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와 보이스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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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와 보이스카웃

베낭 맨 가족 2 900
♣체크아웃(2005년 2월 3일 목요일 맑음)
짐은 프론트 - LAMPHUN - Thai Elephant Conservation Centre(코끼리 보호센터,학교) - CHIANGMAI : Wat Phra singh , Wat Chedi Luang -Anusarn Market  - ORCHID Hotel - CHIANGMAI Airport -인천공항 

  5시 30분 기상-  6시 식사- 7시 10분 호텔 프론트에 가방 맡김- 7시 15분 호텔 출발    뚝뚝 탑승 - 8시 태국국가를 들으며 차려 자세 - 8시 5분 에어컨 버스출발 - 9시 LAMPHUN 도착 - 8분 정도 정차 - 9시 25분 Thai Elephant Conservation Centre 입고 고속도로 정차 - 히치하이킹 - 9시 33분 목적지 도착

  이렇게 서두른 이유는 코끼리 목욕시간을 맞추기 위해서이다. 
‘쑤~운 창’으로 버스표를 끊어야 한다.  종점이 람빵인데 훈련학교에서 내려준다.  어제처럼 신발을 벗고 벽에 그은 선에 서서 아이들 키를 재었으나 한계선을 넘었다는 이유로 성인과 같은 요금을 받는다.  에어컨 버스는 요금도 일반 버스의 배나 받으면서.  분명 자로 대었을 때 그 선에 못 미쳤는데.  이 곳에서도 이른 아침 시간에 완행버스가 한 대 있다.  이후 시간은 모두 에어컨 버스이고.  이 곳에서 출발한 완행버스를 타페문 가까이에서도 이용할 수 있단다. 
  쑤~운 창에서 돌아오는 버스 시간이 궁금해 창구에, 에어컨 버스 기사에, 차장에, 보조차장한테까지 물어보아도 모른다는 대답이다.  외국인을 상대하는 안내창구에서도 매표창구에 알아보라고만 하고.  걱정이 밀려든다. 
      “혹시 돌아오는 차가 몇 시간에 한 대 있으면 어떡하냐?”
      “잊어버려.  가는 차가 있으면 오는 차도 있겠지.”
      “저 상자에 뭐가 있길래 우리한테만 필요 없는 것이라며 태국인들만
      주냐?  내용물이 뭔지라도 알아야 덜 서운하지.”
  아이들은 뒤에 있는 화장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고 떠날 시간이 다가오자 음료수를 나눠준다.  공룡이 나오는 비디오를 보느라 정신없던 애들은 운전석과 승객석을 갈라놓는 문을 차장이 닫아버리자 걱정스런 눈빛을 보낸다.  나와 신랑도 은근히 걱정이 든다.
 
  직행인지 알았는데 LAMPHUN에 들른다.  꼭 운행시간을 지키기 위한 것처럼 속도도 빠르지않다.  그래도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말이다.  1시간 20분 정도 되었을까?  차장이 문을 열더니 물수건을 주면서 차표를 걷어간다.  2분 정도 더 가더니 차가 멈추고 내리란다.  정말 고속도로 한가운데네!!  내리는 쪽에 코끼리 동상들이 있고 코끼리 학교라고 쓰여 있다. 
              “오른쪽으로 갈까요~ 왼쪽으로 갈까요~”
  왼쪽으로 들어가려는 지프차를 손을 번쩍 들어 세웠다.  환한 웃음으로 우리에게 좁고 좁은 지프의 화물칸을 양보해 준 보이스카웃들.  서울에 와 보았다며 한국의 발전이 대단하다고 했다.  태국에서도 아이랑 TV를 시청하고 있단다.  옷은 깨끗하고 흠잡을 데 없었으나 신발만은 예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벌써 몇 번을 바꾸어 신었을 법 하건만 그들은 당당하게 신고 다닌다.  너무 고마워서 시내에서라면 신발을 선물하고 싶었으나 이번 여행에서는 선물도 준비해 오지 못해 줄 것이 없었다.  그들 덕분에 입장료도 안 내고 쇼도 무료로 보았다.
 
