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쓴 태국 여행기예요. 너무 자세해서 지루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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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쓴 태국 여행기예요. 너무 자세해서 지루할라나~~

베낭 맨 가족 2 1206
배낭 맨 가족 치앙마이로  떠나다
          (2005년 1월 30~ 2월 4일)
    일기를 쓴다.  온전한 나의 경험과 느낌을 남기고 싶다.

♣ 손가락 걸며 약속했던 여행(2005년 1월 29일 토요일 흐림) 
  결혼 십년이 되면 떠나기로 했었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처음에는 남편만 보내려 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이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해외로 나간 건 우리의 신혼여행- 괌이었다.  패키지였기에 가이드 따라다니고 비디오 찍고 돌아오니 허망하다했었지.  그래서 항상 생각했었다.  그래, 떠나보내자.
  결혼 전에 혼자서 배낭 메고  유럽과 동남아를 헤매고 다녔던 나로서는 여행의 기쁨을 안겨주고 싶었다, 남편에게도.  치앙마이 상품을 할인하고 있었다.  이거다!  말을 건네니 “같이 가자”한다.  나 또한 방콕에서 네팔로 떠나느라 치앙마이를 포기했었기에 남편의 권유가 반가웠다.
  2004년 제주도를 자유여행으로 잘 다녀왔으니 걱정없다.  여행을 위해 용돈이나 가끔씩 하는 일에 대한 대가가 주어지면 무조건 통장에 저금을 했다.  남편과 아이들 유럽여행을 보내기 위해서.  그런데 돈이란 게 어느 정도 모이면 어딘가 꼭 쓸 곳이 생겼다.  이번엔 아니다 싶었다.  치앙마이는 갈 수 있을만한 돈이 있다.  그래, 좋아.  떠나자.
   
  왕복 비행기와 숙박까지 해결되는 자유여행 상품을 찾았다.
  같은 가격에 모든 여행일정까지 포함되는 패키지도 있었다.  하지만, 흔들리지 말자.  말은 노 팁, 노 옵션이라지만 실제로 가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잖아.  더구나, 이 상품은 옵션도 있고 팁도 지불해야 하는 상품이라 백발백중 우리의 신혼여행을 연상시켰다는 것. 그럼, 망설일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같은 돈이 드는 거라면  편안함보다는 자유를 원하는 단순한 이유...
  작년에 남편을 떠나보내려 여권도 이미 갱신을 했었고.  내 여권은 갱신을 해야 하고. 아이들은 새로 만들어야 했다.  오늘이 1월 17일이니 내일 신청하면 10일은 걸릴 테고...서두르자.  준비하고 있던 사진을 들고 시청을 찾았다.  하필이면 제사 날 2시 30분에 찾으러 오란다.  할 수 없지.  떠나기 이틀 전에 여권사본만 팩스로 보내주면 된다고 하니.
 
  비용을 생각하면 작년 제주도 여행에서처럼 렌트를 해서 다니는 게 좋을 것 같아 남편의 국제운전면허증도 발급받았다.  이제 예약하고 카드 결제하고 가방도 싸놓았다.
  드디어 여권을 찾고 팩스를 보내려는데 회사 팩스가 문제다.  어쨌든 부탁을 해놓았다.  그런데 팩스가 고장이란다.  제사 지내러 내려가는데 여행사에서 다급하게 재촉하는 전화가 온다.  대학교 주변을 지나면 방법이 있으리라.  그런데 이게 웬일?  방학이라 문을 닫았다.  힘 빠진다.  6시가 다 되어가니 학생회관도 문을 닫을 시간.
  행운을 빌어보자.  다행히 우체국이 보인다.  퇴근시간이지만 부탁을 들어 주겠다 하신다.  그러나 곧 호의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팩스를 보냈다는 전화가 왔다.  하루 종일 긴장했던  남편도 이제사 한숨을 내려놓는다.  제사가 이렇게 즐겁게 지나긴 처음이다.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왜 그런지...
 
  그동안 여행정보를 스크랩해서 우리만의 책을 만들었다.  이 정도면 천하무적정보가 아닌가?  의기양양-하지만 이런 자만심은 여행 첫날 무참히 무너지고 말았으니...
  떠나기 전날 밤, 아이들은 타이에 관한 책을 읽고 있고 남편과 난 옷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겨울에서 단숨에 열대로 가는데... 그래도 그곳은 겨울이라 새벽과 밤에는 춥단다.  방콕의 밤만 경험만 나는 감이 오질 않고.  약도 잘 챙기고 이제 잠을 자자.  아~잠이 오질 않네.  그래, 지금 못자면 리무진 버스에서 자고 그 때 못자면 비행기에서 자자. 어차피 기내식 먹고 나면 잠잘 시간인데...  고마워요, 우리 가족 모두.

