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벙이부부 배낭(6.아리랑고개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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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벙이부부 배낭(6.아리랑고개를 넘어서)

꺼벙이 7 1090
6. “아리랑 고개를 넘어서 ”
□ 방비엥(10:30분발 빅 버스) - 루앙프라방 (14:30분 착)
※ 숙소: Chanhthaphone G.H - 메콩 강 노을 - 야시장 - 익일 아침시장

“베드 모닝”
오지마을 방비엥의 새벽은 목청 쉰 달구새끼(닭)의 성화로 더 일찍 찾아 왔다.
바로 창문에 대고 목이 터지게 울어대는 꼬끼오의 비음 섞인 목청을 안 겪어 본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른다. 반 박자 리듬을 싹둑 잘라먹은 녀석의 쉰 목청은 국산 달구새끼보다는 훨씬 강짜다.
“이 놈의 달구새끼를 털도 뽑지 말고 삶아 버려”

곧 이어 방문 앞을 오가는 인기척이 들린다. 타일바닥을 조심조심 오가며 걸레질을 하는 할머니의 발소리다.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가리키며 “커피” 라고 한다.

“할머니가 알아들었으면 당신 머리털 뽑힐 뻔했구만”

밤새 병아리 오줌만 큼 비가 내린 모양이다. 2층 마루에서 쏭강 너머를 관망하는 아침은 도원경이다. 촉촉한 대기에 운무가 피어오르는 강과 산의 조화는 신이 창조한 태초의 모습이 아닐까.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일어난 김에 ‘딸랏싸오’로 향한다. 내 본시 시장통 구경을 즐겨한다지만 이번 여행은 아침시장에서, 저녁시장으로 일관하고 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시장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전형이다. 우리의 그 모습이나 다름없지만 이곳의 시장은 특히
남자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어린소녀 좌판부터 할머니까지 온통 여인들뿐이다.
방비엥 모성의 생계의식은 더 강한 모양이다.
SV050331_1.JPG (아침시장)

방비엥 아침시장은 희귀한 먹 거리가 다 있다.
정력을 돋구는 배암, 청설모(?), 참새, 오골계 식구들, 이름도 모르는 징그러운 동․식물, 과일들이 다 모였다. 시장 가판에서 먹는 쌀국수 궁물의 향긋한 맛도 제법 입에 붙는다.
합승을 한 툭툭에서 시장을 보고 오는 할머니들의 이바구는 우리나 다름없다. 쉬지 않고 주고받는 달나라 말(라오스 말)로 온통 정신 사납다.

하룻밤 정든 ‘짤른’게스트 할머니와 아쉬운 이별을 했다.
할머니의 서운해 하는 표정을 보니 한 사나흘 더 있고 싶은 마음이다. 그놈의 밥줄만 자유롭게 해결 할 수만 있다면.

아홉시에 출발한다던 루앙파방 미니버스는 의사소통의 차이로 예약에 착오를 빚었다. 다음 날짜로 예약이 되어 있었다. 날짜를 확인 안한 나의 실수였다. 다행히 열시 출발 빅버스를 탈수 있단다.
‘미스타 폰’을 통해 ‘카약킹’을 떠나는 강원도 펜션 사장 가족들을 보니 갈등이 생긴다.
‘고생길 접고 쉬다 갈 걸 그랬나’.

출발시간이 다 되어서 ‘미스타 폰’의 총각이 타는 곳을 데려다 주었다. 이미 거반 다 자리가 찬 상태였다. 좋은 자리 선점해 주는 조수 아내의 능력도 도리가 없다.

아리랑 버스(영화여객 중고버스)에는 거의 다 코큰이들 뿐이다.
남아 있는 몇 좌석마저도 덩치 큰 서양인들이 버티고 있다. 이산가족이 되어야 할 판이다.
둘러보니 그 중 작은 덩치의 동양인이 보였다. 나는 라오스인 기생 오래비(반반한 총각) 옆에, 아내는 일본청년 옆에 자리를 잡았다. 4명의 동양인이 앞뒤 연이어 앉아, 결국 동양인 끼리 향우회 하는 격이 되었다. 대한민국 아줌마가 누군가. 아내의 작전으로 일본 청년이 양보를 해왔다.