  입구에서 코끼리기차가 수시로 운행하고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면 어디서든 내리고 탈 수 있다.  관광객의 편리함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관광대국의 면모가 엿보인다.
  이름이 생각이 안 나네?  어쨌든 그 인상 좋은 아저씨의 아들이 너무 귀여웠다.  음료수와 형광펜을 주었더니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외치며 권한다.  고맙다는 말만으로는 너무 부족했다.

  코끼리를 타기 위해 30분짜리로 예약을 한다.  한 마리에 400밧씩이니 혼자간 사람이라도 조인을 해서 끊으면 경비가 반으로 줄어든다.  어차피 혼자 400밧 주고 끊어도 타기는 두사람이 같이 타는 것이라서 억울하지.  우리는 4명이서 2마리니 800밧이다. 
  코끼리 타기 - 폭포 - 황소타기 - 뗏목타기로 짜여진 일일 트래킹은 1200밧씩 받는다고 한다.  물론 패키지나 8명정도 조인해서 끊으면 훨씬 저렴하겠지만.  어미와 함께 우리에서 생활하는 아기 코끼리는 바나나도 제대로 받아먹지 못하는 젖먹이다.  먹이를 받아먹는 게 어찌나 빠른지 놀랍다.  사람들이 웅덩이 근처로 모여들기 시작하니 목욕을 시키는가보다.  코끼리 훈련 체험을 하는 외국인들도 보인다.

  서로 장난도 치고 관람객들을 향해 코로 물을 뿌려댄다.  그게 더 즐거워 목욕시간을 기다렸는지도 모르지.  목욕이 끝나자 대장 코끼리가 앞장을 서고 서로의 꼬리를 붙잡고 2줄로 행진을 한다.  북을 치는 코끼리도 있고 맨 뒤에는 아기 코끼리가 엄마 코끼리의 꼬리를 잡고 따라간다.
  쇼장에 들어서니 왼쪽에 보이스카웃이 자리를 잡았다.  친절한 아저씨와 아줌마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도 있다.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자리를 찾아보니.
  허걱?  땡볕에 뜨끈뜨끈 덮혀진 통나무 자리만 보인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 타 죽더라도 제일 앞에서 볼 수 있잖아?  등산용 수건을 머리에 쓰고 다시 그 위에 모자를 쓰니 목덜미가 가려져 훨씬 시원하다. 
  산악 지역에 맞게 코끼리를 훈련시켰다, 일하는 코끼리로.  통나무를 옮기는 동작들이 능숙하다.  서로 협조해서 옮기는 방법도 훈련을 받았다.  악기를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고(2마리가 소질이 있나보다),  쇼가 끝나면 모두들 바나나와 사탕수수를 사서 수고한 코끼리에게 먹여주는데 모두들 신기하고 즐거워한다.  모두들 10밧씩을 내고 먹이를 산다.
 
  이제 코끼리를 탈 시간 - 코끼리 간식 사탕수수와 사육사에게 줄 음료수를 샀다.  사진사가 포즈를 취하라며 사진을 찍네.  그걸 얼마를 달라고 할까?  남편과 아들이 앞에 가고 우리는 뒤에 가는데 코끼리를 타고 난 뒤에 엄청 구박받았다, 신랑에게 내가,  남편이 앞에서 사진 찍어준다고 한껏 포즈를 잡았는데 정작 남편과 아들은 사진이 없다.  엄청난 내 건망증으로 인해서.  딸아이 가방에 자동카메라를 넣어가지고 왔음에도 그걸 까맣게 잊어버린거다.  호텔에서 가방을 열어보니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카메라. 
          “ 미안해, 자기야, 아들아.”
  앞에 가는 코끼리는 수놈으로 배가 고픈지 연신 소리를 질러대다 나뭇잎도 뜯어먹고 풀도 뜯어먹고 아들이 내미는 사탕수수도 낼름 받아먹고 암튼 와일드하다.  반면 우리의 코끼리는 온순 그 자체, 사육사도 여유롭게 콧노래를 부르며 우리와 나지막하게 수다를 떨고 갔다.  30분이 후딱 지나버렸다. 

