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벙이부부 배낭(8.치앙마이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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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벙이부부 배낭(8.치앙마이 블루스)

꺼벙이 6 1176
8. “치앙마이 블루스”

□ 치앙마이 투어(마운틴 트래킹 - 코끼리- 점심- 고산족마을- 워터폴-
뱀푸 트래핑)
※ 숙소: Namkhong G.H

달구새끼의 기상나팔 소리가 없으니 조금은 서운한 아침이다.
“오늘은 놀멘 놀멘 댕깁시다”.
휴가로 떠나 온 길을 힘들다고 방구석에서 구들장 지고 잠으로 소일하기도 그렇다.
차라리 에어컨 빵빵한 미니버스 타고 잠도 잘 겸 일일투어(800b)를 하기로 했다.

9시 픽업 미니버스를 기다리며 메일을 열어보니 기다리는 일들이 많이도 쌓였다.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차라리 열어보지나 말걸 그랬나 싶다.

투어 버스에는 우리를 포함해서 네 커플이다. 이십대 스웨덴, 프랑스 커플, 삼십대 대만, 그리고 어딜 가도 노땅인 꺼벙이네.
이름이 ‘릭’(별명이 자칭 ‘프래드릭’)이라고 소개한 가이드는 열심히 설명을 해 대는데 알아듣는 것은 절반도 안 된다. 눈치를 보아하니 가이드 책자에 소개된 내용과 하루 일정을 설명하는 모양이다.

시내를 벗어나서 첫 코스는 고산족 마을 방문이다.
계곡 출렁다리를 건너고 불타버린 대나무 숲을 지나 가파른 고갯길을 넘는다. 유럽 커플들은 잘도 올라간다. 그러나 출발 30분도 되지 않아 아시아의 두 여성들은 널브러졌다. 대한민국 아줌마는 워낙 ○○해서 그렇다지만 대만댁은 결혼 3년차에 이게 웬일인가.
‘아시아의 내조가 이리도 약하단 말인가’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때문에..” 두 여인은 햇볕을 핑계로 댔다.
그럴 수 도 있다. 「이방인」‘뫼르소’는 태양 때문에 살인도 저질렀으니까.

야속하지만 널찍한 바위에 두 아시아 댁을 눕혀두고 고산족 마을로 향한다.
새끼 ‘두리안’(?) 과수나무로 조성된 밭을 지나니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고산족 마을이 나타난다.
전형적인 원두막 집에 허름한 옷가지가 널려있다. 움막 한가운데는 타다 남은 모닥불 잿더미에 시커먼 냄비가 걸려있지만 사람이 거주한 흔적은 이미 오래전이었다. 관광객들을 위한 연출용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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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 분위기의 가판대)
밖에는 고산족 의상을 한 아주머니들이 몇 가지 수공예 품을 진열해 놓고 손님을 호객하고 있더니 그마저도 주섬주섬 보따리에 집어넣는다. 우리 외에 별다른 손님이 없었던 모양이다.
맑은 코가 줄줄 흐르는 얼굴에, 옷을 벗은 아이들의 생김새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다.
오래된 사진첩 한구석에 누렇게 색 바랜 채 세월을 버티어온 우리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른다...”는 가이드의 설명은 길게 이어지고 있다.
나는 슬며시 자리를 피했다. 마을 뒤편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움막아래서 미련하게 잠만 쿨쿨 자는 도야지의 등짝을 힘차게 걷어찼다. 발길질에도 시답지 않은지 돼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늘 아래서 한 참을 쉰 아시아 댁들은 기운을 차렸다.
우리는 다시 다음 소일거리로 이동했다.

코끼리 트레킹이 재미없다는 말은 어디서 들었는지 영 신통치 않아하던 아내도 그 넓은 등짝에 올라타고는 싫지 않은 눈치다.
큰 코를 이용해 나무넝쿨을 잡아채 잘라 먹는 힘을 보니 대단하다.
네 마리의 코끼리가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을 올라간다. 대만댁이 제일 재미있는 모양이다. 서로 카메라를 바꾸어 멋지게 찍어준다. 조련사는 코끼리 코를 이용해 올라타고 내리며 재밋는 묘기를 보여준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 힘들게 산을 돌아온 코끼리는 겨우 그 큰 덩치에 바바나 한 무더기(20b)가 전부다. 그마저도 순식간에 해치우곤 고만이다.

아침이 부실했는지 점심때도 되기 전에 배가 많이 꺼져 있다.
밥공기를 거꾸로 엎어 놓은 자국이 선명한 밥에 수저를 대니 훌훌 흩어진다. 하지만 이젠 맛이 제법 입에 붙어 야채볶음과 계란후라이, 간단한 뷔페식 점심이 한 그릇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와 같은 외모와 비슷한 문화를 가진 대만커플과는 한 식탁에서 손짓발짓 섞어가며 대충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대학교 교직원 맞벌이며, 3년차 부부로 딸이 하나 있고, 처음 여행을 나왔는데 아주 즐겁다. 내년에는 캄보디아에 가고 싶다.’