그러나 그 일본 청년의 은혜(?)를 입은 나는 아무 소리 못하고 고문을 당해야만 했다. 앞자리에서 의자를 제끼고 자는 통에 내 롱다리는 좁은 공간에서 단단히 깁스를 해야만 했다.
아내의 앞자리, 기생 오래비는 더하다. 출발부터 눕힌 좌석은 루앙파방에 내릴 때까지 세워지질 않았다. 그러나 아내는 다리만큼은 전혀 지장이 없다. 길이가 거시기(숏)하기 때문이었다.

출발부터 산의 구배와 커브가 심상치 않다. 아리랑버스는 출발부터 힘이 좋다.
언덕을 만나도 군소리 없이 잘 올라간다. 산은 점점 높이를 더하고 아슬아슬한 커브길이 이어진다. 아리랑버스로 아리랑고개를 넘고 있다. 굽이굽이 넘나드는 고갯길도 한계령보다 더 야(野)한 아리랑 고개다. 이 고개를 넘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할 것 같은 험준한 고개다.

구멍 난 포장길과 수시로 파 헤쳐진 도로가 나타난다. 얌전한 운전 솜씨에도 버스는 출렁이고 깁스한 다리와 몸은 마구 흩어진다.

높은 고산지대 깎아지른 절벽의 길을 따라 도로변에 들어선 원두막 식 집이 이채롭다.
올려다 보이는 고갯길에 집이 보이면 반드시 도로가 그곳으로 연결된다.
험한 산중에 가옥을 지을만한 평지가 없어서인지, 기존의 길을 이용하기 위해 도로를 따라 집을 짓는지 궁금 하기만하다.

산골동네에 아이들과 하얀 교복의 중․고생이 많기도 하다
수줍음 많은 모습에 선한 눈망울이 아주 맑다. 언젠가는 큰 인적 자원이 될 어린이들이 많다는 것은 미래가 있다는 것 아닌가.

차츰 고개도 높고 산도 깊어져 간다. 그러나 산이 깊어 질수록 산림이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짙은 뭉게구름인가 하면 산림을 태우는 연기가 계곡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차량이 지나는 도로변에도 버젓이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여기뿐인가 하면, 저기도 계속되고, 멀리에도 가까이에도 귀중한 산림이 사라지고 있다.
산을 깎아 만든 도로 경사면에는 시뻘건 흙과 바위가 위태롭게 산재해 있다.

어제 오늘의 훼손이 아닌 듯, 불타버린 산에는 큰 나무들의 흔적조차 없다. 어쩌다 울창한 산림이 보존되어 곳에는 고목보다는 고목에 기생하는 한 해 살이 넝쿨이 더 성기어 있다.
한 순간 사라지는 자연의 훼손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목숨보다 질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화전 경작일 뿐이라고 스스로 위안해 본다. 열대의 좋은 기후조건에서 쉽게 자라는 장점을 이용해 빠른 회복을 바랄뿐이다.

다년생 나무와 고목에 한 해살이 풀, 넝쿨이 달라붙어 산림과 정글을 이루는 공생공존의 진리는 여기도 있었다.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는 심한 뒤틀림 속에서도 모두 잘도 잔다. 지나치는 풍경이 마냥 새롭기만 하던 내 눈도 눈 커플의 무게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어디쯤인지 밥은 먹고 갈 모양이다.
작은 마을 휴게소는 아리랑 버스 한대가 도착하자 바빠졌다. 바게트 샌드위치 노점엔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라오족 외모답지 않게 하얀 피부에 살짝 화장을 한 앳된 처자의 손길은 빠르다.
바나나 한 무대기 백원에 비하면 바게트 샌드위치 한 개에 2$는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하긴 바나나는 코끼리 밥에 불과 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 싶다.

바게트를 베어 물기도 전에 출발이다.
배를 채우자 몸은 다시 잠을 고파한다. 몸은 환경에 적응하게 마련이다. ‘전쟁터에서도 잠이 온다’는데, 이 정도 환경은 ‘새 발의 피’ 아닌가. 아리랑버스가 크게 쏠리는 느낌에 잠이 깼다.
마주 오는 차를 피양 하다가 급정거를 한 모양이다.
버스 앞에는 전봇대가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 전봇대의 모양은 사각이다. 둥그런 원형 전봇대에 익숙한 내 눈에 네모난 전봇대가 또 뭔가. 하긴, 전봇대가 원형이어야 된다는 것은 나의 식상한 고정관념일 뿐이지.

