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쇼에 폭탄맞고 과일시장을 싹쓸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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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쇼에 폭탄맞고 과일시장을 싹쓸이하다

베낭 맨 가족 0 1351
♣ Warorot Market에서 과일을 싹쓸이하다 (2005년 2월 2일 수요일  맑음)
    CHIANGMAI ZOO(치앙마이 수) - Mae Rim: Monkey Show - Warorot Market(와로롯 마켓) - 태국 전통 식당 낙누언( ? 랑라언, 낭누언) - 야시장

    호텔뷔페의 공통점은 어디나 다음과 같은 점들로 세계인을 배려하는 것 같다.
 *서양인 위주의 식단 - 고기요리 , 베이컨, 햄, 빵, 즉석 오믈렛, 씨리얼,
                                플레인 요구르트, 우유, 홍차 
 *동양인을 배려한(일본식) 식단 - 일본식 초밥, 김밥, 찐빵
 *어느 정도는 세계화된 현지식(태국식) - 죽(카우똠), 볶음밥, 두유, 닭고기
                                                        카레볶음, 돼지고기 찜
 *음료 - 쥬스, 커피
 *과일 - 분홍색으로 맛있어 보이나 약간 비린맛과 신선한 맛이 나는 파파야
            잘 익어 맛있는 파인애플, 수박
  어떤 아저씨가 장식 바나나를 과감히 뜯어오는 걸 보고 신랑을 부추겼다.  3개만 가져와보라고.  원숭이가 울고 갈 정도로 바나나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한 입 먹어보더니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 무심심한 맛은 또 뭐란 말인가?
  입으로는 바쁘다고 서두르면서도 아침은 꼭 챙겨먹고 그것도 시간 느긋하게 꼭 챙겨먹고 다녔다.  안 먹으면 웬지 손해 보는 것 같고  아침을 굶으면 어질어질하다.
 
  오늘 아침은 바삐 서둘렀어야 했다.  애꿎은 시계를 탓하고.  모닝콜도 있었건만 그 무슨 베짱으로 시계만 믿었나 모르겠다.  그런데도 부득불 아침은 챙겨먹고.  희한한 가족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뚝뚝을 흥정해 CHIANGMAI ARCADE BUS STATION으로 간다.  안으로 들어가니 시선집중!!  아침시간이라 태국인들만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지금 시간 8시 32분인데 9시에 코끼리 훈련학교(쑤~운 창 람빵)으로 가는 에어컨버스가 있다. 
  매표원이 아이들을 무슨 표시가 되어있는 벽에 세우더니 키가 그 선을 넘는지 안넘는지 자를 가지고 나와 잰다.  그 모습이 하도 우습기도 하고 실용적인 면을 중시하는 것 같아 웃음도 나오고 융통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너무 헷갈리는데 재미있어하는 우리를 보고 현지인들도 웃는다.
  우리 신랑 맛있게 먹은 아침이 배속을 요동치게 하나보다.  비싼(?) 돈 내고 화장실을 다녀오고도 배가 살살 아프단다.  우리는 괜찮은데 왜 혼자만?  하필 지금!!  신랑을 탓할 때가 아니다. 
  설마 챙겼겠지 하면서 신경을 안 썼더니 디카 베터리도 충전지에 그대로 꽂아두고 온 것이다.  이를 어째?  9시 차로 출발한다고 해도 코끼리 목욕시키는 것도 못 보고 겨우 쇼보고 코끼리 타고 오면 하루가 다 가게 생겼다.  즉시 여행일정 수정에 들어간다. 
  다시 호텔로 출발 - 충전지 챙기고 아픈 신랑 가스명수(무거워도 꼭 챙겨야 한다, 효과즉발) 먹이고 깜빡 잊고 나온 팁도 챙겨놓고 동물원을 향해 가자.
 
