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땡과 심씨의 배낭여행⑪ - 3부 우리의 트레킹은 이러했다.
12월 30일
드뎌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침님이 오셨다.
눈물나게 반갑다.ㅠ
눈뜨자 마자 임땡 왈,
" 심씨, 니 밤 새 내한테 왜그리 달라붙었는데?
부담시러버 죽는줄 알았다이가~ "
요 아이..
참 어이없다. ㅡ_ㅡ
" 미안한데, 니가 좋아서 달라붙은게 아니거덩..
침낭에 구멍이 나서 추워서 어쩔 수 없었거덩.
얼마나 추웠는 줄 아나!!
잠 한 숨 못잤다."
흑....
니가 그 기나긴 밤 동안의 나의 고생을 알랑가...ㅠ
아침이 왔어도
아직은 춥다.
다들 물 뭍혀 씻기도 겁내는 판에
임땡, 머리 감고 들어온다.
그때 엘리사, 눈이 똥그래지며 하는 말.
" Are you crazy? "
ㅋㅋㅋ 임땡,
리얼하게 미친걸 됐다.ㅋ
저렇게 리얼한 발음으로 들어본 건 처음~ㅎ
근데, 니 진짜 미쳤다.
추워 죽겠는데 왠 머리..ㅡ.ㅡ;
그녀의 변,
알잖아~
내 머리 하루만 안감아도 냄새 장난아닌 거.
견디기 힘들단 말이야.
발냄새 안나는 대신에
그 발냄새가 머리에서 난단 말이야..
ㅡ_ㅡ
넵.... 잘 알지요..
이 추위에 머리 감은 임땡,
머리 감다가 운동화까지 배리셨단다.
저기~ 임땡 운동화가 보임..
춥고 배고파 보이는 임땡,
정녕 불쌍해 보인다..
우리의 아침식사를 책임지신 분.
저런게 진짜 숯불 토스트~~
우리의 아침 식사.
좀 허술하긴 해도
맛은 끝내줘요~ ㅎㅎ
새까맣게 탄 주전자.
이 녀석,
내 주위를 어슬렁 거리더니
내 신발위에 턱하니 눕는다.
발등 무거운데.. 비켜주지... ;;
따슥.. 내가 좋았던 거로구나ㅎㅎ
내 앞에서 장난치던 꼬마아이.
귀여운 꼬마들 나눠주게 사탕이나 쵸컬릿 좀 가져오는건데...
아쉽다..
일명, 돼지 부르는 소녀..ㅎ
이 분과 같은 강의를 가끔씩 듣는데
그때마다 신기하다.
어떻게 그 때 그 사람이 저기에 앉아 있는 걸까..
우연치고는 너무나 어마해서
감당해 내기 힘들다..ㅎ
우리, 자주 보게 될테니 친하게 지내요..ㅎㅎ
이젠 고산족 마을을 떠나야 할 시간이다
하룻동안 동고동락했던 사람들과 사진찍기 바쁘다.
말레이시아 오빠 알란과..
케빈, 브이의 의미가 뭐냐고 묻는다.
대충 승리의 의미라고 말해주니
자기도 브이 하겠단다.ㅎ
애교만빵이던 이브와 그의 연인 케빈과 함께~
상태 좋지 않은 우리는 모자이크 처리..ㅋ
별로 안친했던 이쁘니 엘리사와~
독일 커플도 같이 찍고 싶은데
걱정된다.
거절하면 우짜지..;;
같이 찍자고 청하니 흔쾌히 승낙한다.
아저씨 옆에 조심스레 다가가 살짝 붙으니
한쪽팔로 내 어깨를 감싸 확 끌어 당긴다.
깜짝 놀랬다ㅋ
이 커플, 은근히 잼있는 사람들이다.ㅎ
아쉬운대로
엘리사의 남자친구도 몰래 한방찍고..ㅎ
가이드들, 무언가 먹고 있다.
벌집인줄 알았는데..
손으로 터트리니
톡 하고 하얀 뭔가가 꿈틀대며 나온다.
애벌레다..ㅡ.ㅡ;
나보고 먹으라고 준다.
괜찮아요.. 배불러요..;;;
짐 챙겨서 다시 산을 타기 시작.
어제 왔었던 학교를 또 들렸다.
얘네들.. 신발로 사람 맞추는..
피구같은 놀이를 한다.
얼굴 맞으면 기분 정말 상하겠다. ㅡ_ㅡ
날라댕기는 쓰레빠...ㅎ
아이들 가르치는 가이드
이브, 아이들 가르치는데 관심을 보인다.
알고보니 초등학교 교사란다.
이쁜 꽃 발견! !
그런데.. 접사가 잘 안된다.
끙끙대며 애쓰고 있는데...
