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벙이부부 배낭(7.봅슬레이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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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벙이부부 배낭(7.봅슬레이를 아시나요)

꺼벙이 4 959
7. 봅슬레이를 아시나요

□ 루앙프라방 (스피드 보트: 봅슬레이 08:20 발) - 훼이싸이 (17: 40분착) - 미니버스- 국경
(라오스 출국) -배- 태국 치앙콩 입국- 미니버스로 치앙마이(21:30분착)
※ 숙소: Namkhong G.H - 시내 야경

여섯시 이전부터 정신은 이미 말똥말똥 깨어있었다.
루앙프라방의 달구새끼는 방비엥의 달구보다 한술 더 뜨는 고차원이다. 도시물을 먹어서 그런지 성질도 급해서, 빠른 템포로 연속 울어댔다. 뭘 먹여서 그렇게 목청이 좋은 놈인지 어떻게 생긴 놈인지 보려고 창문을 열어봐도 보이지 않는다.

“시장통 인생, 일찍 일어났으니 ‘딸랏싸오’나 갑시다.”
어젯밤 먹거리 골목이 야채와 과일노점으로 바뀌어 있다. T자형 골목을 길게 이어지는 아침시장은 온갖 물건들, 먹거리가 다 모였다. 여전히 활기찬 모습이다. 이것저것 참견도 하고, 만져도 보고, 눈으로 보는 아침시간은 빨리도 흐른다.

“미스타 친(기생오래비) 가자”
‘훼이싸이’행 8시 보트를 타야 한다. 미남 기생오래비 집( Chanhthaphone G.H)을 나섰다.
대우 라보 화물에 포장을 씌워 만든 툭툭이를 타고 루앙프라방 시내를 거쳐 선착장으로 간다. 출근, 등교물결로 거리는 활기차다. 어디를 가나 학생들의 하얀 교복 차림은 보기가 좋다.
수만리 먼 길을 왔다가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거쳐 가는 것이 못내 아쉬워 자꾸 뒤를 돌아본다.

뚝뚝은 키만 삐쭉한 미루나무 숲으로 들어가더니 우리를 내려주었다.
매표소에 가서 예약표를 바꾸고, 짧은 인연이지만 인사라도 하려고 보니 기생오래비는 이미 가버렸다. 보아하니 뒤가 구려서 사라진 모양이다. 픽업포함해서 30$달러를 받았으니 뒤통수가 가려 울만도 하겠지. 분명 매표소에 적힌 금액은 국내․외국인 별도 요금이고 그 만큼의 요금은 아니었다.
고맙다 ‘친’. 안내라도 잘 해주었으니.

강폭은 아주 넓다. 물은 탁하고 건기에 수위가 많이 줄어든 듯 모래 둔덕이 훤히 드러나 있다.
선착장이랄 것도 없다. 저 아래로 보트 몇 대가 물 위에 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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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갈 스피드 보트)

‘저 좁은 공간에서 만석으로 앉아 가는 것은 아니겠지?’
‘적어도 발을 펴고 갈 최소한의 공간은 배려해 주겠지’.
궁금한 마음에 내려가 본다. 순간 다리가 굳어 온다. 롱다리의 수난시대구나.

가슴 깊이 호흡을 들이 마시며 주위를 돌아본다.
퇴역한 배 한 척이 얕은 물에 정박해있다. 그 위쪽으로는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에 초췌한 모습의 여인이 바위에 걸터앉아 강물을 주시하고 있다. 가끔씩 고개를 떨구며 긴 한 숨을 쉬고 있다.
‘보트 타고 강에 나갔다 사고 난 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서라 지지리 궁상아’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할 모양이니 마음을 비우세나”
“당신수영 6개월 마스터 했지.”

선장의 호출로 자리를 배정한다. 설마 했던 기우는 현실이 되었다. 승객 8명 승선에 맨 앞에는 사람 부피 버금가는 짐을 적재하고 뒤에는 선장이 탄다. 우리는 2열에 배정되어 다행히 맞바람의 고통은 덜 수 있었다.
구명보트는 줄이 떨어져 나갔고, 헬멧은 버클도 안 잠긴다. 라오에서는 라오의 안전의식을 따라야지 별 수 있겠나. 싫으면 2박3일 슬로보트로 가면 되니까.

아무리 묘안을 짜내도 롱다리는 자세가 안 나온다. 준비도 안 되었는데 보트는 출발이다.
물살을 거슬러 상류로 향한다. 우선 두 무릎을 살짝 세운 쪼그려 쏴 자세로 정했다. 군대에서 사격술(피,알,아이: 피가나고, 알이 배기고,... ) 훈련 때 취해보고 처음이다. 새삼 옛날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난다.