  이제는 사진을 찾아야지.  모두들 그냥 가버리는데 우리는 꼭 찾고 싶었다, 바로 똥으로 만든 종이로 장식한 액자에 사진을 넣어주니 안 살 수가 없다.  1개에 150밧씩 규정요금이라며 안깍아주는 걸 두 개 280밧에 샀다.  이것만은 꼭 사라고 권해주고 싶다.  제주도에서 반강제로 주는 밋밋한 사진보다 훨씬 낫고 고급스럽다.
  코끼리 아저씨, 아줌마가 좋아하는 사탕수수를 먹겠다는 우리 아이들 - 사육사와 티켓테이블 아가씨나 웃음을 터뜨린다.  당연히 먹을 수 있다며 깎아 주는 데 “와!! 맛있다!!!”라는 감탄사가 이어진다.  정말 맛있다.  안 먹었으면 후회했지.  수입해서 팔까?  간식용으로?

 
  똥공장에 가니 모든 작업들이 수작업이다.  만져보고 체험할 수도 있어서 괜찮다.  다만, 코끼리 똥이라서 선뜻 손이 내밀어지지 않지만 풀만 먹고 살아서인지 냄새도 없다.  약간 노르스름한 푸른빛이 돌면서 두께가 조금 있다.  똥공장 뒤로는 주민들이 사는 집이 있다.  우리네 시골풍경 그대로인데 다만 대나무를 열심히 먹고 있는 코끼리들만이 이채롭다. 이 녀석들은 참 똑똑하다.  연하고 먹을만한 대나무만 싹 모아서 먹고 맛없는 건 버린다.
  똥공장에서 내려와 5분정도 걸어 저수지 바로 앞에 코끼리 병원이 있다.  우리가 먹으려고 샀던 사탕수수를 던져줬는데 아픈 녀석들이라 동작이 더디다.  다리를 심하게 다쳐 푸르딩딩한 약을 바르고 있거나 상처가 심해서 피부가 심하게 상한 녀석, 우리의 마음을 제일 아프게 한 녀석은 글쎄 코가 반밖에 없다.  그래서 높은 수레에 먹이를 담아두었는데 그래도 잘 먹지를 못해 덩치가 제일 작다.  사랑과 관심으로 때로는 혹독한 훈련을 받다가 이렇게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면 어떻게 하는거지?
  코끼리 기차를 타고 입구에 내렸다.  도로까지 5분 정도 걸었나, 외국인 남녀 한 쌍이 내려서 훈련학교를 찾아들어간다.  에고? 지금 오면 2시 반에 하는 쇼와 코끼리 타기밖에 못하는데.. 고속도로 옆의 경찰서로 갔다.  건너편에서 치앙마이로 가는 버스가 있다며 안심을 시켜준다.  한국이 너무 많이 발전해서 부럽다고 한다.  우리도 태국 또한 그에 못지않으며 아름다운 나라라고 칭찬을 하니 더더욱 좋아한다.

  4차선인 고속도로를 지나야 한다, 차들이 쌩쌩 달려드는데 무섭다.  건너편은 언덕위에 정자만 달랑 있는 휴게소이다.  우린 도로변에서 나무 그늘아래 누군가 만들어 놓은 나무판자 의자 위에서 어젯밤에 사온 간식들을 주식으로 먹는다.  지금시간이 12시 10분인데 언제나 차가 오려나 고개를 쑥 빼고 기다린다.  행여 우리를 그냥 지나쳐갈까 싶어서.  20분쯤 되니 버스가 오는 게 보인다.  넷이서 일제히 손을 올렸는데 차장이 뒤를 가리키며 다른 차가 오고 있다고 알려준다. 
  12시 30분 드디어 치앙마이행 버스 도착.  앞문은 닫혀있고 뒷문이 열려있다.  맨 뒤에 2줄이 비어있다.  문 바로 옆에 2자리, 건너편에 2자리, 맨뒤로 5자리.  모두 우리 차지가 됐다.  일제히 밀려드는 수많은 눈빛을 감당하자니 어설픈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이렇게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장소나 교통수단들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그러니 현지인도 외국인도 놀라기는 매 한가지다. 
  겉모양은 그래도 괜찮더니 버스 내부는 애정 어린 손길이 아니었으면 벌써 폐차장으로 향했을 것 같다.  사랑으로 보살피는 할아버지 기사와 할머니 차장이 아니었으면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80넌 대에 버스를 타면 천장에 선풍기가 있었는데 향수가 밀려든다.
 