  지금시각 9시 38분.  CHIANGMAI ZOO(치앙마이 수)는 입구부터 감탄사를 내뱉게 할 만큼 크고 독특하다.  지난번 도이수텝을 오고가면서 보았던 터라 눈에 익는다.  걸어서는 3시간이나 걸리니 코끼리 열차를 타고 돌라고 하는데 1인당 20씩 받는 요금도 절약할 겸 무대포로 걷기로 결정한다.  슬슬 보는 둥 마는 둥 하느니 그냥 안 보는 게 낫다 주의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싫어한다.  좋아하는 동물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기에. 
  완전히 동물원의 구경거리가 됐다.  우리 가족이.  전국 보이스카웃 대회라도 열린 건가?  초등~중고생으로 보이는 학생들까지 진을 치고 있는 길을 태연하게 걸어가기가 어디 쉽겠는가?  한순간에 그 많은 눈동자들이 우리에게 꽂혔으니 이렇게 황당할 데가.  그러나 곧 여유를 즐긴다.  우리는 그들을 그들은 우리를 유심히 재미있게 관찰한다.(?)  사무실에 가방을 맡기고 아이스팩과 작은 가방을 챙기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다. 
  이 동물원의 최고 인기는 단연
 판다 : 너무해!! 어떻게 외국인 요금을 현지인의 10배를 받을 수 있어?
          그런데도 안 볼 수가 있나?  살아있는 인형이라 했던가?  맛있는
          대잎만 모으는 비상한 머리와  나무를 더 달라고 조련사를 바라보는
          선량한 눈빛.  유리창이 없고 물이 가벼운 안개처럼 커튼을 친 우리의
        시선 앞에는 편하게 퍼질러 앉아 아무걱정 없다는 듯 세상에서 이렇게
        맛있는 건 세상에 없다는 듯 맛있게 먹는다.
      어른각각100밧씩 , 아이 각각50밧씩 : 정작 애들은 싱거워해서 돈이
        아깝다.
두 번째는 백호 : 백호를 만나러 가는데 맛있는 어묵꼬치를 팔고 있는 스넥
        이 있다.  음식  냄새가 나면 슬슬 일어나서 코를 킁킁거리는 게 맹수의
      본능이 아니더냔  말이다.  그런데 이놈의 백호 두 마리는 늘어지게 낮잠
      을 자느라고 꼼짝 않는다.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철창에 붙어서 깩깩
      불러대는데도 이건  완전히 ‘나 죽었다!’자세로 일관... 
        다들 맥이 빠져 옆집에 있는 데이트하고 있는 재규어에게 간다.
      이 녀석이 더 재미있다. 신랑이 어묵을 내밀며 약을 올리니 데이트하다
      기분이 상했는지 으르렁거리며 째려본다.  백호한테 배신당한 사람들
      이 그 모습에 웃음보가 터진다. 
세 번째는 철창이 아닌 자연 상태에 있는 기린과  타조와 몇 종류의 원숭이와 사슴: 정글을 연상시키는 새들의 보금자리, 기린과 타조가 한집에서 사이좋
        게 살아가는데 우리는 그 사이에 놓인 다리를 거닐며 남의 집 구석구석
        까지 시시콜콜 구경한다.  쇠사슬도 창살도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원숭이, 동물원에서 가장 넓은 집에 살고 있는 사슴.
네 번째는 우리가족: 앵무새, 족제비, 매, 원숭이 등이 쇼를 한다.  이게 웬
      횅재더냐.  보이스카웃이 이렇게 많으니 우리도 공짜겠지? 
      속 보인다, 속보여.
          학생들이 거의 입장하자 표를 끊으라는 직원의 정중한 안내에 맥이 
      빠졌다.  멀리 남부에서 온 아이들인지 두꺼운 겨울옷들을 입었다.선생님
      들은 서로 자신의 학생들이 더 우렁찬 목소리를 내길 바라며 번갈아 가며
      구호를 외쳐댄다.  세계 어디서나 다 똑같군.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들
      이 예쁘다.
        피부가 깜씨에 가까운 우리 공주가 태국에서는 뽀얀게 보이는지 아이
      들의 눈동자가 바쁘게 왔다 갔다 한다. 
      앵무새가 영리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왜 그렇게 익살맞은지 인기만점
      이다.  총 공연시간 15분정도?  아쉽다...
다섯 번째는 코끼리: 이곳의 코끼리는 철창이 아닌 도로에서 사람을 태우려
      고 대기하고 있다.  치앙마이에서 처음으로 만난 코끼리인데 옆을 지나치
      면서 무서워한다,  우리 아이들이.  코끼리가 너무 커서 겁을 먹었다. 
        사진을 찍으라고 해도 고개만 절래 절래 흔들며 달려온다.  내가 어렸
      을 적 동네의 무서운 개를 피해다녔던 것처럼. 사육사들이 우스운지 달래
      려고 했지만 그래도 싫단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1시 30분이 넘었다.  거의 4시간을 걸었으니 이젠 더위에 지치고 아이스팩에 5병이나 있던 물도 모두 비었다.  가방을 찾고 동물원 건너편 매점에서 10밧 짜리 맛있는 빵 몇 가지와 샌드위치 크기만한 정사각형 모양의 일회용기에 들어있는 초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샀다.  수저로 떠먹는데 둘 다 부드럽고 시원하다.  10밧씩인데 저렴하고 편하기도 해서 이거 한국에서 장사하고 싶다. 
 
