 말도 끄라비에서 나왔다고 한다.

 

거의 대체적으로 동남아시아의 선셋은 다 봐줄만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석양을 넋놓고 바라볼 정도로 무아지경의 아름다움을 만난건 프놈펜이었다.

 

캄보디아 여행 막바지때였다.

 


시엠리엡에서 만났던 여행자들과 헤어진 후에 혼자 간 여행의 후유증으로

 

나는 더위와 외로움에 슬슬  지쳐가고 있었다.     

 

향수때문인지 이상하게도 한국음식이 먹고 싶었다.

 

여행나와서 한국음식 사먹는게 제일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넉넉치 못한 돈을 닥닥 긁어모아서 여행지에 나온 한국 식당에 가서 수제비를 시켜 먹었다.

 

어디든 외국에서의 한국음식은 질에 비해서 매우 비싸다.

 

한국사람인거 뻔히 알면서도 한국사람이냐고 다시 물어본다.

 

여주인의 표정이 몹시 피곤해보인다.

 

아마 나의 모습도 거의 마찬가지로 권태로와 보였을 것이다.

 

식당안에 손님은 나밖에 없었다.

 

수제비는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내가 상상속에서 만들고 먹고 싶어했던 그 맛이 아니었다.

 

그 맛은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예상을 뛰어넘는 뭔가를 기대하고 갔었는데...

 

차라리 내가 만들어서 먹고 싶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머물고 있는 곳-프놈펜은 킬링필드의 현장이었다.

 

이 도시는 황폐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외세에 지쳤고 이념에 따른 학살에 지친 사람들은 돈이 되는 여행자들에게도

 

몹시 무뚝뚝했다. 

 

프놈펜의 중심지에 위치한 올드마켓은 거주민들의 활력이 느껴지는 매력적인 장소였다.

 

한 쪽구석에서는 먹을 수 있는 곤충류만 파는 코너도 있고.

 

올드마켓을 돌아다니다 보면 한쪽 다리가 없는 상이용사와 애기업은 아줌마들이 다가와서 내 앞을 막고 쳐다본다.

 

자존심이 강한지 돈을 달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그들과 그들의 나라를 보러온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내가 그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적선이 아닌 나눔이라 생각해서이다.

 

아픈 현대사를 겪은 그들에게 그들의 실정을 보고 느낀 것을 수업료로 치룬 것으로 생각됐다.

 

이 나라엔 아직도 분해하지 못한 지뢰들이 많다.

 

버스를 타고 다니다보면 지뢰조심이라고 써있는 곳이 사방에 있다.

 

갔던 때가 사스가 창궐했던 때였던지라 도시에서 다른 여행자의 모습을 찾기가 힘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어찌됐든 맛은 없지만 비싼 음식을 억지로 비우고 식당을 나왔을 무렵,

 

" 아 " 

 

숨이 턱 막히면서 절로 탄성이 나온다.

 

마치 매트릭스에서 나온 것처럼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고 나온 것 같다.

 

사방에 자주색 커튼을 펼쳐놓은 것 같다.

 

높은 빌딩이 없어서 멀리 지평선까지 보일 듯한 도시가 자주빛 성장을 하고선

 

나를 반겼다.

 

마법에 빠진 것 같이 헤어날 길 없는 마력적이고 황홀한 색의 잔치에 흠뻑 빠져버렸다.

 

황홀한 오로라의 색의 향연속에서 혼자 길을 걷다가 결국은 모토택시 꽁무니에 매달려 호텔로 돌아왔다.

 

내 방으로 돌아와도 자주빛 석양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외로움으로 지쳤던 나의 마음도 자주색이 검은 색으로 변해가면서 차분해졌다.

 

나에게 마법같이 다가온 석양은 빈곤하고 피폐해 보였던 이 도시가 낭만적이고 풍요로왔던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

 

프랑스의 지배도 받았던 이 나라의 수도인 프놈펜을 서양인들은 아시아의 파리라고 불렀었다.

 

그만큼 아름다웠던 도시였다는데, 너무 아쉬웠다.

 

그때 나는 석양만으로도 충분한 위로를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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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를 가져가고도 보고 감탄만해서

그 장관을 담아오지를 못했다.

그때의 색을 표현하긴 힘들지만, 밑의 그림과 같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고 생각해주시길....

부디 자신에게 주어진 상상력을 동원해보시라....

2 Comments
롤롤 2005.01.23 18:29  
  우와. 멋지네요.
그런 경험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데.. 운이 좋으십니다.
쉽게 잊혀지진 않겠지만.. 자꾸 자꾸 반복하면서 생각하셔서 마음속에 꽉 붙들어 매놓으시길...
클클 2005.01.24 16:31  
  글이 멋스럽네요.
저도 꼭 그런 노을을 한 번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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