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땡과 심씨의 배낭여행⑫ - 2004년, 마지막 날을 보내다.
12월 31일.
2004년의 마지막 날..
어제의 피로가 풀리지 않았던 터라
오늘은 그냥 쉬엄 쉬엄 돌아다니기로 했다.
우선, 새해 첫날을 위해
나이스 아파트먼트 앞에 있는 여행사에서
계획에 없던 치앙라이 투어를 신청했다.
이 여행사 진짜 굿!!
트레킹도 팀원들 중 우리가 젤 싸게 했었고,
치앙라이 투어도 깍아주었다.ㅎ
정말 착하고 양심있는 주인 아저씨가 운영하신다^ ^
매삥 호텔 안에 있는 일식 부폐를
아침 겸 점심으로 먹기 위해 물어 물어 찾아갔으나...
이런! 다섯시부터 오픈이란다.
찾느라 힘들었는데ㅠ
이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순 없다!
사진이라도 몇장 찍고 가야지..
여기 수영장 되게 좋다.
수영하고 싶어라.
임땡, 이 호텔에 되게 묵고 싶어한다.
지금 우리의 신분은
가난한 배낭여행객!
(그런 애들이 여기에 밥 먹으러 옴..ㅡ_ㅡ)
나중에 신혼여행으로 치앙마이 와서
매삥호텔에 묵으라매~ ㅎㅎ
아줌마들 패키지 관광 온 것 같다.ㅋ
발길 닿는데로 거리를 헤매는 우리.
자네 팔자가 상팔자~
이리저리 헤매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뭔진 몰라도 5밧!
맛있는 옥수수도 보이고.
하나에 10밧 하던 기억이 난다.
옥수수 귀신이라서 방콕에 있었을 때 많이 먹었었는데..ㅎ
여기저기 신기한 것 투성이다.
무언가를 사고 있는 스님들...
으아.. 사람 터져 나간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이럴 때 가방을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두 손으로 가방을 꼭 잡고 있었다.
진짜 귀중품들은 복대에 있었지만서도^ ^
탐마쌋 대학 커플이 사줬었던
트렌스 젠더 언니가 있던 10밧짜리 식당에 가기 위해
썽태우를 타고 치앙마이 대학으로 향했다.
여러가지 소식도 알 겸 해서
대학 근처에 있던 피시방에 들렀다.
헉...
내 홈피 방명록..
무슨 추모 게시판 같다.. ㅡ_ㅡ;
죽었니, 살았니 부터 시작해서
생사 확인을 하고 난 뒤에는
당장 돌아오지 않으면 입국 금지시켜 버리겠다는 둥,
(대체 무슨 재주로..? ㅡ_ㅡ)
다리 몽둥이 뿐질러 버리겠다는 둥,,
협박성 글들로 어지럽혀져 있다.
여기보다 거기가 더 위험한 것 같다.
돌아가면 죽겠다..;;;
걱정하지 말라고 간략하게 안부 인사 남겼다.
잘 지낸다고요~~
아무것도 안먹어서 배가 무지 고프다.
그 식당 찾기 전에 간단히 뭐라도 먹자.
쵸코 토스트랑 밀크 쉐이크.
너무 달다.
엔지!!
길거리에서 만났던 호주 오빠~
우리가 들고 있던 헬로 타이를 보고
먼저 아는척을 해왔다.
한글이라서 아는척을 했단다.
대전의 어떤 학교에서 수영 강사랬던가?
무지 반가웠다.
이 오빠, 사진빨 안 받으신다.
실물이 훨 낫다~ ㅎ
몇 시간째 길거리에서 헤매고 있었다.
도저히 트렌스젠더 언니가 있던
그 식당 못 찾겠다..
그 식당 찾아갈 수 있다고,
나만 믿으라고
임땡한테 자신있게 큰소리 쳤었는데...
임땡,
말 대신 표정으로 얘기한다.
"심씨.... 죽을래.. 길 안다매! "
사람이 살다보면 이럴 수도 있는 법이지.. 뭐..ㅎ
결국 찾는거 포기하고
아무 식당에 들어갔다.
주문판이 특이하다.
여기 주인아저씨랑 똑같이 생겼다.ㅎ
손님이 없는 한적한 식당이다.
음식 맛 보고 왜 그런지 알았다. ㅡ_ㅡ
임땡이 주문한 팟타이..
