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벙이부부 배낭(4.국경에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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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벙이부부 배낭(4.국경에 부는 바람)

꺼벙이 4 892
4. 국경에 부는 바람

□ 농카이 레스토랑(익일 09:30착) - 국경 뚝뚝 - 출국 -우정의 다리 - 라오입국 - 비엔티엔 착(12:00) - 오키드(Orchid G.H) - 시내투어

밤새 달려온 버스도 지쳤나보다. ‘농카이’를 20여km를 앞두고 또 정차했다.
가까스로 주유소 마당에 들어서며 밥(기름)이 떨어졌다. 물 조리에 밥을 담아다 붓는다. 그래도 성이 안찼는지 버스는 연실 깨갱거리며 시동이 안 걸린다.
덩치 값도 못하는 큰 덩치의 그 놈은 앞으로 밀고, 뒤로 밀고를 반복하여 달래주니 겨우 시동이 걸린다.

두 시간 지연출발에 고장으로 정차한 것이 최소한 두 시간 이상, 족히 4시간을 지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정도착 보다 1시간 밖에 늦지 않았다. 승객의 안전을 담보로 한 비행실력을 드라이버의 공으로 돌리기에는 조금 씁쓰레하다.

버스는 ‘농카이’의 한 레스토랑에 일행을 내려놓았다. 반갑게 맞이하는 몇 명의 낌새를 보니 비자 삐끼가 분명해 보인다. 대부분의 서양인들이 여권을 건네준다.

“근데, 같이 타고 온 일본 사람들은 뚝뚝이 타고 가던데... 국경으로 가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한 번 국경을 넘어본 경험이 있는 아내도 눈치는 있다.
말 안 통하는 번거로운 절차로 고생하느니 맡겨 버릴까. 그래도 그럴 순 없다.
간단하게 토스트, 커피로 요기를 하고 배낭을 내렸다.

“보더”
“프랜드 쉽 브리지?” 그 한마디로 툭툭이 기사는 두 말 없이 출발이다.

통박으로는 출국 사무소 앞에 거의 다 온 듯한 지점이다. 툭툭이를 세우더니 어쩌구~ 하는데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가 없다. 지나 내나 남의 나라말인 영어가 서투르기는 매한가지다. 비자가 있냐고 묻는 것 같다.
“없다”
툭툭이는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간다. '비자 받는 곳을 지나왔나.? ’

한 여행사 사무실인 듯한 곳에 내려놓는다.
대신 비자를 받아준다나 뭐라나. 아니다 스스로 할 수 있다. 이 툭툭이 기사는 헛수고했다.
결국, 두 번 왕복을 하고 먼저 왔던 출국사무소 앞에 내려준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처럼 생긴 출국사무소는 금방 문을 열었는지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급 할 것 도 없어 아내만 줄에 세우고 분위기를 살필 겸 주위를 둘러본다. 줄에 서서 대기하던 아내가 새로운 입.출국카드를 들고 퇴짜를 받고 돌아온다. 아무리 봐도 이상은 없다.
내국인 줄에 섰다 외국인줄로 퇴짜 맞고, 길던 줄이 줄어들고 차례가 오니 바로 앞에서 끊어져 창구 문을 닫아 버린다.

다시 줄기다리고,.. 같은 출국카드에 창구만 다른 곳에는 통과된다.

국경버스를 타고 우정의 다리를 건넌다. 태국, 라오스 민초들이 대부분인 낡은 버스에는 가축, 짐이 뒤섞인 가운데 끈끈한 민속음악의 가락이 가늘고 길게 섞여 흘러나온다.
다리 아래 흙색 모래 둔덕에는 빛바랜 파라솔과 원두막이 군데군데 들어서있다. 탁한 강물 일 뿐인데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난다.

남․북방 한계선 4km의 물리적 단절과 사상의 두터운 벽을 가진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보니 허전한 느낌뿐이다.

라오스 입국사무소의 비자는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 노안으로 시력조절이 어려운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는 번거로움은 감수해야 했다. 기다림과 줄서기 정도는 이력이 있다. 문제는 30$의 금전이 관건인 듯하다. 방콕에서부터 한 버스로 밤새 함께 온 일행들은 삐끼를 믿고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

lao_in.JPG
라오스 비자 사무소 (20분 정도면 ok)

말이 잘 안 통하니 눈치로 때려잡아 입국완료다.