  아이들의 의견에 따라 Mae Rim: Monkey Show(원숭이 쇼)를 보러가기로 했다.  쏭떼우를 흥정하는데 편도는 안 되고 왕복만 가능하단다.  250밧을 꼬~옥 받아야 한다는 아저씨의 옆구리를 찌르고 찔러 230밧에 흥정한다.  돌아올 때는 시내의 원하는 곳에 내려주기로 하고. 
  시내를 벗어나 시골인 듯싶은 길을 달리는데 코브라 쇼장을 지나쳤다.  조금 더 가니 원숭이 쇼장이다.  엥?  왜 이렇게 한가해?  매표하는 아가씨가 득달같이 걸어오더니 지금 표를 예매하고 들어가서 원숭이도 보고 3시에 쇼를 보란다.  일말의 망설임도 꺾어보겠다는 듯 열심히 설명한다.  들어가서야 알 수 있었다, 왜 그랬었는지.  너무 한가해~~~~. 
  철창에 갇혀 번득이는 눈으로 먹이를 기다리는 원숭이들에게 우리 애들 간식을 푸짐하게 나눠준다.  안 주면 꺼~어~억 소리를 질러댄다. 
  외국남자 3명, 현지인 관계자들, 외국여자 1명 그리고 우리 가족 4명이서 관람했다.  밀려드는 실망감을 애써 떨치고 공연에 집중한다.  어디서나 하는 애완동물 쇼와 다르지 않다.  그래도 우리 애들은 재미있었단다.  일하는 원숭이가 코코넛을 따고 운반하는 시범을 보여준다.아들 녀석은 원숭이와 농구하고 악수를 했다.  딸아이는 숫자 카드 알아맞히기, 손목에 묶인 끈을 원숭이가 풀어주는 쇼를 같이했다.  중간에 동전만한 호랑이연고를 10밧에 파는데 관람객이 적으니 사 주어야 한다.  집에서 가져간 것도 있었는데...
  떨떠름한 쇼를 보고 나오면서 이런 걸 한국에서 했다가는 망하기 십상이라며 남편과 둘이 위로를 한다.  사실 변산 원숭이 학교는 정말 재미있는 쇼를 한다고 한다.  돌아가면 꼭 가봐야겠다.  녹색지대 사장님도 코브라쇼를 적극 추천했었는데 뱀을 싫어하는 내가 반대를 한 셈인데 후회, 또 후회다.

