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눕의 베트남 여행기 #4] 메콩델타 세째날 (200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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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눕의 베트남 여행기 #4] 메콩델타 세째날 (2004/10/15)

스눕 0 691

2004년 10월 15일 - 메콩 델타 여행 제 3 일 - 껀떠에서 호치민으로


새벽 5 시 반 정도에 눈이 떠졌음. 푹 자서 눈이 떠진게 아니라,
호텔 옆집에서 새벽부터 힘찬 닭 울음 소리가 들림.
( 나는 어디서 삼성 애니콜 벨소리가 나는 줄로 알았다.
진짜 닭 울음 소리를 들어보는게 얼마만이야... )

이놈의 닭이 5시 반 부터, 무려 한시간 정도를 세차게 울어제끼는데,
안 일어날래야 안 일어날 수가 없다.
( 베트남 사람들이 부지런한 이유 중 하나? )

여기 중학생들은 새벽 6 시면 등교를 한다.
(애들부터 학교 보내고나서, 어른들이 출근한다고 함.)

저녁때도 보통 해가 일찍 지고,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는데,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한 이유도 있는 것일까?

같은 시각에 서울보다도 해가 분명 일찍 지는 이유를 고민해보았는데,
호치민의 경우, 동경 107도 부근에, GMT +7 의 시각대를 사용하기 때문인 듯.
한국과는 20 도 정도의 경도 차이인데, 시각은 2 시간 느리니까,
( 2 시간 차이는 30 도 경도 차이에 해당함 )
같은 위도의 경우라도 한국보다 해가 40 분정도 일찍 지게 된다.
더구나 여기는 위도가 더 낮으므로, 한국보다 여름철의 해가 짧게 된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서울 보다는 한시간 이상 더 해가 짧게 느껴지는 듯...


호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아침식사로는 빵과 치즈, 까페다(아이스커피)를 선택.
바게뜨빵 작은 것 하나하고, 크림치즈 한조각, 버터 한조각을 준다.
양이 부족해서 바게뜨 빵과 치즈를 추가로 주문했다. ( 1 만동. 750 원 정도 )


아침에 호텔에서 일찍 체크 아웃 하고
모터 보트로 까이랑(Cai Rang) 수상 시장 구경.
배 위에서 야채, 과일, 쌀, 디젤유, 광주리, 항아리 등등 온갖 물건을 사고 판다.

야채를 파는 배는 높다란 막대기를 세워서, 그 위에 파는 물건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멀리서도 무슨 물건을 파는 배인지 쉽게 구별됨.

마침 Quince 라는 과일이 제철이라고해서, 2천동 주고 한봉지 샀다. ( 20 개 정도 주더라. )
작은 망고 정도 크기 되는 과일인데, 약간 단단하고 신맛이 좀 났다.

가이드 왈. 관광객이라 비싸게 샀다고 하는건데도 1개에 10 원 꼴이네...
베트남에선 교통사고로 죽거나 맞아 죽었다는 사람은 있어도
굶어 죽었다는 사람은 못 들어보았다고 하는 말이 이해되는 순간...


강가에서는 커다란 그물을 물속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고기를 잡는 사람들을 구경.
커다란 그물을 나무에 묶어서 지렛대처럼 만들어
물속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고기를 잡는 모습이 신기하다.


롱안 농장을 방문해서
나무 사이에 매어놓은 그물침대에서 30 분 정도 누워서 평화롭게 휴식.
그물침대에 내가 편하게 누운 것을 보고, 프랑스, 싱가폴, 이탈리아 애들도 따라 눕는다.

PDA로 음악들으면서 책 보는걸 보고 신기해서 모여들고 뭐냐고 물어본다.
프랑스 애는 이게 "이포드" 같은거냐고... ( i-Pod 를 프랑스에선 이포드라고 함 )
어디서 사냐고 물어본다.
아무데나 큰 전자제품가게 가면 요즘 다 있어.. PDA 코너 잘 찾아봐.


메콩 강가의 방앗간도 방문.
방앗간 규모가 엄청나게 크고, 쌀 푸대 쌓여 있는게 장난이 아니게 많다.
역시 쌀이 풍족한 나라...
쌀 종류도 15 가지 정도 된다고 한다.
( 종류에 따라 1kg 에 3천동 - 5천동 정도. 찹쌀이 kg 에 5천동 이었다. 350 원 )

농부가 쌀을 가져오면, 쌀겨, 현미 겉부분, 백미 등으로 나누어서 준단다.
쌀겨는 주로 땔감으로 사용하고,
현미 겉부분은 가축들에게 준다고 함.


사이공으로 다시 돌아가는 코스에서, 빈롱 시장을 둘러볼 기회가 주어짐.
30 분 정도 시장 곳곳을 구경.
역시 시장을 보면, 그 지역 사람들을 더 잘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생선 시장에서 살아있는 개구리도 파는 것을 보고 신기해 함.


중간에 페리를 타고 메콩 강을 건너기도 했다.