택시보다. 툭툭을 타야겠다. 툭툭이도 합승이 있다.
정원이 몇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좁은 공간에는 민초 아줌마 넷과 나 만큼이나 아삭아삭하게 생긴 코 큰이 한 명을 포함해 무릎을 교차해가며 차곡차곡 6명이 탄다. 행색은 모두가 초라하다. 여행객인 듯한 코 큰이는 무슨 사연인지 어린이 자전거까지 툭툭이 지붕에 싣는다.

차가 지나가면 마른 먼지가 뿌옇게 일어난다.
더듬더듬 남의 나라 말로 나누던 대화도 소음 때문에 중단된다. 몸을 띄우는 진동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닭 병 걸린 듯 고개가 떨어진다. 고단한 몸의 수고를 지불하며 민초, 사람들의 냄새를 맡는다.

사람들을 내리고 다시 태우고, 1시간 툭툭은 또 다른 경험이다. 살수차가 물을 뿌린다.
내 어릴 적 고향도 신작로에 차 한 대만 지나가도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났었다. 살수차가 지나간 지 얼마 안 되도 뽀얀 먼지는 금새 장독대를 두껍게 분칠해 놓곤 했다.

눈에 익숙한 차량들이 많이 보인다. 비엔티엔의 첫인상은 각목을 덧대서 만든 손수레만 없을 뿐 아란국경의 번잡과 흡사하다. 오토바이와 차량들이 뒤섞여 도로를 가득 메우고 툭툭이들이 몰려있다.
우리를 태운 툭툭기사는 알아서 케스트하우스 밀집 지역에 내려준다. 정오를 향한 기온은 달아 오르기 시작한다. 작년의 동지 ‘송’의 추천에 따라 물어물어 오키드하우스를 찾아 짐을 푼다.
냉․온탕을 번갈아 넘나든 하루의 피곤을 시원한 물로 씻어낸다.

야간비행의 긴장으로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적어도 한 번 실패했던 아내의 전력을 감안하면 여행에 있어서 먹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오키드’ 숙소 앞 ‘샤’ 레스토랑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저렴하고 풍성한 먹거리가 마음에 든다.
1$짜리 바게트 샌드위치의 크기와 량에 놀라고 맛에 감동했다. 샌드위치 두개와 치킨샐러드, 쥬스까지 풀코스(4.5$)로 주문한 식탁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온다.
우리는 바게트 한 개로도 족한 량을 모르고 그 많은 것을 한꺼번에 주문했다. 아까운 마음에 꾹꾹눌러 채우며 포식(과식)을 했다.

ba_sand.JPG
(반쯤 토막난 바게트 샌드위치: 야채, 계란, 과일.. 입을 벌리고 있다.)

몇 번 이용한 ‘샤’ 레스토랑 써빙겸 주방장은 어린 소녀다. 1인 2역의 일을 해서 그런지 한 번 주문한 메뉴는 한 가지씩 긴 시간차를 두고 나온다. 배고픈 사람은 인내심이 있어야 견딜 수 있다.

“몇 살이냐”, “저기 계신분이 너의 부모님이냐” 물어도 배시시 웃기만 할뿐 대답을 안 한다.
“저 사람들은 부모 같은데 왜 도와 주지 않고 이바구만 하고 있는 거유”
아내도 어린 주방장이 안쓰러운 모양이다. 보아하니 별일도 없이 내실 쇼파에서 뒹굴 거리고 있다.

내리 쪼이는 방 낮의 해를 양산으로 가리며 메콩강변으로 나섰다. 웃자란 풀과 검붉은 모래가 주변 강심을 드러내고 있다. 건기였구나.
“물은 대기중으로 소풍 갔구려”
“몇 밤 자면 다시 돌아올까”
‘란쌍’호텔 앞 공원 잔디(바랭이 풀인 듯)밭에는 하얀 교복의 남녀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잡답도 하고 공부도 하는 모양이다.

vi_mekong_ri.JPG (메콩강에서 남+ 여)

시내투어를 하기로 하고 툭툭을 탔다. 내 나이의 작은 체구를 가진 기사는 자상하게도 지도와 관광지 팜플렛까지 꺼내 보이며 안내를 해준다. ‘탓루앙’, ‘독립기념탑’을 보고자 했지만 집요한 그의 설득에 ‘부다파크’를 추가했다.