  오늘 우리가족의 최대 목적은 과일 싹쓸이하기.  이곳을 떠나기 전에 치앙마이에서 파는 모든 과일을 먹어보자는 거스를 수 없는 욕구를 따르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 현지인들의 추천으로 Warorot Market(와로롯 마켓)으로 간다.  두리안은 호텔 반입 금지인데 어떡하지?  철이 아니라서 나오지도 않는 걸 걱정만 했다. 
  24시 편의점에서 건전지 가격이 2개 세트에 1200원이 넘는다.  물도 한 병 산다.  똑같은 상표의 물도 가게에 따라 다르다.  한국의 물맛은 시원한 그 자체.  이렇게 맛있는 물은 찾기가 힘들다.  방콕의 물들은 약간 짭짜름한 듯 하면서도 냉장고에서 꺼냈어도 밍밍하다.  호텔에 2병씩 무료로 병에 담겨있던 물도 밍밍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호텔 아침 뷔페를 먹으러
가면 시원한 물통이 깔끔하게 하얀 옷을 입고 있는데 그건 또 시원하다.  거의 우리 나라 물 맛처럼.  하지만 다른 물든은 냉장고에 넣어 얼려도 똑같다.그 물맛이 어디로 가겠나?  아쉬우니 갈증을 풀어야 하니 고맙다고 마신다.  여러 가지 물 중에서 가장 나은 것은 네슬레상표.  물이 더 시원한 편이다, 우리 입맛에는.
 
  과일 고르는 불변의 법칙은 맛을 보고 사자, 일석이조.  특히, 생소한 과일들은.
*푸짐 아줌마네: 잭 푸르츠(Jack Fruits 카눈):두리안과 비슷한데 가시가 없
        다.  엄청  커서 살 엄두가 안 나서 망설이는데 열심히 손질하는 속살을
        손질하는  아줌마한테서 한 봉지 샀다.  약간 두리안 같은 향이 있는데
        씹어보니 달콤하고 아삭거려 먹을수록 입맛이 당긴다.  이것에 찹쌀밥
        과 소금을 뿌려서 먹는단다.  그렇게 해서 먹으면‘카오니아오카눈’이라
        고 한다나.  베트남어로는 바라밀이다.
*빼빼 아저씨네: 포도(Grapes 태국어로 A-ngoon) 왕포도 포장된 것 하나,
        일반크기의 포도 포장된 것 하나, 제일 맛있는 청포도 포장된 것 하나
  드래곤 프루츠 (ragon fruits, 용과) 우리나라는 비싼데... 바나나처럼 쉽게 까지고 하얀 속살에 키위처럼 검은 씨앗들이 박혀 있고 약간 단맛이 난다.  베트남에서는 Thang Long(탕롱)이라고 한다.
 
  포맬로(Pomelo 태국어 Som-oh 자몽): 크기는 신생아 머리 크기만 하다. 
시고 상큼한데 태국인들은 소금을 찍어먹네... 냉장고에 넣었다가 먹으니 시원하고 갈증을 풀어준다.  한 번 맛들이면 몇 개씩 먹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더니 내가 거의 다 먹었다.
  타무린(타마린 태국어 마캄): 콩처럼 생겼다.  갈색의 초코릿 같은 달콤한 과육 속에 씨앗이 들어있다.  특히 신랑은 맛있단다.               
  몽키 바나나: 일반 바나나보다 훨씬 맛있다.
*똑똑이 아줌마: 영어로 물으니 모두들 이 아줌마를 불러댔다.  장사수완이
          좋다.  말리거나 가공한 과일을 팔고 있다.           
  라뭇(사포딜라, 감): 갈색의 얇은 껍질에 달걀 모양과 크기. 우리나라 감은  달고 약간은 시원한 맛이 있는데 이것은 달짝지근하고 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배낭에서 하루 종일 시달리더니 흐물흐물 거리기 시작한다.
  말린 Longan: 맑은 노란색의 단맛이 나는 것이 제일 맛이 좋군. 
                      내 애용식품.       
  말린 Plum(자두): 달고 짜고... 맛도 보지 않고 샀다.  한국에서 먹었을 때 처럼 당연히 달콤하고 쫀득쫀득할 거라고 생각했었기에. 도대체가 맛이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신랑만 몇 개 씩 먹고 나는 고개만 내젓는다.
  Fried Beans(프라이 빈스: 잠두콩 또는 누에콩): 바삭거리고 고소하나 기름에 튀겼다.  그냥 먹기에는 뻑뻑하다.  안주로는 괜찮을 듯.