♣ 떠날 수 있는 당신!  행복한 사람이다( 2005년 1월 30일 일요일  맑음)
  KOREA - THAILAND : CHIANGMAI ORCHID HOTEL 
  청소하고, 빨래 널고, 가스 점검하고, 도서관에 책 반납하고 나니 벌써 11시 30분이다.  리무진 버스에서 먹자고 김밥을 사자는 요청에도 남편은 괜찮단다.  휴게소에서 먹으면 된다고...  12시 버스에 무사히 올라타고 편안히 누워보고 사진도 찎고. 
  아! 배고파.  휴게소에서 10분의 시간을 준다.  삼천원어치의 점심을 먹었을 때 차가 출발하니 탑승하라는 방송~ 아~ 배고프고 돈 아깝고 흑흑흑...

  드디어 3시에 인천공항에 도착.  예전의 김포공항을 생각했던 우리는 다리가 아팠다.  왜냐 여행사에서 알려준 안내데스크로 가니 대한항공은 다시 왼쪽으로 쭈~~욱 가야한단다.  여행사에 재차 확인전화를 하고 구시렁대면서 3번 안내데스크에 도착. 
  항공권과  책자, 국제전화 무료 이용권을(자유여행이라고) 받았다.  그 이후로는 수속이 시원시원....  짐 부치고 나니 배고프다.  지하로 내려가면 되었을 것을 그 생각을 못하고 3층을 헤매는데 가격이 정말 비싸구나.  사람 많은 곳을 찾자.  아! 찾았다.  롯데리아가 사람이 북적대는군.  기내식이 있으니 3개로 4명이서 배고픔을 면한다.  울상이 된 아이들을 반은 협박해가면서. 
  자식 입에 먹을 것 넣어주려면 돈 많이 벌자!!

  출국수속을 하고 몸 검색을 하는데 ‘아! 슬리퍼다‘.  기분이 묘하다. 
면세점에 사람이 넘친다.  열심히 36번 홈을 향해 걸어가는데 처음으로 말을 거는 외국인. 인도인인 듯하다.  사연인즉 여자 화장실 안에서 어여쁜 부인이 안나온단다.  남편은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이다. 
  그러시다면 도와주는 것이 인지상정!!  화장실안에는 역시나 눈에 확 띄게 아름다운 사리를 입은 부인이 거울을 하인삼아 꽃단장에 빠져있다.  헉!  나보다 훠~~얼씬 날씬하잖아?  뚜~~웅뚱한 인도의 부인들만 봐온 나는 순간 머릿속이 어질어질.  혹시 몰라 확인을 한다.  “당신 결혼했나요?  남편 있어요?  밖에서 남편이 기다려요.” 때~앵큐”
  너무나 부드럽고 아름답게 화답하는 목소리.

  나를 버려두고 멀리 보이는 세 사람의 뒤통수를 따라가면서 10년 전의 날씬한 모습으로 지상의 파라다이스(?) 괌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던 날이 떠올라 슬퍼졌다.  하지만 곧 예쁘게 여문 작은 뒤통수들을(?) 바라보며 위로를 했다.  지금이 어때서?  저렇게나 예쁜 자식들이 있는 걸 슬퍼하지 마!!!  아줌마.
  어라?  잠깐 한 눈 판 사이에 뒤통수들이 사라졌다.
이상하다?  35번이 막다른 길인데?  그렇담, 36번은 어디?  180도를 돌아 다시 제자리에 왔다.  아하!  막다른 길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고 있네.  찾았다.  반가운 뒤통수들.
          “엄마, 언제 비행기 타?  비행기에서 밥은 뭐 주는 건데?” 
          “저 아줌마, 아저씨들도 같이 타는 거야?” 
  지루한 질문들이 이어질 무렵 탑승수속을 하라는 방송이 나온다.  드디어 가는구나.  와!  신난다.  가족이라는 점을 배려해서인지 창쪽으로 4자리다.  넷이서 앞뒤로 앉아가니 마음도 한결 편하다.  아이들은 딴에 비행기 타본 이력이 있다고 아는 체를 하고 난 선물챙기느라 바쁘다.  게임카드, 대한항공 스티커 판, 볼펜, 장난감 자동차를 받고도 뭔가 아쉬워하며 엽서까지 더 챙긴다.  신랑이 좋아하는 보르도 산 포도주를 기대했었는데 언감생심이더군. 
  슬슬 배가 고파 올 때쯤 밥이 나오고 배를 채우고 나니 중국 상해의 하늘어디쯤에서 잠이 쏟아지는 구료.  한숨 푹 자고 일어났다.