“하나님, 피가 나고 알이 배겨도 좋으니 그 놈의 쥐만 안 나타나게 해 주소서”.

고막을 찢는 듯한 엔진소리가 난다. 고개를 돌리면 헬멧(머리통)이 흔들리는 바람 맛이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보트는 출발한지 10분도 안되어서 푸들푸들 엔진이 힘을 잃어 간다.
몇 번이고 가다 서기를 반복하더니 이내 넓은 강물에 표류하고 만다. 정처 없이 흘러가는 ‘보트피플’신세다. 누구도 뭐라고 말 한마디 못하고 정막이 흐른다.
달리지 못하는 보트는 짐과 사람들의 무게 때문에 물에 잠길 듯이 위태롭다. 한참 후에야 선장의 휴대전화를 받고 구명보트가 왔다.

우리는 인원을 나누어 구명선에 옮겨 타고 인근 마을로 향했다. 무게가 가벼운 탓인지 보트는 하늘로 날아 갈 듯이 수면 위로 널뛰기를 해댄다. 충격이 보통이 아니다. 차라리 다리 편한 충격 보다 불편하지만 충격 없는 8인승이 좋다는 경험을 얻다.

보트는 30분 이상을 정비해 다시 출발한다. 맨 앞자리 캐나다 커플은 고생이 말이 아니다.
자리는 곡선부위라 공간도 좁은 데다, 남자는 롱다리요 여자는 몸이 킹 사이즈라 몸이 접힌 듯한 모습을 보기만 해도 내 몸이 저려온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헬멧에는 보안면도 떨어져 나가 정면에서 맞바람을 받아 얼굴로 헤딩을 한다.
가여운 젊은이들 내가 다섯 살만 모자라도 교대로 바꾸어 줄 수 있을 텐데. 와중에도 귀마개는 착실히 준비해 와 반듯하게 착용을 하는 것을 보니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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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선상주유소 와 라오스의 화폐가치를 실감케 하는 돈뭉치)

앞자리의 캐나다 커플 헬멧사이로 정면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영화에서 보는 볼습레이 경기를 하고 있는 기분이다. 그래 이건 스릴 있는 봅슬레이 경기다.
때로는 강물에 불쑥불쑥 솟은 바위들이 물살을 급격하게 변화 시켜 논다. 봅슬레이는 바위와 부딧칠 듯 질주하다가 가까스로 몸체를 회전해 피해간다. 간이 콩알해 진다. 굉음으로 대화는 불가능하지만 아내의 표정은 역력하다.

경직된 사고, 사격술 자세에서 살아남는 것은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뿐이다.
이 아름다운 강과 산의 풍치를 접하는 신선놀음에서 무슨 고통스런 자세에 연연 할 수 있는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 것을.

강폭이 좁으면 물살이 급격하게 요동친다. 좌우 깎아지른 듯 한 바위 절벽과 우거진 산림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강폭이 넓은 곳에는 사막을 옮겨 놓은 듯한 사구가 산더미처럼 쌓여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다.

태양을 머리위에서 받아도 달리는 강바람에 몸이 움츠러든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것 같은 심심한 계곡과 높은 산에도 움막이 보인다.
강변 모래밭에는 파란 땅콩 넝쿨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다. 모래밭에 줄을 쳐 놓은 것을 보니 경작의 소유권을 표시하는 모양이다. 우기 때 강물이 불으면 모래밭의 소유권도 흔적 없이 사라질지 모르니 편리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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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스피드 보트를 기다리며)


어느새 출발로부터 4시간이 지나 ‘빡뺑’ 선상휴게소에 다다랐다.
‘별거 아니네“
아내는 여유만만이다. 나만 걱정했단 말인가.
시작이 반이라더니 해냈다는 안도감에 자신이 생긴다.
선상매점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로 배를 채우고 떠날 채비를 해도 선장은 보이지 않는다. 뒤늦게 나타난 선장은 그제서야 또 엔진을 열어 정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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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벗어 버리고 멱 감는 아이들, 여자애들도 예외는 아니다)

기다림도 여정의 일부다.
발가벗고 모래사장을 뛰어노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언덕위의 마을을 둘러본다. 모두가 새롭고 이채롭기만 하다. 2시간이 넘게 기다렸지만, 결국 타고 왔던 봅슬레이는 터치다운 당하고 갈아탔다.