*그 외 간식: 튀긴 쌀과자(정말 1박스라도 사오고 싶었다.)
            바나나 칩 - 너무 달지도 않고 씹히는 맛이 좋다.
            구운 바나나 - 장에 찎어 먹질 않았더니 더운 날씨에 먹히질 않네.
                              엄청 샀는데 신랑한테 구박  받았음.
            구운 감자 - 완자모양으로 빚어 구운 것인데 코코넛 향이 나면서
                            맛있네.
*맛만 본 것: 두리안 칩 - 우리 식구들은 짭짜름한 스넥을 별로 안 좋아해서
                  맛만 보고.
            호박씨 - 사왔어야 하는데.
            돼지껍질 스넥 - 지나다니면서 군침을 흘렸었는데 맛은 고소하면
                                  서도 뒷맛이 약간 떨떠름.
            로즈애플(Rose Apple 촘푸)-한국에서부터 녹색과 분홍색이 군침
                        을 당겨서 꼭 사먹으리라 벼르고 있었는데 맛은 그냥
                        무심심하고 씹히는 맛도 거의 없음.
            딸기, 배, 귤, - 한국에서도 너무 흔하고 우리나라 것이 더 맛있다.

  아들 녀석이 평소에도 호기심도 많고 낯가림이 없다.  뚝뚝 기사와 흥정하는데 손가락을 여섯 개 올리면서 60밧하고 외치니 너털웃음을 날리며 기사가 출발한다. 
  NANGNUAL RESTAURANT(타이요리,골라먹는 sea food 락 누운(락 누언?) 에가 소개해 준 타이 정통 똠양 꿍 전문 식당이란다.)으로 넓은 주차장에 내리니 호화로운 외관이 고급스러운데 흰 피부에 늘씬한 아가씨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반긴다.  가격이 비싸서인지 패키지보다는 삼삼오오 짝을 이룬 손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오른쪽으로 해산물들이 진열되어 있으며 로비는 고급스럽다.  허나 내부의 테이블은 소박하다. 
  강변에 있어서 우아하게 하루를 마감하고자 그럴듯한 야외에 자리를 잡았다.  킁킁~ 이상하다? 이게 무슨 냄새?  강물이 오염되어서인가?  아니면 원래 흙 자체가 그런 건가? 하수구 냄새와 긴 바지를 뚫고 맹공격을 퍼붓는 모기 때문에 앉아있기가 괴롭다.
  VIP룸으로 들어갔다.  에어컨, 유리창이 둘러 처진 완벽한 차단 공간, 모기접근금지, 라이브로 피아노가 연주되고 아름다운 음색을 가진 가수가 연달아 노래를 불러준다.  물은 컵이 아닌 병이 기본이다.  이것은 절대 공짜가 아니나 서빙하는 아가씨가 수시로 물을 따라준다.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니 6명 정도의 일본인과 8명 정도의 부티나는 태국인 남녀, 2명의 중국계 여인들이 테이블을 잡았다.  그러고 나니 VIP룸이 거의 찬다.
  “왜 우리가 가면 사람들이 따라오지?” 
  “어디서나 그러지?  우리 마켓팅 전문을 해야 할까나?”
남편과 나의 푼수어린 대화. 드디어 우리 신랑 한을 풀다. 
  랍스터(가재요리): 전시되어 있는 가재 중에서 제일 큰 걸 시켰다.  속을 파내어 과일을 곁들여 탕수육처럼 만들어 내온다. 한국에서는 그냥 찐 걸 먹었는데  나름의 맛이 있어서인지 아이들이 더 좋아한 음식이다.  덩치만 크지 먹을 게 없다.  오히려 한국에서 더 푸짐하게 먹었었다.