  요금을 받으러 오는 차장 할머니의 얼굴에는 걱정이 한 가득이다.  제대로 요금을 받을 수나 있을까 싶으신 건가?  아예 앞자리에 앉은 청년에게 모든 걸 일임해 버린다.  그 청년의 얼굴이 왜 하필 내가 여길 앉았을까? 싶은 표정이고.  어쨌건 계산기를 내밀어 그들의 걱정을 조금은 잠재우고 에어컨 버스의 반값으로 치앙마이로 향한다.
  하지만, 싼 곳에는 감당해야 할 몫도 있는 법이다.  버스 뒷문은 아예 열고 다니나보다.  그러고 보니 뒤에는 아예 선풍기가 없다.  아하?  그래서 모두들 앞에 앉았었구나.  이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 딸내미 신났다.  고속도로에서 뒷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다니?  따가운 햇볕도 정겹다.  그러나 더욱 강해지는 햇살에 결국은 자리를 옮겼다.  달릴 때만 시원하지 멈추면 무풍지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동남아를 여행하다보면 자가용트럭 뒤에 많은 사람들이 타고 다닌다.  실용적인 면이 엿보인다.  서구적인 사고와 규정을 따르는 국가들에서는 상상조차 안 되는 상황이지만.

  1시 17분 LAMPHUN에 도착했다.  타는 사람은 거의 없고 내리는 사람이 많다.  앞에 청년도 이곳에서 내렸다.  완행이니 터미널이 아니라도 내리고 탄다.  에어컨 버스보다 3군데 정도 더 쉬었던 것 같다.  잠에서 깨어보니 치앙마이에 들어섰다.  이제는 부지런히 먹어야지.  어제 남은 과일을 모두 먹어치운다.  점심을 대신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어라?  아뜰리에들이 즐비하네.  여행자들도 많다.  여기가 무슨 거리지? 
    근데 왼쪽에 타페문이라고 써있던거 맞아?  할머니차장도 우리더러 뭐라
    고 했는데?”
  “몰라.  지나쳤으니 어떡해.  그냥 가는 데까지 가자.”
  목적지는 왓 체디루앙인데 가까운 길을 두고 머~얼리 간다, 아케이드 터
  미널까지. 2시 13분 도착 거의 1시간 45분 소요.
 
  뚝뚝이로 15분 정도 달려  Wat Phra singh 도착.
울 신랑 100밧 가진 죄로 뚝뚝 기사 대기시켜 놓고 24시 가서 왕방울눈총 받아가며 잔돈 바꿔왔다.  무지 비싼 아이스크림을 사오면서도.  모두 싫어하네, 큰 돈은. 
  사원 구경은 뒤로 미루고 시원한 덩굴들이 그늘을 드리우는 벤취에서 휴식을 취한다.  민망하지 않게 잠 한 숨을 청해보는데 자꾸 신경이 쓰인다, 노란 자락들이.  태국의 사원들이 거의 그렇듯이 유명한 고승의 이름을 딴 학교와 사원이 담도 없이 같이 있다.  이곳도 Wat Chedi Luang도 마찬가지다. 
  “힘내라!  그렇죠, 가람군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하람양도 잘 뛰는 군요. 더운 날씨에 땀으로 목욕을 하면서도 참,
    대단합니다.”
  “어린 스님들도 응원을 보내고 있네요.  대한의 아들 딸들이 이 곳
  치앙마이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낮잠에 늘어졌던 개도 한 몫 거드는군요.”
 