  엥?  저기가 정말 치앙마이?  혹시 방콕으로 우회해서 가는 건 아닌가?  북부의 가장 큰 도시라지만 상상했던 범위를 한참 벗어나며 신랑과 함께 은근슬쩍 두려움을 느꼈다.
  왜냐고?  기껏해야 버스로 5~6 정거장 정도의 시내를 상상했었기에.  자유여행에서만 느끼는 두려움이다.  다른 줄은 빠른데 우리 줄만 너무 느긋하다.  뒤에 있는 사람들도 고개를 빼고 왜 그러지? 라며 답답해하고 신랑도 마찬가지다.  드디어 입국수속을 마치고 여행사 버스를 탔다.  운전석이 3계단이나 아래 있는 버스를 처음 보는 아이들과 신랑은 신기한지 눈길을 떼지 못한다.
 
  5분 만에 CHIANGMAI ORCHID HOTEL(태국 홍보 유인물들에 그려진 꽃 이름:핑크 보라 빛의 태국 난 이름)에 도착했다. 로비를 돌아보는데 낯익은 사람들이 사진 속에서 웃고 있다.  다이애나 황태자비와 일본 황실의 가족들이 이곳에서 묵었었단다.  로비가 고풍스런전통 태국 왕실을 옮겨놓은 듯 우아하다.  우리 가족을 제외하고는 전부 패키지 여행객이다.  다들 바퀴를 끌고 방으로 향한다.  방을 배정받고 포터에게 짐을 부탁했다.  우리는 바퀴가방이 없거든.  베낭 두 개(35리터짜리는 옷과 그 외 준비물, 20리터짜리는 선교원에 전해줄 우리 아이들이 입던 옷)와 스포츠용으로 나온 기다란 가로 가방(용도는 겨울 옷,신발을 넣었다)만 있을 뿐이다.

  호텔에서는 예의상 포터에게 가방을 맡기는 거 아닌가?  팁으로 1,000원을 주며 감사의 인사를 하고 방 구경을 하는데 두 방 사이에 문이 있어서 아이들과 같은 방을 쓰는 것과 같았다.  대 만족이다.
  패키지 여행팀의 가이드가 돌아가는 날은 센딩 서비스가 없으니 공항으로 개인적으로 올 것이며 그 때 항공권을 전해줄 것이라 한다.  우리의 여행 일정을 물어보더니 이틀정도는 패키지를 같이 하는 것이 어떠냐고 하는데 일단 생각은 해 보겠다 했으나 아이들까지 일절 할인이 없다는 이야기에 갈등을 느낀다.  미얀마 국경을 넘는 비자비도 여행사 수수료 때문에 상상보다 비싸다.  (1인당$40)  생각해 보겠다 하고 동행하게 되면 내일 아침 7시 30분까지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가이드들은 팀원들의 안전과 거기에 따른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인행동을 극히 자제시킨다.  패키지로 간다면 가이드 말에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더불어 현지여행사인 경우 커미션이 작기 때문에 팁과 옵션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다.  이 여행사도 2명의 가이드와 기사를 포함해 3~4명이 한팀을 이루고 있다.

  태국의 호텔에서 치약이나 칫솔을 기대하지 마시라.  다른 건 다 있다.  몇 년전 태국 여행시 알뜰한 우리엄마 호텔 치약을 가지고 왔더구만 여기는 없네.  쩝쩝. 
  내일 필요한 준비물들을 작은 가방에 챙겨 넣고 미리 물을 얼려놓았다.  대한항공에서 받은 배낭식 아이스팩  가방이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꿈만 같습니다.  단 몇 시간이면 올 수 있는 것을 몇 년을 기다렸으니...
하지만 이것도 어디입니까?  그래서 행복합니다.  함께하는 가족들이 있어 더더욱 행복합니다. 치솟는 기쁨을 겸손함으로 다독입니다.
2 Comments
곰돌이 2005.04.13 19:53  
  하람이 가람이가 쓴글을 읽고, 어머니 글을 읽으니...
꼭 해독본을 읽는 기분입니다.^^*
전후앞뒤가 이해가 되는군요^^*
베낭 맨 가족 2005.04.15 12:56  
  곰돌이님이 꽤 난해하셨군요?  호호호.
맞아요.  아이들은 전체적인 줄거리를 쓰기보다는 단편적이고 인상적인 것들을 먼저 쓰더라구요.  어른들의 눈으로 글을 쓰자면 전혀 아니겠지만 아이들의 자연스런 표현이 좋아 그냥 두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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