  버미냐냐꿍(볶음국수): 여기서는 약간 짭짜름한 맛이 난다.  전통 음식점이라 그런가보다.  튀긴 얇은 국수에 소스에 버무린 각종 해산물을 얹은 것이 정말 맛있군...
  똠양 꿍: 매운 맛이 가미된 것으로 골랐다.  달고 맵고 시고 짭짜름하고 생강 맛이 나는 레몬그라스와 팍취뿌리가 감칠맛을 더한다.  추어탕에 넣었을 때와는 또 다른 맛이다.  입가가 매큰해지고 들어간 향신료들이 서로 자랑을 하는 터에 내 코는 거의 마비상태다. 아이들은 굉장히 맵다고 한다.  꼴뚜기 비슷한 것은 물렁물렁해서 이상하지만 다른 해물이 싱싱해 시원한 맛도 난다.
  “한국 노래 할 줄 아느냐고 물어봐줘요.”
  “그냥 듣자.  어차피 팁도 줘야하는데 저 일본인들 돈 자랑 실컷 하며 우쭐
    대라고.”
  “저 노래 나훈아가 부르는데... 야! 일본인들이 많이 오는지 가수도 쯧쯧쯧.”
  “한국인들은 여기 잘 안 오나봐.  아니면 팁을 잘 안주었던지.”
  “맞다. 여기 한국인은 우리밖에 없다.  패키지로 온 한국인을 그렇게 많이
  봤는데.”
  “한국 노래도 모른다는데 가자.  일본인의 환호성에 다른 민족들은 먹는
  데만  열중하네. 서빙해 준 아가씨 팁 주고 가자.“
 
  호텔로 돌아와 과일을 씻어서 오던 길에 봤던 야시장으로 밤 마실을 갔다.  쇼핑센터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쇼핑센터 뒤에 있는 아담한 잔디밭에 앉아 청포도를 먹었다.  가까운 거리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먼 거리에 있다, 야시장이.  하지만 먹고 온 게 없다.  뚝뚝을 잡아타고 호텔로 왔다.  너무 피곤해서 빨리 가서 씻고만 싶어서...
  "안녕하세요?“
  “엉?  아~ 예. 안녕하세요!  한국말 잘하시네요.”
  “감사합니다.”
  프론트에 모닝콜을 부탁한다.  엘리터 옆에 핸썸하고 키가 큰 호텔 직원  패키지 관광객들이 많아서인가?  다른 사람들은 다들 영어만 쓰는데.  호텔, 고급식당 등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외모를 중시하는 태국이다.  그런 만큼 능력도 있어야하는 법이다.
  조용조용히 손님을 챙기는 그들의 친절함이 몸에 배어있다.  3층을 관리하는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아저씨도 항상 웃음으로 우리를 대한다.  3층에서 반 층을 올라가면 탁 트인 유리문이 있다.  그곳에 수영장과 연회장이 있는데 오늘밤은 결혼식이 있다. 

 
  내일은 마지막 날.  아이들과의 굳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고산족 마을을 다녀온 후 실망감이 들어 트래킹보다는 차라리 코끼리 학교에 가서 코끼리를 태워주는 게 나을 듯 하다.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행복한 추억을 간직하게 해 준 그 누군가에게.  스스로의 의지로 정신과 육체를 다스릴 수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에게도 감사하고 싶다. 나 자신에게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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