사람의 적응력은 놀랍다.
굉음과 바람, 경직된 자세에서도 인내심이 생겨 자연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뒤쪽에 앉은 라오스 장발은 처음부터 수면 중이다. 그는 봅슬레이 승선경험이 많은 듯 몸의 앞뒤에 베개까지 동원해 한층 여유로운 자세로 일관했다.
고통을 잊기 위한 차선책인지 독서를 하던 캐나다 커플도 점차 몸이 기울기 시작하더니 이내 잠에 빠져든다.

에어 목 베게와 휴지를 이용해 귀마개까지 임시변통한 우리도 만만치 않다.
달리는 봅슬레이에서 주위를 둘러보고, 사진도 찍으며 간간히 여정의 풍경을 메모하는 내 모습을 보던 캐나다 처자가 눈이 마주치자 배시시 웃는다.
쪼그려 쏴, 변형 반 무릅쏴 자세를 번갈아 취하는 나에 비하며 아내는 일관되게 양반자세로 잘 버틴다.

사람들의 인적은 오지의 산에도, 강가에도 강한 생명력으로 이어져 가고 있다.
저들의 일상은 만족할까. 도시의 문명에 찌들은 내게 이런 환경은 동경이었다. 그러나 바라보는 것으로 족할 뿐이다.
배 한척, 땅콩 밭 한 뙈기, 모래밭에서 사금을 캐며 살아가는 저들의 삶이 차라리 행복지수가 월등 하지 않을까 싶다. 좁은 공간의 부자연스런 자세와 문명의 아집으로 뭉친 내가 어찌 저들의 자유와 행복을 논 할 수 있을까.

잠시 잠간이지만, 강물 한 귀퉁이를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의 망중한으로 치부해 주기 바랄뿐이다.

17:40분, 9시간의 ‘보트피플’ 봅슬레이의 경주는 끝났다.
여기 어디쯤에서 머무를까. 어디로 갈까 망설이는 우리에게 제의가 들어왔다.
선착한 서양친구들과 합세하여 내친김에 미니버스로 치앙마이까지 논스톱으로 가기로 의기투합 했다. (※미니버스(300b) 삐끼가 모집함: 치앙콩과 치앙마이에 있는 남콩케스트 하우스로)

미니버스 삐끼가 픽업해주는 트럭으로 훼이사이 출국사무소 까지 이동한 후 간단히 출국수속을 마친다. 강 건너 훤히 보이는 치앙콩 보더로 배를 타고 건넌다. 삐끼는 친절하게도 손을흔들며 마중가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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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끼의 마중, 뒤로 보이는 건물은 라오스 출국사무소 )


손님이 없었는지, 마실갔던 치앙콩 입국사무소 직원은 한참만에야 닫힌 창구를 열었다.
우리 차례가 되어 여권을 내미니 그 입국소 핸섬보이는 멋들어지게 ♪아리랑♬~을 불러댔다.
얼굴도 미남이면서 이쁜짓도 잘하네. 이때를 놓칠세라 100b 입국세를 라오스 화폐로 내며 바꾸어 달라니까 난간한 표정이다. 내가 너무 무리했나.

기다리던 미니버스를 타고 기사 마음대로 치앙콩 ‘남콩레스토랑’으로 간다.
종일 비었던 뱃속에 밥을 채우니 살 것 같다.
19:00시, 잠시 스치는 치앙콩의 불빛을 멀리하며 다시 5시간의 밤길을 달려 치앙마이로 간다.
잠은 몰려오고 시간은 어디로 흐르는지 가늠 할 수 조차 없다.

자정의 치앙마이, 선택의 여지없이 ‘남콩게스트’ 하우스로 골인했다.
아내는 이내 잠에 떨어지고 목마른 사슴은 다시 자정이 넘은 시내를 배회한다.
잠들지 않은 밤은 어디인지.
--- 꺼벙한 세상---
4 Comments
선미네 2005.04.17 22:15  
  아이그..보트 타는거 정말 장난 아니겠네요...- -
달래 2005.04.17 23:24  
  전 슬로우 보트(1박2일)를 탔었는데 생각보다 지루하더군요.평상같은 앞자리에 앉아있다 누워있다 를 반복했더랬습니다.그래도 운전하시는 아저씨랑 조수아저씨랑
같이 부대끼는 바람에 정이 많이 들었었는데..
찹쌀밥이랑 과자도 나눠 먹고.
라오스를 떠나는날 어찌나 마음이 아려오던지.
그곳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베낭 맨 가족 2005.04.18 02:17  
  고생이 많으셨는데 표현을 너무 잘 하셔서 웃음이 나오네요.  치앙마이 기대됩니다...
빠마ㅣ 2005.04.20 11:01  
  고장난게 허리와 다리에 더 좋았을듯...정말 끔찍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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