  “오빠, 우리 얘 사진찍자.  코도 드르렁거려.”
  “그래, 깨워보자.  야, 임마!  일어나.  게으름뱅이.”
  “놔둬라.  개 팔자가 상팔자야, 애들아.”
  “엄마, 뭘 주면 일어날까?  이렇게 시끄러운데도 잠만 자.”
  “우리도 자자.”
  상쾌하게(?) 축구를 마무리한 후 이번에는 사진 찍기에 도전한 오누이.  사원 안에 들어가서도 자신들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이래서 아이들은 힘이 넘치나보다.  이곳은 티크목에 정교한 금박 장식 사원이 특히 아름답다.  뒤쪽의 허름한 사원 내부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욕심을 버리고 부처님께 귀의하지 않으면 어떤 일들을 겪게 되는지 알려주고 있다.  그 곳에서 승려 학생들이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Wat Chedi Luang까지 걸어가기고 한다. 
길에서 형형색색의 가루와 젤리를 섞어 파는 주스를 사달란다.  우리나라에서 한창 유행하던 거랑 비슷하군.  그래, 하지만 두 개만 골라봐.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한입을 삼키며       
        “으~ 이상해.” “입술이 녹색이다.”
        “다시는 절대로 정말로 안 사 먹을 거야.”
  15분 정도 걸어 도착했다.  학생들이 거의 빠져나가 조용한 경내와 치앙마이의 영혼이 담겨 있는 커다란 나무가 사원의 폐허를 위로하며 위엄 있게 서 있다.  지진으로 90m이던 탑이 무너지고 지금은 60m정도 복원되어 있다.
  사원의 앞쪽과(고장) 오른쪽 옆으로 꼭대기까지 철선이 연결되어 있는데 네모난 조그만 통을 어떤 아주머니가 올리고 내린다.  물을 담아 올려서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거라고 한다.    촛불을 켜 놓은 계단을 제외하고는 탑과 우리가 서 있는 바닥 사이에 빙 둘러서 해자처럼 파여 있다.  어떤 목적으로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원숭이 쇼에서 만난 태국인이 추천한 Anusarn Market으로 갔다. 
이슬람 음식까지 갖가지 음식이 있으며 발마사지를 하는 노천가게들이 많았다.

 하지만, ORCHID Hotel 앞에 있는 MK Restaurant(쑤끼)으로 간다.  호텔 가까운 곳에 한국식 불고기점 New BK Mookatha(누 비케이 무까타)가 있었지만 쑤끼를 먹기로 결정한다. 
  야채기본과 고기, 해물을 시키고 물을 달라고 하니 녹차를 가져다준다.  아이들은 예쁜 아이들용 그릇과 컵에 아이들이 먹는 차를 담아준다.  녹차는 리필이 되는데 입안이 깔끔해진다.  남편과 나는 육수에 팍취를 맛있게 데쳐먹는 데 우리 아들은 ‘우웩’이란다.  아들은 씀바귀같은 풀냄새가 싫다며 끝내 거절한다.  하지만 딸내미는 먹어보니 냄새도 괜찮고 맛도 좋다며 국에 데쳐 먹는다.
  한 집안에서도 이렇듯 입맛이 다르다.  셋트로 시키면 더 싼데 주문을 받는 예쁘장한 아가씨는 알아듣지를 못했는지 없다고 한다.  메뉴표에는 있는데. 
  순위를 매기면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새우, 제일 맛없었던 건 밍밍하고 맛없고 흐물흐물한 꼴뚜기 비슷한 것. 육수를 리필해서 맛있는 시금치 국수도 3번을 시켜 먹을 정도로 식욕이 당겼다.  마늘을 넣지 않아도 팍취와 배추를 넣어서 익혀 먹으니 더 맛있다. 특히 총각버섯(헷 팡)도.  한국 버섯전문점에서도 몇 개 밖에 안 주는데...

  한국인들은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주문할 때 머리가 아프다.  주문할 때마다 한 장씩 딸려오는 주문서를 보고 계산하면서 먹는 게 나을 듯 하다.  대식가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꽤 많은 돈이 들 것이다.  한국처럼 전채음식이 공짜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물, 야채, 반찬이 무제한 리필되며 후식도 공짜인 한국을 생각하면서 그래도 좋은 나라 대한민국을 외쳐본다.
  시원한 식당에서 하루의 피곤을 덜어내며 후식을 시켰다.  우리 가족 입맛에는 바나나 쉐이크 - 파인애플쉐이크 - 오렌지 쥬스 - 코코넛 쥬스 순으로 맛있다고 순위를 매겼다.  이젠 춥다고 너스레를 떤다.  소름이 돋아날 정도로 시원하다.  애들은 그새 밖으로 나가 유리창에 고개를 들이밀고 숨바꼭질을 한다.