윽......
생 숙주의 팟타이다..
꾸역 꾸역 먹었던 그때의 공포가 밀려온다.
야, 난중에 바꿔먹자고 하면 주거!!
내가 주문한 돼지 볶음 밥.
옆에 파는 뭐라데 ㅡ_ㅡ;
그냥 씹어 먹으라고 준건가?
아님 데코레이션?
트렌스젠더 언니 식당에서 먹었던
"차 남" 이 너무나 먹고 싶어서
주인아저씨께 그 사진을 보여드렸었다.
아저씨,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조금만 기다려 보란다.
쨔잔~ 바로 저 음료!
얼추 비슷한 맛이었다.
만족^^
어둠이 깔린 치앙마이 시내.
밤에 본 치앙마이 대학 정문.
역시.. 수전증..
임땡도 수전증 증세 심각..
내처럼 이렇게 깔끔하게 찍었어야지..ㅎ
시장에서 사먹었던 로띠..
맛있었다.ㅋ
로띠 굽는 인도인 오빠
적당히 느끼하게 잘 생기셨다.ㅎ
그 덕에 우리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으리라.
옆에서 로띠 반죽하던 언니.
낮익은 간판이 몇개 보인다.
대형 쇼핑몰에 들어간 우리.
어랏?
오.. 깜짝 놀라워라..ㅋ
우리나라 팬시용품이 여기까지!!
반갑다!!
던킨의 귀여운 도넛들~
저런 모양 우리나라에서 본 적 없는데..
브리트니 언니 아니신가요?!
언니, 오랜만이예요..ㅋ
동전 넣고 몸무게 재는 기계.
뭣하러 돈내고 재는데?
맘만 상하구로..ㅎ
과자 몇개랑 씽하라는 맥주 한캔을 사와
우리끼리 조촐하게 2004년의 마지막 날 파티를 했다.
가격에 비해 맛은 좋았던 150원짜리 과자
점점 우리의 뱃살로 가는 과자들..ㅎ
우리집 나이스 아파트먼트 벤치에서..
애물단지 삼각대를 유용하게 쓴 날ㅋ
ㅋㅋㅋ
태국시각으로 오전 12시.
2005년 1월 1일이다.
밖이 시끄럽다.
궁금해서 나가보니 사람들 무언가 하늘로 띄우고 있다.
그 전부터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저 불빛이 궁금했었는데..
그것의 정체는 바로 저것!!
연등같은 걸 하늘로 띄운다.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으니
아저씨들, 우리보고 해보란다.
임땡이 하늘로 올린 저 연등..
한쪽 면이 불에 타 남의 집 옥상으로 추락한다.
쯧 쯧 쯧..ㅎㅎㅎ
새해 첫 날 복을 비는 행윈갑다.
복을 빌어 저 하늘에 띄운다.
복을 싣고 저 하늘로 두둥실~
폭죽 소리가 들린다.
폭죽 터지는걸 보기 위해
이층으로 뛰어올라 갔더니
아저씨 한 분이 자리잡고 하늘을 바라보고 계신다.
일본인 야마무라 상이다.
2개월 배운 일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ㅋ
우리가 시끄럽게 떠들었던지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오신다.
역시나 일본인..
한국말을 잘해서 한국 사람인 줄 알았는데..
순두부 찌개가 좋아서 한국말을 배웠단다.ㅡ_ㅡ
한국 요리가 최고란다!ㅎㅎㅎ
이 아줌마, 욘사마 얘기가 나오니 흥분한다.
일본 아줌마들,
욘사마에 단단히 미쳐있는게 틀림없다.
야마무라 상.
일본어 2개월 배웠다고 하니
일본어 초급 1에 나올 법한
가장 기초적인 대화법을 사용한다.
치앙마이니 나니오 미마시타까? (맞나?ㅋ)
(치앙마이에서 무엇을 보았습니까? )
도이수텝도 보고, 나잇 바싸도 보고,
트레킹도 하고..
정리 안되게 대답했다.
막상 배운 걸 써먹을려니
떨려서인지 입이 안떨어진다.
그날 밤, 내 머릿속은 온통 일본어로 가득찼었다.
또 만나면... 이렇게 이렇게 얘기해야지..ㅋ
2004년은.. 그렇게 가버렸다.
2005년은 기쁨으로 가득찬 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