차를 통째로 배로 실어서 건너는 페리인데,
줄서 있는 차의 행렬이 무지 길었음.
우리가 탄 밴은 1 시간 정도 기다린 끝에야 페리에 실을 수 있었다.
우리는 강을 먼저 건너서, 밴을 기다리기로 하고, 걸어서 페리를 탑승.

건너편 페리 터미널 근처 상점가를 기웃거렸다.

커다란 오렌지 비슷한 과일을 하나 흥정해서 샀음.
아줌마 한테 잘라달라고 했는데,
안에서 개미들이 새까맣게 나오는걸 보고 먹는거 포기.
아줌마는 개미 있던 부분 잘라주고, 괜찮다고 했는데...
꼭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맛만 보려던 것이었는데,
개미 수백마리를 본 이후에는 맛 볼 생각이 없어졌음.
( 내가 어설픈 현지인 행세를 해본다고는 하지만, 역시 이런데서 차이가 난다. )

머리에 인 광주리에 사탕수수를 조각 조각 잘라서 팔고 있는 할머니가
하나 사지 않겠냐고 한다.
대나무에 꿰어 있던 사탕수수 조각을 종류별로 하나씩 맛 봄.
1 천동이 한다발 가격인 듯. 할머니에게 1천동을 주니까 새거 한다발을 또 준다.
종류별로 맛만 보려던 것이지, 한다발 필요 없어요 할머니...
1 천동에 감격해 하는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


페리 터미널 근처에는 비슷 비슷한 물건들을 파는 노점상들이 많은데,
20 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떠꺼머리 총각이 자꾸 나를 보면서 실실웃고
말을 붙인다. 외국인이 이것 저것 사먹는게 재밌어 보였을까?

내가 찬 카시오 다이버 시계를 보더니 보여달라고 한다.
사이공 같았으면 절대 안 보여줬을테지만,
여기 시골 인심이 어째 후해 보여서였을까? 선선히 시계를 풀러줌.
너 가지려면 가져라는 심정.

떠꺼머리 총각이 자기 시계 ( 중국제 3천원도 안되어 보이는 시계 )를 풀러주며
나보고 차라고 한다. 자기꺼랑 바꾸잔 소린가? ( 걍 해본 소리겠지... )

쩝... 그래, 네가 언제 이런 시계 차보겠냐. 난 집에 손목시계 안차는거 넘친다...
걍 가져라. 하고 바꿔주니, 못 믿겠다는 표정이다.
진짜로 가지라고 했더니, 입이 찢어짐. 좋아서 소리치고 난리났음.

못짬 람무어이 달라 짜리라고 했더니, 이 말은 알아듣네...

기분이라고, 자기 가게에서 아무거나 골라보란다.
코코넛 캔디 한 박스 ( 1만동짜리 )를 골랐다.
1개는 맛을 보고, 나머지는 근처 돌아다니던 조무래기들에게 나눠줌.

과일 파는 행상 아줌마와 할머니들도,
손짓 발짓으로 집에 쪼끄만 애들 있다고 달라고 함.
할머니들에게 듬뿍 듬뿍 퍼주고 나니, 한 박스가 금방 없어짐.

( 한국은 과일 값이 비싸고, 과자나 사탕 나부랑이는 값이 싼데,
여기는 완전 반대다.
한국에서 먹기 힘든 열대 과일은 지천으로 널렸고,
1 개 10 원도 안하는 조악한 코코넛 캔디는 어쩌다 먹어보는 비싼 간식일까? )


사이공의 데땀거리 신까페에 도착한 시각은 저녁 7시.
어둑어둑해진 저녁에 갑자기 세찬 스콜이 내린다.


데탐 거리에서 벤탄 시장쪽 방향으로, 팜 응우라우 거리를 조금 걸어가면
모퉁이에 ATM 이 있다.
가지고 있던 비자 카드로, 2 백만동을 인출. ( $129 정도 결제됨 )

1 백만동만 찾을까 했는데, 옆에 붙은 설명을 보니,
한 번 인출시마다 $2 의 수수료가 추가로 붙는다고 해서,
그냥 한꺼번에 2 백만동을 찾았음.

( 현금 분실보다 신용카드 분실이 대처하기가 훨씬 좋으니까
ATM 기계가 많은 도시를 여행할때는 이게 참 편할 듯 하다.
필요한 달러나 현지 화폐는 일정 수준으로만 가지고 있고,
호텔이나 비싼 식당, 비싼 물건 구입 등의 큰 금액 사용은 신용카드로 결제.
현지 화폐가 필요해지면, 조금씩 찾아서 쓰면 되니까 참 편한 듯. )



메콩 델타를 3 일간 여행하면서, 몸은 좀 지치고 피곤해졌으나,
정신은 계속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현지 주민들의 생활 모습보다도
오히려 내 자신을 많이 되돌아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한동안 잊고 있었던 유년기의 기억을 자꾸 회상하게 되는건
베트남이 한국의 예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뿐만은 아니리라...

이 사람들이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갈지,
나는 , 우리는 또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지
10 년이나 20 년이 지난 뒤에,
지금 쓴 이 일기를 보면서 베트남을 둘러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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