  계산을 하러 간 신랑이 돌아올 줄 모른다.  주문할 때 계속 혼동을 일으키던 아가씨와 남자 직원의 실수가 긴 계산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한테 바나나쉐이크를 두  잔 주문받은 것으로 착각하고 가져왔다.  아니라고 하니 쉐이크 한 잔을 들고 이 쪽 저 쪽을 오가고 메니저와 우리 쪽을 가리키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에이? 한 잔을 더 마셔?  그러면 우리가 죄를 뒤집어 쓰는데?’
  시키면서 대강 계산을 했음에도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23,000원어치. 절대 대식가가 아닌 우리 식구들은 딱 맞는 양이다.  중간에 주문서가 취소되지 않은 게 있어서 계산에 착오가 생겼는데 우리 테이블 담당 아가씨가 친절하게도 잘 정리해 주어서 고마웠다. 
  공항 갈 돈을 남기고 카드와 현금을 같이 계산했다.  한국에 돌아오니 외국에서의 우리 카드(남편이 발급받은)를 지불정지 시켜놓겠단다.  아마도 카드사고들이 많은 이유 때문이리라.  팁으로 20밧을 주고 나왔다.  더 주고 싶었지만 공항까지 가야 되는 입장인지라...

  세계인이 모이는 식당에서 다시 한 번 느끼는 몇 가지 생각들
1.  우리 옆자리의 태국 연인들. 조용조용히 미소까지 지어가며 부지런히 먹고 나간다.  서로 챙겨주는 것 같진 않고 각자 자기가 알아서 먹는다.
2.  그 앞자리의 남녀외국인 일색에 모델처럼 늘씬한 미니스커트 차림의 홍일점 태국 아가씨. 2002년인가?  태국의 젊은이들의 야한 옷차림에 기성세대들이 못마땅해 한다는 기사를 읽었었다. 
    기성세대들이 어깨가 다 드러나는 전통 의상은 괜찮고 스파게티라고 불리는 야한 현대의상을(일명 스파게티) 입은 젊은이는 용서가 안 된다니 말이 되느냐며 앞으로도 계속 착용하겠다고 인터뷰한 여성에게서 태국 여성들의 자유의지를 읽을 수 있었는데... 
    외국인들 틈에서 간간히 한 마디씩 대화에 끼어드는 그 여성을 보면서 인터넷에 한국 여대생들을 비하하는 가치 없는 외국인이 떠올랐다.  저들도 그럴까?
3.  식당을 전세 낸 듯 유쾌하게 웃고 떠들면서 대식가의 면모를 뽐내는 중국인들도 있다.  수적으로도 가장 우세해서 테이블을 3개나 차지했다.  어디를 가나 몰려다니길 좋아하고 사바사바 떠들어대는 수다쟁이들이지만 정말 밉지는 않다.  화장도 거의 안 한  얼굴에 옷차림도 훨씬 수수하니 으스대는 것 같지도 않다. 
   
  길을 건너면 호텔이다. 9시 13분이다.  포터에게 팁을 주고 마지막으로 쏭떼우를 흥정한다.  100밧 달라는 걸 돈이 없으니 80밧으로 해 달라고 했다.  흔쾌히 동의.   
  공항으로 향한다.  해자에 아름다운 조명으로 장식한 연꽃과 보살들, 어딜 가나 웃고있는 모습으로 반겨주는 국왕과 왕비, 수많은 선거용 프랭카드들까지 정겹게 다가온다.
 