17: 00시, 도착 7시간 운행에 단 2번 휴식이 전부였다.
루앙프라방의 작은 인연은 아리랑버스에서 시작됐다. 일행이 모두 흩어지고 우리도 숙소를 찾아 나섰다. 게스트하우스 골목에 아내를 앉혀 두고 목표한 숙소를 찾아 한 바퀴 돌고, 아내를 데리러 오니 이미 기생오라비와 흥정을 해 놓은 상태다. CHANHTHAPHONE G․.H는 아내의 앞자리에서 내내 먹지도 않고 잠만 자던 녀석, 장발에 예쁘장한 기생오래비의 집이었다.
10$짜리 2$ 깎아 준다는 꾐에 빠져, 먼저 본 3$ 방을 포기했다.

아름답다는 메콩 강 노을은 제대로 감상하지도 못했는데 거리를 나서니 주위는 사위어 갔다.
sV050331_3.JPG (의류, 공예품 야시장)

시장통 인생인 것을 어찌할까. SISAVANGVONG RD 에 벌어진 화려한 야시장에서 라오 민속 공예품과 옷을 구경하고, 먹거리 골목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다. 뱃고래의 량을 고려해 십여 가지의 음식을 맛보았다. 과일 쥬스와 과일까지 사들고 돌아간다.
라오음식의 맛은 우리 입맛에 잘 맞는 편이다. 비로소 아내도 작년의 음식 실패를 극복하고 여유를 찾으니 반갑기 그지없다.

“낮에는 덥고 바쁘니까 밤에 결혼식을 하나 봐”
이 밤에 뉴 루앙프라방 호텔 주차장에서는 화려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 신랑과 신부는 열의 중간에 앉고 앞․뒤로는 들러리인 듯한 여인들이 줄을 서 있다. 하객들은 식장 출입구를 들어서며 마련된 부조함에 봉투를 넣고 술을 한 잔씩 받아 마신다.
SV050331_4.JPG
(밤에 하는 결혼식)

어떤 의미를 가진 풍속인지 모르지만 이색적인 혼례식을 한참이나 구경했다.

내일이면 또 ‘훼이사이’로 가야한다. 돌아갈 수 없는 산을 넘어버린 심정이다. 짧은 시간에 무리수를 두는 미련함은 이미 저질러졌다.
부딪쳐 보자.
“걱정 마쇼, 까이꺼 안되면 물속에 빠지기 밖에 더 하겠어 뭐”

매끼 식사에 선풍기 방이면 족한 또 하루가 스러진다.

--- 꺼벙한 세상---
7 Comments
곰돌이 2005.04.14 19:23  
  훤칠한 키의 다리 떄문에 고생하셨네요^^*
결혼식에 하객으로 오신 분들의 옷차림새가 무척 곱군요^^
슬리핑독 2005.04.14 19:31  
  꺼벙이님의 자연과 인간을 보는 따뜻한 눈과 뛰어난 필력 덕분으로 라오스구경 잘하고 있습니다. 이제 퇴근전에 꺼벙이님의 여행기를 읽고 가는 습관이 들것 같습니다.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베낭 맨 가족 2005.04.15 13:02  
  중년을 훨씬 넘으셨나요?  혹시?  그러셨다면 정말 존경을 표합니다.  매끼 식사에 선풍기 방이면... 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네요.  웬지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분일거라는 생각에.  맞지요?
꺼벙이 2005.04.15 19:27  
  배낭~님,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더 좋은 추억이셨겠군요?  그많은 보따라를 풀어 가시느라고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곰돌~님, 슬리핑~ 님! 칭찬에 기분이 up 입니다요.
상쾌한아침 2005.04.16 17:42  
  아! 역시 연배의 선배님이 쓰신 글이라 그런지 글 한마디 한마디가 매우 구수하네요.

난 언제 저런 구수한 글을 써보나...^^;;;
마파람 2005.04.17 00:04  
  캬...  처음 읽어볼 때부터 마음에 와닫는 것이 장말 좋습니다.
선미네 2005.04.17 22:09  
  밤에 하는 결혼식..참 좋은 구경 하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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