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벙이부부 배낭(2.매서운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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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벙이부부 배낭(2.매서운 봄바람)

꺼벙이 7 1115
2. 〈매서운 봄바람〉
 
 □ 27(일) 열차- 공항 - 방콕 
  ※ 숙소: Rambutri RDAD,  Lamphu House G.H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물 건너에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지난해 여행 때 음식에 적응하지 못해 아내는 생고생을 사서했다. 그런 이유로 아내가 두 손을 들고 항복할 줄 알았지만 그녀의 의지가 더 대단하다.
오히려 내 컨디션이 엉망이다. 일주일이 넘게 지독한 감기로 몸이 파김치가 되어있다. 의무 휴가일정은 잡혔건만 표(항공권)도 예약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여기저기 걸리는 것이 많다. 형편에 주머니 사정도 그렇고, 주위의 눈치도 만만치 않다. 남들은 팔자 좋게 물 건너간다고 부러워 하지만, 내게도 피치 못 할 이유는 있다. 변명 같지만 스스로 원하는 휴가가 아닌 억지춘향이 이라는 이야기다. 

뒤늦은 예약으로 인천출발 표는 없다. 27일 15:00. 대전발 김해공항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복잡한 마음에 두통약을 먹고 한 잠 눈을 붙이고 일어났다.
달리는 차장이 액자가 되어 여러 가지 풍경의 그림이 스쳐간다. 봄비를 물씬 머금은 젖은 과수나무, 낮게 수평선을 그으며 동네를 이어지는 저녁연기가 한 폭의 그림으로 살아있다.
뿌연 물안개를 피여 올리는 강줄기, 안개를 허리에 두른 강가의 산이 몽환이다. 내가 살고 있는
내 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달려드는 봄비는 점점 굵어진다.
김해공항에는 휴일 허니문과 그룹여행객으로 제법 들썩인다. 여유를 부리다 출국신고서를 잊고 통과하다 제지를 받는다. 지난번의 고생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들뜬 기분인데 반해 나는 일주일 넘게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감기기운으로 멍한 분위기다. 거기다 루트조차도 확정하지 못한 것이 여간 걱정이 아니다.

늦은 저녁시간, 끼니도 거른 채 탑승구를 나간다. 이건 또 뭔 일인가.
아시아나 제복 승무원이 안내를 하고 있다. 분명히 타이항공을 예약했는데...탑승구를 잘못 나왔나 싶어 되돌아갔다. 공동운항이란다.
어두운 밤하늘을 향해 몸이 부웅~ 떠오른다. 부푼 기대감이나 서먹함도 없이 밋밋한 감정은 컨디션 때문인지, 첫 번째가 아니라는 여유 때문인지 모르겠다.

가이드 책자를 뒤적거린다.
“사람 사는 곳 아무거나 보면 어떻겠수!.”
“그 까이거 댕기다 길 잃으믄 눌러 살지 뭐!”
아내의 말속에는 한층 여유로움이 배어있다.

착륙한 이후의 스케쥴과 행동은 어떻게 할까. 한참이나 고민을 거듭하지만 정확한 묘안이 안 떠오른다. 그래, ‘머무를 곳, 먹을 것, 볼 것. 코스도 현지에서 즉석으로 결정하자’. 그만 눈을 감았다.
정해진 계획이 여행의 기대감을 풍족하게 채워 주는 것 이라면, 몸과 마음이 따라 주는 대로 움직이는 것도 또 다른 흥미가 있으리라.

자정, 방콕에 도착했다. 앞좌석에 앉아있던 부산 처자(處子)들과 동행하기로 했다. 마침 숙소가 우리와 같은 ‘람푸’하우스라 다행이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3층 출구(택시 하차장)는 닫혀있다.
1층 택시 승차장으로 나가니 긴 줄이 이어져있다.

“으미, 후-끈 달아 오르는 구마이~ ” 금방 등줄기가 젖어 온다.

늦은 시간이라 택시밖에 별도리가 없다. 부산처자가 승차장 카운터에서 표를 받아온 모양이다. 일단 승차하고 보니 400b 이란다.
자정이 휠씬 넘은 시간이다. “노 하이웨이”
부산 처자들과 아내는 죽이 맞아서 200b 이면 갈 수 있는데 너무 비싸다고 연실 궁시렁 거린신다.

방콕은 밤이라지만 번잡하고 요란한 것은 여전하다.
지난해 첫 날부터 허둥대느라고 대여섯 바퀴를 돌아 익숙해진 방람푸, 카오산 일대가 눈에 늘어왔다. ‘왓타나 송크람’ 앞, 다시 깊숙한 방콕의 밤에 몸을 들인다.
흥정 없이 비싼 요금을 주고 온 나의 실책으로 조금 더 부담했다. 그러나 택시 보내고 나니 부산처자들 ‘아차’ 한다.  승강장 카운터에 100b 지불한 돈 정산 못했다고 또 아쉬운 표정이다.

나쁜 기사(×), 자진해서 계산해 줘야지 그냥 달아나다니.

Rambutri Road, 짐은 무겁고 몸의 구석구석에서는 연실 비지땀이 배어나온다.
람푸하우스, 온 몸에 회백색 분칠을 한 벽과 하얀 시트로 단장한 베드는 참하게도 생겼다.
580b짜리 방으로는 쓸만하다. 02:30분, 창문너머로는 어슴푸레한 조명등이 더위에 지쳐 졸고 있다.

“오늘 저녁부터 12시간 짜리 야간버스 탈려면 푹 자 둬야디야”   
                                                                            -꺼벙한 세상-
7 Comments
하늘이랑 2005.04.11 09:24  
  대전분이신지요..전 대전입니다.
선미네 2005.04.11 12:38  
  드뎌 여행기가 올라오는군요.태국 북부와 라오스편은
특히 자세히 부탁드립니다~~ ^^
거부기 2005.04.11 16:56  
  선미네님! 벌써 다음 여행 준비 하시는 군요  ^*^
꺼벙이 2005.04.11 17:19  
  대전맞고요,
선미~님 글 잘보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맨 나중에 부록으로 가계부를 올려 보기로 하겠습니다. 부디 실망 안 하시시길.. 
선미네 2005.04.11 21:41  
  아하~ 거부기님 무사히 잘 다녀오셨군요~~ 반갑습니다.!! 소주 한잔 하면서 즐거웠던 얘기 듣고 싶습니다.
연락드리죠~~ ^^
겨울남 2005.04.11 23:15  
  가다렸던 여행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인가요?
근데 대전분 많네요...저도 대전인데
대전 모임한번 가져야 되는거 아닌가요? ㅋㅋㅋ
몬테크리스토 2005.04.12 13:45  
  역시나 멋진 글솜씨 여전하시네요......
어디 여행기 속으로 빠~~져!! 봅시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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