25km 외곽에 위치한 ‘부다공원’까지 다시 먼지와 씨름을 한다. 기사는 여기저기 포인트마다 안내를 해주는데 알아들을 만한 것은 별로다. 특히 한국과 관련된 차량과 광고판, 산업시설(Ko-Lao)에 대한 대목에는 엄지손가락을 추겨 세웠다.

‘부다파크’의 크고 작은 모형은 이미 사진으로 접해서 그런지 별다른 감흥이 없다.
오히려 사진촬영 비용까지 징구하는 상술이 이제 라오스도 순수한 이미지를 벗어 가는 듯 한 회한이 든다. 하기는 나 역시도 거기에 조력한 공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내는 흥미롭게 관찰을 한다. 그나마 전망대에서 관망하는 길게 늘어지는 저녁노을을 볼 수 없었다면 더 없이 서운할 뻔했다. 괴물의 입 모양인 좁은 입구를 통해 들어갔지만 나올 때는 어두운 공간 미로에서 출구를 못 찾아 허둥댔다.

돌아오는 길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 자전거로 통행하는 모습이 보인다. 유난히 하교 하는 하얀 교복의 학생들이 많다. 수줍은 듯 손을 흔들어 답례하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맑다. 먼지 나는 도로 옆에는 바닥이 훤히 뚫린 원두막 건물이 도열해 있다.
시끌벅절한 저녁 장터에는 꼬치구이 연기와 음식좌판, 이름모를 야채, 풍성한 과일들이 다라니에 수북히 샇여 있다.

내 유년시절도 시장통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의․.식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그곳에는 사람들의 생기가 있었다. 흥정으로 고성이 있고, 냄새로 시장기를 부추기고, 생계로 가족을 부양하는 민초들의 삶이 있다.
아내는 청포도를 한 보따리 산다. 이곳 포도는 신맛이 없고 달콤해 입맛에 잘 맞는다.

늦은 시간이지만 ‘탓루앙’. ‘독립기념관’, 시내를 돌아본다.
독립기념관 넓은 광장에는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이 북적였다. 음악 분수대에서는 리듬에 따라 천연색의 물줄기가 춤을 추고 도시의 이른 밤은 활기가 넘쳐난다.
내 머릿속에 있던 잠재해 있는 라오스의 정체된 분위기를 적어도 이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적어도 외관은 아주 자유 분망한 거리였다.
dog_lib.JPG
(독립기념탑 : 야경)

밤의 또 다른 문화는 야시장의 불빛에 취한 사람들을 보는 것이다.
낮에는 조용했던 메콩강변이 이 밤에는 시원한 바람결에 온통 포장마차로 장관을 이룬다.
어디서 발원한 바람인가. 한 낮의 땀을 바싹 말려준다. 바람 맞은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메어 달린 전구가 춤을 춘다. 값싼 비프누들과 과일사라다로 배를 채울지라도, 굿이 라오맥주의 기운을 빌리지 않고라도, 이국의 밤은 가슴으로 흐른다.

바람에 취해 떠돌던 한때, 역마살을 부추긴 것도 강바람 이었지. 바람에 멍울진 가슴은 작은 울림에도 자주 저려오는지.
목이 잘린 프라스틱 물병 속에선 촛불마저 바람에 취해 흐느적거린다.

삐뚜름한 야외 테이블 중앙에서 춤추는 희미한 촛불 사이로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다.

“여보! 고마...”
불어온 강바람이 말꼬리를 잘라 먹고 사라진다.
“미투” 분위기 치고는 너무 야(野)하다.

--- 거꾸로 보는 꺼벙이 세상---
4 Comments
곰돌이 2005.04.12 15:59  
  부럽습니다.^^*  두분이서 배낭여행하시는 모습
강변에서 두분이 마주보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하늘이랑 2005.04.12 22:47  
  글 잘보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도 2월말에 태국에 자유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집사람이 무척이나 좋아하던 모습을 보고 다음에 다시오자고 약속을 하였네요...
대전에 사시니 더더욱 반갑구만요.
슬피핑독 2005.04.13 17:21  
  너무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그리고 좋은 소설이나 수필을 읽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글을 잘 쓰시는군요.
꺼벙이 2005.04.14 09:04  
  잘 계셨지요? 과찬이십니다. 재밋게 읽어 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쓰는 즐거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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