저 사람들,
우리를 버리고 저만치 가버린다.
버림받았다.. ㅠ
개미집 이었던가,
뱀집 이었던가..
뭐였더라.. 기억이 가물 가물..;;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
잠시 쉬었다 가고~~
트레킹의 하이라이트,
대나무 레프팅!!!!
유후.. 드디어~ㅎ
신난다..ㅎ
임땡이랑 나,
둘 다 신났다.ㅎㅎ
건기라서 강에 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레프팅 하는데는 지장 없을 정도다.
저 태국 오빠 노젓는게 신기해 보여서
저 기다란 막대로 나도 저어 보았다.
우와.. 보기보다 힘들다.
뒤에서 임땡과 그 두분이
나 너무 잘 젓는다고
여기서 한시간에 십밧 받으며
워킹 홀리데이나 하란다. ㅡ_ㅡ
한시간에 삼백원은 너무했잖아!
이십밧으로 해줘요..ㅎㅎ
오빠도 나보고 잘 젓는다고
조수로 픽업하겠단다.
됐거던요...ㅎ
레프팅을 하던 중에 보았던
바위위에 앉아서 술을 먹던 교복입은 남녀 여럿이
( 애네들 분명 학교 안갔을 것! )
급류가 가장 쎈 곳에서 뗏목을 타다
그 뗏목이 뒤집어 졌었다.
우리들 왈..
치앙마이 날라리들은 술먹고 뗏목을 타는구나.ㅎ
잠시 들린 휴게소에서
아저씨의 연주솜씨를 감상하고..
드디어 나온 밥.
아침에 빵 한조각 달랑 먹어서
배가 많이 고팠던 터였다.
볶음 국수 팟타이.
태국 첫날 먹었던 팟타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 ㅎㅎ
후식으로 나온 수박과 파인애플
트레킹 일정은 모두 끝났다.
한국에서 온 돌팔이 손금 도사 심씨,
숙소로 돌아가는 썽태우 안 사람들을 유혹한다ㅎ
첫번째로 걸려든 말레이시아 오빠,
부인 될 사람 이쁘시겠어요~ 라니깐
얼굴빛이 환해진다.ㅋ
두번째로 폴란드 커플..
너네는 건강 잘 챙겨라~~
마지막으로 독일 아저씨.
오~~ 리치 라인! 리치 라인! 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ㅎ
독일 아저씨, 입이 귀까지 걸리신다.ㅋ
우리보고 귀엽단다.
이런, 너무 늦게 아셨군요..ㅎ
독일 커플.. 이제 겨우 친해졌는데..
헤어지기 아쉬웠다.ㅠ
숙소로 돌아와 저녁으로 먹었던 쌀국수.
태국에서 먹었던 쌀국수 중 젤 맛있었다!!
먹고싶다..ㅠ
밥 먹고
수신자 부담으로 집에 전화걸었다.
가슴이 두근 두근...
수화기로 들리는 엄마의 다 죽어가는 목소리..
" 빨리 온나..... "
" 엄마, 내 쫌만 더 있다 갈게~
여기는 아무 피해 없다. "
" 그럴려면 거기서 살아!!!! "
절규에 가까운 엄마의 목소리.. ;;
가슴아프다.
우선, 엄마를 설득시켰다.
알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비행기 날짜 바꾸겠다고..
통화하고 난 뒤의 임땡,
눈물을 글썽인다.
엄마 보고 싶단다.
이런 상태로 더이상 여행 못 할 것 같아
일찍 들어가자고 하니
임땡, 절대로 한달 다 채우고 갈거란다.
어떻게 온 여행인데
일찍 들어갈 수 없단다.
그녀, 너무 강하게 나온다.
그럼 눈물을 보이지 말던가..ㅡ_ㅡ
과일 몇 종류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건 그냥 먹을만 했는데...
윽... 끔찍한 두리안..
서로 안먹겠다고 난리였다..;;
뭐, 이런 과일이 다 있지.
물컹한 것이
기분 나쁘게 혀에 질퍽하니 달라붙는다고 해야하나.
맛도 구리고..;;
맛도 맛이지만.. 냄새가 엄청나다.
정말 가스 냄새가 풀 풀 난다.
온 방에 이 냄새가 배겼다.
임땡, 내가 사오자고 했으니
나보고 다 먹으란다.
너무 가혹하잖아!!
우선 냉장고에 넣어놓자..;;
1박 2일 동안의 트레킹으로 인해
몸이 완젼 흐물 흐물 늘어진다.
눈이 저절로 감긴다.
일기쓰고 자야되는데....
엄마의 울먹이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가슴 찢어지게 아픈 나.
집에 일찍 돌아가고 싶은 맘이 간절한 밤이다.