투어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점심 식사를 맛있게 먹고 또 다른 고산족 마을로 향했다.
같은 주거형태의 생활모습이지만 이들은 옷감을 짜고 있다.
태국이나 라오스 시장에서 보았던 화려한 무늬의 스카프, 테이블보(?) 모양의 천을 일일이 손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보여 주기 위한 관광용 동작이어서 그런지 수다도 떨고 호객도 하면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원두막 형태의 지붕은 넓은 활엽수 잎으로 지붕을 역은 모습이 아주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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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잎으로 엮어 만든 지붕)

일행중 제일 활동적인 커플은 스웨덴 산이다.
나이도 기중 젊지만 트레킹 준비와 매너도 철저했다. 매송폭포 투어에서는 그 짧은 시간에 수영과 다이빙까지 참여하고, 각 코스마다 함께 동행하는 안내자에게 성의 표시도 꼬박한다.

오후 마지막 일정으로는 대나무 뗏목 타기다.
계곡은 깊지 않고 물이 적어 호기심 약간 떨어지지만 처음 접하는 놀이 감으로는 제격이다.
아주 오래전 얼음배 타다 빠져 죽을 뻔했던 시절을 떠올리니 웃음이 난다.
계곡은 하류로 내려갈수록 주말을 맞아 소풍 나온 듯한 현지인들이 많다. 돗자리 위에, 평상위에 아이들, 어른들, 피서인파가 널려 있다.

얌전히 출발하던 처음과는 달리 한 번 옷이 젖어 버리자, 너나 할 것 없이 물을 퍼붓고, 뿌리고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뗏목을 조정하는 현지인 친구는 물속을 들락거리며 흥미를 부추기고 우리는 계곡에 소풍 나온 아이들, 어른들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물을 퍼붓는다.
잠간의 여유시간에는 소풍 나온 그들과 한데 어울리기도 했다. 그들 스스로도 서로를 까만 피부색을 빗대어 인도네시아인, 미얀마인 이라고 놀려대며 아주 재미있어 했다. 마음의 잔이라며 권하는 얼음 위스키 한 잔의 향이 가슴까지 칭하게 울려온다.

1시간 트래핑 물장구에 일행은 모두 생쥐가 됐다. 일정 중 가장 시원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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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 종착점: 다시 대나무를 풀러서 상류로 이동 준비 )

즐거움이 있으면 걱정도 동반되기 마련이다. 당초 계획에 없던 먼 길, 치앙마이까지 와서 후다닥 보낸 하루를 접고 보니 갈 길이 구만리다.
치앙마이 아케이드에서 출발하는 방콕행(10h) 버스표를 예매하고 오니 ‘칸똑디너쇼’는 시간상 물 건너갔다.

북부의 밤 기온은 걷기에 적절하다. 숙소(남콩)에서 가까운 ‘깔레 푸드센터’의 다양한 맛을 즐기기로 했다. 환하게 불이 밝혀진 광장에 하얀 의자와 테이블이 잘 정리되어있다.
중앙 무대에서는 전통복장을 차려 입은 여인들이 늘어지게 흐르는 가락에 따라 춤을 추고 있다.
값싸고 다양한 먹거리에 눈요기까지 할 수 있으니 제격 아닌가.

아내를 무대가 잘 보이는 관중석 가운데 모셔두고 100b이면 한 움큼을 주는 쿠폰을 들고 아주 천천히 한 가지씩 사다가 나른다. 맛의 품평을 듣고 또 다른 맛을 찾고, 300b의 쿠폰으로 코너 돌기를 몇 바퀴던가. 씨푸드, 교자만두, 꼬치....
그날, 시장통에 납신 중전마마는 콧대가 높아지고 자리가 무거워 일어나기도 힘들었다는 후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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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레 푸드센터 민속공연)

발길을 돌려 ‘나이트 바자’의 다양한 물건들을 아이쇼핑하다보니 어느새 배가 꺼진다.
다시 뛰어가 워터멜론 쉐이크 한 컵을 사들고 밤거리를 걷는다 .
남콩의 밤은 결코 덥지 않다.

--- 꺼벙한 세상---

6 Comments
곰돌이 2005.04.18 17:56  
  지붕 참 이채롭네요.. 저 낙엽지붕은 초가집보다 더 자주 갈아야겠네요....
중전마마 모시느라 고생하셨네요^^*
롱다리인 분이 성큼성큼 걸어서 음식수발 하셔야죠^^*
꺼벙이 2005.04.18 18:43  
  부실한 다리(몸)로 떨려서 혼 났습니다. 
선미네 2005.04.18 22:49  
  글을 참 맛깔나게 쓰십니다.사진 구도도 참 좋고~ ^^
하늘이랑 2005.04.19 10:39  
  올 겨울에 부부 배낭 준비 중입니다. 방콕-앙코르왓-치앙마이....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선미네님 일기도 열심히 참고하고 있구요. 40대 중반의 나이의 부부지만 도전해보렵니다. 
Miles 2005.04.20 13:42  
  배낭여행전에 이고지고 부지런히 걷는연습 많이 했더니
효과가 있더군요. 건기가 되어 물이 많이 즐었을텐데,,.
님들처럼 우리 신랑도 나하고  딸데리고 배낭여행 하는 그림좀 그려 줬으면,,[[그렁그렁]][[원츄]][[헤헷]]
꺼벙이 2005.04.21 10:41  
  Miles님, 왕성한 유머 감각으로 그림을 아주 잘 그리시던데요 뭐. 한 집에 한 사람만 잘그리면 되는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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