  남편이 여행사테이블에 가서 티켓을 받아오고 아쉬움 속에 수속을 한다.  공항 직원들은 의외로 미소가 없다.  아들아이가 태국어로 인사를 하니 그때서야 환한 미소를 보인다. 
  이렇게 보니 무표정하게 감사의 인사 한 마디 건네지 않는 한국인들이나 똑같이 무표정하고 인사가 없는 출국심사 데스크 직원들이나 같아 보인다. 
  Only Korean 단 한 명의 외국인도 타지 않는 대한항공 전세기. 
중학생쯤 되는 학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하다.  한국의 교회에서 치앙마이 오지(?)로 선교를 위해 나왔다 간다는 데 학생들이라 그렇지 거의 100명 쯤 되지 않을까 싶다. 함께 비행기를 탔던 사람들을 다시 만난다.  안면은 있으되 패키지와 자유여행객은 쉽게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게 불문율인가?  웃으며 다시 한 번 대화를 시도해 보나 눈을 피한다.  아닌가?  하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여권을 내고 본격적인 출국 수속이 시작된다.  여권을 받아드니 얼핏 슬리퍼가 보여서 신발을 벗고 한국에서처럼 검색대를 통과했다.  그랬는데 우리 아들은 얼굴을 감싸 쥐고 ‘엄마!’라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를 어째?  신기루였나?  그 슬리퍼는?  어색함을 웃음으로 감추고 당당하게 신발을 신고 탑승장으로 간다.
 
  뒷자리에 떼로 앉은 골프여행 아저씨들은 태국아가씨들 얘기로 눈이 벌겋고 (정말 치가 떨리게 싫다, 왜 그러는 건지?). 
  앞자리의 참새 떼 같은 애교 있는 아줌마들은 몇 개 안 되는 면세점을 방앗간처럼 들락거린다.  밥맛없는 아저씨들보다 백배는 귀여워 보인다(?). 
  단위가 큰 달러는 다음 여행을 위해 남겨두고 남은 $6를 쓰기 위해 물건을 고른다.  4가지 말린 과일이 들어있는 상자를 고른다.  안성맞춤이다.  파파야, 두리안, 파인애플, 망고가 말려져 있다.  맛도 있으나 가격은 엄청 비싸다.  한 가지에 조그만 조각들이 6~7개 정도?  시장에서 다 사올걸...

  드디어 11시 40분 비행기 출발.  이제 실감이 난다, 집으로 간다는 사실이.  일상에서 힘들때면 여기서의 추억을 다시 곱씹으며 위로를 삼으며 살겠지.  한편으론 돌아갈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또한 곁에 있으니...  비몽사몽 음식 냄새에 억지로 눈을 뜨고 밥을 먹는다.  아이들 밥 먹는 모습은 더 우습다.  또 다시 잠에 빠져드는 데 승무원들이 아이들을 위해 수첩과 완구차를 놓고 갔다.


  드디어 인천공항에 도착.  인사를 해도 웃지 않는 입국심사원들을 보니 비로소 한국이군.  처음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오면서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어쩜, 13년이 지났는데도 하나도 안 변했군...
  춥다.  지하로 내려가 밥을 먹는다, 물도 마음껏 찌개며 알밥, 굴밥에 딸려 나오는 먹음직한 반찬들이 또 한번 여기가 한국임을 각인시켜 준다. 
  리무진을 놓쳤다, 신랑은 발을 동동거리는데 느긋한 나는 ‘1시간만 기다리면 되잖아’라며 한가하다.  잠에 취해 가방에 고개를 묻고 있는데 옆에서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가 들린다.
      “열심히 돈 벌어서 유럽 가야지.  다른 데도 가 봐야하는데...”
      우리도 그런데.........
2 Comments
거부기 2005.04.13 16:49  
  가족이 함께한 자유여행 을 정말 꼼꼼하게 기록 하셨네요.저희도 며칠전에 캄보디아~방콕을 8박10일로 다녀 왔는데 이렇게 글로 올릴 재주가 없어서 님들의 여행기를 읽의며 지난 시간들을 비교해 보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건강하게 다음 여행에서 만나 뵙기릴 바랍니다.
베낭 맨 가족 2005.04.15 12:54  
  님의 격려에 마음이 환해집니다.  거부기님께서도 조만간 좋은 여행기 올려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다른분들의 경험을 통해서 나 자신을 볼 수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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